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서술자의 이야기 구성 장악과 폐쇄적 서사 구조

3. 인물과 허구세계를 장악하는 우월한 서술자

3.2. 서술자의 이야기 구성 장악과 폐쇄적 서사 구조

견고하게 구축된 이론은 작가에게 하나의 지향점과 기준을 제공한다 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그 엄격성으로 인해 작가 자신의 자 유로운 창작 활동을 제한한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내적 초점화는 반드 시 인물의 시점을 경유해야하기 때문에 서술자의 권한이 엄격하게 제한 된다. 이 절에서는 인물의 시각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되었던 서술자가 스스로의 권위를 확립하고, 서사 전체를 조감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시기의 중요한 문체적 변화는 순객관적묘사 방식과 액자구조에 있 다. 순객관적 묘사는 쥬네트의 용어로 ‘외적 초점화(external focalization)’에 해당하는데, 이는 서술자가 등장인물보다 정보량이 적 은 경우를 의미한다. 서술자는 인물의 내면까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인 물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서는 관찰하고 추측만 할 뿐 정확하게는 표 현할 수 없다.

그러나 쥬네트의 외적 초점화 개념은 인물과 서술자 둘 사이에서 정 보량의 차이만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 세계’에 대한 서술자의

‘앎’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인물이 알지 못 하는 정보, 어떤 장 소의 역사적 의미나 사건에 대한 판단, 해석 등을 제공하는 서술자는 인물보다 적게 아는 것인가, 많이 아는 것인가? 「배따라기」에서 ‘운 명’을 말하는 뱃사공은 이미 자신에게 일어났던 ‘운명적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고 있는 서술자다. 그것이 이야기되는 순간, 즉 과거의 뱃사공 은 모르지만, 말하는 현재의 뱃사공은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고 려하여 정보량의 측면에서 인물과 서술자에 추가하여 ‘이야기 세계’라 는 새로운 항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이전 시기의 작품들에서 ‘세계’란 인물의 내면에서 주관적으로 제시되

는 것이기에 인물을 분석하는 것 속에 세계에 대한 분석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앞 절에서 밝혔듯이 이 시기부터는 세계가 인물과 독립 적으로 존재하며 서술자에 의해 묘사되기 때문에 세계라는 새로운 항이 인물과 대립하는 갈등의 주체로 등장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서술자는

‘세계’에 대해 더 알 수도, 적게 알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여튼 자여」에서 편지와 일기를 동봉하는 액자식 구조는 서 술자의 서술 권한을 인물인 K에게 양도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서술자의 권한이 최소화된다. 반면에 「배따라기」, 「딸의 업 을 이으려」의 서술자는 인물의 이야기를 서술자가 재서사화함으로써 서술자의 권한을 양도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때 서술 자는 작중 인물로, 다른 인물의 내면까지는 관찰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며 부분적으로 외적초점화의 특성이 드러나게 된다.

서술자는 인물의 내면을 관찰할 수 없는 대신 사건에 대한 나름의 의 견과 해석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사건의 전 후와 정황을 입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한다. 이러한 변화 는 이 시기 작품들에서 파편적으로 드러나지만 내적 초점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징후가 발견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배따라기」는 인물로 등장하는 서술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뱃사공의 이야기를 재서사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야기의 전반부는 ‘나’가 서술 주체로 등장하면서 그의 시각과 사상 등을 알려준다. 인칭의 서술자와 일원묘사의 서술자가 ‘나’와 ‘그’라는 인칭 외에 다른 표현법은 동일하 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김동인 소설의 일인칭과 일원묘사는 표현상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단순 일인칭 소설과 달리

「배따라기」의 주인공은 ‘나’가 아니라 뱃사공을 주인공으로 하는 액 자구조의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술자는 이야기의 내부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뱃사공의 사연을 듣 고 다시 그 사연을 수신자에게 전달하게 된다. 그는 뱃사공의 심경을 표정을 통해서 짐작한다.

말을내인 그의눈에는 저녁해에 반샤여, 몃방울의 눈물이 반득인다.

나는, 한참잇다가 겨우무럿다―

「로형의 뎨수는?」

「모르디요, 二十년을 영유는 안가바스니요」

「로형은 이제 어듸루갈테요?」

「것두 모루디요. 뎡처가잇나요? 바람부는대루 몰녀댕기디요」

그는, 한번다시, 나를위여 배락이를 불넛다. 아아, 그속에잠겨잇는쌕이 지못뉘우침, 바다에대 애처러운그리움.

노래를내인다음에, 그는, 니러서서, 싯벌건저녁해를 잔 등으로밧고, 을 밀대로향여 더벅버덕 거러간다. 나는, 그를 말릴힘이업서서, 눈이 멀—거니 그의등을 바라보고이슬다름이엇다.101)

뱃사공의 사연을 모두 들은 후, ‘나’는 뱃사공을 바라본다. 뱃사공은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로 배따라기 노래를 한 번 더 부르고 을밀대를 향해 걸어간다. 이 장면은 기본적으로 내적 초점화로 서술되고 있으나 이야기의 주요 인물인 뱃사공의 심경을 서술자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외적 초점화의 요소가 가미102)되어 있다. ‘나’는 뱃사공의 어조와 표정 을 통해 그의 심경을 추측할 뿐이다.

서술자가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인 뱃사공과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 려는 경향은 내화에서 서술자가 자신의 서술 권위를 뱃사공에서 양도하 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해진다. 「마음이 여튼 자여」와 「목숨」은 같은 액자구조를 취하고 있으나 서사 주체의 권위를 이야기의 주체에게 넘김으로써 인물의 내면에 집중한다. 반면 「배따라기」의 내화는 서술 101) 김동인, 「배따라기」, 『창조 9』, 1921, 5., 13면.

