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남북관계 정상화 과제의 현황
(1)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남북관계 정상화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 화를 정착시키며, 나아가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려는 정책’으로 설 명하고 있다.109 이처럼 ‘남북관계 발전’은 ‘한반도 평화정착’ 및 ‘통 일기반 구축’과 함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개념의 3대 축을 형성하 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과의 신뢰형성(trust building)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면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 화정착 및 통일기반 구축을 선순환(virtuous cycle)적으로 모색하 려는 정책적 노력이다.
다른 한편, 박근혜정부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과 함 께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정하고 그 아래 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125번 국정과 제로 제시하고 있다.110 여기서 ‘남북관계 정상화’는 ‘남북간 신뢰 형성을 통해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 및 발전’ 시키겠다는 의 미를 담고 있다. 이는 ‘남북관계의 악순환을 단절하고, 북한을 국제
109_통일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p. 6.
110_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의 국정과제와 2014년 8월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 나타 난 국정과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내용상의 차이는 거의 없다. 다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가 이전에는 124번 과제였으나, 홈페이지에는 125번 과제로 제시되어 있다. 청와대,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http://www1.president.go.kr/policy/assignment04.php?ass_sub_no=2> (검색 일: 2013.5.28).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견인하여 한반도에서 불안정한 평화와 대결구조가 지속되는 남북관계를 타파하고자 하려는 노력’으로 해 석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박근혜정부는 ‘남북관계 발전’과 ‘남북관 계 정상화’라는 용어를 정책과제에서 혼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발전’과 ‘정상화’는 의미상 다른 개념으로 간 주하며, 따라서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함을 주장한 다. 남북관계 발전은 현재의 남북관계가 더 나은 관계로 진전되는 과정상의 개념을 의미한다. 반면 남북관계 정상화는 남북관계가 발전되어 어느 정도의 안정화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목표지 향적 개념이다. 따라서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의 전략을 설정하는 차원에서는 과정론의 개념보다는 목표지향적인(혹은 목적지향적 인) 개념이 필요하다.111 목표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야 그에 따른 이행과제와 추진전략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 논의하는 남북관계 정상화는 남북관계 발전과 는 다른 의미로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다 목표 지향적인 관점을 의 미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대화의 재개나 협상의 진전과 같은 개념 으로 볼 수는 없으며, 초기 단계의 남북관계 발전의 조치를 넘어서
111_리케(Arthur F. Lykke Jr)에 따르면 전략(Strategy)의 3대 요소는 목적(Ends), 방법(Ways), 수단(Means)이라고 한다. 리케의 소위 ‘삼각의자(three-legged
stool)’ 모델에 따르면, ‘전략=목적+방법+수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상당한 위험(risk)이 따르며, 전략은 실패한다. 전략은 지도자들이 국가이익 증진을 위한 목표(목적)를 달성하기 위해 일련의 환경 및 지리적인 위치에 대한 통제를 행사하는데 국가가 활용 가능한 힘(권력)을 어떻 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한다. Arthur F. Lykke Jr., “Toward a Understanding of Military Strategy,” in Arthur F. Lykke Jr. (ed.), Military Strategy: Theory and Application (Carlisle Barracks, PA: U.S. Army War College, 1989), pp.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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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계 정상화는 남북간 대화채널의 안정적 구축 및 관계의 제도화가 이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112 이는 일방 적인 정책제안과 제한적인 교류 및 협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호 혜적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면서 합의의 이행이 반복되어 남북관 계가 제도적으로 안정된(institutionally stable)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 정상화는 남북관계 발전이 지속되어 안정화되고 제도화된 것이다. 결국 남북관계 정상화는 개념적으로 단기적인 차원의 관계 발전을 넘어 중장기적인 차원의 관계 진전 및 제도적 안정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행과제 및 추진전략 역시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단기, 중기, 장기라는 각각 다른 시간적 프레임 속에서 3단계로 제시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역시 장기적인 차원에서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이는 본 장에서 제시되는 남북관계의 정상화의 개 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가 한반도 신 뢰프로세스를 통해 지향하는 남북관계는 남북한 간의 신뢰구축을 통해 관계 안정을 꾀함으로써 기존의 악순환(vicious cycle) 구조 를 탈피하고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가려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따 라서 대북정책 역시 과거의 대화와 교류 중심의 포용정책과 원칙 중심의 대북정책 모두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나 남북관계의 실질 적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있었으므로, 이에 대해 단기적인 남북관계의 발전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한 기존 대북정책
112_이런 관점에서 남북관계에서 ‘정상화’의 개념은 국가 간 외교관계의 체결을 의 미하는 외교적 정상화(diplomatic normalization)와는 다르며 관계의 제도화 (institutionalization) 및 안정화(stabilization)를 의미한다. 남북관계에서 외교 적 의미의 정상화는 헌법적 차원에서 배제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 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 대북정책의 장점을 수용하면서 통합적인 접근을 모색하여 기존 대북정책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성 을 제기한다.113
남북관계 정상화가 개념적으로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을 직접적 으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관계는 개념적으로 한국과 북한 두 당사자를 상정하기 때문에 통일의 이전단계에서 진전되어 안정 된 한반도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114 하지만 남 북관계 정상화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1단계에서 제안하고 있
는 ‘화해협력단계’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에 2단계인 ‘남북연합단
계’를 거쳐 ‘통일국가’의 단계로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른 한 편,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최근 ‘통일대 박론’ 및 ‘통일준비위원회’ 설립 등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남북관 계 정상화는 최종목적지인 통일로 가는 중요한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115
(2) 남북관계 정상화 세부과제의 현황
남북관계 정상화의 세부과제는 기존에 제시된 대북정책의 추진과 제를 통해 알 수 있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제시한 국정과제,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 드레스덴 구상 및 국가안보전략 을 통합하고 이를 통한 단계적 세부과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113_통일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p. 7.
114_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 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이 며, 남한과 북한간의 거래는 국가 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내부의 거래로 본다.
115_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제시는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 신년 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 질의응답,” (2014.1.6); ‘통일준비위원회’ 설립 제시는 청와대, “경제 혁신 3개년계획 담화문,” (201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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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국정과제와 남북관계 정상화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 제시한 국정과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총 5개의 구체적인 추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표 Ⅳ-1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의 과제
추진계획 세부과제
1. 인도적 문제의 지속적 해결 추구
∙영유아·임산부 등 취약계층 대상의 순수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 추진
∙이산가족 및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 노력 지속
2. 남북간 대화채널 구축 및 기존 합의정신 실천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 및 상시 대화채널 구축
∙국제기준에 기초한 대화 관행 정립
∙‘상호존중과 평화’의 합의 정신을 존중하되, 구체적 이행은 국민 합의 및 안보상황 등을 고려하여 검토
3. 남북간 호혜적 협력 확대·심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및 국제화 추진
∙학술·종교 교류 등 다각적인 사회문화 교류 내실화
∙북한 지하자원 공동개발 등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경협 사업 추진
∙농업 및 환경협력 등 ‘그린 데탕트’를 통한 환경공동체 건설
∙확고한 신변안전 보장 등을 토대로, 금강산 관광을 발전적 으로 재개
4.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및 교류협력의 상호 보완적 발전
∙무력도발 중단과 상호 체제 인정 등 기본적인 조치부터 실천
∙교류협력의 활성화와 정치, 군사 분야의 균형된 추가적 신뢰 구축 조치
5. 신뢰형성과 비핵화 진전 에 따라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 추진
∙북한의 자생력 제고 위한 전력·교통·통신 등 인프라 확충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지원 및 경제특구 진출 모색
∙서울·평양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추진 출처: 통일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2014.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