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에서 연구자는 칸트의 초월적 자아에 대해 연구하고, 초월적 자 아가 지니는 윤리학적인 의미가 도덕교육에서 어떠한 의의를 가질 수 있는 지에 대하여 논하였다. 또한 칸트 철학 내에 타자성이 함의된 논의에는 어 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초월적 자아와 관련하여 도덕교육적 관점 에서 탐구하였다.
Ⅱ장에서는 칸트가 어떠한 철학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초월 철학을 전개 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칸트의 초월 철학은 ‘비판 철학’이라고도 불리 는데, 이는 칸트의 철학이 칸트 이전의 근대 인식론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 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 자아와 세계에 관한 인식론 논쟁은 당시 근대 철 학의 특징이었다. 당시는 참된 실재이자 진리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철학의 주된 관심사였다. 이성주의의 관념론을 대표하는 데카르트는 생각 하면서 존재하는 자아를 유일한 참된 실재로 이해하고, 자아 밖에 있는 세 계는 인간에 의해 온전히 파악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생각하는 자아’
만이 유일한 실재라고 보았다. 반면, 경험주의의 실재론을 대표하는 흄은 인간의 의미가 물리적인 육체 없이 아무런 의미도 지닐 수 없다고 보고, 자아 밖의 외부 세계를 참된 실재이자 진리로 여겼다. 이 같은 인간 인식 에 관한 이성주의의 관념론과 경험주의의 실재론의 대립은 칸트로 하여금 초월 철학을 구상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칸트는 이성주의의 관념론과 경험주의의 실재론의 주장이 모두 인간 인 식의 한계를 자각하지 못한 데서 비롯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즉 시 ․ 공 간의 제약 아래에 있는 인간의 인식 능력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아와 세계 를 단지 현상으로만 파악하게 할 뿐, ‘사물 그 자체’를 인식할 수 없게 만 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찰을 토대로 칸트는 인간에게 있어서 ‘사물 그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윤리적인 관점에서 탐구하고자 하였다.
즉 칸트는 인간의 인식 능력으로 파악할 수 없는 ‘사물 그 자체’의 세계를 현상 세계와 구분하여 ‘초월 세계’라 칭하고 이로부터 자신의 초월 철학을
전개해 나갔다.
칸트에게 있어서 ‘사물 그 자체’의 세계, 즉 초월 세계는 자아와 세계의 진정한 의미가 놓여 있는 세계이다. 이는 인간에게 있어서 오로지 의식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세계이다. 초월 세계가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 인간에게 경험적인 방식으로 규정되거나 파악될 수 없 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초월 세계의 상정은 칸트가 인간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고자 하는 데 있어서 토대가 된다.
칸트는 우리에게 인식되는 현상적 자아가 인간의 진정한 자아가 아니라 고 보았다. 현상적 자아는 경험 세계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제한적이고 조건적인 내용을 가질 뿐이다. 칸트는 인격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을 무조 건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현상적 자아가 인간의 본래적인 자아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칸트에게 있어서 인간 그 자체의 본래적 의미를 함 의하고 있는 자아는 초월적 자아이다.
칸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경험적인 조건 없이도, 단지 인간이기 때문 에 존엄한 존재이다. 칸트의 초월적 자아는 그것이 바로 인식될 수 없음으 로 인해, 그 자체로 본래적인 자아일 수 있다. 칸트는 초월적 자아가 우리 에게 의식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모든 시간에 있어서 언제나 동일하게 나 자신으로 의식되는 자아라고 설명하였다. 여기서 칸트의 초월적 자아는 윤리적으로 궁극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즉 초월적 자아는 ‘언제나 동일 한 나 자신’으로 의식되는 자아이기 때문에 인간의 인격에 보편성을 부여 하는 근거가 된다.
초월적 자아에 근거하는 ‘인격의 동일성’은 모든 순간 어느 공간일지라 도 우리 인간을 언제나 존엄한 존재로 만든다. 인간의 인격은 조건이나 상 황에 따라서 그 본래적인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즉 ‘인격의 동일 성’이 가지는 보편타당한 가치는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성을 함의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칸트는 초월적 자아에 근거하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하여 이성을 언 급하였다. 인간은 경험 세계 속에서 현상적이자 동시에 초월적인 존재로 살아간다. 칸트에 따르면, 인간이 초월적인 존재로 살아가고자 하는 것은 경험 세계 안에서 도덕을 지향하는 인간의 선의지를 통해 발견된다. 인간
은 이성을 지님으로써 그 자체로 선한 보편적인 도덕법칙을 지향할 수 있 고, 나아가 타자와 윤리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자 한다. 즉 이성을 지 닌 인간은 현실 속에서 도덕을 실천함으로써 인격적인 삶을 실현한다. 이 처럼 칸트는 초월적 자아를 윤리적인 관점에서 도덕적 자아로 논의하였다.
