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북아 외교안보전략: 현황과 전망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경제개발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안정적 대 외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주력해 왔다. 흔히 평화로운 부상으로 요약된 중국의 외교전략은 여전히 중국 외교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문제 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가속화, 가시화됨에 따라 평화적 부상에 대한 의구심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주변 국가들과의 국력차가 현저히 벌어지면서 중국의 의도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가 증가되는 경 향을 보인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증가하는 영토분쟁을 위시하 여 중국 정부의 보다 공세적인 외교와 정책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가 중시키면서 중국의 패권적 행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증가시켰다.
이에 대해 새로이 등장한 시진핑 지도부는 내부적으로는 중화민족 의 영광을 재현하는 중국의 꿈을 주창하면서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중 국이 아시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공헌하겠 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와 동시에 중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 자 경쟁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 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첫 공식만남에서 제기한 신형대국관계 의 수립은 이러한 중국의 의도를 드러낸다. 미국으로 하여금 아시아의 맹주로 재부상한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아태지역에서 함께 공존, 공생할 것을 제기한다.7 그러나 한편 중국의 여론과 지도층은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해 장기적 인 대중국 봉쇄정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즉 미국이 가
7_신성호, “19세기 유럽협조체제(The Concert of Europe)에 나타난 강대국 정치를 통 해 본 21세기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국제정치논총, 54집 3호 (2014), p. 161.
장 중요한 협력의 대상인 것은 맞지만 동시에 미국의 의도와 정책에 강한 경계의 모습을 보인다. 특히 일본의 적극적인 태도로 진행되고 있는 미일동맹 강화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가진다. 대신 한국을 최대 한 미일동맹에서 분리하여 동북아에서의 대중국 한미일 삼각동맹체제 의 수립을 저지코자 한다. 이는 최근 중국지도부가 한일 역사 문제 등 에서 한중 연대를 강조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범아시아 포위 전략에 맞서고자 한다.
중국의 향후 5년간 정책은 현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외교전 략의 틀 속에서 일관되게 전개될 것이다. 무엇보다 내부 경제발전과 점증하는 정치·사회적 문제들에 집중하기 위한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외부환경 조성이 중시될 것이다. 곧 미국과의 협력적 관계 유지 및 강화, 대만이나 한반도 등 주변 지역의 안정적 상황 관리, 아시아 지역 내 중 국의 입지 강화를 위한 중국 경제권 및 제도 수립을 위한 다양한 노력 등이 지속될 것이다. 동시에 시진핑 정부 초기 중국의 꿈에 입각한 위 대한 중국의 재건이라는 주제하에 추진된 공세적 외교가 현재 당면한 경제성장 저하, 금융 및 부동산 위기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소 누 그러지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장기적으로는 중국 내부의 경제성장과 여타 문제가 안정적으로 관리 되고 궤도에 오를 경우 중국 정부는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외교전 략을 펼칠 것이다. 이는 곧 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의 지도적 입지 강 화 노력, 미국과 주변국에 대한 보다 공세적 외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개입 강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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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통일정책 전망
많은 이가 통일외교의 가장 중요한 도전으로 중국을 꼽는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미중 경쟁이 가중됨에 따라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 주도의 남북통일을 원치 않기 때문에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다.
북한은 중국이 군사협력관계를 명시적 조약으로 유지하고 있는 유일 한 나라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의 개입으로 수세에 몰리던 북한을 돕 기 위해 중국이 100만 명이 넘는 지원군을 파견하면서 눈 앞에 있던 북진통일은 무산된다. 이후 북중은 1961년 한미동맹에 대응하는 군사 동맹을 정식 체결한다. 북중동맹은 공산주의라는 이념적 동질성,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걸쳐 일본, 미국에 대항해 함께 싸운 혈맹의 역 사, 김일성과 모택동의 개인적 친분에 기반한 북중 지도부, 특히 군부 간의 끈끈한 유대감 등 여러 요인에 기반한다.8 그러나 무엇보다 중국 본토의 동북지역과 수도인 북경으로의 대륙 진출의 길목에 놓인 북한 의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 중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한반도에 주둔한 미군의 존재가 날로 불편 을 더해가는 중국에게 전략적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의 가치는 더욱 높 아질 것이다. 최근 북중관계는 이전의 혈맹관계가 아니며 중국의 신세 대 지도부가 북한의 퇴행적인 세습과 낙후한 통치에 불만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는 그래서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이는 곧 남한주도의 통일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 해에 반하며 따라서 중국은 이를 저지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미묘하지만 중요한 변화 가
8_북중동맹의 역사적 기원과 내부의 긴장관계에 대해서는 최명해, 중국과 북한 동맹 관계: 불편한 동거의 역사 (서울: 오름, 2009) 참조.
능성이 제기된다. 김일성과 김정일 체제까지 이어오던 북중의 혈맹관 계가 김정은 체제로의 이행과 함께 날로 어려워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김정은 지도체제하에서 지속된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피로감, 북중 신세대 지도부 간의 유대감 약화, 심화되는 북한 내부 경 제난과 김정은 지도체제의 파행적 행태 등으로 인해 북한체제 및 지도 부에 대한 회의와 의구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일반 여론은 북한체 제에 대한 동정심보다는 조롱과 비난의 모습을 공공연히 나타내고 있 으며, 중국 지도부 내에서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회의적 여론이 광범위 하게 공유된다고 전해진다. 김정은이 아직 중국 지도부와 면담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진핑 주석이 2014년 먼저 서울을 전격 방문한 것은 최근 북중관계의 변화된 위상과 실태를 보여주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중국에 대한 새로운 봉쇄정책으로 이 해하는 중국의 북한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근본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이전의 혈맹관계에 대한 끈끈한 유대감이 사라진 상태에서 북 한의 퇴행적 체제에 대한 회의감이 앞으로도 증대한다면 통일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도 변화의 가능성은 있다. 중국 역시 공식적으로는 한반 도의 통일을 지지한다. 2015년 9월, 전승절 70주년 행사를 위해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적 이고 자주적인 통일을 지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천명하였다. 문제 는 그 방식과 내용이 중국의 전략적 핵심이익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 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안정적·평화적 형태의 통일, 한반도의 비핵화, 한미동맹의 비적대성 담보 등이 포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