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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픽션의 텍스트 불확정성과 자기반영성의 미학

소설 「무서운 복수」에서는 작가 최인호의 ‘분신처럼 설정’207)된 최준호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유신 시기의 데모가 펼쳐지는 대학의 상황을 그려낸다. 소설 속 최준호는 데모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철학과 대표 오만준을 중심 으로 한 무리들에게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그 속에서 소설 「황진이」를 완성해 내려 한다.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작가가 등장하는 자전적 소설인데, ‘복수’

로서 데모에 참여하라는 그들과 ‘단수’로 남으려는 ‘나’의 갈등과 모멸감 등이 주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207) 최준호는 소설 속에서 대학을 9년째 다니고 있는 유명 소설가이자, <타인의 방>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며 변호사집 아들이었다고 밝힌다. 작품 내내 <황진 이>의 창작에 매달리는데 탐미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해 초조감을 느낀다. 신촌행 버스와 미션계 대학이라는 점 등 실제의 최인호의 분신처럼 설정 되어있다.

극중 최준호는 자신만 만나면 작품 품평을 하려고 드는 국문학도들에게 넌덜머리를 내며, ‘난 아무편도 아니다’를 반복한다. 오만준은 이러한 그의 태 도를 지적하며 작품이 문장만 매끄럽고 역사의식 없는 당의정이자 이미테이션 이라고 말하는데, 최준호는 그에게 자신은 기회주의가 아니라 단지 소시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는 정치적 억압이라는 상황의 부정성을 알면서도 데모 등 직접적인 저항의 방법을 피하려는 작가 최인호의 의식적 측면이 투영된 것 이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무서운 복수’로 상정되는 전체에 복속되지 않고 자유주의적 개인이고자 하는 작가의 세계관이 드러난다.

최준호는 학생들의 성명서를 대신 써달라는 오만준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우리나라엔 ‘O/X밖에 없다’는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자신이 성명서를 쓰지 않은 이유는 군대에서 느꼈던 절망 때문이라고 밝힌다. 거기서 그는 위문품 팔아먹었다는 누명을 쓰고 고문을 당했고 이에 비애와 모멸감을 느꼈던 것이 다. 데모를 하는 군중들과 예술 철학이라는 명제 사이에서 고민하던 최준호에 게 오만준은 반복되는 데모와 소요 사태가 ‘여우놀이’처럼 지루하고 무서운 놀이로 느껴지고 유령과 유희하는 기분이라고 고백한다. 즉, 적극적인 저항의 주체에게도 회의와 허무의 태도가 드러나는 것이다. 입대를 하는 만준을 배웅 하기 위해 용산역으로 가는데 ‘모범군인’이 되어보겠다는 오만준의 말을 듣고 최준호는 둘 사이엔 너무 많은 간격과 거리가 있다고 느낀다.

이 소설에서 억압적인 정치 체제의 상징으로 규율과 강압적인 제한을 가 하는 군대 관련 모티프들을 배열한다. 교련 지도를 예비역 대신 현역 군인이 한다거나 학교가 자진 휴업하자 무장군인이 군인용 트럭들이 학교에 들어오기 도 한다. 최준호의 군대에서의 기억, 그리고 오만준이 군대에 가면 자신이 ‘모 범사병’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위악적으로 말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이 소설 에서는 ‘단수’로 그려지는 최준호 같은 개인과 ‘복수’인 ‘그들’과의 분기가 핵 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억압적 체제에 대해 명백히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면 서도 끝내 그들과 거리를 둔 채 <황진이>이의 집필에 매달려 예술 창작으로 그것을 극복하려 하는 작가 최인호의 의식적 측면이 드러난다. ‘예술가로서의 자의식’과 ‘아웃사이더로서의 자의식’208)이 당면한 군부 독재의 현실보다는 좀

208) “예술가 혹은 제작자는 원래 반체제측에 있는 말하자면 아웃사이더이다. [...]

왜냐하면 산업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권력구성과 단체라는 낡은 인습적 권위주의 가운데서, 진지한 예술가는 이제야말로 더욱 고통스러운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사카자키 오쯔로오, 『반체제 예술』, 이철수 옮김, 과

작가의 영화적 ‘스타일’이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정치적으로 드러내는 방식 보다는 자기반영주의적인 미학을 드러내는 쪽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인호가 보여주는 영화 연출가로서의 인식은 당대 인기 대중 소설 작가로서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데 이상향이나 고향을 찾아 길을 떠나는 남성들의 서사라는 기본항은 연출작 외에도 최인호의 각본 작업들에서 유지되는 것이지만, 촬영이나 편집 기법에 서 보여주는 특징들은 시나리오에 써있다 할지라도 복합적인 방식으로 어느 정도로 표현해낼 것이냐는 각 영화들을 연출한 감독의 몫으로 넘어가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최인호의 작품들이 연출작 이후에도 대중적 선택을 많이 받았다는 것은 그 영화들의 대중성의 특징이 역으로 원작 소설이나 시나리오 각색 자체의 서사적 소구력과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인물들의 행위 요소, 당대적 감수성을 보여주는 시공간 설정의 힘에 의한 것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 메타픽션의 텍스트 불확정성과 자기반영성의 미학

