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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자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 (2001년)

현장감 넘치는 판소리로 소시민과의 교감 확대

김명자(1966〜)의 창작판소리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는 2001년 전 주산조축제의 제1회 또랑광대 콘테스트에 출전해 우수상을 수상하며 판 소리계에 자신의 이름을 뚜렷하게 각인시킨 작품이다.354) 또랑광대 콘테 스트는 2000년대 새롭게 만들어진 창작판소리 작품을 선발하는 경연대회 로 김명자는 총 6회까지 개최된 이 경연대회에 매번 새로운 작품을 선보 이며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2회 대회에서 <슈퍼댁 다이어트 투쟁기>으 로 인기상, 3회 대회에서 <슈퍼 마징가 며느리>로 영예의 대상을 수상 하면서 그는 창작판소리계를 주도하는 대표적 소리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창작 소리꾼으로서 김명자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판 소리는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인데 이 작품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작 품이 실리게 될 정도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355)

작사와 작곡 작업을 직접 주도한 김명자는 불과 3일 만에 <슈퍼댁 씨 름대회 출전기>을 창작했다. 이 판소리는 라디오 프로그램 ‘지금은 여성 시대’에 소개되었던 시청자의 사연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원래 그가 배우로 속한 아리랑 극단에서 여성 연극을 올리기 위해 준비한 소재였지 만 창작판소리 사설에 맞게 각색하여 많은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되었 다.356)

작품은 매우 짧은 단형판소리 형식으로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 웃집 아줌마인 ‘슈퍼댁’이 식성 좋은 네 남매 아이들을 위해 김치냉장고 를 경품으로 내세운 전국여자장사씨름대회에 출전하게 되고 결승전까지 오르는 투혼을 발휘하지만 아쉽게도 준우승에 그친다는 내용이다. 음

354) 1회 또랑광대 콘테스트 1등상은 박태오의 <스타 대전>이 차지한다.

355) 이 작품은 2011년 금성출판사 고등학교 교과서에 게재되었다.

356) 논산 연무대 출신이었던 김명자는 극단 ‘아리랑’에서 단원으로 활동하다 우연히 극단 대표인 김명우의 <쑥대머리>를 듣고 판소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조춘화,

『창작판소리의 국어교육 활용 방안 연구 - 김명자 작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 기>를 대상으로-』, 전남대학교 교육대학원, 2011, 25〜26면.).

구분 장단 및 아니리 등장인물 주요 내용

슈퍼댁 씨름대회 나가는 대목

아니리 해설자

경품을 타기 위해 씨름대회에 나가는

슈퍼댁 중모리 슈퍼댁, 사남매

아니리 슈퍼댁, 순돌이 엄마 장단 슈퍼댁, 순돌이 엄마 아니리 슈퍼댁,, 슈퍼댁 가족 자진모리 슈퍼댁, 선수들 슈퍼댁

준결승전

아니리 슈퍼댁, 선수들, 사남매 준결승전에서 경상도댁을 꺾은

슈퍼댁 응원가, 관객 관객들

아니리 슈퍼댁, 경상도댁 자진모리 슈퍼댁, 경상도댁, 관중

아니리 슈퍼댁, ○○댁 슈퍼댁

결승전

결승전 분패로 컴퓨터 경품을 타고

이에 만족해하는 슈퍼댁 중중모리 슈퍼댁, ○○댁

아니리 슈퍼댁, ○○댁

창조 슈퍼댁

진양조 슈퍼댁

아니리 슈퍼댁, 사남매

중중모리 해설

357)을 기준으로 서사단락을 구성해 보면 1장 경품을 타기 위해 씨름대 회에 나가는 슈퍼댁, 2장 준결승전에서 경상도댁을 꺾은 슈퍼댁, 3장 결 승전 분패 이후 컴퓨터 경품에 만족하는 슈퍼댁 등 3개의 장으로 구성된 다.

표 11.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의 사설과 장단 정리

3.1. 유희성을 극대화한 단형판소리

 

서민층의 희노애락을 활기 있게 표현

총 3개 장, 6개 단락으로 구성된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의 서사구 조는 전통적인 판소리와 비교해 극단적으로 파괴적인 형식을 지녔다. 각 장은 약 5분 내외로 전체 공연 시간은 15분이 채 되지 않아 연행 시간만

357) 2004년 ‘건국대 한마당’의 실황 녹음 음반(또랑광대 우리소리, 악당이반 발매)을 참조했다.

놓고 비교하자면 전통판소리 토막소리의 한 대목의 분량에 불과하다. 창 과 아니리가 짧은 주기로 교체358)되고 장면별 내용이 간단해 판소리를 처음 접한 사람 누구라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작품의 서사는 씨름대회에 참가한 슈퍼댁이 결승전에 오르기까지의 시합 과정을 단편적으로 전개한다. 각 장에는 슈퍼댁이 싸워야 할 선수 들의 경쟁 장면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이는 진지하고 첨예한 갈등관계가 아니므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하지 않는다. 대신 씨름 경기 장면들은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촌극처럼 가볍게 그려지고 있다.

그림 25. <슈퍼댁 씨름 출정기>의 장면 구성

주인공인 슈퍼댁은 어려운 생활 형편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가정을 이 꾸려가는 소시민 여성의 역할을 대변한다. 슈퍼댁은 먹성이 좋은 자 식들과 남편을 위해 김치냉장고를 들이고 싶지만 빠듯한 형편으로 인해 이를 갖출 여유가 없다. 그러나 슈퍼댁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 보다 는 억척스러운 생활력과 번뜩이는 재치를 발휘해 김치냉장고가 경품으로 걸린 씨름대회에 도전하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다.359) 사설의 담화분석 결과360) 소리꾼은 인물의 외부에서 거리를 두고 슈퍼댁의 유쾌한 시합과

358) 아니리 혹은 소리의 연행 시간은 대부분 1분이 소요되지 않을 정도로 짧다.

