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근대기 이전 영등포의 원풍경
2.2 영등포의 지형과 마을
2.2.2 영등포의 마을
위의 그림은 앞서 살펴 본 1911년도 지적도(地籍圖)를 바탕으로 한 지목별 분 포도에서 대지 분포에 대해서만 1895년의 『구한말한반도지형도(舊韓末韓半島地 形圖)』의 마을 분포를 참고하여 수정을 가한 것이다. 간선도로의 분포 역시
『구한말한반도지형도』의 간선도로 분포를 대조하여 작성하였다.
먼저 지역 내 주요 간선도로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동-서 혹은 동북-서남의 방 향성을 가지며 예외적으로 여의도를 따라 남북방향의 길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간선도로에 동-서 방향의 길이 많은 것은 경인간 연결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양화리(楊花里), 당산리(堂山里), 영등포리(永登浦里), 상방하곶(上放下串), 양평 리(楊平里) 등의 주요 마을들은 바로 이 간선도로의 결절점(結節点)에 형성된 것 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여의도를 따라 만들어진 동북방향의 길은 이 마을들을 연 결하기 위하여 형성된 것으로 여겨지며, 철도가 부설되기 전에는 철도 남측 구릉 지 아래 동네들까지 이어져 있었다. 간선도로의 결절점이 안양천변(安養川邊)에 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동측에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지형과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즉 잦은 수해를 피하여 간선도로변 중에서 최대한 높은 곳에 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앞 절에서 언급했던 1789년의 『호구총수(戶口總數)』에서 영등포리(永登浦里) 외의 마을 이름들도 확인할 수 있다. 영등포 지역을 포함하는 상북면(上北面)과 하북면(下北面)에 나타나는 마을 이름은 각각 다음과 같으며, 1895년 이후 지도 에도 이름이 나타나는 마을은 밑줄을 그어 표시하였다.
상북면(上北面) - 원지목리(遠之牧里), 구로리(九老里), 사촌리(沙村里), 도야미리(道也味里), 양평리(楊平里), 당산리(堂山里), 선유리(仙遊里), 간포리(間浦里)
하북면(下北面) - 우와피리(牛臥皮里), 번대방리(番大方里),
방하곶리(放下串里), 영등포리(永登浦里), 신길리(新吉里), 신고사리(新高寺里)
이 자료를 통하여 영등포 지역의 거의 대부분의 마을들이 적어도 18세기 말부 터 존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중 선유봉(仙遊峰) 자락에 자리하는 선유리(仙 遊里)는 어느 시점에서인가 양화리(楊花里)로 이름이 변경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선유리 마을의 모습은 앞에서 언급한 겸재 정선의 선유봉 그림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이 그림을 살펴보면 선유봉 아래를 두르면서 집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대부분 초가집이지만, 한쪽에는 상당히 큰 규모의 기와집도 존 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9 겸재 정선 『양천팔경첩(陽川八景帖)』중
「선유봉(仙遊峰)」
(*출전: 최완수, 2004 『겸재의 한양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