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이론적 배경
3. 학습자로서 수용자
교도소는 성인을 수용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교도소에서 행해지는 교정교 육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다. 즉, 학습자로서 수용자는 성인학습을 하 는 주체라고 할 수 있다(Vandala, 2019; Addae, 2020). 이 장에서는 성인학습 의 개념과 이론을 살펴보고, 수용자 학습권에 대한 논의가 어떠한지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가. 성인학습의 개념과 이론
1) 성인학습과 성인학습자의 개념
성인학습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학교교육과는 대조적으로 성인이 삶 속에서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김경애(2013)는 성인학습의 이론 화는 교육학의 학습 연구에 두 가지 점에서 기여했다고 보았다. 성인 학습자 의 경험이 지식의 생산과 획득에 핵심이라고 보아 학습자를 의미 생성 주체로 인식하게 했고, 성인 학습으로 형성된 지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구성된 것 이라는 맥락성을 강조하였다는 것이다. 성인학습은 성인의 특징인 풍부한 경 험을 바탕으로 일어나고, 학습의 결과 구성된 지식은 맥락적이라는 것이다.
Knowles(1975)는 성인학습자에 대해 5가지 가정을 제시했다. 첫째, 성인은 학습의 필요와 흥미가 생겨날 때 학습 동기가 생겨난다. 둘째, 성인은 자신의 삶과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학습을 생각한다. 셋째, 성인의 경험은 학습에 가 장 풍부한 자원이다. 넷째, 성인은 자기주도적이 되고자 하는 근원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다섯째, 성인은 나이가 들면서 개인차가 커지기 때문에 반드시 개인에 맞는 적절한 학습의 방법과 시간, 장소, 속도를 달리 해야한다.
정리하면, 성인학습은 아동청소년의 교육이 교과 지식 등으로부터 출발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성 인학습자는 삶의 경험을 토대로 학습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2) 성인학습 이론
성인학습에 대해 Merriam, Caffarella and Baumgartner(2009)는 3가지로 구 분하여 설명했다. 신체를 통한 학습과 영성 학습, 담화를 통한 학습이다. 여기 서는 Merriam, Caffarella and Baumgartner(2009)이 구분한 성인학습 이론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가) 신체를 통한 학습
신체를 통한 학습은 인간의 신체(body)와 정신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관 점에서 정신뿐만 아니라 신체도 학습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 학습이론 이다. Franks(2015)는 신체와 정신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관점은 그동안 교육 계를 지배해왔다고 지적했다. Merriam, Caffarella and Baumgartner(2009)도 전통적인 학습이론에서는 주로 정신에 집중하여 연구가 수행되었고, 신체에 대한 관심이 적다고 지적했다.
신체를 통한 학습은 몸의 학습(somatic learning)이나 체화 학습(embodied learning) 등으로 불린다. 몸의 학습(somatic learning)은 “몸에 의해 느끼는 것”(Horst, 2008: 2)을 말한다. 몸의 학습은 “우리가 우리의 몸적인 경험 (bodily experience)으로부터 어떻게 배우는지”(Clark, 2001: 83)를 설명해준다.
몸의 학습은 나의 몸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해 의식하고 이로 인해 몸의 움직임에 대한 신뢰를 얻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몸의 움직임 확장과 성 장을 가능하게 한다(김미레, 조기숙, 2014). 몸의 학습은 요가와 같이 “목적이 분명한 몸 중심적 움직임을 하는 동안 몸의 지각과 느낌(sensation)을 통해 직 접적으로 경험되는 학습”을 말한다(Freiler, 2008: 39). 김진주, 최운실(2018)은 몸의 학습에 기반하여 성인 인성교육에 대한 연구에서 몸을 통한 경험과 학습 은 성인 인성의 실현과 사회적 변화에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체화 학습(embodied learning)은 “관점, 지각, 패러다임, 행동과 행위를 촉진 하도록 사용하는 다양한 신체-정신(bodymind) 활동을 인지하고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Munro, 2018: 7). 체화 학습은 일반적으로 “앎의 다른 영역 인 영적, 정서적, 상징적, 문화적, 이성적 측면과 연결된 학습의 장소로서 몸이 지식을 구성하는 더욱 전체적 관점과 연관”되는 학습이다(Freiler, 2008: 39).
김주연(2019)은 체화 학습으로서 교육연극에 대해 연구한 결과, 교육 연극은 신체의 감각적인 민감성을 깨우고 신체를 활성화하여 감각, 정서, 감정, 인지 등을 아울러 경험하게 만들었다고 하였다.
