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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초월 철학의 타자성 해명

인 경험이 보다 직접적인 것이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만 내적 경험이 가 능하다고 보았다.184) 즉 칸트에게 있어서 인간의 인식은 외부에 존재하는 타자가 먼저 전제됨으로써 성립될 수 있고, 이에 타자는 인간에게 이미 주 어져 있는 대상이다. 이러한 칸트의 입장에 근거하여 문성학은 다음과 같 이 말한다.

그에 의하면 대상존재 없이 자아존재 없고, 자아존재 없이 대상존재가 없다.

주관 없는 객관 없고, 객관 없는 주관 없다. 주관이 객관(현상)을 구성한다는 것은 곧 주관과 객관이 상호 일치되어 상호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비록 현상계 내에서 이긴 하지만 존재(객관)와 사유(주관)가 일치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인식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185)

말하자면 나와 타자는 서로에게 있어서 미리 전제되어 있는, 그러한 대 상 존재들이다. 서로를 인식하기 이전에 각자는 이미 서로에게 주어져 있 는 존재로서, 바로 이 ‘주어져 있음’을 통해 서로를 주어진 사실로서 받아 들이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인격적 동일성(인격의 동일성 또는 자기 동일성)186)은 타자를 전제할 때에 진정으로 유지될 수 있다. 즉 내가 이 세계에서 독자 적인 단 한명의 존재로 살아간다면, 경험적으로 나는 나 자신의 인격적 동 일성을 깨닫기 어렵다. 왜냐하면 세계 안에서 나 자신과 견주어 반성할 만 한, 반성의 대상이 나에게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험 세계 에서 타자는 나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 인격체이자, 나로 하여금 반성적 의 식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칸트는 인간의 반성적 의식에 대해 다 음과 같이 말한다.

성찰[반성]이란 대상들에 대한 개념을 얻기 위해서 대상들 자신과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들에 대한 개념을 얻을 수 있는 주관적 조건을 발견하기 위

184) I. Kant, 『순수이성비판』, B277; p.460.

185) 여기서 첫 주어인 ‘그’는 칸트를 지칭한다. (문성학, 『칸트철학과 물자체』, (서울; 형설출판 사, 1995), p.80)

186) I. Kant, 『순수이성비판』, A364; p.578.

해 우선 준비하는 마음의 상태이다. 성찰[반성]은 주어진 표상들의 우리의 서 로 다른 인식 원천들과의 관계에 대한 의식으로서, 이[반성]를 통해서만 그것 들의 상호 관계가 올바르게 규정될 수 있다.187)

즉 칸트에게 있어서 반성은 우선적으로 인식의 주관에서 비롯되는 것이 지만, 반성은 주어진 타자를 그의 본래성을 의식하면서 마주하는 것이다.

반성은 타자에 대한 관계적 의식이기에, 타자를 배제하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의식이다.188)

한편으로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인격적인 존재로 자각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타자를 인격적인 존재로 의식한데서, 다시 말해 타자의 인격을 반 성적으로 의식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은 삶 속에서 타자에 대한 반성 적 의식을 통해 인간 일반의 존엄성을 확인하기도 한다.189) 말하자면 나는 혼자가 아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감을 의식함으로써, 인격의 가치를 초월적 인 보편성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적이자 초월적 인 존재에게 있어서, 타인은 단순한 경험적 대상이 아닌 ‘반성적으로 의식 되는 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칸트는 실재를 인식하고 구성하는 주체로서 인간 자신을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자아가 타자를 단순히 현상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칸트에게서 초월적 자아는 모든 시간에서 언제나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는 자아이고, 이는 타자를 통해서 더욱 분명하게 의식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은 나에게 타자가 '사실로 주어져 있음'과 내가 타자에게 '사실로 주어져 있음'에 대해 확신한다. 이러한 믿음은 인간으로 하여금 ‘모든 인간 은 평등한 존재’라고 반성하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칸

187) I. Kant, 『순수이성비판』, B316; p.496.

