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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박사학위논문

프랑스 대통령제 하에서

권력의 인격화 (personalization) 현상에 관한 연구 :

신자유주의 위기 환경과 우파 포퓰리즘의 진화를 중심으로

A Study on Personalization of Power in the French Presidentialism : Conversion of Right-Wing Populism under Neoliberalism in Crisis

2012년 8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 치 학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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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문 초 록

현대 정치에서 대중매체를 통해 생성되는 정치인의 이미지가 정치 전면에 부각 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선거 국면에서 정당의 역할만큼이나 후보자의 이미지 는 중요해지고, 집권한 지도자의 미디어 활용 능력은 강한 리더십의 주요 자원으 로 간주된다. 전통적인 이념과 정당 정책보다는 지도자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더 부각되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합리적 소통에 기반 한 합의보다 정치적 상징이 대 중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와 같이 현대 정 치에서 정당 정치가 쇠퇴하는 반면 특정 정치인의 인격이 정치의 전면에 크게 부 각되고, 공적인 국가권력이 일인의 지도자에게 현저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권력의 인격화’ 현상으로 정의하고, 그 등장 맥락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권력의 인격화 문제를 헌법상의 권한이나 미디어 환경 변화 측면에서 접근했으나, 최근 현상의 새로움을 과거 권위주의 정치의 특징과 분명하게 구별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제도 분석에만 집중하는 연구는 민주주 의 헌법에 권위주의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을 인정해야하는 오류에 빠지게 되며, 미디어 정치에 주목하는 연구는 언변에 능한 지도자 개인의 능력으로 모든 변화 를 설명하는 한계를 보이게 된다. 본 연구는 인물과 제도 변인으로 환원시켜 설명 하는 접근을 지양하고, 대신 ‘정치적 위기 맥락과 이에 대한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대안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인격화된 리더십이 현대 민주주의 사회 내에서 새롭게 정당성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단순한 인 물중심 정치의 부각이 아니라 권력집중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 인격화된 리더십 이 포함하는 ‘대(對) 위기 전략’의 정당화 과정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2000년대 이후 프랑스에서 진행된 권력의 인격화 현상을 주요 사례 로 분석할 것이다. 2007년 당선된 사르코지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약 20년 동안 쇠퇴하였던 드골주의를 부활시킨 대통령이라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는 기존 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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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들이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였던 헌법 권한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 려 담론과 이미지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대중들의 지지를 결집시켰다. 때문에 사르 코지가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인격화했는가의 문제는 지속적인 논쟁의 대상이었 다. 대통령의 권력에 영향을 미친 제도변화로 ‘임기 5년제’ 개헌이 언급되지만, 대 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는 제24차 헌법 개정이 동시에 이뤄졌다. 사르코지의 이미 지 정치에 주목하는 연구들 역시 당선 직후 지지율이 급락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기존 연구에서 주목되지 않았으나, 탈-제도화된 권 력집중의 맥락으로 1980년대 이후 추진된 신자유주의 개혁의 ‘정치적 위기’를 분 석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경우 유럽통합과 시장개방 문제는 좌파와 우파를 모 두 내적으로 분열시켰고, 정치엘리트가 주도했던 대의정치는 위기를 맞이했다. 반 세계화 정서를 바탕으로 국민전선(FN)이 급성장하면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주류 우파는 수세에 몰렸다. 사르코지는 이러한 ‘우파의 위기’에 직면하여 드 골주의의 금기를 깨고 극우정파의 포퓰리즘을 수용했으며, 좌파의 가치를 주도적 으로 재해석하고 흡수하는 ‘진지전’을 시도했다. 사르코지의 인격화된 리더십은 정 당 차원에서 보증할 수 없는 상호 모순적인 가치들을 정당이 아닌 일인의 지도자 가 종합하는 방식이었다. 나아가 그는 주어진 위기를 유리하게 정의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집중시켰다. 인격화된 리더십에 직면한 좌파 정당들은 선명한 비판대상을 공유했음에도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분열의 길을 걸었던 반면, 사르코지 주도의 우파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지 기반을 유지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르코지가 추진한 포퓰리즘은 제5공화국의 기존 사례와 차별 성을 갖는다. 그의 리더십은 드골주의의 전통에서 이해되기 보다는 신자유주의 정 치 리더십의 한 형태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 전임 대통령들은 ‘프랑스 예외주 의’와 국가주도의 사회정책으로 정당성을 획득했으나, 사르코지는 효율적 국가운영 의 비전에 안전 쟁점을 결합시켜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즉, 사르코지는 권위주 의적 질서유지와 시장경제의 자유화라는 상호모순적인 가치를 종합했고, 신자유주 의 위기 국면에서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책을 관철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이 측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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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신자유주의 시기 권력의 인격화 현상은 지도자 개인의 역량만으로 설명되지 않 으며 지도자-대중의 관계 변화까지를 의미하게 된다. 즉, 신자유주의시기 권력의 인격화는 ‘국가 대 국민’의 공적관계가 ‘지도자 대 유권자 개인’의 사적관계로 전 도되는 과정을 반영한다. 사르코지 리더십은 대의제의 위기를 반영하고 있으며, 신 자유주의 발전과정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주요어: 권력의 인격화, 정치적 위기, 니콜라 사르코지, 우파 포퓰리즘, 이미지 정치

학 번: 2005-3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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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Ⅰ. 서 론 1

1. 문제제기 및 연구목표 1

2. 권력의 인격화 현상 6

(1) 권력의 인격화 개념 및 분석 6

(2) 권력의 인격화 등장 원인 11

(3) 정치적 위기와 권력의 인격화 메커니즘 14

3. 사례 선정과 연구가설 20

(1) 프랑스 제5공화국의 인격화된 리더십 20

(2) 제5공화국 사례 분석의 세 가지 가설 22

4. 연구의 방향 25

Ⅱ. 선행연구 검토 및 분석틀 28

1. 선행연구 검토 28

2. 인격화된 리더십의 맥락분석 36

(1) 분석틀: 정치적 위기의 맥락분석 36

(2) 이론적 접근: 신자유주의 위기와 권위주의적 포퓰리즘 40

Ⅲ. 인물중심 정치의 등장: 제도 변화와 이미지 정치 49

1. 역대 대통령 리더십의 부침 49

(1) 드골주의와 인격화된 리더십(1958-1986년) 49 (2) 인격화된 리더십의 쇠퇴(1986-2007년) 55 (3) 2007년 대선과 인격화된 리더십 부활 논쟁 57 2. 2000년대 헌법 개정과 대통령 권한 변화 61 (1) 제24차 헌법 개정과 의회합리주의 개선 61

(2) 임기 5년제(quinquennat) 개헌 65

(3) 대통령 권력 제한 법안의 한계 69

3. 미디어 환경 변화와 이미지 정치 78

(1) 언론 전략의 차별화 78

(2) 지도자 이미지의 대중적 수용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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Ⅳ. 권력집중의 맥락: 신자유주의 도입의 정치적 위기 92

