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평화-인권-발전의 트라이앵글의 형성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새천년 들어 평화, 인권, 발전은 인식상에서 상호 연관되고 보완적일 뿐만 아니라, 실천적으로도 그렇게 접근할 때 특정 가치의 온전한 실현은 물론 지구촌 전체의 지속가능한 생존 을 위한 정책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발전, 인권뿐만 아니라 인 도주의, 기후변화, 불평등, 여성 등 다양한 사안들을 평화구축과 연 계하려는 움직임이 유엔을 중심으로 관련 국제기구 및 다양한 행위 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2020년은 여성, 평 화, 안보에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325호를 채택한지 20 주년이 되는 해이며,35) 유엔 평화구축위원회(UN Peacebuilding Committee) 수립 15주년을 맞아 평화구축결의 이행 검토 및 평화 구축체계(Peacebuilding Architecture)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36)
35) UN Security Council, “Security Council Resolution on Women, Peace and Security,” UN Doc. S/RES/1325 (31 October 2000).
36) UN General Assembly,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on the Review of the United Nations Peacebuilding Architecture,” UN Doc. A/RES/70/262 (12 May 2016); UN Security Council,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on Post-Conflict Peacebuildng,” UN Doc. S/RES/2282 (27 April 2016).
앞두고 있어 다면적 평화활동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 동안 평화에 대한 논의는 분쟁 후 재건(post-conflict recovery)에 서 분쟁의 발생, 확산, 지속 및 재발을 방지(preventing the outbreak, escalation, continuation and recurrence of conflict)하는 것으 로 그 범위가 확대되어왔으며, 2016년 지속적 평화의제(Sustaining Peace Agenda) 채택 이후 유엔 헌장에 규정된 3대 핵심 분야인 인 권, 평화와 안보, 발전의 유기적 연계를 바탕으로 분쟁 방지를 위한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37) 이와 관련하여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헤스는 “인권 수호는 (무력 분쟁) 방지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인권은 본질적으 로 지속적 평화(sustaining peace)와 관련이 있다”고 언급하였 다.38) 특히 유엔과 세계은행이 공동으로 집필한 보고서 ‘평화로의 길: 분쟁 예방을 위한 포용적 접근(Pathways for Peace: Inclusive Approaches to Preventing Violence)’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2030 의제(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는 불평등, 차별, 배제 등 다양한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갈등과 분쟁의 주요 원인이자 분쟁방지 및 평화구축을 위해 필요한 요소로 보고 식량권, 건강권을 비롯하여 양성평등, 환경권, 정의에 대한 권리에 이르기까 지 다양한 분야에서 비차별, 책무성, 포용성, 투명성 원칙 등을 바탕 으로 한 권리 실현을 강조하였다.39)
37) UN Doc. S/RES/2282 (27 April 2016); UN Doc. A/RES/70/262 (12 May 2016).
38) UN Secretary-General, “Secretary General’s Remarks at Security Council Meeting on ‘Maintenance of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Human Rights and the Prevention of Armed Conflict’,” 18 April, 2017, <https://www.un.org/
sg/en/content/sg/statement/2017-04-18/secretary-generals-remarks-security -council-meeting-maintenance> (검색일: 2020.6.18.).
39) UN and World Bank, Pathways for Peace: Inclusive Approaches to Preventing Violent Conflict (Washington, D.C.: World Bank, 2018).
이처럼 인권과 평화, 발전 사이의 상호 연관성과 이들 연계의 중 요성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정책수 립과 실행에 관한 논의는 미비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경우 발전, 평 화, 안보분야 문헌에서 인권은 고문, 대량살상 등 방대한 인권의 영 역 중 극히 일부분의 반인도적 사례를 언급할 때 등장하며, 마찬가 지로 인권분야 문헌에서 발전과 평화, 특히 분쟁 개념은 인권침해와 관련된 특정 분쟁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40) 또한 몇몇 유 엔 회원국들은 지속적 평화에 있어 인권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 하고 있으며 유엔기관들 사이에 의견 차이 또한 존재한다.41) 반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를 비롯하여 독일, 스웨덴 등 몇몇 국가에 서는 인권을 비롯하여 발전과 평화의 제도적 장벽(silo)을 허물고 정 책적으로 통합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는 최근 인도×발
전×평화의 트리플 넥서스와 관련하여 OECD회원국들이 보다 협력
하여 일관성 있고 상호보완적인 인도적 지원, 개발지원, 평화구축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정책 권고를 내놓았다.42) 이 권 고에 따르면 세 분야에 걸쳐 조정의 노력을 하고, 넥서스 틀 내에서 프로그램을 수립하며, 넥서스 프로그램 시행을 위한 자금조달 노력 을 할 것을 독려하였다. 이 때 인권은 프로그램 개발 시 고려해야
40) Elisabeth Abiri, Let’s Talk-Human Rights Meet Peace and Security (Stockholm:
Sida, 2006), p. 8.
