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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대북정책과 통일준비

이상에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평화통일정책의 핵심 두 가지 축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의 대표적인 성과 및 문제점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았다. 이어서 집

권 2년차 이후 적극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소위 ‘통일대박론’과

관련한 의미 및 배경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통일준비는 박 근혜정부의 정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상황에서 제시된 정부 차원의 노력이다. 그렇다면 ‘신뢰정책’과 어떠한 연계성과 논리적 연속성에서 설명될 수 있을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내용 구성에 있어서 매우 광범위한 포 괄성을 가진다. 즉,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차원의 노력 은 물론, 지역적 및 글로벌 차원의 평화통일 노력을 포함하고 있다 고 볼 수 있는데 ‘신뢰프로세스’의 그러한 핵심 기조를 반영하는 대 표적인 원칙이 바로 ‘균형정책(alignment policy)’으로 알려져 있 다.80 따라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준비와 노력이라는 관점에서 구 체적인 정책들은 그 내용면에 있어서 ‘한반도적 수준’, ‘동북아적 수준’, 그리고 ‘글로벌 수준’의 노력을 포함하고 있는 관계로 그 하 위 작동 영역에서 세 가지로 지역적 구분을 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80_균형정책의 두 가지 측면(안보-교류협력 & 남북-국제)은 이러한 성격을 잘 설 명해 주고 있다. 박인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이론적 접근 및 국제화 방안,”

󰡔통일정책연구󰡕, Vol. 22, No. 1 (통일연구원, 2013), pp. 27~52.

가. 한반도적 수준의 통일준비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통일준비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통일준비’가 가지는 개념적 정의는 향후 ‘한반도 신뢰프 로세스’가 어떠한 방향성과 이론적 정체성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반도 통일은 대체로 세 가지 차원에서 ‘통일준비’를 위한 노력 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데 통상적으로 한반도 수준, 동북아 수준(지역 수준), 그리고 글로벌 수준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한반도 수준’의 통일준비는 1) 우리 사회 내부의 대내적 노력, 2)

남북관계 차원의 노력, 3) 상징적 과제로서 비핵화를 위한 노력으 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우리 사회 내부의 대내적 노력’과 관련하여, 통일 한반도 의 궁극적 비전은 민주주의 정치이념과 자유경쟁의 시장원리를 핵 심으로 하는 정체성을 가지므로 이러한 비전을 위한 과정적 노력 또한 정합성을 이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표적으로 ‘민주주의 의 공고화’, ‘영토수호를 위한 안보의 유지’, ‘지속적인 경제성장’,

‘사회적 안정과 다양한 가치들의 보전’, ‘세대·지역·이념 간 소통과 통합’ 등을 포함하고 있다.81 이러한 대내적 이익들은 박근혜정부 가 지향하는 국민통합, 창조경제에 바탕한 경제성장, 억지력에 바 탕한 확고한 국가안보적 가치들을 대표하는 사안들로 이해된다.

따라서 우리 사회 내부의 통일준비는 헌법적 가치 보존을 중심으 로 대한민국이 현대사에서 이룩하고 축적한 고유한 국가정체성의

81_통일과 관련한 ‘한국의 국가이익’ 정의와 관련한 연구로는 임혁백,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보와 평화󰡕 (서울: 한울아카데미, 2014).

지속적인 실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남북관계 차원의 노력은 ‘남북한 간 군사적 대결청산’,

‘남북한 사회적 이질감 해소’, ‘교류협력의 증진’, ‘평화 정착을 위한 상호노력’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차원의 민족적 역량을 극대할 수 있는 안보역량’ 및 ‘남북

관계 발전 및 통일을 위한 과정에서 외부세력의 개입을 적절한 수 준에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긴요히 요구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능력은 남북관계를 관계발전적 차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는, 궁극적인 평화정착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진정한 평화를 달 성해야 한다는 박근혜정부의 남북관계 기조와 잘 부합해야 할 것 이다. 특히 북한 변수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추 구했던 ‘기능주의적’ 접근에서 벗어나 남북관계가 제도화의 틀 속 에 안착될 수 있는 방안이 하루 속히 모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완전한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핵의 존재가 남 북한 모두에게 이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논리를 보다 정교하 게 개발하는 일이 우선시되고 있다. 또한 북한이 전통적으로 비핵 화 이슈를 한반도 차원을 넘어서서 국제안보 이슈로 유지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바, 비핵화 역시 남북한 간 노력과 협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와 전략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82 이러한 맥락에서 박근혜정부는 북한의 핵전략에 적극적으로 맞선 다는 차원에서 핵을 국제안보적 현안에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82_한반도 핵문제가 한반도적 성격을 가지는 부분과 탈한반도적 성격을 가지는 부 분에 대한 설명으로는 Christoph Bluth, Crisis on the Korean Peninsula (Arlington, VA: Potomac Books, 2011), Ch. 5, 6; Victor Cha, The Impossible State: North Korea, Past and Future (New York: Ecco Publisher, 2013), Ch. 8.

