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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의 한계와 의의

이제까지 우리는 교역과 평화의 일반론에서부터 시작하여, 남 북교역과 한반도 평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증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였다. 앞의 논의에서도 분명히 했듯이 남북교역과 한반도 평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증하는 일은 방법론적으로 많은 한계 를 내포하는 것이었으며, 그 결과 역시 어떤 일의적인 결론을 내 릴 수 있을 만큼 확정적(conclusive)인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 다. 그렇다면 이처럼 방법론적으로 문제가 있고, 그 결과 역시 비 확정적인(inconclusive) 논의를 왜 이렇게 많은 노력을 들여 굳이 시도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이러한 시도 그 자체가 의미가 있고 필 요하다고 판단한다. 이제까지 남북교역과 관련된 제반 논쟁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학술적 영역에서는 엄밀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대부분의 논쟁은 정치적인 차원 이나 정책적인 차원에서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그 결과 서로 다른 주장이나 견해들은 많이 표방 되었지만, 이들 견해와

주장들을 경험적으로 검증해 보고 그 정당성의 근거를 이론적ㆍ 실증적으로 풍부히 하려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지 않 았다. 이에 따라 남북교역과 관련된 논쟁은 서로의 다른 시각을 긍정적으로 자극함으로써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승화되었다기 보다는, 각기 다른 주장 사이의 이념적 대립만을 부추기는 경향 이 있었다. 북한 핵실험 이후 그간의 남북교역과 이를 뒷받침해 온 우리정부의 평화번영 정책의 공과를 둘러싸고 여론이 양분되 고, 정치적 갑론을박이 지속되는 현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물론 모든 사회적 논쟁과 이견이 학문적 토론의 대상이 되지도 않으며, 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남북교역처럼 한국과 북한 주민 전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주제가 끝없는 대립 과 소모적인 논쟁의 볼모가 되어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들 논쟁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각각의 논점을 보다 분명히 하고, 이의 경험적 적합성 여부를 다시 한 번 꼼꼼히 따져보는 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남북교역 을 대상으로 한 논쟁들이 학문적 토론의 영역으로 들어와 이야기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학문적 토론의 한 가지 중요한 장점은 그것이 근거한 경험적 사실의 내용을 적시하고, 그것의 내용뿐 아니라 그 한계 역시 분명히 한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사 실과 새로운 방법을 통해 객관적으로 보다 발전된 내용이 만들어 질 여지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간의 남북교역을 둘러싼 논쟁과 관련하여 이러한 경험적 사실과 방법에 기초한 토론이 과 연 가능할 것인가를 탐색하려는 시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는 점이다. 우리가 이 장에서, 비록 불완전한 방법에 기초하고 그 결과 역시 불확정적이지만, 남북교역과 한반도 평화 사이의 인과

136 북한경제의 대외의존성과 한국경제의 영향력

관계를 검증하려 시도한 것은 남북교역을 둘러싼 제반 논쟁과 관 련하여서도 경험적 사실과 방법에 기초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 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하나의 예로써 제시하 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보다 나은 방법과 사실들에 기초하여 더욱 발전되고 새로운 논의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만이 남북교역을 둘러싼 현재의 대립적인 논 쟁들을 보다 긍정적인 차원에서 해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고 믿기 때문이다.

북한과 관련된 사회현상을 연구할 때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 은 관련되는 사실이나 경험적 증거들을 찾아내어 확정하기가 매 우 힘들다는 점이다. 이러한 어려움의 한 가지 부정적인 결과는 너무나 많은 주장들이 너무나 적은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지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주장들이 격렬히 대립할 때에도 그것들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논쟁을 해 소시키거나, 아니면 최소한 한 단계 발전된 새로운 차원의 논쟁 으로 승화시키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만일 남북교역을 둘러싼 그간의 논쟁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면, 이제는 그와 관련하여 또 다른 새로운 주장을 만들기 보 다는 그에 대한 경험적 증거들을 찾으려 시도하는 것이 더욱 바 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이 장에서 불완전하고도 불확정적인 결 과를 가져오는 방법을 통해 남북교역과 한반도 평화 사이의 인과 적 관계를 평가하고자 시도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VI

