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분석
5.4.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전환
5.4.2. 널뛰기식 기금 운영
그렇다면 문예위의 실제 기금 지원 내역에서는 어떤 전환이 이루어졌는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중 <예술가창조역량강화> 사업들을 대상으로 장르별 기금 지원의 일관성을 분석하였다. 단기간에 투자효과가 드러나 지 않는 순수예술 분야에서는 일관된, 장기적 지원이 핵심이며 조직의 ‘일관성’은 내용적 측면에서도 존립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Oliver, 1991)로 활용되 기 때문에 ‘일관성’이 유효한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분석을 위해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문예위에서 지원한 내역을 장르 기준으로 나누고, 전체 대비 장르별 금액 비중을 산출하였다. 예를 들어 ‘문예위-2005년-다원예술 4.2%’는 2005년 <예술가창조역량강화> 사업에 지급한 전체 금액 중 4.2%를 다원예술 장르에 지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장르별 비중의 일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년 대비 ±4% 이상 차이가 날 경우 ‘비일관적’이라 판단하고 이는 회색으로 표시하였다. 다음의 표 10은 이 과정을 거친 분석의 결과이다.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10 67 64 50 30 42 80 92 133 111
22) 문예위 배포 보도자료 건수 2005-2014(www.arko.or.kr에 전부 게시)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다원예술 4.2 3.5 4.6 5.8 6.4 3.1 4.2 5.7 7.4 무용 7.5 9.0 9.6 11.5 6.2 11.4 13.8 15.4 15.3 문학 17.4 14.4 15.3 18.7 24.4 12.8 14.0 12.5 14.6 시각예술 13.1 14.3 13.6 13.3 18.1 10.3 18.9 19.9 20.6 연극 25.3 15.5 21.8 17.8 20.7 37.0 27.7 25.0 21.3 음악 8.8 5.7 9.5 11.1 5.9 10.2 8.9 9.2 9.1 전통예술 13.3 11.0 13.5 15.2 7.4 14.1 9.1 10.5 9.9 문화일반 10.4 26.5 12.3 6.6 10.9 1.2 3.2 1.9 1.8
< 표9 > 문예위 장르별 기금지원 현황
(단위: %)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분석 결과 29%의 셀이 전년 대비 지원 금액의 비중 차가 큰, 비일관적 지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화는 2009년에서 2010년, 즉 정권 교체와 함께 문예위 3기 체제가 정착되던 시기에 특히 두드러졌다. 문학의 경우 2008년 18.7%에서 2009년 24.4%로 약 6%p 상승한 뒤 2010년부터는 다시 12.8%로 감소하였고, 연극 또한 2010년 전년 대비 약 17%p 증가하여 37.0% 지원을 받았지만 2011년 다시 27.7%로 감소하는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졌다. ‘문화일반’의 대다수 금액을 차지하고 있던 기간문예단체(예총, 민예총)에 대한 직접 지원 관행도 폐지되었다.23)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Visual art 5.4 5.6 5.6 5.6 6.4 7.3 7.3 7.2 6.7
Theater 17.8 17.5 16.8 17.6 16.4 17.0 17.0 15.8 14.5
Presenting 10.9 10.8 11.1 11.1 10.8 9.5 10.0 10.3 9.4
Opera 3.9 3.9 3.8 4.9 4.0 4.2 4.5 4.9 4.5
Music 14.1 14.0 14.9 14.3 14.8 14.2 14.0 13.3 12.4
Museum 9.7 9.8 10.0 9.7 10.0 10.6 10.1 10.5 9.4
Media art 7.5 7.8 7.3 7.1 7.1 6.6 6.4 6.6 13.4
Local art 2.6 3.1 2.9 2.9 2.7 3.2 3.0 3.1 3.3
Literature 5.4 5.6 6.1 5.9 5.7 6.0 6.0 6.0 5.5
Folk 8.4 8.3 7.6 7.4 8.0 8.0 8.1 8.2 7.7
Design 2.5 2.8 2.8 2.5 3.3 3.2 3.2 3.7 3.5
Dance 11.8 10.9 11.2 11.1 10.7 10.2 10.4 10.4 9.7
23) 영국은 5%, 미국은 1%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장르별 기금 배분이 일정하게, 일관 된 기준으로 지속 유지되었다.
