(1) 신평화구상에서 상정하는 ‘평화’
◦ 한반도는 냉전의 마지막 잔재가 남아있는 지역이며, 동북아시아의 평화질서를 구축함에 있어 핵심적인 지역이라고 할 수 있음. 따라 서 한반도에 있어 ‘평화’라는 가치가 가지는 중요성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을 것임. 그런 의미에서 신평화구상에서 추구하는 ‘평화’의 개념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성이 있음.
◦ 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상황과 북한의 핵개발이 한반도의 긴장을 조 성하는 핵심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음. 따라서 우선적으로 제기되 는 과제는 이러한 군사적 갈등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될 것임.
-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순히 군사적 분쟁 등 위협요인 이 제거된 상태의 평화(불안한 평화)를 넘어서서 남북관계의 구 조적인 갈등요인이 제거된 ‘적극적 평화’를 지향함.
◦ 남북 간의 구조적인 갈등요인이 제거된 상태에서의 평화적 질서는 보다 안정되고 신뢰성 있는 ‘지속가능한 평화’라고 할 수 있음. 한반
도에서의 지속가능한 평화는 국제사회의 기준과 동의에도 부합하 여야 달성 가능한 과제임.
-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보편적 원칙과 기준에 대한 부합 성은 적극적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안정되고 신뢰성 있는 평화를 위해서도 핵심적인 변수라고 할 수 있음.
◦ 우리가 한반도에 평화 구조를 창출하려고 하는 것은 평화 자체가 가진 가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북 간 통합과 통일이라는 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기도 함. 즉 신평화구상의 평화는 “통일 지향적 평화”이기도 함.
- 신평화구상이 지향하는 평화가 국제사회의 기준에 부합해야 함 은 보편적인 변수를 고려한 것이지만, 통일이라는 개념과의 연관 성 속에서 추구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한국적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음.
(2) 새로운 평화 개념의 기반
◦ ‘적극적 평화,’ ‘지속가능한 평화,’ ‘통일지향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 한 핵심 과제는 남북 간의 구조적 갈등요인 제거임. 즉, 공통가치에 대한 남북 간의 동의와 합의가 필요함. 또한 남북이 합의하는 공통
가치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치에 기반하여야 함.
◦ 그렇다면 남북통일을 위한 공통가치로서 평화 개념의 이론적 기반 은 다음의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음.
Ⅰ
Ⅱ
Ⅲ
Ⅳ
․민주평화론(Democratic Peace):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음.
․시장경제평화론(Market Economy Peace): 자유로운 시장경제원리에 기 초한 자본주의 발전은 평화를 촉진, 경제적 자유는 전쟁을 억제함.
․비핵화 평화(Nuclear Free Peace): 현실적 위협인 북핵의 제거와 오바 마 대통령이 제시한 ‘핵무기 없는 세상(A World without Nuclear Weapons)’라는 범세계적 추세 반영
◦ 민주평화론(Democratic Peace)의 명제는 “민주국가들 사이에는 서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임. 이는 칸트(Kant)의 1795년작
영구평화론(Perpetual Peace)이 강조하는 세 가지, 즉, 공화제의 민주적 대표제, 인권에 대한 이념적 공약, 초국가적 상호의존 등의 논리에 기반함.
- 민주평화론의 주된 주장은 민주주의 확산이 국제안보를 증진시 키리라는 점임. 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전쟁은 매우 드물며, 민주 주의 국가들은 이익의 상호충돌을 비민주주의 국가들에 비교하 여 무력의 위협이나 사용 없이 해결한다는 것임. 또한 민주평화 론은 국가 내의 규범과 제도도 중요하다고 간주함.
- 민주평화론의 함의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북한의 개혁‧개방 과 민주화를 통해서만 궁극적으로 실현될 수 있으며, 우리의 대 북정책은 인권과 민주주의적 가치의 실현을 궁극적 목표로 설정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음.2
2_ 김원식, “한반도 평화론의 모색: 민주평화론과 자본주의평화론의 대립을 넘어,”
정책연구 (2007년 여름), p. 59.