소설 「무서운 복수」에서는 작가 최인호의 ‘분신처럼 설정’207)된 최준호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유신 시기의 데모가 펼쳐지는 대학의 상황을 그려낸다. 소설 속 최준호는 데모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철학과 대표 오만준을 중심 으로 한 무리들에게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그 속에서 소설 「황진이」를 완성해 내려 한다.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작가가 등장하는 자전적 소설인데, ‘복수’

로서 데모에 참여하라는 그들과 ‘단수’로 남으려는 ‘나’의 갈등과 모멸감 등이 주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207) 최준호는 소설 속에서 대학을 9년째 다니고 있는 유명 소설가이자, <타인의 방>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며 변호사집 아들이었다고 밝힌다. 작품 내내 <황진 이>의 창작에 매달리는데 탐미적인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해 초조감을 느낀다. 신촌행 버스와 미션계 대학이라는 점 등 실제의 최인호의 분신처럼 설정 되어있다.

극중 최준호는 자신만 만나면 작품 품평을 하려고 드는 국문학도들에게 넌덜머리를 내며, ‘난 아무편도 아니다’를 반복한다. 오만준은 이러한 그의 태 도를 지적하며 작품이 문장만 매끄럽고 역사의식 없는 당의정이자 이미테이션 이라고 말하는데, 최준호는 그에게 자신은 기회주의가 아니라 단지 소시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는 정치적 억압이라는 상황의 부정성을 알면서도 데모 등 직접적인 저항의 방법을 피하려는 작가 최인호의 의식적 측면이 투영된 것 이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무서운 복수’로 상정되는 전체에 복속되지 않고 자유주의적 개인이고자 하는 작가의 세계관이 드러난다.

최준호는 학생들의 성명서를 대신 써달라는 오만준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우리나라엔 ‘O/X밖에 없다’는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자신이 성명서를 쓰지 않은 이유는 군대에서 느꼈던 절망 때문이라고 밝힌다. 거기서 그는 위문품 팔아먹었다는 누명을 쓰고 고문을 당했고 이에 비애와 모멸감을 느꼈던 것이 다. 데모를 하는 군중들과 예술 철학이라는 명제 사이에서 고민하던 최준호에 게 오만준은 반복되는 데모와 소요 사태가 ‘여우놀이’처럼 지루하고 무서운 놀이로 느껴지고 유령과 유희하는 기분이라고 고백한다. 즉, 적극적인 저항의 주체에게도 회의와 허무의 태도가 드러나는 것이다. 입대를 하는 만준을 배웅 하기 위해 용산역으로 가는데 ‘모범군인’이 되어보겠다는 오만준의 말을 듣고 최준호는 둘 사이엔 너무 많은 간격과 거리가 있다고 느낀다.

이 소설에서 억압적인 정치 체제의 상징으로 규율과 강압적인 제한을 가 하는 군대 관련 모티프들을 배열한다. 교련 지도를 예비역 대신 현역 군인이 한다거나 학교가 자진 휴업하자 무장군인이 군인용 트럭들이 학교에 들어오기 도 한다. 최준호의 군대에서의 기억, 그리고 오만준이 군대에 가면 자신이 ‘모 범사병’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위악적으로 말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이 소설 에서는 ‘단수’로 그려지는 최준호 같은 개인과 ‘복수’인 ‘그들’과의 분기가 핵 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억압적 체제에 대해 명백히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면 서도 끝내 그들과 거리를 둔 채 <황진이>이의 집필에 매달려 예술 창작으로 그것을 극복하려 하는 작가 최인호의 의식적 측면이 드러난다. ‘예술가로서의 자의식’과 ‘아웃사이더로서의 자의식’208)이 당면한 군부 독재의 현실보다는 좀

208) “예술가 혹은 제작자는 원래 반체제측에 있는 말하자면 아웃사이더이다. [...]

왜냐하면 산업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권력구성과 단체라는 낡은 인습적 권위주의 가운데서, 진지한 예술가는 이제야말로 더욱 고통스러운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사카자키 오쯔로오, 『반체제 예술』, 이철수 옮김, 과

더 공시적 차원의 억압 그 자체에 대한 부정성의 측면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물의 태도는 기존의 질서에 대한 불신과 체제에 대한 청년문화의 불온성을 특성으로 하는 뉴아메리칸시네마209)와의 친연성을 드러낸다. 앞서 설 명한 바 있듯이, 이 시기 한국영화의 담론장에서 가장 젊고 전위적인 집단이

<영상시대>동인들(김호선, 이원세, 이장호, 하길종, 홍파, 변인식)이었는데 최 인호 역시 이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최인호는 김승옥, 김화영, 안병섭, 변인식, 하길종 등과 1977년 여름 ≪영상시대≫ 창간호의 편집위원 또는 필진으로 참여하 였다.210) <영상시대>의 주요 멤버이자 영화평론가인 변인식의 소회를 살펴보 면 당시 이들이 추구하는 영화 문법의 레퍼런스를 짐작할 수 있다.

