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는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삼 고 대북·통일 정책의 비전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시하였 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간 신뢰 형성을 통하여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정착’, ‘통일기반 구축’을 이룰 것을 제시하면서,
‘통일기반 구축’과 관련하여 ‘통일 인프라 강화’와 ‘한반도 평화통일 과 동북아 평화협력의 선순환 모색’이란 추진과제를 명시하였다.
‘통일 인프라 강화’는 1)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발전적 계승, 2)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추진, 3)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 추구를 의미하고,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협력의 선순환 모색’은 1)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확대, 2)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 추 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 문제 해결에 기여, 3) 북방 3각(남·북·
러, 남·북·중) 협력을 추진한다.167
박근혜정부의 출범 이후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2012.12.12)와 제3차 핵실험(2013.2.12), 개성공단의 운영중단(2013.4.9) 등으로 남 북관계는 위기와 경색 국면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2014년에 들 어서 박근혜정부는 한반도 통일시대 준비를 위한 비전과 구상을 발표하면서 남북관계의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신년 기자회견
(2014.1.6)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밝힌 후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하며 통일비용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고 통일기반의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독일 드레스덴을 방문한
167_통일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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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당국에 1) 인도적 문제 해결, 2) 민생 인프라 건설, 3) 남북 동질성 회복을 제안하면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 원회’에 대한 구상을 발표했다(2014.3.28).168 또한 유엔총회 기조 연설에서 ‘통일된 한반도는 핵무기 없는 세계의 출발점이자, 인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안정 속에 협력하는 동북아를 구현하는 시발점’이라고 밝히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촉구하였다(2014.9.25).
이러한 박근혜정부의 통일시대 기반 구축에 대한 구상과 노력은 기존의 대북정책 중심의 패러다임을 통일정책 중심의 패러다임으 로 변화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통일을 한반도 정책의 최 고 목표로 삼으면서도 실질적으로 한반도 안정을 추구하였던 기존 의 대북·통일정책에서 벗어나 통일에 이르는 과정 뿐 아니라 통일 이후 통합 방안에 대한 논의를 선도하고 있는 현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은 분명한 차별성을 가진다. 지난 8월 7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통일준비위원회는 정부와 민간, 보수 인 사와 진보 인사가 함께 참여하는 가운데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민·관·연이 협동 연구를 통해 남북통일의 실질적·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169 한편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 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통일준비의 필요와 구상은 한·미, 한·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받 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통일과 평화 노력에서 한국의 주도적 위치를
168_드레스덴 선언의 의미와 추진방향에 대해서는 통일연구원, 제1차 KINU 통 일포럼: 「드레스덴 구상」과 ‘행복한 통일’ (서울: 통일연구원, 2014).
169_드레스덴 구상 이후 한국 정부의 통일준비의 기본방향과 추진전략에 대해서는 통일연구원, 제4차 KINU 통일포럼: 통일준비를 위한 과제와 전략 (서울: 통 일연구원, 2014).
굳건히 해주고 있다.
향후 한국 정부는 통일시대 기반구축과 관련하여 다음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우리 정부의 통일 준비와 통일 비전에 대한 북한의 호응과 이해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 남북관계 개선, 2) 국제사회와의 협력, 3) 국내통일 준비 를 한반도 통일을 위한 세 바퀴에 비유한 바 있다.170 하지만 북한 이 드레스덴 구상을 흡수통일을 위한 음모로 비하하고 박근혜 대 통령의 유엔 연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 면 한국의 통일준비 노력은 국내 지지와 국제 호응을 얻는다 하더 라도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냉전 종식 이 후 북방정책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개방·개혁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분단고착화가 심화된 과거를 기억한다면 북한의 고립이 남북관계 뿐 아니라 한반도 통일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남북협력을 지상과제로 삼은 탓에 북한 핵개발과 인권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북한 주민이 남한을 긍정 적으로 바라보고 통일을 원할 때, 남북한이 합의를 통한 통일을 이 루고 남북한 주민이 하나되는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야 한다. 대북·통일 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남북교류도, 북한붕괴도 아닌 평화통일이라면 북한을 우리가 선도하는 통일 프로세스에 끌 어들일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박근혜정부는 남북한 통일에 대한 국내외 논의를 선도하 고 있지만 구체적 통일방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한반도 신뢰프로 세스’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전적으로 계승한다”고 언급하