1. 국가개입주의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충돌 92

(1) 디리지즘(dirigisme) 전통과 완화된 세계화 92

(2) 실업과 사회불안 증가 96

2. ‘중도 공화국’과 세계화 혐오 100

(1) 정치 온건화와 기권율 증가 100

(2) 세계화 혐오의 심화 104

3. 우파 내 헤게모니 위기 109

(1) 드골주의와 자유주의 우파의 갈등 109

(2) 세계화 쟁점과 극우정당의 부상 113

(3) 신자유주의 개혁의 ‘잃어버린 10년’ 117

Ⅴ. 위기 리더십과 우파 포퓰리즘의 진화 124

1. 2007년 대선과 우파 지지층 재편 124

(1) 인물중심 선거와 우파 지지층 확대 124

(2) 극우 지지층의 재편 129

2. 혁신 전략과 위기 책임회피 133

(1) 과거와의 단절(rupture) 전략 133

(2) 개방인사와 리더십 차별화 136

3. 우파의 극우 포퓰리즘 수용 141

(1) 위기의 해석과 재규정: 안전 쟁점 선점 141

(2) 좌파 정치의 포섭과 무력화 147

Ⅵ. 신자유주의 개혁과 권력집중 160

1. 신자유주의 개혁의 관철 160

(1) 2007년 이후 신자유주의 개혁 차별화 160 (2) 주요 개혁사례: 노동, 대학, 연금, 사회부조 개혁 166

2. 인격화된 신자유주의 리더십의 함의 179

(1) 예외주의 종식과 개혁의 비타협성 179

(2) 신자유주의 권력 정당화 메커니즘의 변형 184

Ⅶ. 결론 191

참고문헌 197

Abstract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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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목 차>

표 2-1. 프랑스 권위 양식의 구분: 일상적 리더십과 위기 리더십 31

표 3-1. 드골 임기 중 국민투표 52

표 3-2. 역대 헌법 제49조 3항에 따른 신임연계 법안 상정 수 70 표 3-3. 프랑스 역대 대통령의 임시의회 개회 횟수 72 표 3-4. 2007년 대선 1차 투표와 2007년 총선의 유권자 지지 변화 75 표 3-5. 대통령 담론의 주요 개념: 시라크와 사르코지의 비교 81 표 3-6. 지지정당별/직업별 사르코지 대통령 이미지 비교 86 표 4-1. 국가 별 실질 GDP 성장률 비교(1960-1990년) 93 표 4-2. 1960-70년대 우파 지배 연합의 변화 111 표 4-3. 자유주의와 드골주의 우파의 의석 수 비교(1968-2007년) 111 표 4-4. 역대 총선에서 극우 정당 지지율 변화(1958-97년) 115

표 4-5. 2002년 대선 후보별 득표율 117

표 5-1. 역대 우파 후보 득표율 추이 125

표 5-2. 시라크와 사르코지의 지지 기반 비교(대선 1차 투표 기준) 126 표 5-3. 2007년 대선 후보별 지지 기반 비교 127

표 5-4. 2007년 대선 후보별 득표율 비교 129

표 5-5. 역대 대선에서 르펜 지지층의 변화(1988-2007) 131 표 5-6. 2007년 사르코지 지지 극우 유권자의 이념 성향 132

표 5-7.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방 인사 138

표 5-8. 1980년대 이후 내각 구성 비교 139

표 5-9. 2007년 선거 당시 가장 중요한 사회현안에 관한 설문 143 표 5-10. 역대 유럽의회 선거 결과 비교(1984-2004년) 155

표 5-11. 2010년 지방선거 득표율 157

표 6-1. 사르코지의 주요 공약 167

표 6-2. 노동 및 고용 개혁 관련 주요 법안 170 표 6-3. 2007년 대선 당시 유권자 정치 성향에 관한 설문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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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목차>

그림 3-1. 프랑스 제5공화국 역대 대통령들의 헌법적 특권 사용 추이 59 그림 3-2. 2002년 총선 및 2007년 총선 결과 비교 74 그림 3-3.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미지에 관한 설문 85 그림 4-1. 1958년 이후 역대 대선에서의 기권율 변화 103 그림 4-2. 1958년 이후 역대 총선에서의 기권율 변화 103 그림 4-3. 1958년 이후 역대 국민투표에서의 기권율 변화 103 그림 4-4.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여부 105 그림 4-5. 세계화의 영향에 대한 국가별 여론 비교 106 그림 5-1. 2007년 대선에서 2002년 르펜 지지층의 이탈 130 그림 5-2. 2002년 대선 르펜 지지자의 지지 후보 변화 147 그림 5-3. 2009년 유럽의회선거 직전 정당별 지지율 154 그림 5-4. 2009년 유럽의회선거 정당별 의석수 154 그림 5-5. 사르코지 집권 시기 야당(l'opposition) 지지율 변화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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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론

1. 문제제기 및 연구목표

현대 정치에서 정치인의 이미지가 정치 전면에 부각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선거 국면에서 정당의 역할만큼이나 후보자의 이미지는 중요해지고, 집권한 지도 자의 미디어 활용 능력은 강한 리더십의 주요 자원으로 간주된다. 전통적인 이념 과 정책보다는 지도자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부각되는 경향이 두드러지며, 합리적 소통과 합의보다 정치적 상징이 대중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정치 인 이미지는 핵심 관리 대상이 되었고, 언론 및 여론에 대처하는 능력은 정치적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나아가 연예인과 다를 바 없는 대중적 인지도가 권력 자원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인물중심 정치는 현대정치의 새로운 쟁점이라 할 수 있으며 비교연구의 주요한 대상로 부각되고 있다.

인물중심 정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대중매체의 발전이라는 환경 변화가 있다. 최근 연구들은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증대하고 정당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현상에 주목해 왔다. 정당들은 점차 적으로 텔레비전 매체에 의존하여 유권자들과 소통하게 되었으며, 선거 캠페인 역 시 인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강화됐다(Dalton et al. 2000; Rahat and Shaefer 2007; Mughan, 2000; Swanson and Mancini 1996). 미디어의 발전과 정당 전략의 변화로 유권자들이 정치를 이해하는 인지과정에도 변화가 발생하였 고,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투표 및 참여 행태는 가속화되었다(Garzia 2011).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변화가 현대의 정치 제도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물정치의 부각 현상은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일반적으 로 관찰되어 왔다. 대표 사례로 평가되는 1980년대 레이건(Ronald Reagan)의 국 정운영은 일체감을 느끼는 대중으로부터 막강한 권력을 직접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사적 대통령’(personal president)이라는 개념으로 평가된 바 있다(Lowi 1985, 20). 그러나 대통령제 국가뿐만 아니라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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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된다는 것이 최근의 특징이다. 수상에게 대중적 관심과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정치의 대통령제화’, ‘제도적 대통령제화’ 혹은 ‘대통령제적 내각제’ 등의 개념으로 분석된 바 있다(Mughan 1993; Poguntke and Webb 2005; Maddens and Fiers 2004; Hazan 1996). 영국의 토니 블레어(Tony Blaire) 전 수상, 독일의 슈뢰더 (Gerhard Schröder) 전 수상, 이탈리아의 크락시(Bettino Craxi) 및 베를루스코니 (Silvio Berlusconi) 전 수상은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보여 왔다. 첫째, 선행 연구자들은 분석 대상과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표 면적으로 드러나는 ‘인물중심 정치’의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치인의 이미지가 부각되는 현상을 객관화하고 측정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며, 이를 일반화하여 설명하려 할 때 난관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상당수 의 기존 연구는 선거 국면에 집중하여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에 집중하는 방식을 취했으며, ‘후보자 중심 정치’라는 비교적 통제 가능한 변인에 근거한 분석을 시도 했다. 그러나 선거 전략 차원에서만 문제에 접근하는 경우 인물중심 정치가 선거 이후의 국정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분석을 놓치기 쉽다. 둘째, 기존 연구들은 인물중심 정치의 부각을 지도자 개인의 미디어 활용 문제로 지나치게 환원시키고, 결과적으로 언변에 능한 지도자 개인의 인물됨과 능력에 초점을 맞추 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을 취할 경우 현상을 단순한 역사의 반복 혹은 후퇴로 이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과거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경험한 국가의 경우 최근 등장한 인격화된 리더십의 새로운 특징을 차별화시켜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고려하여, 정당 정치가 쇠퇴하는 반면 특정 정치인의 영향력이 크게 부각되고, 제도적 국가권력이 일인의 지도자에게 현 저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권력의 인격화’(personalization of power)1)라는 개념으