우리의 핵심 안보 현안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나. 동북아 수준의 통일준비

다음으로 동북아 수준에서 전개되어야 할 통일준비 및 정책적 노력들은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신뢰프로세스는 궁극적인 통일을 위한 준비 차원에서 동북아 안보환경의 적극적인 개선을 핵심 정책적 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83 이러한 차원 에서 대체로 4가지 사항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반도 평화통일에 우호적인 동북아 외교안보환경 조성’

을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막연하게 설명되고 있는 한반도 통일이익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함은 물론, 이 과정에서 주변국들(특히 미국, 중국, 일본)의 국가이익이 라는 차원에서 한반도 통일이 어떠한 순기능적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및 내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84 예를 들 어 한반도 평화통일은 ‘아시아 패러독스’의 해결을 위한 핵심적인 선행과제라는 논리의 개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는 또한 정책 효과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85 한반도 통일은 남북한 주민

83_2013년 8월 통일부에서 발간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설명 자료에도 이러한

점은 충분히 설명되고 있다.

84_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이 주변 국가에게 어떠한 편익을 가져다주는가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설명을 강조한 바 있다. 2014 다보 스포럼(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ic Forum)의 개막연설을 참고. 청와대,

“통일은 주변국에도 대박이다,” (2014.1.21).

85_김태현, “Korea Unified and East Asia Transformed: A Study in Statecraft,”

󰡔한반도 평화통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제네바합의 이후 20년의 교훈과 과제󰡕

(한국정치학회 제네바합의 20주년 국제학술회의, 2014.10.10).

모두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 동북 아 주요 국가 모두에게 구체적인 이익을 보장해 준다는 차원에서 아시아 패러독스의 해결과 맞닿아 있다. 즉 박근혜정부가 강조하 고 있는 아시아 패러독스의 핵심 주장은 ‘경제적 상호의존’과 ‘정치 적 신뢰’ 사이에 심각한 불일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러 한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의미 있는 단계의 하나로 한반도 평 화통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통일외교의 핵심 논리개발 과 실행이 필요하다.

둘째, ‘강대국 간의 대결에 우리의 국가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억지력 확보(국력 배양)’,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억지력 확보가 ‘제 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6자회담 의 상시화,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구체화, 혹은 보다 느슨한 수 준의 동북아 안보대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전제로 동북아 역내 국 가들 간 군사안보적 투명성과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다양한 과정과 노력은, 역내 국가들 간 복잡한 안보이익을 수 렴시키고 또한 해소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대안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인 제도화 단계의 제고를 목표로 하 기 보다는 역내 국가들 간 협력과 상호존중의 문화가 정착되도록 다양한 이슈와 영역에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의 핵심 내용이라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86

셋째, ‘우리의 민주주의 공고화, 경제성장, 사회문화교류 등이 보 장받을 수 있는 복합적 안보역량’의 배양이 요구된다. 동북아지역

86_동북아 평화협력구상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1, 2장.

은 세계에서 경제적 역동성이 가장 강한 지역이다. 또한 한국은 아 시아에서 가장 앞선 민주주의와 사회문화적 다양성을 성공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이러한 우리의 국가역량과 전통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매우 유익한 국가자산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 해서는 자유무역, 국제적 민주주의 연대, 사회문화교류 활성화와 같은 노력들을 통해 동북아 역내에서 복합적인 안보역량을 배양하 고, 이러한 능력이 통일을 위한 우호적인 외교안보환경을 조성함 과 동시에 우리의 국가자원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 ‘한반도 비핵화가 동북아적 수준에서 진행되고 그 결과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지하는 바, 동북아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핵도미노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 다.87 이런 맥락에서 외부의 평가와는 별도로 북한 정권이 일관되 게 추진하고 있는 핵전략은 소위 ‘한반도 및 동북아적 제한성을 가 지는 핵능력’이다.88 북한 역시 그릇된 선택이 결과적으로 동북아 핵확산의 계기가 된다면, 이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일탈적 행위를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려운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리적인 의미에서만 보자면, 북한의 핵 개발전략이 한반도 및 동북아라는 지정학적 공간에서 매우 제한적 인 의미만을 부여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완전폐기가 아니라 일정한

87_이와 관련한 세계 주요 싱크탱크의 전망보고서가 출간된 적이 있다. 미국의 핵 안보 관련 연구소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지난 2012년 8월 16일 발표한

‘북한의 플루토늄 및 무기급 우라늄 추정 비축량’ 보고서에서 여러 전제를 가정

해 가까운 장래에 북한의 핵보유 기술이 완성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북,

4년 후면 핵무기 48기 보유,” 󰡔연합뉴스󰡕, 2012년 8월 17일.

88_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쟁적 소지가 있으나, 북한의 핵전략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맞설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된 핵심적인 논리의 하나이다. 박인휘, “북핵 문제의 복합성, 미국의 딜레마, 그리고 동북아 안보의 변화,” 󰡔정치외교사논총󰡕, Vol. 28, No. 2 (한국정치외교사학회, 2007), pp. 229~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