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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북한의 대남정책: 핵보유 기반 ‘주강(主强)·보온(補穩)’

양면 전술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 5년의 기간 동안 일시적 화해의 상황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정체되고 악화되었다. 박왕자씨 피살사건

(2008.7.11) 이후 금강산관광이 중단되었고, 북한의 천안함 폭침

(2010.3.26)과 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대응으로 개성공 단을 제외한 교류협력도 사실상 중단되었다. 또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2010.11.23)은 남북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에도 북한의 대남공세는 지속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은 대화를 요구하면서도 남한의 보수 정부에 대하 여 강도 높은 비난과 위협 공세를 전개해오고 있다. 2012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과정에서도 북한은 보수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대남공 세 정책을 펼쳤다.30북한은 장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2012.12.12) 하고, 2013년 2월 12일 제3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장거리미사일 발 사와 핵실험은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면서 동시에 미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박근혜정부는 이처럼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북한의 대남·대미 공 세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출범(2013.2.25)하였다. 정부 출범 직후인 3월 1일부터 한·미의 키 리졸브 및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이 시작되 는 것을 빌미로 북한은 공세의 강도를 높여나갔다. 북한은 ‘전면대 결전’에 진입했다면서 정전협정의 백지화, 북한군 판문점대표부 활 동 중지 등을 선언하고,31핵선제타격권리행사, ‘제2의 조선전쟁 불 가피’, 유엔사령부 해체 등을 주장했으며,32 ‘자위적인 핵억제력에 관한 억척불변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다면서33 핵무기 개발전 략을 대외적으로 더욱 강조하고, 군통신선 단절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이어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2013년 3월 31일 전원회의를 개최하 여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새로운 전략노선’, 즉 김정

30_“실패한 ‘대북정책’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로동신문󰡕, 2012년 11월 15일;

“동족대결 악담을 걷어치우라,” 󰡔조선중앙통신󰡕, 2013년 12월 18일.

31_“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 󰡔조선중앙통신󰡕, 2013년 3월 5일.

32_“외무성 대변인 성명,” 󰡔조선중앙통신󰡕, 2013년 3월 7일.

33_“외무성 대변인 담화,” 󰡔조선중앙통신󰡕, 2013년 3월 16일.

은 통치의 발전노선으로 채택하였다.34 북한은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김일성의 ‘경제국방 병진노선의 계승이며 새로운 높은 단계로의 심화발전’이라고 설명하였다. 요체는 핵무력의 지속 적인 강화를 추진하면서 경제건설에도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북 한은 지난 20년 이상 비핵화를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핵무기 개발 을 공식화하였다. 이는 핵무기가 ‘(북한의) 무장해제를 노리는’ 대 화와 협상에서 다룰 ‘정치적 흥정물이나 경제적 거래물이 아니

(며), 지구상에 제국주의가 남아있고 핵위협이 존재하는 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민족의 생명이며 통일조선의 국보’라는35 주장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북한은 핵보유를 법령화하고 군사안보전략 차원 에서도 핵무기의 역할을 활용하는 전법과 작전을 개발할 것을 결 정했다. 핵무기 보유는 북한지도부에게 정권안보, 군사안보전략, 통치기반 강화, 대미전략(핵군축회담,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 체 주장 등)에서는 물론 대남 및 대외정책에서 남한을 인질로 활용 하는 자신감을 갖게 만들었다.36 특히 대남정책 차원에서 남한정 부에 북핵 문제와는 무관하게 남북협력을 추진하도록 압박하는 강 력한 수단을 갖추게 된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에 대한 북한의 시험은

4월 8일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키고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이른바 ‘중대조치’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북한은 남한의 대북 대결정책과 군사연습을 핑계 삼았지만, “중대조치가 잠정적

34_“당 중앙위원회 2013년 3월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 󰡔조선중앙통신󰡕, 2013년 3월

31일.

35_위의 글.

36_박영호, “북한 외교정책에서 핵·미사일(대량살상무기)의 의미와 한계,” 󰡔평화와 안보󰡕, Vol. 3 (충남대학교 안보연구소, 2006), pp. 23~24.

