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환경교류협력의 필요성
남북 환경교류협력은 북한내부의 환경문제, 남북한 경제협력의 활 성화에 따른 환경성 제고, 동북아 및 지구환경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의 필요성에서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남북 환경교류협력은 다음 과 같은 배경에서 대두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독일 통일이 북한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통독이후 독일이 오염된 동독의 환경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일이후 독일은 구동독 지역의 환경복구 에 초점을 두고 환경개선 투자를 해왔지만,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환경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동독의 심각한 환경오염 은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도 예외가 아 니며, 북한의 환경오염은 한반도의 지형특성상 남한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통일후에는 북한지역의 환경개선이 커다란 정책과제로 대두 될 것이다.
둘째, 북한은 자력으로 식량난 및 삼림복구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 국제사회에 지원요청을 한 바 있다.45) 이러한 북한의 지원요청에 남
45) 1992년에 공표한 ‘국가 행동계획 의제21’(Agenda 21 National Action Plan)에서도 국제자선단체로부터의 지원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홍순직,
“남북한 경제공동체 형성과 단계별 환경협력 방안”(한국환경정책·평가 연구원 남북환경포럼 발표자료, 2002) 참조.
한도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남북한의 환 경협력도 활성화될 수 있다. 북한은 전체 산림의 10% 정도가 황폐화 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1994년 이후 최근까지 끊임없이 홍수·가뭄 등 자연재해로, 농업이 피폐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량의 건물과 도로 등 많은 기반시설이 파괴되었다. 북한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조림 및 묘목 등에 대한 지원 및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북한이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였고, 남북한의 경제 협력이 활성화되고 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었고, 남북한간의 당국자간 접촉이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남북경 제협력추진위원회’가 구성·설치되어 경제협력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 다도 공식적이고 제도적인 틀이 갖추어졌다.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통해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건설, 임진강유역 수해방지사업 추진 등이 논의되고 있다. 북한의 개방화는 식량난과 경제위기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남북경협과정에서 투자자본에 대한 환경성 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환경오염의 도피처로 이용될 수 있다.
넷째, 지역환경협력 및 지구환경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 다. 동북아지역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빠르게 경제 성장을 하고 있 는 지역으로 그만큼 환경오염과 파괴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북한 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지리적 위치상 이러한 동북아 환경문제의 원인 제공자는 물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지역은 이동성 철새의 보호와 지역생태계의 보전을 위해서도 각국의 이해조정과 협력을 요 하는 사안이 매우 많다. 이러한 점은 동북아 차원에서 남과 북이 함 께 대처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나. 환경교류협력의 법적·제도적 변화
남북한의 환경교류와 협력이 최근에 나타나고 있지만, 남북한 환경 교류협력을 뒷받침하는 법적 장치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마련되어 있었다. 남북한 환경협력의 근거는 1992년 2월 19일에 발효된 「남 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합의서 제3장 남북교류·협력 제16조에 환경분야의 교류와 협력 을 실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1992년 9월에 발효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의 제3장 남북 교류협력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는 위 합의서를 구체화하고 있는데,
제2조 1항에서 “남과 북은 과학·기술, 환경분야에서 정보자료의 교환,
해당기관과 단체, 인원들 사이의 공동연구 및 조사, 산업부문의 기술 협력과 기술자, 전문가들의 교류를 실현하며 환경보호대책을 공동으 로 세운다”라고 하여 남북환경협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남북환경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제도적 규정이 있었 지만, 지원을 위한 창구는 남북이 모두 당국자로 단일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의 시급한 북한의 삼림복구 등의 지원을 활성화하기에는 미흡했다.46)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민간단체에 의한 북한의 직접적 인 환경분야 지원활동이 가능하게 된 것은 정부의 1998년 3월 18일 민간차원 대북지원 활성화 조치와, 1999년 2월 10일 발표한 대북지 원 창구다원화 조치다. 특히 1999년 2월 10일에 발표한 조치에서 대북지원사업의 범위를 발표하였는데 여기에 자연재해 예방차원의 산
림복구·환경보전 지원 등도 포함되었다.47)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교
46) 남측의 민간 교류는 1995년부터 허용되었는데 대한적십자사를 통해야 만 하였다. 통일부, 「통일백서」 (서울: 통일부, 2002) 참조.