188) 김대식은 칸트의 형식주의를 통해서 타자성을 해명하고 있다. 김대식은 칸트의 관점에서 타자 를 삶이라는 선천적인 지평에서 만나는 존재이자, 자아에게 있어서 윤리적 고려의 대상이라고 본 다. 타자를 ‘이미 주어져 있는 존재’로 여기면서 자기의식을 타자의식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나아가 칸트와 레비나스의 타자에 대한 관심을 비교 정리하면서, 두 학자 모두 인간의 삶을 타 자와 소통하는 자리라고 보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는다. (김대식, 「칸트의 형식주의 이성비 판과 타자성의 문제」, p.19 참조)

189) I. Kant, 『순수이성비판』, B277; p.460.

트에게 있어서 세계는 타자와 공유된 세계로도 볼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초월적 존재들이 서로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장(場)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190)

이런 점에서 칸트의 초월적 자아는, 개인이 타자와 무관한 존재로 살아 가지 않도록 만드는 인격적인 근거가 되고, 또한 자기 자신을 타자화 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말하자면 인간이 ‘타자화’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보편적인 인간 일반 혹은 타자 일반으로 의식할 수 있음을 의미하 는 것이다.

칸트에게 있어서 타자는 초월적 인격성을 지닌 나와 동일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는 매순간마다 동일하게 의식되는 자기 동일성을 확보 하기 위한 존재, 즉 자아와 상존적(相存的)인 존재로 여길 수 있는 것이 다.191) 회페(O, Höffe)는 칸트의 초월적 자아를 모든 인간의 공통된 자아 로 여기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초월적 통각의 “나”[초월적 자아]는 특정 개인의 사적인 자아가 아니다. 개 인적 자아는 특정한 시간에 그 세계에 살고 있는 경험적 자아에 속하지만, 초 월적인 “나는 생각한다”[초월적 자아]는 모든 경험에 앞서는 방법적 위치를 가지며 어떠한 판단이든 판단에서 정립되는 통일의 원천을 형성한다. 초월적 통각[초월적 자아]는 의식 일반의 주체이며, 따라서 모든 의식과 자기의식에서 하나이면서 같다.192)

즉 회페는 칸트의 초월적 자아를 모든 인간의 공통된 자아로 해명한다.

인간이 인간에 대해 가지는 보편적인 의식은 나와 타자를 하나의 존재로 여기게 하는 인격적인 의식이다. 이러한 의식은 말하자면, 모든 인간의 보 편적인 자아를 의식하는 것이다.

이처럼 초월적 자아는 의식 일반의 주체이다. 인간은 타자의 인격을 자

190) 메를로 퐁티를 비롯한 현상학자들은 칸트의 초월적 통각(초월적 자아)에 대해 대상을 무시한 유아론적 자아로 이해하고 비판하였다. 이에 대해 김대식은 칸트의 원전을 인용하며, 그들의 비판 이 오해로 인한 잘못된 비판임을 지적하고 있다. (김대식, 「칸트의 형식주의 이성비판과 타자성 의 문제」, (숭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9), p.20 참조)

191) 김대식, 「칸트의 형식주의 이성비판과 타자성의 문제」, pp.20-21 참조.

192) O. Höffe, 이상헌 옮김, 『임마누엘 칸트』, (서울: 문예출판사, 1997), p.118.

신의 인격과 동일한 것으로 의식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 타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할 수 있게 된다. 타자와 나를 공통된 존재로 의식하는 것은 곧 ‘우리의 초월적 자아’를 의식하는 일이다. 이러한 의식은 곧 ‘의식의 통 일’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존적인 존재로서 나와 타자는 의식의 통일 아래 서로에게 관계하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193)

나와 대상 사이의 만남의 지평이야말로 나와 세계의 하나됨의 지평인 동시 에 존재의 지평이다. 이 지평 속에서 나는 세계로 건너간다(transzendieren).