1) ‘personalization’의 개념에는 공적권력을 사적인 이해에 집중시킨다는 맥락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사사화’(私事化) 혹은 ‘사인화’(私人化)로 번역하는 전례가 있었다. 사사화라는 번역어는 ‘privatisation’의 의미에 더 가깝기 때문에, 공적제도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맥락에 서는 ‘사인화’의 개념이 더 적절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인물’(person)의 이미지가 정치의 전 면에 드러나는 상황을 묘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호프만(S. Hoff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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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규정하고, 그 현상의 등장 맥락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 연구는 인물 중심 정치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행정 권력의 집중문제를 추적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보며, 과도한 인물중심 정치가 민주적 의사결정 원칙을 변질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존 분석에서 특히 간과한 부분은 인격화된 리더십이 민 주주의 사회 내에서 정당성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이다. 민주적 절차와 의사결정 문 화가 정착된 국가에서 독단적 의사결정을 시도하는 리더십은 원칙상으로 쉽게 등 장할 수 없으며 이유 없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미디어의 영향력 증대로 이 문제를 설명하더라도, 전파를 타는 지도자의 이미지 속에 어떠한 내용이 대중들을 사로잡 는가에 대한 분석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나아가 권위주의 정치를 경험한 민주 주의 국가에서 체제성격의 변화 없이 권력의 인격화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과거로 의 단순한 회귀를 의미하지 않으므로 차별화된 정당화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이 시도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최근 권력의 인격화 현상의 등장과 정당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특 히 신자유주의 도입이 만들어낸 ‘정치적 위기 맥락’에 주목한다. 권력의 인격화가 정치권력의 정당성이 문제시되는 맥락에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찰은 1970년대

‘복지국가’의 정당성 위기 논쟁에서 이뤄진 바 있다. 2000년대를 전후로 등장한 인격화된 리더십은 다시 ‘신자유주의’의 위기 국면을 반영하고 있다. 9.11 사건 이 후 테러에 대한 공포가 세계화되었으며, 특히 2008년 미국 발 경제위기로 신자유 주의 세계화는 1970년대와 유사한 ‘정당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2008-9 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유럽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실패가 민주주의 국가의 귀책성에 손상을 입혔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The Economist 2011, 2).

관련 연구자들의 관찰처럼 레이건(Ronal Reagan)과 대처(Margaret Thatcher) 가 권력의 인격화 현상의 원형을 제공한다면(McAllister 2007), 1970년대 이들의 리더십 전반에 ‘정당성 위기’의 등장과 해소 메커니즘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 아닌 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2000년대 미국의 조지 W. 부시, 이탈 리아의 베를루스코니, 프랑스의 사르코지 리더십이 인격화된 리더십의 주요 사례

1967)이 드골의 인격화된 권위(personal authority)를 관료제의 비인격적 규칙(impersonal rules)과 대비시켰던 맥락을 참고하여 ‘personalization’을 ‘인격화’로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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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언급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신자유주의 위기와 인격화된 리더십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 이 지도자들은 위기 리더십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 책 강화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정치적 과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었기 때 문이다. 국가 위기 발생 시 한편으로 위기를 관리하지 못한 지도자에 대한 지지철 회가 이뤄질 수도 있으나, 동시에 권력 강화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권력의 인격화를 등장시키는 ‘정치적 위기’의 내용을 분석할 필요 가 있으며, 인격화된 리더십이 내포하는 대(對) 위기 전략의 특징을 살펴보아야 한 다. 나아가 신자유주의 시기 인격화된 리더십이 지향하는 목표는 단순한 정권 연 장이 아니라 특정한 정책 실현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분석 대상이다.

이상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하여 본 연구가 주목하는 대상은 프랑스에 서 권력의 인격화 현상이 1980년대 중반 이후 약 20년 동안 쇠퇴하였다가 2000 년대 후반에 다시 등장하게 된 상황이다. 2007년에 당선된 사르코지(Nicolas Sarkozy)는 미국의 ‘제왕적 대통령’ 논의와 유사한 논쟁을 프랑스에 등장시켰다.

그는 당선 직후부터 분권화 흐름에 역행하여 행정 권력을 집중시켰으며 보나파르 트를 연상시키는 ‘전능한 대통령’이라 비판받아 왔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리더십 사례가 보다 흥미로운 이유는 그가 과거와는 분명하게 차별화된 방식으로 권력의 인격화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그는 기존 대통령들이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여 논란을 일으켰던 권한에 거의 의존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권력 기반에 영향을 미 친 제도적 변인으로 ‘임기 5년제’ 개헌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권력을 제 한하는 취지의 제24차 헌법 개정을 사르코지 본인이 직접 추진했던 사실을 고려 한다면, 그의 인격화된 리더십은 권력을 제한하는 제도화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 하고’ 등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사르코지는 오히려 프랑스 제5공화국사에서 전 례 없는 이미지 정치를 시도한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많은 연구들은 사르코지의 잦 은 언론 노출이 그의 리더십과 권력행사에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가를 분석해왔다.

하지만 본 연구는 신자유주의 도입이 프랑스에 가져온 누적된 ‘정치적 위기’에 보다 주목한다. 프랑스에서 1980년대 이후 모호하게 추진된 신자유주의 개혁은 좌파와 우파를 모두 내적으로 분열시켰고, 정치엘리트가 주도했던 대의정치는 위 기를 맞이했다. 반세계화 정서를 바탕으로 국민전선(FN)이 급성장하면서, 적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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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주류 우파는 수세에 몰렸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르코지의 위기대응 전략은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가졌다. 표면적으로 등장한 이미지보다 사 르코지의 ‘등 뒤에서’ 진행된 정파적 가치의 재구성 역시 권력의 인격화를 부활시 킨 하나의 요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 사르코지의 리더십을 다룬 관련 연구들은 대 체로 프랑스의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한 접근이었으나, 본 연구는 사르코지 리더 십 사례를 보다 포괄적인 논의 지형 위에서 다루고 다시 일반화할 수 있는 가능 성을 모색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인물과 제도 변인으로 환원시켜 설명하는 접근을 지양하고 ‘위기 환경과 이에 대한 전략’이라는 맥락에서 대안적인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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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권력의 인격화 현상

(1) 권력의 인격화 개념 및 분석

정치의 중심에 비인격적인 법과 제도대신 인격적 주체가 들어서는 문제는 여러 학자들에 의해 다뤄진 매우 고전적인 주제이다. 근대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전까지 국왕의 인격은 유한한 인간의 신체를 초월하는 신성화된 정치적 신체를 상징하였 다(Kantorowicz 1957, 4-5). 베버는 관료제적 권위 및 전통적 권위와 차별화되는 카리스마적 권위를 설명하면서,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지도자의 인격이 지배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방식을 설명한 바 있다(Weber 1978, 241). 나 아가 파렐(Brian Farrell)은 근대 이후에도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정치 과정에서 현 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모든 정치 시스템에서 행정 권력의 인물화(personification) 현상은 핵심”이라 주장했다(Farrell 1971).

