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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적 논의: 교역과 평화의 인과관계 검증에 대한

경제적 교류와 정치적 갈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많은 사회과학 자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깊이 연구해 온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실제로 많은 서구의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교역과 정치적 갈등 사 이의 인과관계를 탐구하는 다양한 이론적ㆍ경험적 설명 모형들 이 제시되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이들 모형들이 더욱 발전된 수 리계량적 기법을 원용함으로써 보다 정교해지고 강력해지고 있 다.25 물론 이들 모형들이 모두 동일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아 니다. 어떤 모형은 경제적 교류가 정치적 갈등을 완화한다고 말 하는 반면, 다른 모형은 그 반대의 경우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 데 이들 모형 가운데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경험 적이며 계량적인 모형들이다. 이들이 바로 구체적인 경험적 사례 또는 증거에 근거해 교역과 정치적 갈등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증 하고자 시도하기 때문이다.26 만일 이들의 시도를 남북교역과 관 련해서도 적용할 수만 있다면, 그것과 한반도의 평화 사이의 인

25 이에 대한 이론적 논의로서는 예를 들어 Journal of Peace Research가 교역과 평화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정식화하기 위해 발행한 1999년의 특별판(special edition) Vol. 36, No. 4에 수록되어 있는 논의들을 참고하는 것도 한 가지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Solomon W. Polachek; John Robst; Yuan-Ching Chang,

“Liberalism and Interdependence: Extending the Trade-Conflict Model,”;

John R. Oneal; Bruce Russett, “Assessing the Liberal Peace with Alternative Specifications: Trade Still Reduces Conflict,”; Han Dorussen, “Balance of Power Revisited: A Multi-Country Model of Trade and Conflict,”; Katherine Barbieri; Jack S. Levy, “Sleeping with the Enemy: The Impact of War on Trade,”; James D. Morrow, “How Could Trade Affect Conflict?,” 또한 이에 대한 고전적인 논의라면 제Ⅲ장의 ‘주 30’에 소개된 저술들을 참고.

26 이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Reuveny and Kang, “Bilateral Trade and Political Conflict/Cooperation: Do Goods Matter?,” Journal of Peace Research, Vol.

35, No. 5(1998) 및 이들이 서베이 하고 있는 경험적 연구들을 참고.

과관계에 대한 여러 가설들을 현실적으로 검증하는 일 역시 불가 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교역과 정치적 갈등 사이의 인과관계를 계량적으로 검 증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 답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이와 관련된 두 가지의 난 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하나는 교역이란 계량적으로 관찰 가능한 변수이지만, 정치적 갈등 또는 평화란 계량적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두 변수 사이의 인과적 관계를 계량적으로 검증하려는 시도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할 수 도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두 변수 사이의 인과관계를 올바 로 검증할 수 있는 계량적 기법이 과연 존재하는가이다. 예를 들 어, 두 변수의 상관관계를 계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해서 이 것이 과연 양자 사이의 인과적 관계를 의미하는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미리 말한다면, 이러한 두 가지 난제를 아직 완전히 풀 어내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 한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몇 가지의 가정을 도 입하고 그 결과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경우 교역과 정치적 갈등 사이의 인과관계는 얼마든지 계량적으로 토론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럼 먼저 첫 번째 난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교역과는 달리 정치 적 갈등 또는 평화의 정도(degree)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계량적 인 수치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계량 적인 수치를 찾아내거나 만들어 내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그간 평화와 갈등의 정도를 계량적인 수치로 표현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존재해 왔는데, 이들 시도는 크게 두 가지의 아이디어에 근거하고 있다. 하나는 평화와 갈등의 정도에

118 북한경제의 대외의존성과 한국경제의 영향력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사회적 제반 통계들을 모두 모아, 이들 각각에 일정한 가중치를 부여한 후 이를 종합하여 평화와 갈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종합적 지표

