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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에 대한‘인식’과 자아 ‘의식’

초월적 자아는 우리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 우리는 현상적 자아를 인식 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초월적 자아를 인식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들에 답하기 위하여, 칸트는 먼저 인식과 의식의 개념적 차이에 대하여 설명한 다.

칸트는 현상적 자아와 초월적 자아의 의미를 설명함에 있어서 인식 (Erkenntnis, cognition) 개념과 의식(Bewußtsein, consciousness) 개념 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인식과 의식 개념은 인간의 자아를 이해하는 방식 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활동이다. 앞서 밝힌 대로, 초월적 자아는 경험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상적 자아를 인식하는 방식과 동 일하게 파악되지 않는다. 칸트에 의하면 우리는 경험 세계에 속하지 않는 것들을 인식할 방법이 없는데, 이는 우리의 인식 작용이 단지 경험 세계의 현상적 대상에 대해서만 상응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경 험 세계 속에서 어떤 방식에 의해 초월적 자아를 이해할 수 있는가? 또한 칸트에게서 의식이란 무엇이고, 이것은 인식과는 어떻게 다른가?

칸트에게서 의식은 초월적 자아를 이해하는 방식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개념이다. 이 의식은 ‘의식 활동’과 개념적으로 동일하다. 여기서 ‘활동성’

의 속성은 초월적 자아의 존재방식과도 관련된다. 칸트의 초월적 자아는 우리 인간의 의식 활동에 의해 알려지기 때문이다.

먼저, 칸트에게서 인식 개념은 인간의 일상 세계 및 현상적 자아와 관련 된다. 칸트에 따르면 인간이 경험하며 살아가는 일상의 세계는 인간에 의 해 구성되고 해석된 현상의 세계인데, 인식은 우리가 그러한 현상들을 지 각하고 파악함을 이르는 말이다. 곧 칸트에게 있어서 현상적 자아는 현상 적 경험 세계에 속해 있는 ‘나’로서, 나에 의해 인식되는 ‘나’이다.

인간 인식의 두 줄기가 있는데, 그것들은 아마도 하나의 공통의, 그러나 우 리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뿌리로부터 생겨난 것으로 감성과 지성이 바로 그것 이다. 전자를 통해 우리에게 대상들이 주어지고, 후자를 통해 사고된다. 72)

칸트에 따르면 ‘인식’은 감성과 지성(또는 오성)의 결합에 의해 성립된 다.73) 감성 형식과 지성 형식은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는 데에 있어서 우리 에게 주어진 ‘선험적(a priori)’74)인 형식이다. 말하자면 인간은 선험적으로 주어진 감성 및 지성 형식에 의해 대상을 지각하고, 또 대상에 의미를 부 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인식의 범위, 곧 인간 인식의 가능성은 현상적 인 경험 세계로 제한된다. 다음의 설명을 통해 칸트가 말하는 인간의 인식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인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데카르트의 주장과는 달리)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 사물에 대한 정보들이 일단 수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수용된 감각 재료들은 단지 ‘잡다’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이 정리 정돈되고 주어(인 식 주관)와 결합되어야 인식이 성립할 수 있다. (…) 주관적 감성 형식인 공간

‧ 시간 질서에 따라 감각 재료들이 정돈되고, 이것들이 역시 주관적 형식인 지 성의 범주에 따라 종합됨으로써 하나의 대상이 비로소 우리에게 인식된다.75)

이처럼 우리에게 인식된 사물은 우리에게 보이는 그대로 인식된 현상일 뿐 그 자체로 사물의 원인, 즉 본질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인간에게 인식 된 사물은 단지 인간에 의해 그러하도록 이해된 것이며, 이해된 그대로 우 리에게 존재한다.76)

72) I. Kant, 『순수이성비판』, B29; p.236.

73) 칸트에 따르면 우리에게 외부의 감각자료는 시․공간이라는 감성형식을 통해 들어오고, 지식이나 앎은 범주인 지성형식을 통해 성립된다. 감성은 외부 대상의 내용을 수용하는 것이고, 지성은 자 발적으로 수용된 내용 일정하게 구성하는데, 우리의 인식은 이 두 가지 형식에 의해 성립한다.

74) ‘a priori’의 우리말 번역어로는 ‘선험적’을 채택하여 사용하지만, 직접 인용한 부분에서 간혹 ‘선 천적’으로 번역하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이 두 가지 번역어를 병기한다.

75) 박찬구, 「칸트의 인격론 」,『인격』, p.98-99.