하지만 정치적 의사소통 구조의 변화를 배경으로 하는 최근의 인물중심 정치를 새로운 분석대상으로 간주하는 다수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Garzia 2011). 미디 어 기술 혁신과 정당 정치 쇠퇴의 영향으로 의사소통 과정에서 특정 지도자가 중 심적 역할을 점유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 령은 정당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도자의 대표적 모델이 되었다 (McAllister 2007; Bean and Mughan 1989). 일군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정치의 인격화’(personalization of politics)라는 개념으로 조명했다. 정치의 인격 화는 “정치과정에서 지도자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이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정당의 중심성이 쇠퇴하는 과정,” 혹은 “개별 정치 행위자가 정당 및 집단 정체성 보다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간주된다(Rahat and Shaefer 2007; Karvonen 2010). 반면, 정치제도의 특성 변화에 주목하는 연구자들은 ‘정치의 대통령제 화’(presidentialization of politics)라는 개념을 선호한다. 이들은 대통령제뿐만 아 니라 내각제 국가에서도 정부 수반이 권력자원을 독점하고 대중적인 호소력에 의 존하는 경향을 보이며, 선거과정에서 인물의 영향력이 증대하는 현상이 보편화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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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 주장했다(Poguntke and Webb 2005).2)

그런데 접근하는 대상과 개념에 차이가 있으나 관련 연구자들은 인격화된 리더 십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선거 국면 분석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인물중심 선거는 “선거 캠페인의 변화과정에서 보다 일반적이고 근본적인 요소”로 간주되었으며, 후보자의 텔레비전 토론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 석은 관련 연구의 효시를 이뤘다(Swanson and Mancini 1996; Garzia 2011).

‘대통령제화 현상’ 역시 ‘후보자 중심 선거’와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었으며 연구 자들은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사한 현상을 관찰했다(Bowler and Farrell 1992; Wattenberg 1991; Mughan 2000). 후보자 중심 정치는 지도자의 스타일 과 능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광범위하고도 지속적인 추세로 설명됐다(Poguntke and Webb 2005, 10).3)

하지만 인물 중심 정치의 맥락에서 정치의 인격화 현상에 접근하는 경우 ‘의사 결정권한의 집중’이라는 긴밀하게 연관되면서도 상호 구분되는 현상을 분석하지 못하는 한계가 발생한다. ‘인물 정치의 부각’이라는 현상에는 ‘정당 약화’의 문제뿐 만 아니라, 제도화에 역행하는 권력집중 혹은 공적권력의 사적인 독점 경향이 수 반된다. 물론, 미디어 중심의 인물정치가 새로운 현상이라면, ‘권력의 집중’을 의미 하는 인격화 현상은 보다 고전적인 논의에 포함되어 있다. 이 문제에 주목하는 연

2) 영국 행정 권력의 대통령제화에 대하여 폴리(Foley 1993; 2000), 헤퍼넌과 웹(Heffernan and Webb 2005), 헤퍼넌(Heffernan. 2003), 버치와 홀리데이(Burch and Holliday 2004), 저스트(Just 2004), 토마스(Thomas 2004) 등의 연구가 있으며, 역대 수상들에 대한 비교 연구로는 앤써니와 생클레카(Anthony and Sanklecha 2004), 모건(Morgan 2004)의 저술 이 있다. 독일 사례에 대한 연구로 포군트케(Poguntke 2005)와 헴스(Helms 2004), 그리고 슈뢰더 전 수상에 대한 분석에는 트레이너(Traynor 1999)를 참고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파브리니(Fabbrini 1994)와 칼리즈(Calise 2000; 2005)가 대통령제화 현상을 주목하였 으며, 비젠과 홉킨(Biezen and Hopkin 2005) 및 로보(Lobo 2005)는 각각 스페인과 포루트 갈에 이 문제의식을 적용하였다. 기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사례에 관한 연구로는 카리나와 크누센(Karina and Knudsen 2005), 에일롯(Aylott 2005), 팔로하이모(Paloheimo 2005), 아터(Arter 2004)등의 작업이 있다. 그리고 마수야마와 니블레이드(Masuyama and Nyblade 2004), 타카야수(Takayasu 2005) 등은 일본정치의 대통령제화 문제를 다루고 있다.

3) 이처럼 정치의 ‘후보자 중심화’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현대적 인물중심 정치의 등장을 복 합적으로 분석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첫째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하면서 국가 간 비교 연구를 진행하기 힘들며, 둘째, 지도자 인물됨을 일관성 있게 관 찰할 수 없는 방법론상의 문제가 제기되며, 셋째, 교육수준 등의 여러 변수가 유권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간주하는 지도자의 자질 유형에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Miller et al.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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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들은 상호 경쟁하는 행위자들이 제도적인 권한을 공유한다고 보는 다원주의 접근과는 달리, 국가수반이 권력 자원을 비대칭적으로 독점하는 사례에 주목해 왔 다. 린쯔(Linz)가 언급한 민주주의의 이중적 정당성(dual legitimacy) 문제도 대통 령제에 내재해있는 결함을 지적하기 위한 개념이었다. 권력집중을 가져오는 대통 령의 능력이란 헌법에 근거한 권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국민신임투표제적 (plebiscitary) 정치를 통해 주도권을 잡아갈 수 있는 힘이다(Linz 1994). 레이파 트(A. Lijphart) 역시 대통령제가 다수제적 원리에 따라 운용되기 때문에 중대한 결점을 갖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대통령제는 극단적인 다수제의 상황에서 행정 권력의 집중을 가져오며, 이때 권력이 한 정당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고 지적하였다(Lijphart 1984, 97).

인격화된 권력 하에서 권력집중이 진행되면 민주주의가 이미 공고화된 사회에 민주적 가치 훼손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특 히 대통령제는 ‘승자독식의 정치’(Hayward 2004, 94), 정부 내 위계의 발생과 권 력의 불균등한 분배(Heffernan 2003; Burch and Holliday 2004), 견제와 균형 원칙의 훼손(Crenson and Ginsberg 2007) 등의 문제를 수반한다. 조지 W. 부시 (George W. Bush)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기간 동안 제왕적 권력을 남용하여 구 금, 과잉 심문, 예외적 범죄인 인도, 불법 국내 사찰 등의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4) 강화된 개인적 권위와 인격화된 위임(personalized mandates)에 별도의 제도적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면, 인격화된 리더십이 21세기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특징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었다(Lowi 1985, 97).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제도 권력의 사적 독점이라는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정치의 인격화,’ ‘정치의 대통령제화,’ ‘후보자 중심 정치’ 등의 개념 대신 ‘권력의 인격화’(personalization of power)라는 개념을 사용할 것이다. 권력의 인격화 개 념은 정당 정치가 쇠퇴하는 반면 특정 정치인의 영향력이 크게 부각되는 현상뿐