41) Riva Kantowitz, “Advancing the Nexus of Human Rights and Peacebuilding,”
Development Dialogue Paper, no. 27 (2020), p. 4; 이와 관련하여, 인권과 지속적 평화와 연계하려는 시도 중에 하나로 스위스와 독일 유엔 대표부가 창설한 Human Rights Conflict Prevention Caucus가 있다. 이는 2016년 6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분쟁방지를 위한 노력에 인권을 중심에 놓으려는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분쟁 방지 강 화를 위해 인권, 발전, 평화 세 축의 긴밀한 연관성을 강조하고, 정책 수립 및 실행을 위한 자원을 조달하며, 유엔 회원국 인식제고 및 제네바와 뉴욕 유엔 사무소 간 의견 차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42) OECD DAC, DAC Recommendation on the OECD Legal Instruments Humanitarian -Development-Peace Nexus (Paris: OECD, 2019).
할 요소로 포함되어있다. 구체적으로 포괄적인 프로그램 개발 시
“모든 위기 및 분쟁 상황에 포괄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접근법을 택 해야 하며 이는 국제 인권 기준 및 원칙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하고,
“현장 상황에 따라 프로그램을 유연하게 조정할 능력이 있고 지역사 회가 주민의 생존과 존엄, 안보와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충분한 역 량을 갖출 때까지 지속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 및 국제기 구와 함께 일할 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개발협력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수립에 ‘인권 에 기반한 접근(Human Rights-Based Approach: 이하 HRBA)’
방법을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는 유엔 인권협약의 비차 별, 참여, 책무성, 투명성에 기반한다.43) 평화를 정의함에 있어 좁 은 의미의 직접적 폭력의 부재와 넓은 의미의 적극적 평화, 그리고 인간안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의를 유연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분쟁국 혹은 분쟁 후 국가에 대한 정책 및 개발협력 사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는 세계인권선언 제3조 ‘생명권’에 국한하여 평화를 정의 하고 있다. 따라서 분쟁 상황에서는 인권에 기반한 접근과 평화 및 인간안보에 기반한 접근이 일정 부분 서로 상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표 Ⅱ-2>). 이에 스웨덴은 통합적(integrative) 접근법과 결합적(twinning) 접근법을 고안하여 인권과 평화구축 접근법의 상호 보완적인 면을 부각시키려 하였다.44) 통합적 접근법은 인권침 해와 분쟁의 원인이 동일하여(예를 들어, 불균등한 토지 분배-인권 침해 요소-로 인해 분쟁이 발생-평화구축 요소-한 경우) 개발 프
43) Government of Sweden, “Policy Framework for Swedish Development Cooperation and Humanitarian Assistance,” Government Communication 2016/117:60 (Stockholm: Government of Sweden, 2016).
44) Göran Gunner and Nordquist Kjell-Åke, An Unlikely Dilemma: Constructing a Partnership between Human Rights and Peace-building (Oregon: Pickwick Publications, 2011).
로젝트 혹은 프로그램이 인권과 평화구축 문제를 동시에 다뤄야 할 경우 두 접근법을 통합하여 적용하는 방식이며, 결합적 접근법은 인권 개선 활동이 평화구축을 위한 우호적인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동시에 평화구축이 궁극적으로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될 때 이 둘을 조화로운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표 Ⅱ-2> 분쟁 및 분쟁 후 상황에서 인권에 기반한 접근과 평화와 인간안보 접근법 함의
요소 인권에 기반한 접근 평화와 인간안보
행위자 개인 혹은 집단: 권리주체자 국가: 의무이행자
국가, (비)무장단체, 세력집단 및 개 인, 분쟁/갈등에 영향을 받은 남녀 성인 및 아동
주요 원칙 권리는 모든 개인과 집단에 동등하
고 양도할 수 없음. 평화로운 갈등 해결, 공정성
갈등과의 관계
인권침해 책임이 있는 자에 이의를 제기하고 권리를 요구. 의무이행자 를 감시하며, 비폭력적 갈등은 변화 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음. 따라서 이러한 접근법은 세력집단의 특권을 위협할 수 있으며 단기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음.