170_중앙일보, 2014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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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으며,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비전을 담고 통일헌법의 기초가 될 통일헌장을 제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
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보완·발전을 통하여 21세기 통일준비
의 청사진을 마련하여 국내외 공감대 확산을 이루어야 한다. 냉전 의 종식과 국내 민주화 속에서 노태우 정부가 자주·평화·민주의 3 원칙과 과도적 통일체제로 남북연합 단계를 설정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내놓았고, 김영삼 정부는 3원칙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남북이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을 북 한이 성실히 이행할 것을 기대하면서, ‘화해·협력단계’를 ‘남북연합 단계’ 이전에 설정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한국 사회, 남북 관계, 국제 환경에 일어난 변화를 고려할 때 통일방안의 발전을 통해 지속가능한 대북·통일정책의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박근혜정부의 세 가지 통일·외교 비전이 통일기반 구축과 맺는 유기적 관계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박근혜정부는 한반 도, 동아시아, 유라시아에 관련하여 각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비전을 제시하 였다. 이들 비전은 개별 구상에 머물지 않고 연계성을 가졌다고 전 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간 신뢰, 국 민과의 신뢰, 국제사회와의 신뢰를 모두 포괄’하고 있으면서 ‘동북 아 평화협력구상’과 ‘상호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선순환 관계’로 설명된다.171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견 인하면서 상호 추동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역내국가 간 신뢰가
171_통일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p. 5, p. 30.
쌓이고 평화가 증진된다면 드레스덴 구상이 지향하는 한반도 통일 을 앞당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유라시아 이니셔티 브’와 더불어 ‘신뢰외교의 구체 정책’으로 소개된다.172 하지만 어 떠한 경로로 동북아와 유라시아 국가들 사이의 신뢰가 형성될 때 남북한 통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가 동북아와 유라시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 적 그림은 부재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 원칙
향후 한국 정부의 통일기반 구축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 남북한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통일준비를 지향한 다. 통일기반 구축은 민족국가의 완성 혹은 분단체제의 극복과 같 은 거대 담론에서 내려와 남북한 국민 개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개인과 가정의 삶이 무시된 통일 준비는 현실적으로 국내 지지를 못 받을 뿐 아니라 정치와 제도의 통일 이 후 필요한 문화와 이념의 통일을 어렵게 할 것이다. 2015년에 분단 70년을 맞는 상황에서 왜 우리에게 통일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개인과 공동체의 균형 속에서 남북한 주민의 행 복에 초점을 맞춘 통일준비가 바람직하다.
둘째, 국내 지지를 바탕으로 남북 합의와 국제 공조를 추구한다.
다시 말해 국내 지지를 1순위에 두고 남북 합의와 국제 공조를 2순 위에 두는 통일 준비를 지향해야 한다(국내>남북=국제). 안타깝게
172_외교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아시아패러독스를 넘어 평화와 협력의 동북아 로,” pp. 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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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민주화 이후 대북·통일정책은 남남갈등을 촉발하는 빌미를 제 공하였다. 행복한 통일과 지속가능한 통일을 위해서 국내 지지는 필요조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와 민간, 보수와 진보가 함께하 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발족은 바람직하다. 민·관·연이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여당과 야당이 동시에 참여하는 통일준 비위원회의 활동이 필요하고 기대되는 이유이다. 국내라는 바퀴가 동력을 상실할 경우 남북과 국제의 두 바퀴 역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유념해야 한다.
셋째, 남북한 국민이 합의하는 통일 과정과 남북한 국민이 하나 되는 통일 결과를 지향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박근혜정부의 통일비전과 통일준비에 대하여 북한 당국은 흡수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맹비난하고 있다. 남북의 국력차가 현저한 상황에서 북한 정부가 취약한 정당성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통일 기반 조성에 진정성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드레스 덴 구상에서 밝힌 인도적 지원과 인프라 건설을 실행하여 북한 주 민의 삶을 우선 개선하고자 한다면 북한 당국의 최소한의 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남북한 고위급 회담 등과 같은 채널을 통하여 남 한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 민생 개선에 기여하고 남북한 주민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늘려나가야 한다. 그러한 가운데 일 방의 강요에 의한 통일이 아닌 공감과 합의에 기반하여 사람이 하 나되는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넷째, 한민족의 통일 뿐 아니라 동북아 통합에 대한 비전을 제시 하면서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통일을 추구한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 유럽연합의 등장과 FTA의 확산으로 동아시아 지역 통합에 대한 논의는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