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에서는 먼저 프랑스 제5공화국 대통령제 하에서 등장했던 인격화된 리더십 사례들에 대한 기존 연구들을 검토할 것이며, 나아가 정치적 위기의 맥락 분석이 권력의 인격화 현상을 연구하는 데에 어떠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는가를 살펴 볼 것이다. 나아가 맥락분석이 인격화된 리더십을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특수화 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인물과 제도 중심의 분석이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을 논할 것이다. 또한 프랑스에서 정치권력의 재인격화 논 쟁을 일으킨 사르코지 리더십의 특징을 분석하기 위한 이론적 자원으로 ‘권위주의 적 포퓰리즘’론이 어떠한 함의를 가질 수 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권위주의적 포 퓰리즘론은 1980년대 영국에서 신자유주의의 이념이 대중적인 지지를 획득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이론이었으며,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의 영향 하에서 권위주의 적 리더십이 대중적 지지를 얻는 역설적인 상황을 포착했다.
3장에서는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 대통령직의 리더십 형태가 어떠한 요인에 근 거하여 변화되었는가를 살펴볼 것이며, 이를 위해 제5공화국 대통령제의 전반적인 특징과 전개과정을 검토할 것이다. 프랑스의 대통령제는 드골주의 전통에서 영웅 적 리더십이 제도화된 형태로 볼 수 있으며, 특히 제5공화국 헌법은 대통령의 권 력을 뒷받침하는 조항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1986년 이후 동 거정부의 반복적인 등장으로 강력한 대통령제의 전통이 약화되는 경향을 보였으 나, 2007년 사르코지의 집권과 함께 인격화된 리더십이 부활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르코지에 의한 권력의 인격화는 드골주의 전통과는 분명하게 다른 특징 을 형성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들처럼 헌법적 특권에 의존하기 보다는 대중적인 담화와 이미지로 국정을 주도했다. 사르코지는 독특한 화법과 잦은 언론 노출을 통해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으며, 그의 언론 전 략은 인물중심 정치가 부각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다. 반면, 제 도 변화를 사르코지 리더십 강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2000년 임기 5년제(quinquennat) 개헌과 2008년의 제24차 헌법 개정은 대통령 의 권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임기 5년제 개헌이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으나, 제24차 헌법 개정은 대통령의 재량권을 대대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인 물과 제도 변인에 주목하는 연구들은 인물중심 정치의 부각 문제까지는 설명할 수 있으나, 권력의 실질적 집중 문제를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4장에서는 사르코지에 의한 탈제도화된 권력 집중이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으 로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등장한 사회적, 정치적 위기 상황을 살펴볼 것이다. 프랑 스의 정당들은 신자유주의의 도입을 표면적으로 금기시하는 정치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점진적인 신자유주의 개혁의 진행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좌와 우 의 이데올로기적 균열은 사라지게 되었으며, 엘리트주의 정치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민전선(FN)은 반세계화 정서를 바탕으로 성장하였으며 정치에 대한 환멸은 기권 증대로 이어졌다. 나아가 1990년대 이후 집권해왔던 드골주의 우파 역시 우파의 전체적인 지형 속에서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5장과 6장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사르코지의 리더십이 어떠한 방식으로 국정 을 주도하고 의사결정 및 집행 권한을 배타적으로 독점할 수 있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먼저 5장에서는 사르코지가 위기의 맥락을 고려한 정치 전략을 어떻게 발 전시켰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사르코지는 ‘단절’이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기존의 상호 대립적인 가치들을 흡수하였고 새로운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었다. 그의 전략은 좌파 전반의 대응을 무력화시키는 데에도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나아가 그 가 국민전선 중심의 우파 포퓰리즘을 주도적으로 수용하여 극우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과정을 분석할 것이다.
6장에서는 사르코지가 위기에 적절 대응한 결과 실현시킬 수 있었던 신자유주 의 정책의 내용과 함의를 살펴볼 것이다. 사르코지는 전 사회 영역에 걸쳐 광범위 한 개혁을 부단히 추진하였고 역대 대통령들이 실패하였던 개혁 분야에서 분명한 성과를 남겼다. 이중 노동걔혁, 대학개혁, 퇴직자 연금개혁, 연대수당 개혁의 사례 를 보다 상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사르코지는 의제를 설정하는 단계에서부터 직접 적인 개입을 하였으며, 추상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무수준의 구체 적 내용을 근거로 대중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진행하였다. 그가 2008년의 경제위 기로 신자유주의 노선을 포기하고 국가개입주의로 전환했다는 일부 논자들의 분
석과 달리, 사르코지는 반(反) 시장주의의 레토릭 이면에 자유주의의 기조를 분명 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사르코지의 리더십은 ‘프랑스 예외주의’의 전통을 깨고 프랑스의 신자유주의화라는 가치를 확산시켰다는 측면에서 ‘권력의 인격화’의 주요 사례로 평가될 수 있음을 밝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