47) 이금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안,” 민족화해위원회 Online http://www.hwahai.or.kr/somain2-3-4.html 참조.
류 및 지원을 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다. 환경교류협력의 의의
남북한 환경분야의 교류협력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닌다.
첫째, 북한이 겪고 있는 환경문제와 식량난을 완화시킬 수 있다. 현 재 북한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만큼 식량난을 겪고 있는데, 식 량난은 에너지 문제와 함께 환경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북 한내 산림복구를 위한 교류협력은 북한의 자연재해를 줄이고, 식량난 을 완화시켜 환경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둘째, 남북간의 환경협력은 한반도의 환경친화적인 경제개발을 달 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48) 북한 환경오염의 주원인은 식량 난과 에너지난에 있는 만큼, 북한 지역의 환경복구 및 개선을 위해서 는 경제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5,000달러 가설이 제기하는 것처 럼 환경문제는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 되어야만 주요 관심사가 된다. 많은 저개발상태의 국가들은 경제성장을 추진하는 과 정에서 환경문제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선진국들도 경제성장 초 기에는 환경에 대한 고려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염사고를 겪으면서 환경정책이 발전하곤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들과 다른 환경정책 발전단계를 취할 수 있다. 같 은 민족인 남한이 겪은 그간의 환경관리의 시행착오 경험을 북한과 공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제개발과정에서 환경보전과 조화를 이 룰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이 과정에서 북한의 환경보전만을 요구할 수 없으며, 남한 역시 기존 환경관리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남 북한이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경제개발을 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48) 정회성, 「북한의 환경문제와 남북환경협력의 추진방안」 참조.
수 있다.
세째, 남북한 환경교류협력은 남북한 모두에게 유리하다. ① 남한은 북한보다 앞서 경제성장과 환경오염을 경험했고, 환경관리에 대한 경 험과 우수한 환경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남한으로서는 환경산업 및 기술시장 확보 및 새로운 투자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② 청정개발 체제를 도입할 경우 북한은 외자유치와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고용창출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49)
③ 북한의 식목사업 지원과 전원개발 협력 등은 향후 에너지 다소비 형 산업구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한의 기후변화협약의 의무이행 전략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50)
넷째, 통일이후 환경복구를 위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북한의 환경 오염은 한반도의 지형특성상 남한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통일 후에는 북한지역의 환경개선이 커다란 정책과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현재 남한 못지 않게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특히 광산개 발로 인한 수질오염, 원료‧식량증산을 위한 산림훼손 등은 우려할 만 하다.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개발을 이루게 된 다면, 통일이후 북한의 환경복구를 위한 비용지출은 상당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통일이후 환경을 복구하고 국민의 기초수요에 해당하는 환경질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환경지출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통일 독일의 경우 동독의 환경복구를 위한 서독의 환 경비용지출은 연간 10억DM(약 5천억원)에 이르고 있다.51)
49) 곽승준, “남북한 환경협력 및 재원조달 방안,” 국회환경경제연구회·고 려대학교 경제연구소, 「북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남북 환경·에너지 협 력 방안」(통일 대비 정책심포지엄, 2000), pp. 4∼6 참조.
50) 정회성, 「남북 경제협력의 전망과 환경문제」 (서울: 환경정책·평가연구 원, 2000) 참조.
51) 김태구, “동서독 환경통합과 그 교훈,” 「환경과 생명」, 가을호(1995), p. 76.
다섯째, 환경교류협력은 통일을 앞당기고, 남북한의 동질성을 회복 시킬 수 있다. 북한과의 환경교류를 하는 과정에서 북측주민, 환경전 문가, 정책당국자들과 만남을 통해 그동안 이질화된 정서를 녹이고, 서서히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통일을 앞당기는 역할 을 할 수 있다.
여섯째, 동북아 및 지구환경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 한반도의 환경 보전은 그 자체로도 동북아 및 지구환경보전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남북환경협력은 당사자간의 환경협력 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환경 현안, 지구환경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 남북한은 이러한 환경협력을 통해 동북아 및 지구환경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