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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신호와 감정 표식을 통한 관객의 복합적 인지 추동

이 장에서는 최인호의 영화들이 당대 대중들에게 호명된 메커니즘을 살펴 보기 위해 서론에서 제기했던 ‘감정 시스템(emotion system)’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관객의 영화 지각 과정에 관여하는지 규명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인지주의 이론을 빌려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에 있어 유기적으로 결합 하는 신호와 표식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려고 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감정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잘 발휘된 영화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며, 반대 로 그러한 시도가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영화들도 확인해 볼 수 있 을 것이다. 이를 통해 감정 시스템 수행의 역학에서 쌓인 관성의 매너리즘에 관한 논의는 최인호가 영화 작가로서의 활동을 마감하고 다시 소설 작가로 안 착하게 만든 작가의 후기 창작 방향의 향배에 대한 해석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감정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관객들의 영화 관 람 경험에 있어 어떤 식으로 기여하는지의 의미도 확인해 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앞서 살펴봤듯이 영화에 대한 해석에서 인지주의의 방법론을 원용하는 것은 ‘영화능력(filmic competence)을 모델화’232) 하려는 욕망에서 기인한 것 이다. 우리의 마음은 제한된 정보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며, 유사성, 확 률 및 일시적 적합성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는데 이는 영화 관람의 과정에서 도 동일하다.233) 또한 이는 영화와 관객의 관계에서 영화의 내레이션이 관객

232) 벅랜드는 모든 영화인지기호학자들의 논의가 이 목적으로 통합된다고 본다. - 워렌 벅랜드, 『영화 인지기호학』, 조창연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2007, 37면.

233) 이러한 입장은 또 다른 인지주의학자 노엘 캐럴(Noel Carroll)의 <<공포의 철 학 The Philosophy of Horror>>의 전제와도 겹친다. 노엘 캐럴은 한 영화가 공

볼 수 있다. 최인호의 작품들에서 보여주는 “창과 문의 특징인 투명성과 투과 성 다음에 등장한, 거울 관념에 근거한 이론들은 특별한 종류의 ‘틀 잡힌 시 야’와 씨름”231)하는 이러한 과정들은 ‘방화’로서 폄하되어 온 이 시기 한국영 화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후의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가능케 하는 유의미 한 편린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231) 위의 책, 105면.

Ⅳ. 감정 시스템을 통한 관객 기대지향성의 전략 과 의미

1. 감정 신호와 감정 표식을 통한 관객의 복합적 인지 추동

이 장에서는 최인호의 영화들이 당대 대중들에게 호명된 메커니즘을 살펴 보기 위해 서론에서 제기했던 ‘감정 시스템(emotion system)’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관객의 영화 지각 과정에 관여하는지 규명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인지주의 이론을 빌려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에 있어 유기적으로 결합 하는 신호와 표식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려고 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감정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잘 발휘된 영화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며, 반대 로 그러한 시도가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영화들도 확인해 볼 수 있 을 것이다. 이를 통해 감정 시스템 수행의 역학에서 쌓인 관성의 매너리즘에 관한 논의는 최인호가 영화 작가로서의 활동을 마감하고 다시 소설 작가로 안 착하게 만든 작가의 후기 창작 방향의 향배에 대한 해석에도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감정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관객들의 영화 관 람 경험에 있어 어떤 식으로 기여하는지의 의미도 확인해 볼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앞서 살펴봤듯이 영화에 대한 해석에서 인지주의의 방법론을 원용하는 것은 ‘영화능력(filmic competence)을 모델화’232) 하려는 욕망에서 기인한 것 이다. 우리의 마음은 제한된 정보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며, 유사성, 확 률 및 일시적 적합성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는데 이는 영화 관람의 과정에서 도 동일하다.233) 또한 이는 영화와 관객의 관계에서 영화의 내레이션이 관객

232) 벅랜드는 모든 영화인지기호학자들의 논의가 이 목적으로 통합된다고 본다. - 워렌 벅랜드, 『영화 인지기호학』, 조창연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2007, 37면.

233) 이러한 입장은 또 다른 인지주의학자 노엘 캐럴(Noel Carroll)의 <<공포의 철 학 The Philosophy of Horror>>의 전제와도 겹친다. 노엘 캐럴은 한 영화가 공

의 지각 반응에 신호를 보내는 수단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려는 목적과도 겹친 다. 그렉 M. 스미스는 먼저 지각에 관한 연관 네트워크 모델을 제시하면서 관 객의 감정에 작용하는 과정을 설명해내려고 한다. 이때, 감정 시스템에 연관 된 ‘다중입력채널’에 ‘감정’과 ‘분위기’라는 ‘신호’가 많을수록 ‘감정 노드 (emotion nodes)’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234) 즉, 감정의 원형 (emotion prototypes)은 새로운 데이터를 분류할 수 있도록 인간의 경험을 구성하는데 이러한 스크립트(script)는 우리가 주변환경을 해석하는 방식일 뿐 아니라 경험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검색하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 감정 상 태의 지향은 분위기를 미리 조성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관성이 있어서 감정을 표현하고 경험하는 방향을 계속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인다.235) 여기까지의 스미스의 논의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감정 신호(emotion