맺음말

이제까지 우리는 이 글에서 북한경제와 남북교역에 관련된 두 가지의 기초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그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 아내고자 시도하였다. 그 질문 가운데 하나는 북한경제의 대외의 존도는 어느 정도나 되는가 하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간 한국이 남북교역을 확대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증진시키고자 시도해 온 노력은 과연 실패하였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질 문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도달한 결론들을 요 약한다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현재 북한경제 분석에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라 할 수 있는 북한의 GDP 및 무역 규모 관련 통계로는 비록 다양하지 는 않지만 몇 가지 주목할 만한 데이터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러한 데이터들은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가 경우에 따라 매우 다르 다는 점에서 보다 합리적인 북한경제 연구를 위해서는 이들 가운 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분석기법과 자료의 한계를 인정한 상태에서 볼 때, 북한의 GDP 규모와 관련해서는 UN통계국의 추정치와 북 한의 공식통계를 혼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며, 북한의 무역 규모와 관련해서는 KOTRA가 제공하는 추정치를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때로는 이들 추정치 역시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분석을 위해 서는 각 연구자들이 이들에 대해 일정한 수정을 가하는 것이 불 가피한 경우도 있다.

둘째, 현재 북한경제의 대외의존도는 GDP 대비 25% 정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수치는 1990년대 북한이 경제위기 에 직면했을 때보다는 상승한 것이지만 과거 북한경제가 상대적

140 북한경제의 대외의존성과 한국경제의 영향력

으로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1970~1980년대의 수치와 비교 해서는 크게 높아졌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북 한경제의 대외의존성이 과거에 비해 강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현재 북한 경제는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의 대외의존적 또는 원조의존 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① 북한 대외거 래의 적자 규모는 2000년 이후 GDP의 7~9%를 차지할 정도로 대 규모적이며 구조적인 것으로써 그 추세 역시 증가하고 있다.

② 북한의 거의 모든 산업이 해외로부터의 (순)물자유입이 없으 면 유지․발전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③ 북한의 대외거 래가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 2/3 정도나 집중됨으로써 대외거래 의 성격 자체가 악화되고 있다. ④ 북한이 지불부담을 지지않는 비 결제성 거래를 통해 해외로부터 유입하는 물자의 규모가 2000년

이후 GDP의 4~6%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만일 이러한 물자

를 광의의 해외원조 또는 지원이라고 해석한다면, 현재 북한경제 는 대외의존적이라기 보다는 원조의존적이라고 묘사하는 것이 더욱 옳은 일이다.

셋째, 현재 북한경제의 가장 중요한 해외 파트너는 한국과 중국 이다. 한국은 북한이 상업적인 거래를 통해 무역흑자를 실현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며, 이러한 흑자의 규모는 2002년 이후 연간 약 2억 달러 정도에 육박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달러를 기초로 중국이나 기타 국가와의 적자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그 거래 규모 를 더욱 확대하는 물질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2002년 이후 연간 3억 달러를 능가하는 비결제성 대북거래를 수 행함으로써, 동일한 규모만큼의 물자를 북한의 지불부담 없이 제

공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이 북한의 전체 대외거래에서 차지 하는 비중은 2002~2005년의 경우 20~26%로 중국에 이어 두 번 째이다. 한편, 중국은 북한의 최대 거래 파트너로서 2003년 이후 북한 전체 대외거래의 약 33~39%를 점유하는 국가이다. 더욱이 중국은 석유와 같은 북한의 전략물자와 북한 주민들에 의한 시장 무역을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한국과 중국 이 북한의 대외거래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형태와 내용에 있어서 판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 모두는 현재의 북한경제가 생 존하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나라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넷째, 그간 북한경제 및 남북교역의 효과를 둘러싸고 다양한 쟁 점과 가설이 제출되었는데 그것들은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남북교역의 증대가 과연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는 효 과가 있는가라는 쟁점과 이에 대한 긍정적 가설로서의 ‘경제평화 론’ 및 부정적 가설로서의 ‘경제무용론’ 또는 ‘경제위협론’, ② 남 북교역이 북한경제의 시장화와 같은 변화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는가라는 쟁점과 이에 대한 긍정적 가설로서의 ‘트로이 목마론’

및 부정적 가설로서의 ‘앙샹레짐 구원론’, ③ 남북교역이 북한경 제 개발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쟁점과 이에 대한 긍정적 가설로서

의 ‘개발지원론’ 및 부정적 가설로서의 ‘개발무익론’이다.

다섯째, 이러한 쟁점과 가설 가운데 가장 중심적인 것은 남북교 역과 한반도 평화 사이의 관계에 대한 쟁점과 그에 대한 긍정 적․부정적 가설로서의 ‘경제평화론’과 ‘경제무용론’의 대립이라 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이러한 가설들이 세간의 ‘퍼주기’ 논쟁과 같은 격렬한 대립을 불러일으킨 원인이 되었다는 현실적 이유뿐 만 아니라, 이들 가설들의 논리적 구조를 확장하면 다른 쟁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