76) 백종현은 어떤 사물에 대하여 우리가 인식한 ‘사실’과 사물 자체의 ‘본질’이 합치하지 않음을 다 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것이 만약, 어제 밤 어둠 속에서의 나의 인식과 오늘 낮 밝은 데서의 나 의 인식, 한 사람의 인식과 여러 사람의 인식, 상식인의 인식과 과학자의 인식을 대조해봄으로써

사물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한된 인식 조건을 넘어서야만 하는데, 우리가 우리의 인식 조건을 넘어서는 것은 경험 세계 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감성 형식과 지성 형식은 우리에게 선험적으로 주어진 인식 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 ․ 공간의 조건이 배제되어 있는 어떤 것에 대해 상상하기도 어렵다. 우리에게 이 인식 조건은 다만, 삶의 모든 경험을 위해 필연적으로 갖춘 인간의 선험적 조건이다.

이러한 인식 조건은 인간이 자아를 인식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 리가 인식한 현상적 자아는 경험 세계를 살아가는 현실 속의 ‘나’이다. 여 기서 우리가 현상적 자아를 인식하는 과정은 여타 현상적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현상적 자아는 나에 의해 이해되고 구성된 대상이다. 이 는 말하자면 인간의 자아가 인간 자신에 의해 외적 사물로 대상화될 수 있 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대상화시키는 일은 흔히 발생한다. 예컨대, ‘나는 누 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보통 우리는 우리 자신의 외적인 상황에 따라 자 기 자신을 이해한다. 이것은 곧 외적인 자기 자신, 즉 현상적 자아로서 자 신의 가치를 규정하는 일이다.

이처럼 우리가 자기 자신을 제한된 현상적 가치에 의해서 이해하는 일은 칸트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칸 트에게 있어서 인간이 자기 자신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깨닫는 일은 곧 초월적 자아를 의식하는 일이다. 칸트의 관점에서, 인간이 초월적 자아 를 의식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 스스로 경험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칸트의 의식 개념은 초월적 자아 및 초월 세계와 관련된다.

초월 세계는 인식되지 않는 물자체의 세계로서, 인간의 인식 조건에 의해 파악할 수 없는 세계이다. 칸트는 초월 세계를 ‘경험 이전’이라는 의미에서

‘선험 세계(또는 예지계)’로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칸트의 초월적 자아는 초월 세계에 속해 있는 ‘나’로서, 나에게 의식되는 ’나’이다.

드러나는 것이라 한다면, 이 대조는 단지 하나의 인식과 또 다른 하나의 인식을 비교해 본 것에 불과하니, 그것으로써 ‘사실’과의 부합을 얘기할 수는 없게 된다.” (백종현, 『서양근대철학』, p.106)

의식 개념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인간 인식의 특성은 한 가지 제약이 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삶이 시 ․ 공간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일생동안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말하자면 인간의 삶의 방식이 경 험이라는 제한된 조건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같 은 사실이 우리가 ‘의식 활동’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제약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경험적 습관을 통해 인식에 대한 결과를 기대하듯이, 의식과 같은 활동을 통해서도 마찬가지로 어떤 현상적인 결과를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 다. 그러나 경험적 기대와는 달리 우리가 의식 작용을 통해 얻는 것은 ‘내 감(內感)’이라 칭해지는 것들이다. 즉 의식 작용에 수반되는 ‘내감’은 가시 적인 것이 아니다.

칸트는 의식 작용의 결과를 ‘표상(表象, Vorstellung)’이라고 말한다. 칸 트는 표상을 “이 시간관계 또는 저 시간관계상에 있는 우리 마음의 내적 규정”77)으로 정의하고 있다. 요컨대 “각 표상은 다름 아닌 절대적 하나(一 者)”78)이다. 초월적 자아는 경험 세계에서 인식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의 식 작용의 결과로서 초월적 자아에 대한 표상을 가질 수가 있다.

칸트에 따르면 우리가 초월적 자아를 의식했을 때, 그 초월적 자아는 다 른 사람이 의식한 초월적 자아와 동일한 인격성을 갖는다.79) 초월적 자아 는 우리 모두의 내감, 곧 마음속에서 ‘활동성 그 자체’로 동일하게 존재한 다.

‘의식의 활동성’이 존재하는 것은 우리에게 꿈이 존재하는 방식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꿈꾸는 의식 활동을 통해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되 며, 또한 꿈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꿈의 활동성이 바로 ‘의식의 활 동성’이다. 우리에게 ‘의식의 활동성’은 표상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다.

이러한 의식 활동을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초월적 자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초월적 자아에 대한 의식은 우리로 하여금 경험적인 인식 조건을 넘

77) I. Kant, 『순수이성비판』, A99; p.321.

78) I. Kant, 『순수이성비판』, A99; p.321.

79) 누구의 마음속에서나 모두 같은 하나인 초월적 자아는 그 자체로 평등한 인격성의 근거이다. 이 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본 논문 ‘Ⅲ-2. 초월적 자아에 대한 이해’에서 다룬다.

어서게 한다. 요컨대 우리가 초월적 자아를 의식한다는 말은 우리 자신의 본래적인 의미에 대해서 떠올려 본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