102) 초점화(focalization)는 쥬네트가 처음으로 서사학에 도입한 용어로, 서 술자가 작중 어떤 인물의 시각(관념, 생각, 감각 등을 포괄하는)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가를 분명히 해준다. 그러나 미케 발은 쥬네트의 초점화가 서술자의 시각만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부족함을 지적하고, 초점 의 대상이 되는 ‘초점화 대상’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도입한다. 인물이 다 른 인물이나, 사물을 바라볼 때 초점화되는 대상 또한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라는 지적이다. 초점화 대상의 개념을 작품 분석에 대입할 경우, 주 의해야할 점은 주인공의 확정 문제다. 이야기의 주요 시각을 제공하는 초 점화자가 주인공인가, 초점의 대상이 주인공인가는 개별 작품에 따라서 달라진다.

자가 직접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야기의 목적이 뱃사공이 영 유를 떠나게 된 경위를 밝히는데 있으며, 인물의 내면 풍경을 묘사하기 보다 사건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감자」는 인물과 함께 그 대립쌍으로서 ‘환경’이라는 외부적 요소가 새로운 주체로서 자리 잡게 된다. 인물의 내면에서 한 걸음 물러섬으로 써 인물이 행위하고 생활하는 외부 세계를 묘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자」에서 서술자는 내적초점화를 버리고 외적 초점화를 통해 인물 과 환경을 묘사한다. 외적 초점화, 다시 말해 순객관적 묘사는 “作者는 절대로 中立地에 서서 作中人物의 行動 뿐을 描寫하는 것으로서 作中에 나오는 人物의 心理는 直接描寫치 못 하며, 다만 그들의 行動으로 心理 를 알아내이게 하는 것”103)으로, 서술자가 서술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정보는 적어진다. 그러나 인물의 외부에서 인물을 관찰함과 동시에 인 물을 둘러싼 환경까지도 묘사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인전 어디로 가나? 그들은 할일없이 칠성문밖 빈민굴로 밀리어 나오게 되었 다.

칠성분밖을 한 부락으로 삼고 그곳에 모여있는 모든 사람들의, 정업은 거라 지오, 부업으로는 도적질과 (자기네끼리의) 매음, 그밖에 이세상의 모든 무섭 고 더러운 죄악들이었었다.

복녀도 그 정업으로 나섰다.104)

앞 절에서 언급한 것처럼 ‘칠성문 밖 빈민굴’은 단순히 사건이 일어나 는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화되어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하는 장소’다. 서술자는 이야기의 주요 요소로서 빈민굴이 가진 속 성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위를 설명해준다. 이때 서술자는 공간 전체를 부감(俯瞰)하고 그 특성을 제시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 고 있다. 또한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는 지점에 빈민굴에 대한 설명을 배치하여 앞으로 복녀에게 일어날 사건들이 빈민굴이 가진 특성과 밀접 한 관계가 있음을 암시해준다. 거러지, 매음을 비롯하여 “세상의 모든 103) 김동인, 「小說作法」, 『朝鮮文壇』, 1925.4, 74면.

104) 김동인, 「감자」, 『감자』, 한성도서주식회사, 1935.2.2., 5면.

무섭고 더러운 죄악”으로 표현되는 살인에 이르기까지 복녀의 단계적인 타락은 서술자에 의해 예견되어 있다.

그들은 이 칠성문밖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ㅅ가운데 드는 편이었었다. 그 가운데서 잘 수입되는 사람은 하로에 五리짜리 돈뿐으로 一원 七八十전의 현 금을 쥐고 돌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 극단으로 나가서는 밤에 돈ㅅ버리 나갔 던 사람은 그날밤 四百여원을 벌어가지고 와서 그 근처에서 담배장사를 시작 한 사람까지 있었다.

복녀는 열아홉살이었었다. 얼굴도 그만하면 빤빤하였다. 그동리ㅅ녀인들의 보통하는 일을 본받어서 그도 돈버리 좀 잘하는 사람의 집에라도 간간 찾어가 면 매일 五六十전은 벌수가 있었지만, 선비의 집안에서 자라난 그는 그런일은 할 수가 없었다.105)

서술자는 인물의 내면을 알지 못 하는 대신 인물의 행위와 상황에 대 한 해석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위의 인용문에서 서술자는 복녀의 부처 (夫妻)가 “칠성문밖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ㅅ가운데 드는 편”이라는 상황을 알려주고, 복녀의 외모에 대한 평가와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복녀가 처해 있는 상황과 복녀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내적 초 점화의 서술자가 서술할 수 없는 범주의 ‘해석’이다. 예컨대, 「약한 자 의 슬픔」의 엘리자베트나 「마음이 여튼 자여」의 K는 스스로 자신의 허위를 자각하기 전까지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서술할 수 없다. 인 물에게 부여된 무지, 허위성 등의 속성으로 인해 스스로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자」의 서술자는 인물이 가진 지적 한계에 연연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서술을 할 수 있을 만큼 인물과 충분한 거 리를 확보하고 있다. 독자는 복녀를 통해서는 획득할 수 없는 빈민굴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서술자의 해석을 통해 획득하고, 복녀의 경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내적 초점화에 외적 초점화가 가미되면서 「감자」와 같이 서술자의 정보량이 인물보다 우위에 있는 작품으로 「유서」와 「딸의 업을 이으 105) 김동인, 위의 책,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