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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집단의 정체성과 집단주의

상기한 절에서 주체의 인식에 대한 해체는 타자에 대한 인식의 상정 을 대체로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를 정체성에 대한 논의로 환원하면 개인에 대한 인식, 즉 정체성(identity)은 개인의 외부, 특히 개 인을 둘러싼 집단의 영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존재할 수 없음을 논할 수 있다. 스트로슨(Strawson, 1959)은 직접적으로 개인의 정체성은 그가 소 속된 보다 확대된 집단을 통해 구현된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정체성에 대한 복합적이고 가변적인 특성은 개인을 넘어서는 소속의 존재를 통해 그 단절성과 모호성이 설명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러한 논의는 사회

이성적 존재로서의 ‘나’는 정상인인 ‘우리’ 안에 속하고, 비이성적 존재로서 주체 외부의 영역은 정신병자(광인)라는 사회 외부적 존재, 즉 배제의 대상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 인할 수 있다(Foucault, 2003[1971]).

적 경험 속에서 구축되는 정체성의 형성이 외부에 대한 탐색을 통해 성 취된다는 주장과(Erikson, 1993[1950]), ‘타자로부터의 시선’이 개인의 정 체성 변형과 형성에 주요한 영향이자 요소로서 작용된다는 논의(Erving Goffman), 그리고 정체성은 고립된 상태에서는 형성·발현될 수 없다는 논의(Margaret Mead)들과도 상통한다. 즉, 개인의 정체성은 공공의 영역 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논할 수 있다. 앞서 논의한 주체와 타자의 사유와 관계해서 보면 푸코나 라캉 등이 말하는 역사, 문화 속에 서 형성된 언어와 이를 포함하는 광의의 담론적 차원에서 논하는 언표 등으로 설명될 수 있는, 표상, 신념은 공공의 영역 속에서 개인의 위치를 평가하고 체화의 과정을 수행하는 정체성 형성의 주요한 요소가 된다고 논할 수 있다. 공공의 영역을 통해 하나의 집단이 공유하게 되는 표상, 신념은 뒤르켐이 논하는 집단의식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Giddens &

Sutton, 2015[2014]: 328-329).

이러한 집단의식에 대한 논의는 공동체적 차원에서 내적 공간과 외적 공간의 분리라는 ‘경계’ 설정의 논의를 통해 한 차원 발전될 수 있다. 공 동체의 내부와 외부의 생성, 그 정치적 기능과 정당화의 과정을 이론적 으로 정리한 로자 외(Rosa, et al)는, 고대부터 ‘공동체적인 것’은 계속되 어 사유되어 왔으며 이에 관련된 논의들은 생성과 쇠퇴, 회귀를 반복하 였다고 주장한다(Rosa, et al, 2019[2010]: 71-79). 이들은 공동체의 존재 는 개인을 초월하는 목적(telos)의 관통, 공동선(gemeinwohl)과 같은 ‘공 유된 것’의 존재(getelites), 그리고 이를 통한 공동체 내부와 외부의 경 계짓기의 가능성을 통해 분명해질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Rosa, et al, 2019[2010]). 이와 관련하여 르네 지라르(René Girard)는 유명한 저서  폭력과 성스러움을 통해 ‘속죄양’이라는 배제된 존재를 통해 집단 내부 갈등이 투영되는 동시에 사회적 질서가 충족되고 안정화된다는 사실을 (Girard, 1992), 발덴펠스(Waldefels, 2006)는 공동체에서 존재하는 ‘이방 인’의 개념이 상대적이며 이를 통해 공동체적 의미에서의 ‘자기화’와 ‘질 서’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결국 집단정체성은 개인 주체가 타자 의 사유를 통해 구현되는 것처럼 집단 내외부 경계의 인식을 통한 대자

적 개념으로서 구축되거나 명료해질 수 있다고 논한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집단 사이의 ‘경계짓기’는 근대 민족국가에 대한 논의로 넘어와 민족 (nation)과 국가의 형성 논의로 이어졌다. 대체로 근대국가의 개념은 제1 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나타나는 군사적 동원과 정치적 통합에 대한 설 명으로부터 시작된다(Lie, 2020[2004]: 169-171). 근접지역의 불분명한 경 계는 세계대전을 통해 군사력을 동원하는 명확한 경계, 즉 국경으로 확 립되었고, 이는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내부와 외부의 구분, 자(自)와 타 (他)의 구분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인지체계를 형성하였다는 논의이다.

근대 민족국가의 창설과 발달사를 정리한 존 리(John Lie)는 (대체적으 로) 근대국가의 특성을 제한된 영역 내의 정치·군사 권력의 장악으로 지 적하고 이를 통해 민족의 개념이 정치공동체적 함의를 가지고 주조될 수 있었다고 논한다(Lie, 2020[2004]: 169-196). 민족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구축된 집단적 존재라는 점을 주목한 앤더슨(B. Anderson)은 나아가 이 를 근대국가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정치적, 사회적 필요와 같은 다양한 역사적 ‘동력’들에 의해서 생성된 ‘상상’의 결과물에 불과한 존재라고 주 장한다(Anderson, 2002). 그러나 이러한 근대국가 형성과정에서 정치적 또는 역사적 ‘필요’에 의해 민족이 형성되었다는 논의는, 실제 민족에 대 한 충성과 일체감을 가지고 있는 근현대 사회 구성원들에게 많은 부분 공허함 또는 해체감을 파생한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과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강진웅, 2012). 앤더슨의 민족의 존재론적 허구성과 반대로, 스미스(Smith, 1986)는 민족의 역사적 연속성을 논하며 그 존재 론적 실체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민족을 고대로부터 이어진 혈통으로서 의 종족과, 집단을 규정하고 관리하던 전통·종교를 대신하는 근·현대적 대행자로서 설명한다. 그의 논의에서 민족은 상징, 기억 등을 주관하며 집합성을 계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역사적으로 연속된 실체로서 설명된 다.