< 표10 > 미국 NEA 장르별 기금지원 현황
출처: 미국 NEA
이런 변화는 문예위 3기 때 이명박 정권에서 새롭게 수립된 문화예술 정책의 영향으로, 소액다건식 지원사업이 다수 폐지되고 ‘선택과 집중’, ‘사후지원’ 등 새로운 지원 기준이 도입되었다. 새로운 기준에 맞게 조직과 사업 프로그램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대대적인 전환이 벌어진 것이다. 장르별 지원의 과도한 널뛰기 현상은 정권 교체 및 정부 정책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율적, 독립적인 문예위 조직의 특성과는 사뭇 다른 지점이다.
지원 내역 목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문예위는 정치적 성향에 따른 지원에서도 일관된, 객관적인 원칙을 고수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예술계에서 정치적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보수, 관변 단체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예총)와 진보 쪽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이하 민예총)에 지원한 내역을 비교해 보면(표12) 보수 정권 집권 후 민예총에 대한 지원이 급감하였다.2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Combined 17.6 20.6 16.1 17.8 19.6 20.8 18.6 20.7
Dance 11.9 10.5 11.9 8.0 9.0 9.7 11.6 9.9
Literature 7.3 9.1 7.6 8.3 6.7 6.7 7.7 7.0
Music 11.3 12.1 10.5 9.6 8.9 9.0 9.1 10.1
None 2.7 0.3 3.2 7.1 8.5 1.8 3.8 3.9
Theatre 20.4 21.2 21.4 22.6 20.9 25.1 25.9 25.1
Visual arts 28.8 26.2 29.3 26.6 26.3 26.8 23.2 23.4
< 표11 > 영국 ACE 장르별 기금지원 현황
출처: 영국 ACE
24)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는 1962년 창립된 보수 성격의 문화예술인 이익 단체이다.
예총 산하에는 한국건축가협회, 한국문인협회, 한국무용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사진작 가협회, 한국연극협회, 한국음악협회, 한국국악협회, 한국연예예술인협회, 한국영화인총 연합회 등 총 10개 단체가 있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는 1988년 결성한 진보 성격 의 문화예술인 이익 단체이다. 민예총 산하에는 민족건축인협회, 민족굿위원회, 한국민 족극운동협회, 한국문학평화포럼,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민족미술인협회, 민족 사진가협회, 한국민족음악인협회, 민예총영화위원회, 민족춤위원회, 민족서예인협회, 민 족미학연구소 등 총 13개 단체가 있다. 두 단체는 각각 보수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여 여러 차례 대립 구도를 형성하였다. 특히 1990년대 이 대립이 심화되어 상대 단체에 공개 서한, 비난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예총, 민예총법인화 반대” 한겨레 1993년 4월 3일자, “남북교류 예총의 창구독점 반대, 민예총서 18일 예총에 공개서한” 한겨레 1991년 4월 20일자, “국악원장 선임싸고 예총, 민예총 첨예 대립” 경향신문 2003년 8 월 12일자 기사 참조)
구분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예총 768 1,935 1,247 1,001 466 1,676 1,786 1,801 1,611
민예총 1,345 1,704 1,396 759 399 49 8 8 6
< 표12 > 문예진흥기금 내역 중 예총/ 민예총 지원액 비교
(단위: 백만원)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예총과 민예총에 지원한 금액이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 다. 오히려 2005년과 2007년처럼 민예총에 지원한 금액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반면 2010년부터는 민예총 지원액이 기존 약 4억원에서 약5천만원으로 1/10 수준으 로 감소하였고, 이마저도 현재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반대로 예총에 대한 지원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원이 대한민국 연극제, 대한민국 국악제, 대한민국 무용제 등 한국의 각 예술장르를 대표하는 문화 행사에 사용되어 예총 계열 단체의 대표성과 정당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문예위는 <문예진흥법>을 통해 정권과 독립된 자율적 조직 운영을 약속하며 정당에 소속된 당원이나 공무원 의 위원 선발을 제한하는 등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문예위의 지원 내역 분석을 근거로 보면 이는 명목적 균형이자 명분뿐인 자율성이다. 문예위 조직의 핵심인 위원회 위원 구성에서는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명목적 균형의 실태를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