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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쟁점과 여섯 가지 가설들

남북교역 및 북한경제와 관련해서는 그간 무수히 많은 쟁점들 이 제기되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들은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남북교역이 과연 한반도의 평화를 증진 시키는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교역이 북한경제의 시장 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남북교역이 과연 북한경제 개발에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이들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여기에 개입한 각각의 긍정적ㆍ부정적 가설들 여섯 가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 의해 보도록 하자.15

15 흥미롭게도 남북교역을 둘러싼 제반 논쟁과 가설들은 이제까지 학술적인 차 원에서 논의된 적이 거의 없다. 이들은 주로 공개적인 언론매체를 통한 갑론 을박이나 정책적 토론장에서의 입장 차이 등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강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논쟁에 익숙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학술적인 논쟁으로 정리하려 는 시도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처럼 다소는 비학술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이러한 논쟁과 가설들을 정면으로 다루기 위해 조금은 무모한 방법을 사용한다. 즉 이제까지 언론이나 연구자들의 개인적 토론에 머물던 논의들을 보다 명시적으로 끄집어내기 위해, ① 이들을 어떤 구체적인 자료와 사실들로써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② 우선 각각의 논의와 입장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하고, ③ 이러한 합리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들 논의와 입장은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야 하는가를 판단하여, ④ 이 글의 필자 가 그 논의와 입장들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구체적인 논

가. 남북교역과 한반도 평화: 경제평화론과 경제무용론 실제로 남북교역이 오늘날과 같이 크게 확대되기 시작한 2000년 부터 그와 관련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러한 논란 가 운데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퍼주기’ 논쟁일 것이다. 남북교역이 북한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한국의 대북지원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개념적으로 보면 퍼주 기 논쟁은 남북교역과 관련된 두 가지의 대립적 가설이 서로 충 돌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이들 가설이란 이른바 ‘경제평화론’ 또 는 ‘경제를 통한 평화의 가설’과 그에 대한 반론으로써 제기된 ‘경 제(경협)무용론 또는 위해론’을 말한다. 퍼주기 논쟁은 남북교역 규모가 연 10억 달러를 돌파한 오늘날까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이에 따라 이 논쟁을 촉발시킨 두 가지의 대립적 가설 역시 여전 히 남북교역에 대한 외부세계의 중심적 시각으로서의 위치를 잃 지 않고 있다.

우선 ‘경제평화론’이란, 조금 거칠게 표현하면, ‘남북교역이 발

전하면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증진되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16 물론 이러한 가설이 남북교역의

쟁의 사례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시사점들을 임의적으로 재단하는 위험 이 있지만, 이들 논쟁 자체가 상대적으로 매우 저널리스틱하고 사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학술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글이 남북교역을 둘러싼 여러 논쟁을 다루면서도 상대적 으로 그러한 논쟁에 대한 명확한 출처의 제공을 게을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에 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러한 한계와 위험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 글의 논의를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16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경제평화론에 대해서는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사실이 있 다. 그것은 최근 우리 학계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른바 ‘평화경제론’에 대한 논의와는 다르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햇볕정책과도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이들 세 가지는 밀접한 연관을 갖고

70 북한경제의 대외의존성과 한국경제의 영향력

즉각적이고도 직접적인 평화의 효과를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남 북교역이 증대되는 과정에서도 양국의 정치군사적 긴장관계는 부침을 거듭할 수 있고, 이러한 정치군사적 관계가 역으로 남북 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는 뜻이 다. 그러나 이처럼 단기적이고도 돌발적인 정치군사적 관계의 부 침에도 불구하고 남북교역이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확대된 다면, 이는 결국 양국 공통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증진시키고 양 국 국민의 신뢰 회복 및 동질성 확보에 기여함으로써 양국이 정 치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가능성을 방지하는 안전판의 역할을 수 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그간의 남북교역 확대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는데, 그 이유는 이 가설로 인해 (한국경제의 입장에 서) 남북교역을 일종의 공공재(public goods)로 인식하는 경향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남북교역은 비단 거기에 참여하는 경제 주체들에게만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 라, 거기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모든 경제주체들에게도 한반도 평화라는 간접적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한국경제 전반의 후생 증 대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남북한의 정치군사적 긴장