갈등과 이해관계의 상충은 모든 사 회에 존재하며 대부분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관리됨. 중요한 점 은 인간안보 개선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폭력적 갈등 을 방지하고 중단하는 것임.
접근법
원칙적 접근: 원칙적으로 인권증진 은 권리 실현이라는 결과를 지향 함. 그러나 인권에 기반한 접근법 은 이에 과정적인 면을 추가하고, 과정에 있어 ‘비차별’, ‘투명성’, ‘참 여’, ‘책무성’의 네 가지 원칙을 따 를 것을 강조함.
실용적 접근: 결과를 달성하기 위 한 과정 중심적 접근, 분쟁 해결 시 힘의 균형을 염두하며 분쟁과 분쟁 재발 방지에 초점
방법론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개선 및 인권 기준 충족. 필요시 권리 실현 요구 및 인권침해 보고
행위자들 사이에 접점을 찾고 화해 – 대화와 합의를 이끌어 냄.
상호의존도
전쟁과 안보 불안정은 이들의 파괴 적 특성으로 인해 정치권, 사회권, 경제권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 침. 즉, 무력 분쟁과 안보 불안정은 인권에 대한 도전의 근본 원인
인권침해는 폭력적 갈등을 야기하 고 무력 분쟁을 장기화할 수 있음.
인권침해는 분쟁과 불안정의 근본 원인
출처: Sida, “HRBA and Peacebuilding,” January 2015 (Stockholm: Sida, 2015), pp. 2~3,
<https://www.sida.se/globalassets/sida/eng/partners/human-rights-based-approach /thematic-briefs/human-rights-based-approach-peace-building.pdf> (검색일: 2020.6.18.).
독일은 인권침해를 폭력적 갈등의 증상이자 원인으로 규정하고 있 다. 더 나아가 특정 상황에서 배제(exclusion)와 거부(denial) 등 구 조적 원인으로 인한 비가시적 인권침해는 갈등과 폭력의 주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45) 또한 인권과 분쟁 해결 및 전환(conflict transformation)은 근본적으로 지속적인 평화와 평화로운 과정을 통한 사회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발협력을 이 두 분야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접 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로 제시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인권에 기 반한 접근법과 분쟁민감성(conflict sensitivity)을 바탕으로 한 분쟁 분석(conflict analysis) 등 다양한 분석 방법 및 도구 등을 개발협력 프로그램에 적용하여 총체적(holistic)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하였다.
45) German Agency for International Cooperation (GIZ), Civil Peace Service (ZFD), and German Institute for Human Rights (DIMR), Connecting Human Rights and Conflict Transformation: Guidance for Development Practitioners (Eschoborn: GIZ, 2010), p. 14.
요소 인권에 기반한 접근 평화와 인간안보
상충도
평화구축은 범죄자 및 인권침해 책 임자들을 포함하거나 이들과 타협 할 수 있음. 이는 인권의 보편성과 불가분성을 훼손시키며, 더 나아가 면책 문화를 형성시킬 수 있음.
권리를 요구하고 의무이행자에 도 전하는 것은 긴장과 폭력적 갈등의 위험성을 고조시킬 수 있음. 따라 서 인권에 기반한 접근법은 폭력적 재분배 혹은 폭력적 갈등을 촉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무엇보다도 인권선언 3조의 생명권과 자멸적 (self-defeating) 관계에 있음.
의존도 증대 방안
갈등의 주요 원인을 다루는 것과 평화를 구축하는 것(예: 토지에 대 한 접근, 문화권과 언어권 수호)은 인권에 기반한 접근법에 해당
인권에 기반한 접근법과 인권증진 은 갈등의 주요 원인 중 상당 부분 을 차지함(예: 국가 등 의무이행자 의 공공서비스 개선을 통한 사회적 경제적 권리 강화는 폭력적 갈등을 방지하는 데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