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연구방법
1. 계보학 연구방법
계보학은 Foucault가 자신의 저작에서 활용한 주된 연구의 도구 중 하나다.
계보학이라는 용어는 Nietzsche에 의해 처음 제시되었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실천하여 발전시킨 자는 Foucault다(이진우, 2000). 이 두 학자는 계보학을 통 해 모두 당대의 철학과 일반화된 전통에 반대하고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유래 를 찾고자 하였다. 그 결과, 두 학자는 모두 동시대의 여러 철학자들과 역사학 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하였으나, Foucault가 발전시켜 활용한 계보학 방 법은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으며 실험적 연구의 발판이 되고 있다(정 규영, 2015).
계보학은 Foucault가 후기 저작물에서 많이 활용한 연구의 방법이다. 계보 학의 시작을 알리는 Foucault의 글은 1971년의 에세이 「니체, 계보학, 역사 (Nietzsche, genealogy, history)」에서 볼 수 있다. 계보학 방법을 활용한 Foucault의 대표적인 연구는 『감시와 처벌』이다. 계보학과 관련된 Foucault 의 문서들 중에서 출판된 것은 이 책이 유일하기 때문에 Foucault의 계보학은
『감시와 처벌』과 주로 연관되는 것으로 인식된다(정규영, 2015). 이 책에서 Foucault는 감옥을 사례로 근대 인간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를 규율과 순종하는 신체 등의 개념을 통해 분석했다.
『감시와 처벌』에서 Foucault는 계보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Foucault는 “나는 바로 그러한 감옥의 역사를 쓰려 한다. 이것은 완전히 시대 착오적인 것일까? 이런 방법으로 현재의 시대적 상황과의 관련 속에서 과거의 역사를 쓰려고 한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며, 현재의 역사를 쓰려 한다면 그럴 수 있을 것”(Foucault, 1975: 63)이라고 하였다. 즉, 계보학은 과거의 역사가 아 닌 현재의 역사에 초점을 둔 연구방법이다. 계보학은 과거의 역사적인 사건을 실증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닌, 현재를 구성하는 사회적인 매커니즘이나 규
칙을 발견하기 위해 과거의 우연한 사건들을 수집하여 비판적으로 재구성하 는 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계보학은 현재의 모습을 구성하는 사회적인 실천 의 역사적인 유래를 찾아 추적하여 분석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Foucault는 계보학에 대해 설명하면서 전통적인 역사는 사건을 기억할 수 있 는 문서로 전환된 서술들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문서로 존재하는 역사들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라며, 계보학은 이것들이 이미 의도되어 서술된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을 말해줄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문서화되기 이전의 역사적인 사건을 찾아 기술하는 것이라고 하였다(이진우, 2000). 즉, 계 보학은 문서화된 자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해당 사회에는 어떤 정치 적 권력 관계를 토대로 합리성이 작동하였는지를 재구성하는 연구 방법이라 고 할 수 있다.
계보학은 종종 고고학과 비교되며 언급되는데, Foucault는 두 가지가 동일 하지 않다고 하였다. Foucault는 1960년대 고고학을 주된 방법으로 활용하여
『말과 사물』 등의 저작물을 내놓았다면, 1970년대 이후는 계보학을 주된 방 법으로 활용하여 『감시와 처벌』과 같은 저작물을 출판하거나 여러 강의를 통해 계보학 연구를 설명했다.
Foucault(1980)에 의하면, 고고학은 담론 체계를 분석하는 데 적합한 방법론 이고, 계보학은 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현재를 탐구하는 방법론이다(Mills, 2003). 고고학은 언어로 표현된 언술을 분석하는 방법론이고, 계보학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언술들까지 포함하여 이것들의 생산과 통제, 유통을 촉진 혹은 규제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방법론이다. 고고학은 담론의 생성과 이것이 사회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담론의 실천을 탐구 대상으로 한다면, 계보 학은 담론들이 실천들과 어떻게 결합되어 작동하는가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고고학이 과거의 역사에 주목하여 담론을 분석하는 연구 방 법이라면, 계보학은 현재의 역사에 주목하여 이러한 담론들이 사회적 실천들 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고고학 은 우리의 존재가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을 기술하는 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 다면, 계보학은 그 조건들이 어떠한 이유로 바뀌는지를 기술하는 동적인 성격
을 지닌다(이정우, 1993). 즉, 계보학적 분석은 우리를 지금 우리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것이다(Mills, 2003).
담론은 Foucault의 연구에서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인데, 그에게 담론이란 권력과 지식이 결부되어 있고 다양한 전술들에서 활용될 수 있는 언술이라고 할 수 있다. 담론은 어떤 사회에서든지 생산하고, 통제하고, 선별하고, 조직화 하고, 재분배한다(Foucault, 2001). 담론은 궁극적인 진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고, 이것은 사회를 구성한다(김희정, 2020). 담론은 텍스트 그 이상으로서 물질적인 사회적 실천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권력의 관계를 구성한다(Olssen, Codd, & O’Neill, 2004). 말할 수 있고, 말해지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경계짓고 한 시대에 특정한 담론이 스며 들게 하는 과정이 담론의 생산과 통제에 담겨있다.