몸의 학습과 체화학습은 모두 몸과 마음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신체를 통한 학습을 말한다. 말하자면, 신체를 통한 학습은 신체를 통해 느끼고 인지하는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Ross(2000)는 신체와 정신의 상호연결성을 강조하며 교육에 춤과 예술을 포함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는 “예술은 정신과 신체 사이 의 교류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감각과 정서는 이러한 경험 의 통로다”라고 하였다(Ross, 2000: 31). 정서와 신체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학 습도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하여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Beckett과 Morris(2001)는 학습과 신체, 정체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였는데, 정체 성은 특정한 상황에서 신체적 활동을 통해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증명 하기 위해 Beckett과 Morris(2001)은 노인 보호시설에서 일하는 자를 대상으 로 연구했는데, 이들은 실제로 경험하면서 일종의 실천 공동체를 만들었고 건 강의 실무전문가로서 정체성을 형성했다고 하였다. Horst(2008)은 신체를 통 한 학습 요소는 운동감각적 학습(Kinesthetic learning), 감각 학습(Sensory learning), 정서 학습(Affective learning), 영적 학습(Spiritual learning) 4가지 로 이루어져 있고, 이 요소들이 학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화(Dialogue), 성찰(Reflection), 인지(Cognition)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신체를 통한 학습은 몸의 감각과 느낌과 더불어 이에 대한 정서와 영적인 부 분에 집중하는 것이며, 경험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성찰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체를 통한 학습은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사회 맥락도 강조한다.
Dirkx(2001)는 “의미있는 학습은 본질적으로 성인 자신 그리고 더 넓은 사회 적 세계와의 정서적이고 상상 속의 관계에 기초하며 연유한다”고 하였다 (Dirkx, 2001: 64). 신체를 통한 학습은 몸과 정서 그리고 사회 맥락과 함께 일 어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신체를 통한 학습은 경험학습과도 유사 한 면이 있다. 경험학습의 대표적 학자인 Kolb는 구체적 경험으로 시작하여 성찰적 관찰과 추상적 개념화, 적극적 실험으로 이어지는 학습 과정을 경험학 습 과정이라고 하며 설명했다. 그러나 Kolb의 경험학습은 전통적 학습이론에 비하여 사회 맥락을 고려하기는 했으나, 학습자의 맥락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Fenwick, 2003).
한편으로 신체를 통한 학습은 정서와도 연관된다는 점에서(Dirkx, 2001;
Freiler, 2008; Horst, 2008) 감정적 학습 혹은 정서적 학습(emotional learning) 과도 관련된다. 대표적으로 Zull(2011)은 학습에 대해 감정 없이는 일어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는“감정과 욕구가 이성적 사고를 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감 정 없이는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Zull, 2011: 137). 감정 은 인지 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Taylor, 2001). 인간의 학습은 신체와 인지, 정서 등과의 복잡한 과정이라는 것을 말한다.
정리하면, 신체를 통한 학습은 몸과 마음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신 체와 맥락을 고려하여 몸의 느낌에 주목하는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성인학 습에 대한 연구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체를 통한 학습에 관심이 저조했다. 그러 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체를 통한 학습은 성인학습을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학습이론이다. 따라서 성인학습의 장면에서 신체를 통한 학습은 어떤 형태로 구현되는지, 신체를 통한 학습을 보는 관점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나) 담화를 통한 학습
담화(Narrative)를 통한 학습이란 학습자가 사건이나 경험에 대해 글이나 말로 표현함으로써 자아와 삶을 이해하도록 하는 학습이다(양호환, 1998; 한승
희, 2006; Polkinghorne, 1988; Rossiter, 2005). 인간은 담화를 통해 자아와 삶 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MacIntyre, 1981; Kerby, 1991) 담화는 “개별적 경험들이 전체의 삶을 이루는 부분으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보여주면서 경험의 의미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Polkinghorne, 1988: 36). Rankin(2002) 은 “경험의 의미는 경험 자체에 고정되어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성적 으로 성찰하여 생성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하였다. MacIntyre(1985)는 인간은 담화를 통해 자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즉, 담화를 통한 학습은 학습자가 경 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Bruner(1986)는 인간의 사고양식을 패러다임적 사고(paradigmatic thought) 와 담화 사고(narrative thought)로 구분하였다. 패러다임적 사고란 인간의 의 도와 무관한 물리적 세계와 관련되어 원인과 결과의 인과 관계를 설명하고자 하는 사고 방식이다. 담화 사고는 인간 삶의 문제를 다루고 인간에 대한 이해 와 인간의 내면세계를 지향한다. 담화 사고는 삶에 대한 해석을 추구하는 것 이고, 이를 위한 주된 수단이 담화인 것이다. 패러다임 사고가 인간의 의도와 무관한 불변의 세계를 다루는 반면 담화 사고는 학습자에 따라 변화하는 예측 불가능한 세계를 다룬다(한승희, 2006). 담화는 인간의 경험과 내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Polkinghorne(1988)은 담화적 앎과 과학적 앎은 차이가 있다고 하였다. 과학 적 앎은 개별적으로 분리된 사실이나 사건에 집중하는 반면에 담화적 앎은 예 측가능성과 통제보다는 이해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Rossiter(2005)는 담화적 앎은 인간적인 의미, 범주보다는 순서, 예측가능성과 통제보다는 이해 에 관심이 있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담화적 앎은 인간의 맥락과 경험에 집 중하여 인간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에 있어 담화가 중요한 것은 담화는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 도록 해주고, 담화의 하나하나는 학습의 유용한 수단이기 때문이다(Merriam, Caffarella, & Baumgartner, 2009). Bruner(1990)는 담화가 경험과 지식을 구 성하고 학습하는 데 있어 가장 보편적이고 자연스럽고 쉬운 형식이라고 하였 다. Clandinin과 Connelly(2004)은 인생의 의미는 삶의 경험에 대한 이해를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