359) 2000년대 초 김치냉장고는 가정주부들이 갈구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으로 주인공 인 슈퍼댁이 씨름대회에 출전하는 주요 모티브가 된다.

정을 코믹하게 묘사한다. 해학적 기지로 궁핍한 처지를 돌파해가는 슈퍼 댁의 좌충우돌 출전기는 우리들의 이웃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산층 소시민의 평범한 일상생활과 닮아있는데 이는 과거 전통판소리가 지닌 권선징악 혹은 효 충 의와 같이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의식에서 탈피해 현대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사설361)은 청중들의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장면들을 적재적소에 배 치했다. 소리꾼은 주인공인 재기발랄한 성격의 슈퍼댁의 심리나 행동을 감질 맛나게 묘사하기 위해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가벼 운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다양한 언어유희를 구사한다.362) 주인공을 보 조하는 인물 역시 주로 해학적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시기심과 질투를 유 도하는 순돌이 엄마, 시합 경쟁 상대 등도 대립 관계를 형성하는 악역이 아니라 슈퍼댁의 만담을 부각시키는 역할로 그려진다.

 

[1장. 슈퍼댁 소개 대목] 싸움도 슈퍼, 수다도 슈퍼, 욕도 슈프, 인심도 슈퍼, 브라자 빤스 사이즈도 슈퍼, 힘은 더욱 슈퍼 (중략) 밤일도 슈퍼, 생기도 낳아보자. 한 놈, 두시기, 석 삼, 너구리, 사남매를 두었구나.

 

[1장. 시합에 참가한 선수 소개 대목] 밍숭맹숭 충청도댁 맨손체조에 땀 흘리고, 경기댁은 뜀박질, 강원댁은 감자 먹고, 전주댁은 비빔발 먹 고, 광주댁은 덤블링(태극기 빤스를 입고)‘ 아 내가 김치냉장고 탈라고 쩌그 전라도에서 여그까지 왔어.

360)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의 사설에 대해 담화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구분

설명 대화 묘사

인물의배경 사건의

정황 작가의

논평 사건

진행형 상황

묘사형 인물의

행동 인물의 심리

등장 회수 2회 2회 2회 5회 1회 8회 2회

등장 비중 4.7% 6.3% 7.8% 23.4% 1.6% 50.0% 6.3%

비중 합계 18.8% 25.0% 56.3%

361) 본 장에서 작품의 사설은 소리꾼으로부터 입수한 대본 자료를 활용한다.

362) 이경미,『또랑광대의 창작판소리 사설의 문체적 특징과 전통계승–김명자 作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와 <슈퍼마징가 며느리>를 중심으로-』, 중앙대학 교 교육대학원, 2008.

사설 속에는 상황에 따라 구성진 욕설과 비속어 등이 등장하기도 한 다. 1장에서 김치냉장고가 있다며 시기심을 유발하는 순돌이 엄마를 향 해 ‘지랄염병하고 자빠졌네’라고 비아냥거리고, 2장에서는 육중한 체구의 준결승전 경쟁자인 경상도댁을 가리켜 ‘하이고매, 내가 저년이랑 붙다가 는 제명에 못 죽겄는디’라고 중얼거린다. 결승전에 오른 다음 사기가 충 만해진 슈퍼댁은 ‘눈깔에 뵈는 게 없지’라고 까불대며 거들먹거리기도 한 다. 소리꾼의 욕설은 가벼운 농담과 위트로 인식되는데 이는 상대방을 향해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는 상황이 아니라 관객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유머와 개그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슈퍼댁 씨름대회 출전기>에서는 관객들이 판소리에 수시로 참 여할 수 있는 극적 장치를 마련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월드컵 응원가 를 시합 장면에 끼워 넣어 관객들이 따라 부르도록 유도하고 판소리 도 중에는 느닷없이 유명 스포츠 스타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자발적 인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또한 결승전 장면에서는 등장인물의 명칭을 고정하지 않고 공연하는 지역에 따라 ‘○○댁’이라는 이름으로 유동성 있 게 지정363)함으로써 현장의 관객이 판소리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배 려했다.

 

[1장. 슈퍼댁 씨름대회 참가 대목] 수영 잘하는 박태환이는 내 남동생 여. (관객에게 질문) 왜? 국민 남동생이니께. 아 그리고 스케이트 잘 타는 김연아는 내 영동생여. (관객에게 질문) 왜? 국민 여동생이니께.

 

[2장. 슈퍼댁 준결승전 응원가 대목] 대한민국!(월드컵 박수, 짜자짜짠 짠) 이겨라 슈퍼! (짜자짜짠짠) 오 필승 코레아 오 필승 코레아 오 필 승 코레아 오호오오레

 

[3장. 슈퍼댁 결승전 장면] ‘나보다 힘좋은 여편네가 누구여?’ 하고 보 니 아담한 ○○댁(공연하는 지역댁)이 씨름판에 턱! 서 있겄다. 벌써부 터 슈퍼댁은 저 ○○댁이 김치냉장고로 보이는거여.

363) 예를 들어 판소리 공연이 건국대학교에서 펼쳐지면 ‘건국댁’, 이천쌀문화축제에 서 열리면 ‘이천댁’ 등으로 변형시켜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