<비키니 섬의 거북이>처럼 영화의 본질에서 벗어나 방향상실로 허덕여 온 한국영화, 우리는 아직껏 이 땅에 영화는 있었어도 영화예술은 부재했음 을 알고 있다. [..] 새 세대가 만든 새 영화, 이것은 구각을 깨는 신선한 바 람, 즉 회칠한 무덤같은 권위주의를 향한 예리한 투창이어야 한다. 과연 이 땅에서 단 한 번의 누벨바그나 뉴 시네마 운동이 전개된 적이 있었던가?

[..] 때문에 여기 여섯의 영상공화국 주민은 서로 다른 개성을 통한 젊음의 구도를 제시할 것이며 새로운 영화미학과 가치관을 모색하는 일에 머리를 맞대며 뜨거운 마음과 마음을 교화해 나가는 은막의 파수꾼이 될 것임을

학과 사상, 1990, 237-238면.

209) 뉴아메리칸 시네마(New American Cinema)는 1960년대 문화적, 사회적 격변기 를 맞은 미국에서 발생한 영화 운동이다. 인권운동과 반전 시위, 페미니즘과 동성 애 해방운동, 히피반문화 운동 등 급진적인 사회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젊 은 세대들은 섹스와 마약과 록음악에 탐닉함으로써 백인 중산층적 가치에 대한 환멸을 표현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상업영화들은 변화한 사회의식과 청년문화를 반영하기에는 이데올로기적으로 한참 뒤쳐져 있었고 경제적으로도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에 대항해 나온 마이크 니콜스의 <졸업>, 아서 펜의 <우리에게 내일 은 없다>, 데니스 호퍼의 <이지 라이더> 등에 젊은 세대들은 열광했다. -민병 록・이승구・정용탁, 『영화의 이해』, 집문당, 2000, 52면.

210) 정태수는 영상시대가 서구영화인들처럼 격렬하고 날카롭게, 체계적으로 기성세 대의 특정한 영화를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그들을 선별적으로 분류하고 자 신들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자리매김하려 했으며 이는 시대, 세대, 저항, 대중, 문 화등으로 정의된 청년문화의 개념을 영화의 본질적 문제와 병치시키면서 1970년 대 한국영화형성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의 토대로 작용하였다고 평가한다. -정 태수, 「청년문화, 영상시대와 새로운 성 해석, 낭만적 저항의 1970년대 한국영화 (1972~1979)」, 『현대영화연구』37호, 현대영화연구소, 2019, 156-157면.

선언한다.211)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는 ‘영화예술’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권위에 대한 저항과 파괴가 필요하다고 보면서, 이 땅에 ‘누벨바그’나 ‘뉴시네 마’같은 새로운 영화 운동의 흐름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들에게 새로 운 영화란 ‘새얼굴들’212)인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서 만들어지고 그들의 고 민을 대변할 수 있는 영화였던 것이다. 그러한 이상이 하길종과 최인호의 협 업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바보들의 행진>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서는 젊은 대학생들의 고민, 갈등이 드러나는데 전우형은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영화의 신체가 ‘훼손’과 ‘분리’로서 낙후한 영화산업과 과도한 검열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될 수 있는 대로 통일되고 화려 하게만 베껴야 했던 기존의 영화로부터 거리를 두는 새로운 스타일을 구축해 냈다고 본다.213) 즉, 당대 최인호에게 중요했던 것은 정치적 억압 체제에 대 한 직접적인 대항보다는 실제 현실의 폭압성에서 벗어나 좀 더 공시적인 보편 주의적 미학적 체제를 추구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의식으로 관능성 과 예술지상주의의 현신적 인물로 황진이를 소설화했다면, 영화적으로는 개별 작품들에서 당대의 대중적 취향을 빠르게 선취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세련된 혁 신을 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이 영화의 거리두기(distanciation)와

211) 변인식, 「하길종과 영상시대 : 회칠한 무덤의 권위주의를 향한 예리한 투창」,

≪스크린≫, 1985.2., 140면.

212) <바보들의 행진> 속 배우들의 이름과 소속 학교가 나오기 직전 크래딧에 ‘새 얼굴들’이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일반적이지 않은 표기이므로 감독의 의도가 엿 보인다.

213) 전우형, 「훼손과 분리의 영화 신체에 담긴 실험적 의미」, 『한국현대문학연 구』37집, 한국현대문학회, 2012.8, 4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