계보학은 새로운 통제와 배제 방식이 등장할 당시에 그 담론에 의해 통제되 고 배제된 자들에게 적용된 통제와 배제 전략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어떤 역 사적 변화 과정을 겪었는지, 그 속에서 말해지거나 말해지지 않은 속성은 무 엇인지 분석하는 것이다(박홍근, 2014).
계보학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계보학은 형이상학을 거부한 다(이진우, 2000). Foucault는 “계보학은 회색이고, 세심하고, 인내심 있게 문 서들과 씨름한다. 계보학은 얽히고 긁혔으며 수차례 다시 기록된 양피지들 사 이로 작동한다(Foucault, 2001: 76)고 하였다. 이는 계보학이 과거를 미화하여 서술하는 전통적인 역사에 반대하고, 사회에 크게 드러나지 못했던 사건의 기 록들을 중심으로 파헤친다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계보학은 유래의 분석을 목표로 한다(이진우, 2000). 즉, 기원의 탐 구를 거부한다. 기원은 사물의 정확한 본질, 사물의 가장 순수한 기능 등을 포 착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면, 유래는 사물들은 본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 는 비밀, 혹은 사물들의 본질은 소외된 것들로부터 섬유와 같이 엮여 있다는 비밀을 발견하는 것을 말한다(Foucault, 2001). Foucault(2001)는 기원의 탐구 는 사물의 본질과 같이 변하지 않는 진리를 찾아내는 것이라 하면서 “진리는 의심할 여지없이 무수한 오류들이 존재”한다고 보았다(Foucault, 2001: 79). 이
와 달리, 계보학은 사물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의 배후에 있는 전혀 다른 흔적들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 번째, 계보학은 비판과 해체를 추구한다(이진우, 2000). 계보학은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우연적 사건의 외재성”을 발견하는 것이다(Foucault, 2001:
81). 그리고 계보학은 “사람들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여기는 것을 불안정하게 하고, 사람들이 일치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질성을 보여”주는 것 이다(Foucault, 2001: 89). 즉, 계보학은 현재의 모습을 둘러싸고 있는 오류와 착오 등을 드러내어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을 비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계보학은 현재의 모습을 구성하는 사회적인 실천 과 제도 등의 역사적인 유래를 찾아 추적하는 연구 방법이다. 이러한 계보학 연구방법은 본 연구의 목적인 평생교육기관으로서 교도소의 기능 변천 과정 을 고찰하는 데 적합한 연구방법이다. 왜냐하면 본 연구는 평생교육기관으로 서 교도소가 어떠한 사회적 맥락과 담론의 영향 속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기능 하고 있는지의 역사적 유래를 찾아 변화를 추적하고 분석하고자 하기 때문이 다.
또한 계보학은 현재 모습을 둘러싼 담론들이 실천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여기에는 어떤 권력 관계들이 내포되어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다. 본 연구는 교도소의 기능 변천 과정에 어떤 담론이 왜 교정의 실천 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계보학적 연구방법은 적합 하다.
국내 선행연구에서 계보학 연구 방법을 활용한 연구는 많지 않다. 담론 분 석을 위해 Foucault의 계보학을 언급한 연구들(서동진, 2005; 장민우, 2013; 정 승화, 2012; 조성은, 2012; 최태훈, 2016)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서동진 (2005)은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화 과정에서 자기 계발하는 새로운 주체가 나 타나게 된 계보를 추적하고, 이 과정에서 어떤 권력이 등장했는지를 분석하였 다. 이를 위한 자료는 신문이나 각종 논문 자료, 서적 등을 포함하여 기업의 핵심성과지표, 기업에서 사명서 쓰기의 사례, 대기업의 자기계발계획 프로그
램과 목표관리 평가표 등을 활용하였다. 연구 결과, 자율과 책임의 능동적인 시민에서 능동적으로 자기계발을 하는 개인이 나타나게 된 것은 신자유주의 와 맞물려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자기계발의 의지를 가진 주체의 탄생은 자신의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새로운 권력과 그것이 자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담론의 효과로 가능했다고 하였다.
이혜령(2021)은 학생선수의 계보를 분석하였다. 학생선수라는 개념이 등장 한 이후 시대별로 어떠한 의미 변화를 거쳐 지금의 학생선수 담론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추적하였다. 이를 위한 자료는 정책보고서, 학술연구물, 언론 자료 등을 활용하였다. 연구 결과, 학생선수는 운동권 담론, 학습권 담론, 인권 담론으로 담론의 중심이 이동했고, 각 담론은 학생 개인의 권리와 의무를 규 정하는 데 차이를 보였다고 하였다.
김희정(2020)은 한국 학생 정신건강 담론을 계보학적으로 분석하였다. 1945 년부터 2018년까지 학생 정신건강 담론의 역사적 변화 추이를 분석했고, 연구 자료로는 신문과 교육잡지, 정부 기관의 보고서, 관련 학술논문 등을 활용하였 다. 연구 결과, 학생 정신건강 담론은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는 교정 중 심의 담론이었지만 1980년대 이후는 의료화가 강해지면서 강화 중심의 담론 으로 변화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계보학 연구방법을 활용한 연구는 연구의 자료로 대부분 신문이 나 잡지, 논문, 서적 등의 문서 자료를 활용하였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인터 뷰를 수행함으로써 분석에 엄밀성을 더하고자 하기도 하였다. 본 연구에서도 교도소의 기능 변천 과정을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문헌을 포함하여 면담을 수 행하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 및 해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