민족과 국가에 대한 논의는 사회주의에서도 주요하게 고려되었다. 사 실 마르크스는 국가의 제도는 특정 이익집단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존재하고, ‘민족’과 같은 허상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관념 속의 공허한 존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Miliband, 1989). 그는 국가 역 시 허상의 존재로 고려하여 ‘국가’가 이론적으로 규정되지 않을 뿐 아니 라 부정할 대상으로 이해하였다(Bobbio 외, 1992; Poulantzas, 1994:

11-65). 국가와 민족의 부정으로부터 시작된 마르크스의 사회주의가 민 족에 대한 허용과 국가 건설의 사상적 정당성으로 전환된 기반은 스탈린 을 통해서였다 할 수 있다. 사회주의국가 건설과 관련한 스탈린의 논의 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그는 ‘일국사회주의 (socialism in one country)’를 주장하였는데 그 핵심은 1) 러시아 한 국 가만으로 사회주의 건설을 완료할 수 없고, 2) 사회주의 최종 승리를 위 해 자본주의 부활의 기도를 저지하는 완전한 보장이 필요하므로 일상적 으로 전쟁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총력전체제를 평상시에 유지하기 위하여 일국사회주의를 건설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Stalin, 1926; Eley, 2008:

457; 와다 하루끼, 1992). 스탈린의 주장은 자본주의의 세계적 팽창을 주 지하여 국제사회의 국제자본이라는 전세계적인 연결망과 원조를 저지하 기 위하여 ‘사회주의 연대’로서 일국 사회주의를 건설하자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사회주의에 대해 논한 와다 하루끼(1992: 90)는 소비에트 사회 주의는 자본주의와의 대립을 통해 보강되고 발전될 수 있었음을 지적하 였다. 스탈린식 사회주의는 세계사회를 대상으로 하며, 자본주의라는 거 대사회를 적으로 삼고 그에 대응하는 사회주의라는 거대사회를 창설하고 자 하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할 수 있다.

또한, 이와 함께 그는 소비에트식 ‘민족창조’ 논의를 통해 제3세계의 탈식민주의 차원에서, 탈식민 사회의 민족해방을 위한 개별 사회주의 국 가 설립의 선행을 허용하였다(Engerman, 2011). 스탈린은 소비에트의 확 장 속에서 다양한 언어·문화집단의 서로 다른 역사적 발전단계를 해결하 기 위해, 선진지역으로서 러시아 지역은 완전한 사회주의국가의 수립을 위한 계급해방에 집중하는 한편, 후진적인 단계에 머물러있는 주변의 제 3세계 국가들은 우선적으로 민족국가로서의 형식을 갖춘 민족의 ‘해방’을 먼저 실현할 것을 주장하였다(Stalin, 1997[1936]).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사회 내부적 차원에서, 주요자본을 소유하고 있던 부농 ‘쿨라크’를 ‘내부 의 적’으로 규정하고 척결하고 이에 대적하는 다수의 농민, 노동자를 결 속하며 이들을 ‘주체’로 하는 사회이자 국가, 즉 소비에트 사회주의 국가 를 창설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를 정리하면, 잘 알려져있듯 자본주의와 부르주아에 의해 ‘소멸’된 개인주체를 회복시키기 위해 사회와 국가를 해 체하고 국제적 연대를 주장한 사회주의 논의는, 스탈린에 의해 보다 다 차원적인 집단적 ‘경계’들을 인식하고 집단을 강조하는 ‘집단정체성의 형 성’으로 귀결되었다고 논할 수 있다.

다음의 논의들을 정리하면, 개인의 정체성으로부터 사유된 논의는 집 단정체성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고, 이는 집단과 집단 사이의 경계, 그리 고 사회와 국가의 형성과 경계의 논의로까지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 들을 고려하여 본 논문의 주요 관심인 집단정체성의 문제로 다시 돌아오 면, 결국 집단, 특히 근대국가 형성과정에서 나타난 국가 단위의 집단정 체성의 존재는 주체와 타자, 결속과 갈등, 혈통과 계약(공동사회와 이익 사회), 개인 주체성의 획득과 소멸의 문제를 포함하는 총체적 문제의식 을 반영하고 있다고 논할 수 있다. 이들 논쟁의 지점은 결국 광의의 차 원에서 ‘근원주의(essentialism)와 구성주의(constructivism)’의 대립으로 부터 시작된다 할 수 있다. 존재에 대한 인식은 언제나 선험적이냐 경험 적이냐, 또는 절대적이냐 상대적이냐에 대한 논의로부터 시작되고, 결국 이에 대한 논증으로 그 논의가 귀결된다는 것이다. 집단, 즉 ‘우리’에 대 한 인지 역시 결과적으로 절대적 우리(주체)와 상대적 타자라는 논의를 통해 발전하였고(김선하, 2005), 이는 사회주의 논의에서 보다 명료하게 나타나 주체로서 프롤레타리아 계급 ‘우리’와 부르주아, 자본주의라는 ‘타 자’의 논의로서 그 내용이 구체화되었다고 논할 수 있었다. 코저(L.

Coser) 역시 맑스 논의가 ‘소외’의 형식을 통해 대자적 존재로서 자의식 을 찾는 것임을 지적하였다(Coser, 2016[1977]). 와다 하루끼(1992: 91) 역시 스탈린이 내부와 외부 ‘적’의 규정을 통해 ‘우리’라는 ‘자기화’를 형 성한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집단정체성은 개인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 논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