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괴물’의 본질에 대한 논리적 고려가 아니라 일반 관객에게 공포 영화의 표본과 대략적인 비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고 본 다. 미지의 것과 믿을 수 없는 것을 알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은 괴물이 불러일으 키는 혐오감을 감내하게 만든다는 점이 이 장르의 감정적 호소의 본질이라는 것 이다. 캐럴과 스미스는 모두 원형적 감정이 있다는 데에 동의하지만, 감정 대상의 원형에 대한 접근에 있어 차이가 있다. 캐럴은 대상을 향하지 않는 즉, 인식을 포함하지 않는 것은 감정이 될 수 없다고 보며 캐릭터 중심적으로 접근한다는 점 에서 그에게는 <사이코Psycho>의 노먼 베이츠가 괴물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 에 반해 스미스는 ‘분위기 신호 접근법’을 통해 비객체 지향적인 감정상태가 존재 한다고 보며 내레이션과 사운드, 시각적 스타일이 영화적 감정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본다. -Greg M. Smith, Film Structure and the Emotion System.

Cambridge: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3, p.16, pp.66-74.

234) 가령, ‘두려움’으로 이름 붙인 네트워크의 노드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 떨 리는 목소리, 달리는 것, 심장 박동수 증가, 뇌의 오른쪽 전두엽 반구 활동 증가, 눈이 커졌던 어린 시절 기억과 관련될 수 있지만, 이 여섯 가지 시스템 중 하나 만 활성화되면 연관 네트워크에서 공포 노드가 활성화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두 가지가 활성화되면 감정을 가질 확률이 높아져 ‘감정적 경험’처럼 제공할 수 있고, 더 많은 노드가 활성화되면(더 많은 입력 채널이 감정 신호를 제공함에 따 라) 감정이 더 많이 경험되고 표현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감정이 발생하 는지 여부는 감정 신호를 제공하는 감정 채널의 수와 해당 신호의 강도에 따라 다르다. -Ibid, p.29.

235) 예를 들어, 두려운 기분은 우리를 감정적으로 경계하게 하고 우리가 무서운 물 건을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영화 속에서 무서운 광경을 보게 되면 기 분이 고양되면서 미래의 자극을 무서운 것으로 계속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져 공 포스러운 기분에 관성을 부여한다. 이 주기는 감정적 자극이 존재하는 한 계속된 다. 그러므로 ‘기분’은 ‘감정’과 파트너 관계에 있고 감정 표현을 지원하고 장려하 는 동시에 잠깐의 감정 폭발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Ibid, p.39.

cues)’는 감정의 원형과 짧은 감정의 반복으로 이뤄지며 이것이 지속되면 영 화의 분위기를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 신호(mood-cues)’가 중층적으로 쌓이 는 ‘분위기 신호 접근법(mood-cue approach)’을 통해 고도로 조정된 ‘감정 세트(emotion set)’가 완성된다. 이러한 ‘감정 세트’의 섬세한 구성이 영화가 관객에게 정서적으로 호소하는 메커니즘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때, 관객의 지각차에 의해 여전히 모호하게 인지될 수 있는 감정 신호들 의 느슨한 흐름들을 관객이 지각에 확고한 결절점으로 만드는 조정 신호가

‘감정 마커(emotion maker)’236)이다.

고전 할리우드 영화는 내가 ‘감정 마커’라고 부르는 것을 자주 사용한다.

이는 감정의 짧은 순간을 이끌어내는 주목적을 위해 눈에 잘 띄게 하는 텍 스트 신호의 구성이다. 이 마커는 내러티브의 목표 지향적인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청중에게 신호를 보내 짧은 감정적 순간에 참여하도록 신호를 보 낸다. 감정 마커는 단순히 서사의 진행을 앞당기거나 늦추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이 아니다. 감정 마커는 이야기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디에제시스에 대한 권위 있는 논평을 제공하는 정보 장치도 아니다. 감정 마커의 주요 목적은 짧은 감정 폭발을 생성하는 것이다. 종종 그러한 순간 은 내러티브 목표의 달성이나 스토리 정보의 상태에서 거의 또는 전혀 영 향을 미치지 않고 영화에서 제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마커는 텍스트 에서 중요한 감정적 기능을 수행한다. 적절한 분위기에 참여하는 시청자에 게는 감정을 표현하려는 성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보상을 제공한 다. 기분을 유지하는 감정을 제공하기 위해 서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에만 의존할 수 있는 텍스트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마커가 명백한 디에제시스 적 목표(캐릭터의 목표 달성)에 거의 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텍스트가 생성한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해 마커를 제공해야 한다. [..] 일 반적으로 감정 표식은 복잡하지 않고 직접적인 경향이 있다.237)

236) 이 용어는 앞으로 ‘감정 마커’로 쓰되, 문맥에 따라 ‘감정 표식’이라는 용어와 혼용해서 사용한다.

237) Ibid, p.45-47. 이 ‘감정 마커’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스티븐 슬필버그 감독의 1982년작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제1탄 <Raiders of the Lost Ark(국내 개 봉명은 <레이더스>)>를 예시로 든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황금 동상을 찾아 부비트랩(boobytrap)이 설치된 동굴로 가는 존스를 보여주는데, 정글 야만 인의 공격이 임박한 것과 숨겨진 죽음의 함정이 빠르게 작동할 것을 두려워하는 긴장된 분위기를 조성한다. 흔하지 않은 멜로디 간격과 타악기의 불안정한 혼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