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문헌 검토를 통한 진료비 확인요청 제도에 관한 현행법 체계 검토
가. 국민건강보험법 제43조의25)의 규정
2002년 12월 18일 신설된 국민건강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3조의2는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 즉 환자측이 본인일부부담금 외에 부담한 비용이 법 적으로 정당하게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건강 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사평가원’이라 한다)에 확인을 요청하는 제도(이하
‘진료비 확인요청 제도’라 한다)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확인요청을 받은 심사평가원은 그 결과를 확인요청한 자에게 통보 하되, 확인 요청한 비용이 요양급여대상임에도 환자에게 별도로 부담시킨 경 우 관련 요양기관에게 통보하여 그 비용을 환자측에게 환불하여 주도록 함 으로써 환자측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부 분에 한해서만 진료비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나. 규정의 취지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서비스가 요양급여대 상인 경우 이들은 요양기관에 본인일부부담금을 지불하게 되고, 이들이 제공 받은 서비스가 요양급여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비급여 대상으로서 그 비용을 전부 부담하게 된다. 비급여 대상에 대하여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 그 비용은 요양기관이 자유롭게 정하게 되는데,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의 입장에 서는 자신이 받은 서비스나 의료행위시 사용된 치료재료 등이 요양급여의 대상인지 여부를 정확히 알기 어려우므로, 자신이 비용을 부담한 서비스가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알 권리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6).
5) 2011년 12월 31일 국민건강보험법 전부개정(시행일 2012. 9. 1.)으로 조문의 위치가 국민건강보 험법 제48조로 바뀌게 되었다.
6) 명순구 대표집필, 『역사와 해설 국민건강보험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1
이에 심사평가원은 법 제43조의2 시행 이전에도 요양급여 대상 여부 확인 에 관한 민원업무를 처리하고 있었으나 요양기관에 과다비용을 환불하도록 권고하는 수준에 불과하여 실효성 있는 권리 보장이 되지 못하였으므로, 법 제43조의2 신설로 과다 납부한 진료비를 환불받는 법적 권리를 인정함으로 써 가입자등의 수급권이 한층 강화된 것이라는 의의를 찾을 수 있다7).
다. 확인의 법적 성격 및 범위 1) 확인의 법적 성격
가입자 등이 제기한 진료비 확인요청에 대한 심사평가원의 확인은, 행정청 의 공법상 행위로 특정사항에 대하여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직접 발생하게 하는 등 국민의 권리의 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대법원 2011. 4. 21.자 2010무111 결정 등)로서 행정쟁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심사평가원에 의하여 ‘과 다본인부담금’을 수령한 것으로 판단되어 그 비용을 환불하도록 통보받은 요 양기관은 심사평가원의 환불처분을 법적 쟁송에 의하여 다툴 수 있다8).
심사평가원의 ‘확인’은 법 제39조 제2항, 제3항, 제42조, 법 시행령 제24조,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8조, 제9조, 제11조, 제13조 및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건강보험 요양급 여비용의 내역,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행위․치료재료의 결정 및 조정기 준 등을 기준으로 요양기관이 행한 의료행위․약제 및 치료재료의 지급이 급여대상인지 비급여대상인지 확인하는 것이므로, ‘확인’ 및 ‘환불’처분은 심 사평가원의 재량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기속행위이다(서울행정법원 2007. 9.
13. 선고 2005구합27925 판결 등).
7) 『국민건강보험법 해설』, 국민건강보험, 2011
8) 진료비 확인요청을 ‘민원’의 일종으로 본다면 심사평가원의 ‘확인’은 ‘민원회신의 통지’의 성격을 띠 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바, 민원회신을 통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실질적 내용(국민의 권리의 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 따라 ‘처분성’을 긍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고(대법원 1999. 9.
21. 선고 98두11107 판결 등), ‘처분성’을 부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대법원 1991. 8. 9. 선고 91누 4195 판결 등).