4) 이와 관련하여 미 하원에 제출된 보고서인 “Reining in the Imperial Presidency: Lessons and Recommendations Relating to the Presidency of George W. Bush,” House Committee on the Judiciary Majority Staff Report to Chairman John Conyers, Jr(January 13, 2009)을 참고할 수 있다. 조지 W. 부시행정부의 인권침해를 ‘제왕적 대통 령’의 맥락에서 파악하는 분석으로 루달비지(Rudalevige 2006, 215-233)의 분석을 참고할 수 있다. 국내에는 부시행정부의 불법 구금과 감청에 대한 로젠블룸(Rosenbloom 2007)의 연구가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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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아니라, 국가권력이 일인의 지도자에게 현저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포괄할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관찰되는 인격화된 리더십은 지속적으로 정권이 교 체되는 상황을 전제로 하지만, 이것이 현대 정치에서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권력의 인격화에는 권위주의 레짐 의 특징으로 언급되는 ‘제한된 다원주의,’ ‘책임지지 않는 개인이나 소집단의 리더 십,’ ‘정치적 자유의 침해’ 등의 특징들이 포함될 수 있다.5) 이 측면의 문제를 부 각시킬 때 미디어 환경 변화와 인물중심 정치의 등장이라는 표면적 쟁점이 아닌, 민주주의 제도에 역행하는 권력 집중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포착해야 한다. 즉, 정치인이 활용하는 미디어 정치의 첨단 효과보다는 발전된 민주주의 제도와 권위 주의적 리더십이 결합하는 문제를 중요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위주의 리더십과 유사한 형태의 권력집중이 발 생하는 모순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이 경우 무엇보다도

‘권위주의적 제도’가 부재하며,6) ‘정권 연장’이 정치적인 목표로 설정되지도 않는 다. 따라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권력의 인격화 현상을 민주주의 제도 하 의 일종의 ‘병리현상’으로 묘사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미국의 대통령제 연구자인 스커른넥(Stephen Skowronek)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행정권력 비대화 (executive aggrandizement)와 비정상적 정부행태(governmental derangement) 를 미국의 전쟁 수행이 가져온 쌍둥이 질병(twin maladies)이라 설명하였고, 앞서 살펴보았던 로위(Lowi)는 미국의 ‘사적 대통령’(personal president)을 “병리현상 (pathologies)으로 간주하고 그 원인을 이해하는 것”을 저술의 목표로 밝힌 바 있

5) 린쯔(David Linz)는 권위주의 레짐을 “일반 대중에게 책임지지 않는, 제한된 범위의 정치적 다원주의의 정치 시스템으로 정교한 지도적 이데올로기가 부재하지만 특유의 정신 (mentalities)을 보유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혹은 집중적인 정치적 동원이 부재하지만 형식 적으로 잘 규정되지 않은 한계 내에서,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예측할 수 있는 형태로 개인이 나 소집단의 리더십이 발휘되는 통치행위”로 정의하였다(Linz 1964, 255).

6) 펄뮤터(Amos Perlmutter)는 린쯔와는 달리 나치 독일과 소련의 전체주의를 현대의 권위주 의 레짐에 포함시키면서, 권위주의적 레짐의 제도적 측면이 그것의 정치 행태와 정치적 동 학을 설명하는 데에 가장 유용한 방법이라 강조하였다. 그는 권위주의적 개입과 감독의 수 단을 구조 분석의 주요한 대상으로 설정하였는데, 그 권위주의적 통치 수단으로 ⅰ) 권위주 의적 단일정당, ⅱ) 공무원과 군부가 결합된 관료-군사 복합체, ⅲ) 대중 동원과 통제를 가 능하게 하는 정치 경찰, 준군사세력, 전투적 청년운동 등의 병렬-보조구조의 세 유형을 제 시하였다(Perlmutter 1981,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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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Skowronek 2008, 151; Lowi 1985, ⅻ).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민 주주의 지표는 프랑스 민주주의의 쇠퇴를 ‘정치적 질병’(political malaise)에 비유 하고 있으며, 쉴즈(J. G. Shields)의 연구 역시 프랑스의 대의 민주주의 후퇴를 역 시 ‘정치적 질병’이라는 동일한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Shields 2005 118). 이러 한 개념 사용은 다른 연구들에서도 광범위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은 권력의 인격화가 민주주의 제도 내부에서 치유될 일시적이고 개별적인 현상이라는 전제 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특정 지도자가 제도 측면에서 이전 지도자 보다 강력한 권력을 ‘실제로’ 확보하였다는 것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지도자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혹은 헌법이 금지하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 는 경우 헌법 해석의 문제로 모든 논쟁이 집중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제도의 문제 를 우회하는 지도자의 개성과 능력에 초점을 맞추더라도 분석의 일관성을 유지하 는 것은 힘들다.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중호소전략이 강력한 대권을 가 능하게 할 수 있으나, 대통령이 개헌 등의 방식으로 임기를 연장하지 않고 주어진 임기를 그대로 따르게 될 때, 연구자들은 결과적으로는 권력의 ‘덧없음’을 관찰하 게 된다.7)

따라서 권력의 인격화 현상이 ‘국면’의 형태로, 여러 지도자의 임기에 반복해서, 증후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8). 나아가 정권연장 을 시도하는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달리, 최근의 인격화된 리더십이 지향하는 정책 적 목표에 주목하여 ‘공적 권력의 집중’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 지도자가 형식 적-절차적 규칙에 따라 의도한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그것의 실현과정에서 탈-제

7) 지도자가 정해진 임기를 따를 경우 이들이 임기 후반에 겪는 레임덕 현상은 결국 ‘권력의 인격화’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평가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2007년 3월 노박(Robert Novak)은 워싱턴 포스트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칼럼을 기고하였다. “임기를 2년 정 도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홀로 남았다. 반세기 동안, 나는 그와 같이 자 신의 당으로부터 고립된 대통령을 본 적이 없었다―지미 카터, 심지어 탄핵에 직면한 닉슨 전 대통령까지를 포함해서.”(Washionton Post. 2007/3/26).

8) 보스턴 대 역사학 교수인 바세비치(Andrew Bacevich)는 이 문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지 적하고 있다. “‘견제와 균형을 벗어난’ 대통령의 권력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문제가 외 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질병(disease)이 아니라 증후(symptom)이다. 조 지 W. 부시 대통령을 제거하면 고통을 치료하게 될 것이라 상상하는 것은 튀어나온 종양만 제거하면 암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과 같다.”(Bacevich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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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된 권력을 발휘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정책 추진 일관성이 오히려 정치 지도자의 긍정적인 덕목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제도와 합의를 넘어서는 일 관성만이 강요될 때 민주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지도자의 통치 스타일 혹은 권력자원의 형태에 주목하는 접근과 함께, 인격화된 리더십에 포함되어 있는 정책의 목표와 내용, 추진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권력의 인격화 등장 원인

권력의 인격화 현상이 등장한 원인을 설명하는 문제에 직면하여 기존 연구들은 현상 그 자체를 대상으로 다루기보다는, 정치 지도자들이 기반하고 있는 권력자원 의 형태와 정도를 상대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먼저, ‘내각제의 대통령제화’

에 주목하는 연구들은 크게 다음의 사안에 주목한다. 첫째, 정치의 국제화 혹은 세계화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수장의 정책 결정권한이 집중된다.