◦ 시장경제평화론(Market Economy Peace)은 몽테스키외(Mon-
tesquieu), 아담 스미스(Adam Smith), 밀(J. S. Mill)과 같은 초기
자유주의자들의 통찰력에 기원하고 있는 논리라고 할 수 있음. 즉, 자유로운 시장 질서에 기초한 자본주의의 발전이 평화를 창출한다는 주장임.
- 시장경제평화론에 따르면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의 발전은 전쟁을 매력 없는 것 혹은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고 국가들 사이의 긴밀 한 협력을 창출함. 자유시장이 종종 국가들 사이에 분쟁을 만들 어 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유시장은 이러한 분쟁과 갈등을 전 쟁이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함으로 써 전쟁을 방지한다는 것임.3
- 시장경제평화론의 주장을 한반도에 적용하면 남북 간의 경제적 상호의존 심화와 북한 내부의 자유시장 발전이 북한 내부의 개 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포용정책의 이론적 기 반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음. 하지만 자유시장의 확대는 개인의 자유로운 권리 보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임. 즉, 시장경제평화론은 민주평화론적 요소와의 관계 속에서 검토되어야 함.
◦ 비핵화 평화(Nuclear Free Peace)는 1990년대 이후 한반도 안정의 핵심적 위협요인인 북한 핵의 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 임. 북한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불가능하 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핵무기 없는 세상(A World without Nuclear Weapons)’이라는 범세계적 추세에도 부합하는 것임.
3_ Ibid., p. 60.
Ⅰ
Ⅱ
Ⅲ
Ⅳ
-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의 반확산(Counter Pro-
liferation)은 국제사회의 합의이며, 이 원칙에 대해서는 북한도
수차례 동의 의사를 밝힌 바 있음.
- 또한 한반도는 세계에서 군사력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임. 군 사력의 재배치 없이 상대방의 수도에 기습공격을 할 수 있는 상 황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 함. 따라서 비핵화 평화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폐기와 함 께, 재래식 무기와 관련된 군비통제 문제를 포괄하는 개념이 되 어야 함.
나. 새로운 평화구상의 구성요소 및 체계
◦ 한국 정부는 ‘비핵‧개방‧3000 구상,’ ‘상생‧공영의 대북정책,’ ‘신평 화구상,’ ‘그랜드 바겐(Grand Bangain)’ 등 다양한 제안을 제기하 였음. 이러한 논의를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신평화구상‘이라는 틀로 재정리해 볼 수 있음.
◦ 군사안보적 측면
- 군사안보적 측면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의 위협능력(핵위협 제거+ 재래식무기 감축) 제거라고 할 수 있음.
- 이와 관련된 추진 프로그램은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 구상이라고 할 수 있음. 그랜드 바겐 구상은 그동안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그리고 5자간에 협의해온 포괄적 접근 혹은 패키 지 딜과 동일한 맥락임. 타협과 파행, 진전과 후퇴를 반복해 온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 북핵문제를 북한문제라는 큰틀에서 접 근하는 근본적‧통합적 해결방안임.
◦ 사회경제적 측면
- 사회경제적 측면에서의 대북정책은 지속가능한 평화 구조를 창 출하기 위한 접근 방안이라고 할 수 있음. 이 정책의 추진방법은 포용정책과 수렴하는 점이 있으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 통가치의 창출을 명백한 목표로 하며 북한체제의 변화와 연동되 어 추진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
- 이와 관련된 추진 프로그램은 그동안 제시된 비핵‧개방‧3000 및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임. 그랜드 바겐 구상과 별개로 추진되는 것이라 아니라 신평화구상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유기적이고 종합적으로 진행되는 것임.
◦ 이상의 논의를 기초로 신평화구상의 구성 체계를 나타내면 다음의
<그림 Ⅰ-1>과 같음.
Ⅰ
Ⅱ
Ⅲ
Ⅳ
<그림 Ⅰ-1> 신평화구상의 구성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