있다. 우선 평화경제론이란, 아직은 하나의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남북관계에 있어 평화의 증진이 경제협력을 촉진하며 다시 경제협력의 증진 이 평화의 정착을 돕는다’는 일종의 이중적 인과성을 강조하는 개념화하려는 논의이다. (조민, “평화경제론” 󰡔통일정책연구󰡕, 제15권 1호(2006); 김영윤 외,

󰡔평화비용의 의미와 실익󰡕}(서울: 통일연구원, 2006)) 이 글에서 말하는 경제 평화론이 남북경제협력의 평화증진 효과를 강조하는 것이라면, 평화경제론은 이를 포괄함과 동시에 보다 높은 차원의 여타 변수들까지도 고려하는 개념체 계라는 뜻이다. 또한 햇볕정책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남북관계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일반적 개념체계이며, 비단 남북경협에만 국한된 논리체계 가 아니다. 따라서 해석여하에 따라서는, 여기에서 언급하는 경제평화론이 햇 볕정책이라는 거대 담론의 한 가지 구성부분과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이 곧 햇볕정책 그 자체를 언급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지출하는 안보비용의 크기를 감안한다면, 이러한 남북교역의 간접적 효과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 도로 막대한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남북교역이라는 공공재 의 공급을 거기에 참여하는 민간 경제주체들의 수익성이라는 잣 대에 의해서만 결정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인식이 생겨났 다. 이 경우 그 공급량은, 재화의 공공재적 성격으로 인해, 언제나 한국경제 전반에 비추어 본 적정(optimal) 공급량에 미달할 것이 기 때문이다. 이를 배경으로 그간 한국정부는 남북교역을 확대하 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앞에서 언급한 것처 럼 한국의 대북교역은 비상업적 거래 또는 대북지원을 중심으로 북한의 그 어떤 다른 나라와의 거래보다도 빠른 속도로 증가해 온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평화론에 대해 일찍부터 다양한 비판이 제 기되어 왔다. 비판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남북교역의 평화적 효과는 가시적이지도 않고 심지어는 역진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처럼 불확실한 평 화적 효과를 전제로 막대한 대북지원을 수행하는 것은 필요 이상 으로 북한이나 북한당국을 도와주는 것 이외에 아무 실익이 없다 는 주장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비판은, 한국경제의 입장에서 볼 때, 남북교역의 수익성이 극히 열악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하고 있 다. 실제로 그간 대북투자에 나선 한국기업 가운데 일정 수준 이 상의 수익성을 확보한 기업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대다수 기 업은 손실을 기록하고 대북사업에서 멀어지거나 여전히 손실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17이러한 상황에서 남북교역의 의

17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김영윤, 󰡔남북경협 실폐사레 연구󰡕}(서울:

72 북한경제의 대외의존성과 한국경제의 영향력

미란 그것의 경제적 효과(수익성)가 아니라 그것의 비경제적 효 과(평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간 남북교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양국의 정치군사적 긴장관계는 별로 호전되지 않았거나 심지어는 악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여 러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남북교역이 점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에도 남북간에 서해교전이 발생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한 것 등이 그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남 북교역이 가지는 평화적 효과가 아주 미미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더욱이 여기에 일종의 개연성을 삽 입하면, 1990년대 중반 경제가 몰락하면서 위기에 빠진 북한정권 이 이후의 남북교역에 힘입어 체력을 회복하면서 새로운 한반도 의 정치군사적 긴장을 야기하게 되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 는 한반도의 긴장완화라는 비경제적 효과를 겨냥해 실시된 남북 교역의 확대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거나, 아니면 오히려 그 본래 의 목표에 역행해 한반도의 긴장을 악화시켰다는 말이 된다. 전 자의 주장을 소위 ‘경제(경협)무용론’이라고 정의한다면, 후자의 입장 역시 이와 유사하게 ‘경제(경협)위해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조성하고 평화를 정착시켜, ‘법적 통일에 앞서 우선 남과 북 이 서로 오가고 돕고 나누는 사실상의 통일상황을 실현하고 자 한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기조에 따라 정경분리를 추진하 였습니다. 남북간에 정치군사대결이 있지만 이러한 가운데서 도 협력할 분야는 있다고 보았고 그래서 경제협력을 적극 추 진하였습니다. …(중략)… 바다와 하늘 길이 열렸으며 끊어진 통일연구원, 2004)의 서베이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