국제적인 테러리즘, 환경오염, 이민정책, 국제 금융시장 통제, 해외 투자 등의 문 제는 국내정치와 관련된 문제이지만 또한 국가 간 협상이 필요한 쟁점이므로, 점 차적으로 의회 및 내각은 비준하는 역할만을 담당하게 된다. 둘째, 국가 성장에 수반되는 행정조직의 전문화는 복잡성과 경쟁을 증대시키고 역설적으로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가져온다. 대통령 혹은 수상이 분파들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 수장과 관련 부처 장관의 쌍무적 접촉이 증가한다. 셋째, 매스커뮤니케이션 구조 변화로 미디어가 복잡한 정책 쟁점보다는 정치인의 인물됨에 집중하는 경향이 발생했다. 지도자는 미디어의 필요에 따라 내 용 없는 상징에 기대게 되며, 다른 정치 행위자들의 영향을 우회해서(bypass) 주 도적으로 의제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 넷째, 전통적인 사회 균열의 부식으로 정 당들이 대중 동원 능력을 상실했으며, 반대급부로 현재 혹은 미래 지도자의 개인 역량이 선거 캠페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선명한 정책 대안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정당 지도자들은 인격화된 리더십 발휘에 매진하게 된다(Poguntke and Webb 2005, 13-6).

반면 대통령제의 기반에서 ‘권력의 인격화’ 현상을 다루는 기존 연구들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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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료한 두 변인에 주목한다. 이들은 대체로 지도자의 제도적 권력자원과 여론 동 원 능력의 두 측면에서 논의를 발전시켜 왔다.9) 특히 스커른넥(Stephen Skowronek)은 국가지도자의 권력을 “주어진 임기동안 활용할 수 있는 범위의 공 식적 ․ 비공식적 자원”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자원의 전략적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권력 행사의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보았다(Skowronek 1993, 18). 이 정의를 따 를 때 법적-제도적 차원의 전통적인 권력 기반뿐만 아니라 대중과의 직접적인 관 계 속에서 여론을 동원하는 지도자의 개인적인 능력도 권력을 구성하는 주요 자 원으로 간주된다.

‘제도적 권력자원’에 주목하여 정치 지도자의 권력집중과 남용에 주목하는 연구 는 대통령이 구조적인 제도와 규칙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침해하는 일방적 권 력(unilateral power)을 어떻게 형성하는가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Mayer 2009, 430). 이러한 접근에서 대통령의 심리적 특징, 개성, 통치 스타일, 정책 선호 등과 같은 개인적 변인은 일차적으로 배제된다. 권력 정당화의 근거가 되는 헌법적 요 소가 주된 분석 대상이 되며 대체로 행정수반의 대(對) 의회 권한에 초점이 맞추 어진다. 미국의 대통령제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행정 지침(Rottinghaus and Maier 2007), 행정명령(Cooper 2002), 군사 명령(Fisher 2005), 국가안보 대통 령령(Gordon 2007), 입법성명(Bradly and Posner 2006), 대통령의 임명권 (Lewis 2005), 사면권(Erler 2007) 등의 권력 수단을 분석하였다. 이 같은 접근 의 경우, 권력의 집중 정도에 대한 측정과 비교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으나, 권력 사용의 내용보다도 특정 권한의 발동 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Cooper 2002, 13).

반면 ‘대중적 권력 자원’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는 제도의 영역 안으로 포괄되지 9) 긴스버그 외는 대통령의 재량권을 정당 지도력, 여론 동원 전략, 행정력 확대의 세 가지로 분류했다(Ginsberg et al. 2009). ‘정치의 대통령제화’ 문제를 여러 국가에 적용한 포군트케 와 웹(Poguntke and Webb)의 연구 역시, 관련 문제를 정당, 선거, 행정부의 세 차원으로 나누어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문제가 되는 차원은 정당 지도력의 문 제인데, 논자들은 정당 기반을 정치의 인격화 현상과 관련시키는 분석의 사례는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는 데에 동의한다. 지도자의 재량권을 구성하는 자원의 하나로 평가되는

‘정당적 기반’은 대체로 선거 국면에서만 의미를 가지며, 정당에 대한 통제는 지도자에 대한 대중적 지지로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Heffernan and Webb 2005, 43). 따라 서 본 연구에서는 정당 차원의 권력자원은 제도적 기반 변화에 포함시켜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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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는 ‘지도자-대중의 관계’의 역사와 변화에 관심을 보였다. 앞서 언급한 로위는 미국 대통령제의 역사에서 1960년대 이후 정당보다 특정 지도자의 영향력이 증대 하는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1960대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 가 ‘제2의 공화제’라 부를 수 있는 국민신임투표제적 대통령제(plebiscitary presidency)로 변했다고 비판했다(Lowi 1985, 103-116; 21). 유사한 현상들이 ‘민 중 대통령’(people's presidency), ‘대중호소전략 대통령’(going public presidency),

‘국민신임투표제적 대통령’(plebiscitary presidency), ‘수사적 대통령’(rhetorical presidency), ‘위임적 대통령’(mandated presidency) 등의 명칭으로 분석된 바 있 다(Peirce and Longley 1981; Edwards 1983; Kernell 1986; Tulis 1987; Ellis and Kirk 1998). 관련 연구들 중에는 지도자의 미디어 노출 빈도 등을 측정하고 비교하는 접근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으나, 상당수의 연구는 대체로 질적 연구방법 에 근거하여 대중적 지지 기반의 변화를 추적했다.10)

이처럼 내각제 사례를 분석대상으로 삼는 경우 제도 측면의 변화보다 정치 환 경 변화에 관심을 보였으며, 대통령제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들은 법적으로 명시된 권력자원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어 왔다. 그러나 기존 논의들은 공 히 대중-지도자 관계 변화를 ‘권력의 인격화’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 다. 미디어 정치의 영향이 강조되는 이유는 지도자의 직접적인 호소가 대중들에게 점차 더 큰 반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연구에서 이러한 지도자-대중 관계 변화가 어떠한 근거에서 정당화되는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는 않았다. 인물 중심 정치가 제도형태 변화와 무관하게 진행되며, 공식적 ․ 비공 식적 정치 규칙에 대한 재해석이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제시 된 바 있다(Poguntke and Webb 2005, 1; McAllister 2007, 577). 그러나 여기 서 더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사결정 권한을 독점하는 리더십에 대중들이 왜 동의를 표하는가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와 문화가 정착된 국가에서 제도를 초월하는 인격화된 리더십이 이유 없이 정당화되

10)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내각제의 대통령제화(presidentialization)를 분석하는 연구들 역시 국민신임투표제적 대중 동원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특히 선거 과정이 점차적으로 미디어에 크게 의존하면서 정당보다도 지도자가 의제설정의 중심에 서게 되는 현상을 분석 했다(Heffernan 2003, Poguntke and Webb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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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도자 이미지와 메시지의 형식보다 대중을 사로잡는 내용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며, 과거 권위주의와 차별화된 정당화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이 시도되어야 한다.