이며 이후 벌어질 사태는 전적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달려 있다”는 주장에서 그 의도를 드러냈다.37

북한의 대남 공세는 역대 정부의 출범 초기에 대체적으로 공세 를 펼쳤다는 점에서 어떤 측면에서는 과거 행동양식의 반복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 시기에 교류협력을 통해 경제적 실익을 획득한 북한은 남한의 보수 정부에 대하여 기 본적으로 강경 노선을 구사하였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매우 공격 적이었으며, 박근혜정부에 대해서도 지금까지는 강경과 압박을 주 된 노선으로 구사하고 있다. 2014년 김정은의 신년 연설과 국방위 원회의 ‘중대제안’38 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마련하여 비방·중상 행위 전면 중지 등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으나

‘우리민족끼리’에 입각한 통일전선전술, 반미투쟁, 군사연습 중단

등 종래의 주장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김정은 시대에 들 어서 북한은 대남 군사적 긴장조성의 수위가 높아지고 강온(强溫) 양면전술의 순환주기가 빨라지고 있다.39 북한이 2014년에 들어서

7월 중순까지 14차례에 걸쳐 중·단거리 미사일, 로켓, 방사포 등을

97발 쏘았다는 것은 핵무력에 토대한 강경전술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게다가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을 운운하면서 북한의

“핵무력은 철두철미 미국의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지 결 코 동족을 공갈하고 해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라는 한·미 이간 전술을 사용하면서 핵보유를 정당화하고 있다.

37_󰡔조선중앙통신󰡕, 2013년 4월 11일.

38_“남조선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 󰡔조선중앙통신󰡕, 2014년 1월 16일.

39_통일연구원, 󰡔통일환경 및 남북한관계 전망: 2013~2014󰡕 (서울: 통일연구원, 2013), p. 70.

사실 김정은 리더십 아래서도 북한의 대남정책의 구조적 조건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총체적 국력으로 보면 북한은 남한과 경쟁할 수 없다. 따라서 김정은에게 핵무기 보유에 토대한 대남 군사적 우 위와 재래식 전력의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군사적 위협은 대남정 책에서의 핵심적 수단이 되는 것이다.40

한편,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조치를 통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압력 시도는 의도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튼튼한 안보를 토대로 한 대북정책에 따라 북한의 압박전술에 대해 단호 한 대응으로 나왔고, 쌍방 간 공방 끝에 결국 당국 간 접촉·대화를 통해 개성공단을 다시 가동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협상 의 상대로 남측의 국가안보실을 지정하여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처 음으로 남북간 고위급접촉이 이루어졌다. 북한은 2014년 1월 16일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에 이어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여 박 근혜정부와의 협상 창구로 활용해오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이 실현될 즈음 2013년 9월 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했 으나 북한의 일방적 연기로 무산되었다. 이후 2014년 2월 제1차 남 북 고위급 접촉이 이루어진 이후 3년 4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 사를 개최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소강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 권력 공고화 추진과정에서 장성택 숙청·처형 사건(2013.12) 이 발생하였다. 이후 내부 정비과정의 상황에서 북한은 박근혜정 부에 대한 비난 공세를 전개하면서 2014년 3월 이후 4차 핵실험 감 행 가능성을 두고 협박전술을 사용하였다.

40_박종철·박영호·정영태 외, 󰡔김정은 체제의 변화 전망과 우리의 대책󰡕 (서울: 일연구원, 2013), p. 83.

박근혜정부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은 대박’을 언급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통일대박 론’은 통일준비위원회의 설치라는 ‘통일준비론’으로 진화하였으며, 2014년 3월 28일 박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드레스덴 구상’

을 통해 구체적인 대북제안을 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4월 12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드레스덴 구상(북한은 ‘드레스덴 선언’이라고 지칭)을 ‘황당무계한 궤변’이라면서 강하게 비난하였 다.41 북한은 드레스덴 구상에 대한 북한의 공식 입장이라면서, 남 북관계가 불신과 대결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책임을 전가하였다. 이어 4월 23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공개질문장을 발표하 였다.42 이 질문장에서 북한은 박근혜정부의 ‘통일대박론’과 ‘통일 준비론’, 그리고 ‘드레스덴 구상’을 ‘외세를 업고 일방이 타방을 먹 는 체제대결의 체제통일’이라고 비난하면서 ‘체제대결은 곧 전쟁’

이라고 주장하였다. 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신뢰가 아닌 대결 을 추구한다고 비난하고, 박근혜정부의 ‘선 핵포기론’은 이명박 정 부의 ‘비핵·개방·3000’과 동일하며, 남북관계에서 북핵 문제를 거론 하는 것은 관계개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북 한이 이미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제안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

41_북한의 비난 논리는 1) 민족내부문제를 남의 나라에서 언급하고, 2) 남북관계 현실에 대한 무지와 해결방도 없는 여론 호도이며, 3) 특히 대북 3대 제안은 남북 관계 발전과는 거리가 먼 부차적인 사안으로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가 급선 무이며, 4) 독일 통일은 ‘흡수통일’로서 결국 흡수통일 의도를 밝힌 것 등이다.

42_“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질문장,” 󰡔조선중앙통신󰡕, 2014년

4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