(indicator)를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

평화연구소(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에 서 발간되는 연보(SIPRI yearbook)나 미국에서 구성되는 ‘민주적 평화시계(Democratic Peace Clock)’ 같은 지표가 이에 해당될 것이 다. 다른 하나는 정치적 갈등이나 평화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각각 의 사건(event)에 그 갈등의 정도를 나타내게끔 일정한 수치를 부 여한 후, 이를 종합한 하나의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미국을 중심으로 상당히 발전하였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COPDAB(Conflict and Peace Data Bank)27이나 KEDS(Kensas Event Data System),28 WEIS(World Events Interaction Survey)29 그리고 IPI(International Political Interactions)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30 물론 누구도 이러한 지표들이 평화와 갈등의 정도를 완 벽히 나타내는 수치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연구자에 따라 서는 이러한 지표의 구성 노력 자체에 회의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지표의 사용은 두 가지 점에서 아주 의 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평화와 갈등의 정도를 완전하지는

27 Edward E Azar, The Codebook of the Conflict and Peace Data Bank(CODAB): A Computer-Assisted Approach to Monitoring and Analyzing International And Domestic Events (College Park, ND.: Center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and Conflict Management, University of Maryland, 1982)

28 <http://www.ukans.edu/~keds/index.htm>.

29 Charles McClelland, World Events Interaction Survey (LA: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ICPR 1972).

30 <http://garnet.acns.fsu.edu/~whmoore/ipi/codebook.htm>.

않지만 일정한 기준 아래 장기간 추적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 또한 이러한 기준은 계량적인 수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언 제나 개선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기준이 현실과 얼마 나 부합하는가를 객관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가능해짐으로써 보다 개선된 기준 또는 수치를 만드는 일 역시 가능해 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만일 우리가 이러한 기준 또는 지표들의 한계와 효용성을 모두 인정한다면, 이를 이용해 교역과 평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계 량적으로 테스트 하는 일이 전혀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의 난제와 관련해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적 인 사회적 현상들 사이의 인과성을 어떻게 수리계량적으로 표현 하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모든 수리계량적 방법은 완전하지 않고 나름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역과 평화의 인과 성 분석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가장 널리 이용되는 방법은 이른바

‘그랜저 인과성(Granger Causality)’의 개념을 차용하는 것이다.31

이 방법은 두 계량변수 사이에 나타나는 허위(spurious)적이고도 무의미한(meaningless) 상관관계(correlation)를 제거하고, 두 변 수 사이의 순수한 인과적 관계만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방법은, 두 계량변수 x와 y가 존재할 경우, 이들 사 이의 인과성 문제를 현재의 x값(또는 y값)을 설명하는 데 과거의 y값(또는 x값)이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로 파악 한다. 예를 들어, 현재의 x값을 설명하는 데 있어 과거의 x값뿐만 아니라 과거의 y값을 설명변수에 삽입할 경우가 그렇지 않을 경 우보다도 더욱 많이 현재의 x값을 설명한다면, y는 x를 ‘그랜저

31 C W J Granger, “Investigating casual relations by econometric models and cross spectral methods,” Econometrica, Vol. 37(1969), pp. 43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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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래(Granger cause)’ 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y는 x의 ‘그 랜저’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그랜저 인과성’은 세 가지 측면 에서 커다란 장점을 갖고 있다. ① 변수들간의 상관관계 분석에 서 나타나는 허위적이고 무의미한 관계를 배제한다는 것과 ② 변 수들 사이의 시간적 선후관계를 측정하고, ③ 한 변수와 관련된 정보가 다른 변수와 관련된 정보를 얼마나 많이 설명하는가를 측 정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념은 현실 사회에서 우리가 ‘한 변수가 다른 변수의 원인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연구자가 이러한 개념을 이용해 현실의 교역과 평화사이의 인과성을 검증하는 일이 의미 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이러한 주장은 충분히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다른 연구자가,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계 량적 방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위의 ‘그랜저 인과성’ 개념을 토대 로 교역과 평화사이의 인과성을 검증하는 일 역시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이 역시 합리적인 설득력을 갖 는 것이다. 과학이란 불완전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완전한 방법을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그 불완전성을 개선해 나가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현재 우리의 수준으로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만큼의 완전한 방법으로 교역과 평화 사이의 인과적 관계를 경험적으로 검 증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 는 방법적인 불완전성을 인정한 토대 위에서는 이들의 인과관계를 경험적으로 토론하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교역과 평화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바로 이러한 불완전성을 감내 하고 이의 극복을 위해 시도되고 있는 것들이라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