(3) 정치적 위기와 권력의 인격화 메커니즘

본 연구가 특별하게 주목하는 대상은 위기의 맥락이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인격 화된 권력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위기’ 환경이다. 권력의 인격화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 변인에 대한 탁월한 분석은 먼저 로시터(Clinton Rossiter)의 헌법적 독재

(Constitutional Dictatorship)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로시터는 헌법에 기반 한 정치 질서가 유지되는 민주주의 레짐에서 때때로 독재와 같은 정치 행태가 등장한다고 했을 때, 민주주의적 헌법과 지도자 개인에 의한 독재가 어떻게 양립 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직면하는 위기를 해 결하기 위해 정부가 일시적으로 권위주의적 권력 운용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필연적이라 보았으며, 상호 모순적인 민주주의와 독재의 결합은 매우 고전적인 동 시에 보편적인 성격을 띤다고 보았다(Rossiter 1948/2002, 8). 그리고 선진 민주 주의 레짐(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 이러한 현상에 반복적인 패턴을 보이고 있음을 증명했다.

로시터는 헌법적 독재가 합리화되는 논리에 주목했다. 민주주의 정부의 시스템 은 본질적으로 정상적이고 평화적인 조건에서 작동하도록 고안되어 있기 때문에, 중대한 국가 위기가 발생한 시기에는 적합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정 부 혹은 국가 지도자는 위기의 시기에 위험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조건을 회복하 는 데에 필수적인 모든 조치를 취해야만 하므로, 민주주의적인 헌법에 기반을 둔 정부는 임시적으로 변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변형이란 정부가 더 많 은 권력을 확보하고 민중들이 더 적은 권리를 유지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11)

11) 로시터는 이러한 상태를 높은 위험을 내재하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다이너마이트”에 비유 하고 있다. 헌법적 독재를 거친 민주주의 레짐들 중에 정부기획을 부적절한 방향으로 전환 시켜 놓거나 보호해야할 질서에 등을 돌리는 사례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Rossiter 1948/20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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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의 국가의 예외적인 자위권을 확보하고 행사할 수 있는 주체는 항상 행정부 가 된다. 위기로 계엄령이나 전쟁을 선포해야할 때 헌법적 독재의 목적을 수행할 책임과 예외적 권위가 부여되는 기관도 행정부이다. 그리고 위기 정부는 대체로 대통령과 수상의 배타적인 관할에 들어오게 된다.

로시터는 이렇게 강해진 정부는 때때로 공공연한 독재를 행한다고 하더라도, 국 가의 독립을 지키고, 기존의 헌법적 질서를 유지하며, 민중들의 정치적 사회적 자 유를 보호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는 당위 차원의 주 장이며, 헌법적 독재에 관한 논의는 이 문제에 대한 로시터 본인의 회의에서 출발 하고 있다. 로시터는 남북전쟁 시기의 링컨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다음과 같이 반 복해서 언급한다. “민주주의는 성공적인 전면전을 끝낸 이후에도 여전히 민주주의 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Rossiter 1948/2002, 3). 결과적으로 로시터의 헌법적 독재에 관한 분석은 제도가 처한 ‘위기’라는 정세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로시터는 전쟁, 정부에 대한 폭력적 봉기, 경제 위기, 자연 재해까지를 국가 위기 유형에 포함시키고 있다(Rossiter 1948/2002, 6-7).12)

이상의 논의에서 확인되는 바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의 인격화는 정치권력 정당성에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가 제기되는 맥락에서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이다. 보다 최근에 이 문제는 복지국가 위기와 신자유주의 등장을 배경으로 하는 1970년대 ‘국가 정당성 위기’ 논쟁에서 다뤄진 바가 있다. 로시터가 ‘헌법’ 문제를 중심에 놓고 위기의 영향을 분석 했던 것과 달리, 국가 정당성 논쟁에 참여한 논 자들은 경제적 위기의 정치적 여파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논자들은 공통적으로 복지국가 위기를 정치권력의 정당성(legitimacy) 혹은 귀책성(accountability) 확 보 문제로 접근했다.13) 좌파 논자들은 후기 자본주의 국가가 수행하는 ‘효율성’과

12) 이중 특히 ‘전쟁’ 변수는 9.11사태 이후 미국의 제왕적 대통령의 등장을 설명하는 데 있어 서 가장 핵심적으로 주목받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제에 대한 대표적인 헌법학적 연구자인 코윈(E.S. Corwin) 역시 대통령의 권력은 전쟁에 의해 크게 증가한다는 의견에 동 의하였는데, 그는 전쟁 권력 독특린의 위험한 기원을 링컨 대통령에게까지 소급하였다. 코 윈에 따르면 링컨은 대통령직과 연방정부의 권력을 남북전쟁 기간 현저하게 증가시켰다. 국 가원수(Commander-in-Chief)에 대한 조항은 링컨이 이를 “대통령이 법이 충실하게 집행되 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과 결합한 결과로 갑작스럽게 등장하게 되었다. 이 두 조항의 결합 을 통해 링컨은 소위 ‘전쟁 권력’을 자신이 행한 예외적 조치들을 정당화하는 목적으로 사 용하였다는 것이다(Corwin 1957, 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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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성’이라는 두 가지 기능이 동시에 달성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의 위기가 발 생한다는 가정을 공유했다. 이들은 정통 마르크스주의 경제결정론의 한계를 비판하 면서 정치체계가 경제위기를 예방하고 해결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정치적 위기’에 분석의 초점을 맞췄다(O'Conner 1973, 6; Offe 1985, 130-145; Habermas 1975, 61-68). 반면, 복지정책의 폐지를 주장했던 보수주의자들은 국가에 대한 대중적 기대의 증가와 이익집단의 난립을 ‘정치적 과부하’ 혹은 ‘통치불가능성’의 원인으로 규정했다. 이들 역시 정치적 권위가 효율성과 대중적 동의(consent)의 두 요소로 구성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으며, 양자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 경 우에 발생하는 문제에 주목했다(Brittan 1975, 9; Douglas 1976, 486-91; King 1975).

당시 논자들은 복지정책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고 사회협약을 무화시키는 과 정에서 권위주의적 권력이 등장할 수 있다는 논지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좌파 들은 효율성과 정당성의 모순으로 발생하는 정치적 위기가 계급투쟁과 이에 대한 억압의 형태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우파 논자들 역시 복지국가 실패에 제대 로 대응하지 않을 때 동유럽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강압적 정치’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Rose 1979, 354-5).14) 그러나 이들은 국가위기가 권위주의적 리 더십의 등장을 어떻게 가능하게 하고, 또 어떻게 정당화하는가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를 충분히 발전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였다.

13) 당시 논자들은 정치적 권위의 정당성을 결정하는 일차적인 기준으로 형식적-절차적 원칙에 주목하였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갖는다. 보수주의의 대표적 논자였던 로즈와 피터스는 통 치불가능성의 문제가 정치인들이 대중들이 원하는 수준 이상으로 투표에 집착할 때 발생한 다고 보았다(Rose and Peters 1978). 좌파 연구자들 역시도 정당성의 문제를 선진 국가들 이 채택하고 있는 의회 민주주의의 대의적 원칙의 수준에서 제기하고 있다. 하버마스는대중 들이 민주주의의 형식적인 제도와 절차들의 조건 아래에서 수동적인 지위를 받아들이게 되 지만, 정당성이 선거라는 보편적 메커니즘에서 독립하여 부여될 수 있는 것은 다만 특수한 상황 하에서일 뿐이라 보았다(Habermas 1994, 43). 오페 역시 합법적 원칙이 정당성을 정 치권력에 부여하며, 개인적 권위의 내용이 아니라 공직자가 교체되는 ‘방식’이 정당화 메커 니즘을 규정한다고 논했다(Offe 1985, 135).