칸트는 현상적 존재이기도 한 인간이 자연법칙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도 덕은 언제나 무조건적인 의무라고 주장한다. 칸트에 따르면 우리가 도덕명 령을 조건 없이 따라야 하는 것은 도덕이 그 자체로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 기 때문이다. 도덕에 대한 의무는 인간으로 하여금 경험 세계에서 욕구와 경향성의 극복이라는 과제를 부여한다.
또한 칸트는 인간이 도덕적 실천에 의해 그 자체로 자율적인 존재가 된 다고 말한다. 칸트에 의하면 도덕명령은 초월적 자아가 현상적 자아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이 내린 명령에만 복종함으로써 경험 세계에서 자율적인 존재가 된다. 요컨대 우리가 보편적인 도덕을 실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간의 자율성을 함의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도덕 법칙은 인간의 근본적인 행위 원칙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나아가 칸트에게 있어서 인간은 자신의 존엄한 인격을 위해서 우리 자신 을 포함하여 모든 인간을 언제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 칸 트는 목적의 원리를 통해 수단적 가치로 환원될 수 없는 인간의 인격을 강 조하였다. 이어서 칸트는 인간이 실현시켜 나가야 할 이상적인 사회로서
‘목적의 나라’를 제시하였다. 칸트의 ‘목적의 나라‘는 인간이 본래 도덕적 이상을 지향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실천적인 노력을 촉구하도록 하는 하나 의 목표로 설정될 수 있다.
한편 본 논문은 타자성이 함의된 칸트의 ‘공통감’ 이념을 초월적 자아와 관련하여 도덕교육적 관점에서 탐구하였다. 칸트는 ‘공통감’ 이념을 통해 인간이 타자와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감각에 대하여 언급한다. 공통감이 란 미적 판단과 관련해서 인간이 타자와 공통적으로 형성하고 있는 감정이 다. 이러한 감정은 미적으로 선(善)한 것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감각이기 때문에 경험에 기초하지 않는다. 칸트는 공통감을 공동체적 감각이라고 표 현하면서 공통감이 타자의 입장에 설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라고 말한다.
칸트의 관점에서 볼 때, 타자는 나 자신과 동일한 인격을 지닌 초월적인
존재이다. 우리는 타자의 입장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칸트의 공통감은 우리가 타자의 입장을 나의 입장으로 생각 해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타자와 내가 인격적으로 동등하다는 의 식을 토대로 서로의 입장으로 이해하면서 보편적인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 다.
도덕적인 관점에서 볼 때, 초월적 자아는 그것이 인간의 존엄한 인격 가 치를 함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학생들에게 인격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가르칠 때, 도덕교사는 학생들이 자기 자신의 참된 가 치에 대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도덕 교사 는 칸트의 초월적 자아와 공통감의 의미를 이해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인 격 교육을 수행할 수 있다. 요컨대 칸트의 초월적 자아는 그 자체로 존엄 한 인간의 인격을 함의하고 있으며, 공통감은 타자에 대한 배려와 감정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도덕교사는 초월적 자아와 공통감 이념을 통해 학 생들에게 인격의 본래적인 의미와 가치를 가르쳐 줄 수 있다. 이러한 가르 침을 통해 도덕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자신과 타자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인격 의식에 대한 교육은 삶에 있어 서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도록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 다. 요컨대 도덕적인 인격 의식은 학생들로 하여금 도덕적인 삶에 대한 적 극적인 실천 동기를 부여해준다.
칸트는 인간의 존재적 물음과 관련하여 우리 인간이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임을 밝히고자 했다. 연구자는 초월적 자아가 지닌 인격의 참 의미가 현상적 ․ 물질적 가치에 익숙한 오늘날의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초월적 자아의 이념은 인간을 고귀한 존재로 여 기고, 나아가 도덕적이고 인격적인 인간을 길러내고자 하는 도덕교육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