2) 확인의 범위
심사평가원의 확인의 범위는 법 문언 그대로 ‘요양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 는 것인지’만을 확인하는 것에 국한되는 것인지 문제될 수 있다. 환자측이 부담한 비용이 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는 범위에 다 포함되는지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급여인지 비급여인지 아는 것만으 로는 부족하다. 요양급여에 해당한다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 한 규칙 및 관련 고시 등에서 규정하는 기준의 범위 내에서 적정하게 행하 여졌는지 전문적․ 실체적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법원 또한 ‘심사평가원이 과다본인부담금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서 해당 치료재료 등의 사용 행위가 허가․신고 또는 인정된 사항의 범위 내의 진료였는지에 대한 심사 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법 제43조의2 제2항 및 제3항의 해석상 심 사평가원이 진료행위가 허가․신고 또는 인정된 사항 범위 내의 정당한 진 료였는지를 심사하여 수급자에게 본인일부부담금을 부담시키는 것이 적법한 지 여부에 관한 심사까지 할 수 있다’(서울행정법원 2007. 12. 12. 선고 2007 구합16523 판결)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점에 기초하여 볼 때, 결국 진료비 확인요청에 대한 확인 및 환불 처분은 심사평가원의 고유의 업무로서 행하는 ‘요양급여비용의 심사’(법 제55 조 제1항 제1호)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라. 문제 발생 상황
요양기관이 환자측에게 법이 허용한 적법한 범위를 넘어 과다하게 비용 을 부담시키는 경우는 주로 소위 ‘임의비급여’가 문제되는 경우이다. 임의비 급여는 ‘요양기관과 환자 간 합의에 의하거나 혹은 합의 없이, 법정 비급여 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함에도 임의로 요양급여기준이나 진료수가기준 등이 정하는 기준이나 절차를 위배하여 환자로부터 비용을 징수하는 것’으로, 요 양급여대상으로 처리하였을 경우 심사평가원이 심사하여 급여비용을 삭감할 것을 피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비급여로 비용을 징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진료비 확인요청 제도를 통하여 환자에게 과다본인부담금으로 환불된 세부 적 사유도 ‘요양급여대상 임의비급여 처리’ 사유는 2009년 금액비율이 46.2%
로 나타나고 있다9).
4-2. 진료비 확인요청 제도의 특징
가. 부담주체 및 부담분 결정에 관하여
진료비 확인요청 제도는 환자측, 즉 국민의 입장에서 ‘내가 납부한 비용이 법령에 의하여 적법하게 규정되어 있는 부담분만큼 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으로서, 요양급여대상의 경우 진료비 총액의 부담주체가 환자측과 국민건 강보험공단으로 나뉘어져 있고(100/100 본인부담 제외) 법령에 각자가 부담 하여야 할 부담분이 정하여져 있으므로, 일단 요양급여대상으로 판단되었을 경우 부담분이 각각 얼마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대상이 ‘요양급여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일정 정도의 의 약학적 전문지식에 기초한 실체적 판단․결정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 핵심 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
나. 직접적 효과 발생에 관하여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심사평가원의 ‘확인’ 및 ‘환불’ 통보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처분’이다. 진료비 확인요청(민원)은 처분 의 계기를 제공하는 단서(단초)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 한 점에 기초하여 보면, 진료비 확인을 ‘직권’으로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처 분의 단서(단초)를 민원(신청)만이 아니라 ‘직권’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진료비 확인요청 자체에 대한 회신(확인)만이 아니 라 ‘환불’ 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심사 평가원의 진료비 ‘확인 및 환불’ 처분은 그 효과의 직접성 면에서 매우 강력 한 효과를 갖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9)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고객지원실 진료비민원부, 2009년 진료비확인 민원업무 처리현황, 2010. 2.
4-3. 국내 유사 제도의 검토
가. 한국소비자원 및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사례
진료비 확인요청 제도는 근본적으로 ‘의료소비자’인 환자측의 권리보호장치 라는 특징을 가지므로, 우선 다른 일반적 소비자 피해구제의 사례를 유사사 례로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가 사업자10)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묻고자 할 경우, 그 법적 성 격은 민법 제750조에 따른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이므로 원칙적으로 그 증명책임을 소비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업자에 비하여 소비자가 정보접근이 제약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의 고의․과실로 인하여 물품이 나 용역에 하자가 발생하였고 그것을 원인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손해배 상책임의 요건사실을 정확히 입증하기는 어렵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두어 직권으로 자료를 수집하는 등의 활동을 통하여 소비자와 사업자간 적정한 조정을 권고하고 있는 바, 조정안에 대하여 소비자와 사업자가 수락을 하면 재판상 화해와 같 은 효력(소비자기본법 제60조 제4항)11)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 ‘조정권고’를 할 뿐이고 양 당사자 가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무위에 그쳐 소송으로 해결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를 갖는다. 심사평가원에 대한 ‘진료비 확인요청 제도’는 심사평 가원이 진료비의 부담분에 대하여 실체적으로 심사를 하여, 위법한 상태를 되돌리기 위한 ‘환불’ 처분까지 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대한 효과 가 훨씬 직접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보다 실질적으로 조정․중재 결정 권 한을 높여 분쟁 해결력을 강화한 기구로 2012년 출범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 재원을 들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증명책임 문제에 있어 환자측에 유리한 직 접적 조항은 없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가 ‘환자보호’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10) 물품을 제조․수입․판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소비자기본법 제2조 제2호).
11) 민사소송법 제220조에 의하여 화해를 변론조서 등에 적은 때에는 그 조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 력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