14)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적 위기의 주요한 예로 제시한 사건은 1968년 5월 운동이었다. 우파 논자들은 이를 정치적 질서 유지를 위한 ‘관리’의 대상으로 간주하였던 반면, 좌파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 가능성의 ‘위기’였다. 정치적 위기는 신자유주의 주창자들에게 ‘국 가 공동체’ 전체의 생존 문제로 간주되었던 반면, 좌파들에게는 ‘부르주아지 정권’의 책임에 대한 심판을 의미했다(Rose and Peters 1978; Habermas 1994; Offe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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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9.11 테러 이후 국가의 ‘위기관리’ 문제는 다시 정치적으로 주요한 이슈가 되었고, 최근 연구들은 대중들이 위기 발생 시 지도자에 크게 의존한다는 전제에 서 위기와 인격화된 리더십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적 위기의 메커니즘은 객관적인 국가위기의 국면이 정치적으로 재구성되며, 위기극복을 가져올 ‘능력 있 는 지도자’가 국가 권력의 중심에 들어가게 되는 과정이다. 즉, 국가와 정부라는 제도적인 중심보다 위기 조절자로서의 지도자 개인이 부각되는 것이다.15) 위기의 상황에 직면하여 대중들은 일반적으로 정치 지도자들이 위기로부터의 위협에서 벗어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대안을 마련할 것을 기대하며, 정치지도자의 위기관 리능력은 시민들과 사회의 안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된다. 위기 가 자연재해와 같은 외부의 불가항력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관계자 의 과실, 무관심, 규칙 위반 등의 체제 내적 요인이 문제시되기 때문에 위기의 사 후 관리는 지도자들의 정치적 생존에 있어 매우 중대한 문제로 남게 된다. 위기의 상황에서 대중들은 궁극적으로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며, 관 련 정치인들은 비난을 회피하는 전략을 구상하게 된다(Boin et al. 2005, 5; Boin et al. 2008, 19).

결국 위기는 ‘정치’를 관통하며, ‘정치적 위기’는 정치 지도자들이 스스로 정치 적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중대한 국면을 형성 한다. 정부 혹은 국가의 ‘정당성’에 심각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며, 정치 행위자들 의 인식과 패러다임에 거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불안에 휩싸인 대중들이 정치지 도자에 대한 지지 여부를 재판단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형성된다. 정치적 위기가 가져오는 정당성의 심각한 훼손은 ‘통치의 공백상태’16) 혹은 레짐의 완전한 붕괴

15) 보인 외에 따르면 국가가 직면하는 위기는 “체계의 기본 구조나 근본적 가치와 규범에 대 한 심각한 위협이 발생하여 시간적 압박과 고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며, 위협(threat), 긴박성(urgency), 불확실성(uncertainty)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나아가 위기의 유형은 다음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예측 불가능한 위기 (incomprehensible crisis)는 그 자체로 프레임 파괴(frame-breaking)의 속성을 갖으며, 위 기 발생 이후 정치 행위자들이 위기를 특정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9/11 사태, 아시아의 쓰나미,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둘째, 부실대처의 위기(mismanaged crisis)는 정부 혹은 관료집단 내부의 과실을 특징으로 하며, 정치 엘리트 및 원로 공무원들 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중매체와 정당들의 공격을 야기한다. 셋째, 의제설정의 위기 (agenda-setting crisis)는 사회의 취약점을 드러내게 하며, 특정 사건 이후에 전반적인 정 책영역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Boin et. al. 200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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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를 가져올 수 있다(Linz and Stepan 1978). 반면, 위기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정권은 정치적 지지를 새롭게 확보할 수 있다. 대중들의 위기에 대한 인식과정까 지를 통제할 수 있다면 국가위기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렇듯 권력의 인격화 현상은 정치권력의 탈정당화(de-legitimation)와 재정당화 (re-legitimation)라는 위기의 복합적인 계기를 반영하고 있다(Hart 1993, 40).

권력의 인격화 현상을 지도자-대중의 관계변화 측면에서 접근할 때, 모든 위기 상황이 사회구성원들의 주관적 인식을 반영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기본 적으로 위기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상당수의 개인이나 집단이 위기의 중대한 변화 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Schorr 1987, 125-7). 아울러 집단 별 위기 인식이 서 로 상이하다면 위기의 진단과 해결방안 역시 상이해지므로, 위기를 둘러싼 갈등은 기본적으로 인지적 갈등(cognitive conflict)을 수반한다. 위기는 객관적 속성을 가 짐과 동시에 그 위기를 실제로 겪은 자들의 ‘살아있는’ 경험(lived experience)으로 구성된다(Hay 1995, 87).17) 즉, 정치적 위기는 ‘객관적 조건’과 ‘구성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이루어진다. 인격화된 리더십 연구에서 ‘외부’의 위기 의 상황과 ‘내부’의 해결 주체를 엄격하게 분리시킬 수 없으며, 대중들의 인지적 판단과 결합되는 위기의 구성을 복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Boin et al. 2008, 10).

본 연구는 정치적 위기가 인격화된 권력을 정당화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상의

16) 마르크스는 프랑스 내전에서 루이 보나파르트의 제정이 “부르주아지가 이미 국가 통치 능력을 상실하였으나 노동계급이 아직 권력을 획득하지 못하였던 시점에서 유일한 정부형 태”였다고 묘사하였다. 마르크스가 통치 권력의 공백으로 묘사한 이러한 ‘상황’ 역시 정치적 위기의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나파르티즘을 원용하는 연구들은 권위주의 적 리더십의 문제의 등장 배경으로 특정 위기를 분석하는 공통점을 갖는데, 보나파르티즘이 현대에도 분석적인 개념으로 의미를 가지려면 권위주의적 통치형태보다 그러한 통치형태를 등장하게 만든 위기의 특징에 보다 주목하여야 한다.

17) ‘객관적 위기의 조건’과 ‘주관적 위기 인식’이라는 위기의 이중적 요소는 ‘위기’의 어원학적 정의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 의학적 용법에서 위기란 ‘질병을 겪는 조직체(orgainism)의 자 기치료 능력이 회복을 위해 충분한지 아닌지가 결정되는 국면’이다. 질병은 일차적으로 객 관적 사태로 등장하며 유기체에게 ‘외부적’ 영향으로 전달된다. 이 경우 환자의 의식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위기가 외부에서 관찰된 객관적 과정에 불과하고 환자 스스로 이 과정에 주관적으로 결부되지 않는다면 위기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즉, 위기 는 그 위기를 겪는 당사자의 시각과 분리할 수 없다. 환자는 질병의 개관성에 직면한 자신 의 무기력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것은 그가 수동성에 굴복한 ‘주체’이기 때문이고, 자신의 완전한 힘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Habermass 197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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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1.  프랑스  권위  양식의  구분:  일상적  리더십과  위기  리더십(crisis  leadership)
표  3-1.  드골  임기  중  국민투표
그림  3-1.  프랑스  제5공화국  역대  대통령들의  헌법적  특권  사용  추이 출처:  http://www.assemblee-nationale.fr/connaissance/engagements-49-3.asp  및             http://www.politiquemania.com에서  재구성(검색일  2011년  11월  15일).
표  3-2.  역대  헌법  제49조  3항에  따른  신임연계  법안  상정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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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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