칸트의 선험철학(Transzendental-Philosophie, 초월철학)이란 바로 이 건너감 (Transzendenz)의 존재론이다. 존재의 진리를 나와 대상의 건너감과 만남 속 에서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칸트의 선험철학[초월철학]인 것이다.194)

이처럼 칸트의 초월 철학은 ‘인간과 인간의 인격적인 만남’을 본질로 하 는 철학이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초월적인 자기의식은 타자와의 만남에서 타자와 나를 동등한 존재로 여기게 한다.

또한 우리는 타자적 관점에서 우리 자신을 의식해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의식은 우리 자신을 초월적인 관점에서 타자화 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이 때 ‘나’는 경험적인 대상으로 반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인 대상으로 반 성된다. 실제로 우리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삶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도덕 적인지 아닌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우리 자신이 타자에게 도덕적인 타자가 되어주고 있는가를 반성해 보는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반성은 주관적인 인간의 의지를 보편적인 도덕적 의지로 이끌어줄 수 있 다.

인간은 타자를 통해서 인식과 의식을 경험한다. 칸트에게 있어서 타자는 우리 자신과 동일한 인격을 지닌, 또 다른 ‘나’이다. 따라서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언제나 도덕적 의무가 따른다. 만약 우리가 타자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나 자신에 대한 의무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193) “칸트의 초월 철학은 의식의 초월적 보편성에 근거하여 전개된 것이다.” (박찬구, 「칸트와 비 트겐슈타인의 종교 이해」, pp.140-141 참조)

194) 김상봉, 『자기의식과 존재사유-칸트철학과 근대적 주체성의 존재론』, (서울: 도서출판 한길사 1998), p.320.

세계 안에서 타자를 통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말하자면 인간은 서로를 통해 도덕적 자의식을 형성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초월적 자아에 대한 의식은 타자와 나의 인격에 대한 도덕적 의식이자, 도 덕적 실천 의지의 기초가 된다.

2) ‘자기의식’과 ‘타자의식’의 합일

칸트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현상 세계에서 자신의 초월적인 본성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러한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연 법칙이 아닌 자유 법칙의 지배를 따른다. 자유 법칙은 말하자면 도덕적인 인간의 근본 원리이다. 이에, 칸트에게 있어서 인간은 오직 자유 법칙을 따름으로써 현 상 세계에서 인격의 존엄한 권리를 보장받는다.195)

이처럼 인간은 자신의 인격적인 본성에 의해, 현상 세계를 도덕적인 인 간의 세계로 변화시켜 나가는 존재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인간이 초월적 자 기의식 속에서 타자인 ‘너’를, 나와 동일한 필연적인 존재로 의식할 수 있 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자연의 세계가 ‘그것들’의 세계라면, 인격의 세계는 너와 내가 하나가 된 ‘우리들’의 세계이다.196)

자연에 의거해 있는 존재자들이라 하더라도, 만약 그것들이 이성이 없는 존 재자들이라면, 단지 수단으로서, 상대적 가치만을 가지며, 그래서 물건들이라고 일컫는다. 그에 반해 이성적 존재자들은 인격들이라고 불린다. 왜냐하면 그것 들의 본성이 그것들을 이미 목적들 그 자체로, 다시 말해 한낱 수단으로 사용 되어서는 안 되는(…)197)

즉 칸트에게 있어서 인간은 이성을 지닌 바, 그 자체로 목적이기 때문에 물건이 아닌 인격이다. 따라서 나에게 ‘너’인 타자는 ‘그것’으로 환원될 수

195) 박찬구, 「칸트의 인격론」,『인격』, p.102 참조.

196) 김상봉, 『자기의식과 존재사유』, p.345 참조.

197) I. Kant, 『윤리형이상학 정초』, B65;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