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분석
5.2.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5.2.1. 인지문화적 환경
문예위의 설립은 인지문화적·규범적·규정적인 외부의 제도적 환경을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법 제도와 조직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인지문화 적 환경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신념 체계(Meyer and Rowan, 1977)로 어떤 조직이 설립되는데 있어서 ‘조직의 존재는 당연하다’고 사회에서 인식하는 제도적 환경을 의미한다. 문예위의 경우 이미 존재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수정, 진화한 모델이지만 문예위라는 조직을 둘러싼 인지문 화적 제도환경은 여러 층위로 구성되어 있었다. 먼저 문예위의 가장 궁극적이고 최종적인 조직 운영의 대상자이자 수혜자가 되는 일반 국민들의 의식구조를 살펴보
1997년 2000년
강조해야 할 문화정책 백분율 강조해야 할 문화정책 백분율 전국민의 고른 문화향유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 문화산업발전
우리문화의 적극적 해외소개 독창적 지역문화발전 남북 문화동질성회복
예술창작지원 기타, 무응답
38.6 15.3 12.8 11.5 11.5 5.4 4.2 1.0
문화기반시설 확충 문화재/전통문화 보존/계승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 대중문화/문화산업 진흥
독창적 지역문화발전 문화관광산업진흥 창작여건개선/순수예술진흥
남북/해외문화교류 문화정보화추진
무응답 기타
30.5 16.8 15.7 8.5 7.6 6.6 6.5 6.1 1.6 0.2 0.1
계 100.0 계 100.0
면 정부의 문화정책에서 가장 필요하고 강조해야 할 분야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 표4 > 문화향수실태조사 1997년, 2000년17)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이를 문화정책의 가장 큰 두 패러다임인 ‘창작진흥’과 ‘문화향수’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두 해의 선택지가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나 순수예술의 창작진흥이 97년 4.2%, 2000년 6.5%, 그리고 문화향수는 97년 38.6%, 2000년 <다양한 프로그램 제공>이란 항목이 15.7%로 국민들의 문화정책에 대한 요구는 창작진흥보다는 문화향수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볼 수 있다. 강조해야 할 예술진흥 정책을 묻는 질문에도 97년에는 <예술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2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지만 2000년에는 <다양한 예술행사개최> 17.6%, <국민의 예술교육확 대> 15.0%로 역시 창작진흥보다는 문화향수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삶의 질 수준이 높아질수록 문화예술과 여가활동을 향유하고자
17) 문화향수실태조사에서 국가 문화정책의 방향과 관련한 설문은 2000년 이후로 설문 항 목에 포함되지 않아 문예위가 설립될 즈음의 자료를 포함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마이어 와 슈츠만 및 다른 제도주의 학자들은 인지문화적 측면의 제도는 쉽게 변하거나 달라지 지 않는 성질의 것으로 지속적이고 영속적인 특징을 가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본 연구 에서는 2000년 이후 설문 자료는 없으나, 1997년과 2000년 자료의 결과를 인지문화적 제도환경으로 간주해도 된다고 보았다.
항목 2000 2003 2006 예술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 28.2 31.1 32.1 예술가 지원을 위한 법률과 제도정비 26.6 20.5 25.0
문화예술행정 전문성 확보 10.2 12 11.6
국민예술교육확대 7.9 7.3 6.8
전문예술교육, 프로그램 강화 6.2 7.8 5.9
전통문화예술 보존과 계승 4.8 2.5 2.8
창작활동에 대한 전면적 자유부여 4.0 3.9 3.5
예술진흥관련 정부기관 기능확대 3.9 6.5 7.4
작품활동공간, 시설 확충 3.1 5.0 3.3
기타 4.7 3.3 2.0
계 100 100 100
하는 국민들의 요구가 상승한다는 주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점이다.
그러나 예술진흥 활동의 1차적인, 직접적 수혜자가 되는 예술가들의 가치관을 살펴보면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문화예술인실태조사>에서 동일하게 ‘국가 문화정책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을 물었다. 예술가들의 응답을 보면(표5 참조),
<예술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 <예술가 지원을 위한 법률과 제도정비>, <문화예 술행정 전문성 확보>까지 보다 실질적으로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장려할 수 있는 종류의 예술진흥과 지원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 표5 > 문화예술인실태조사 2000, 3, 6년18)
출처: 문화체육관광부
즉, 문예위는 조직 운영의 1차 수혜자인 예술가들과 궁극적인 정책대상자인 일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정책에 대한 일치되지 않은 요구, 문예위 업무에 대한 다른 생각들 사이에서 두 이해관계자들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며 이들로부터 조직 운영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예위는 일차적으로는 기초예술, 순수예술의 창작활동을 장려하고 다음 단계에서 일반 국민이 이 활동을
18) 1997년에도 문화향수실태조사와 함께 문화예술인실태조사가 진행되었으나 해당 항목 은 설문 선택지의 구성이 많이 달라 본 연구의 근거로 포함하지는 않았다. 또한 2006 년 뒤에도 2년 단위로 동일한 설문을 조사하고 있지만 이 부분에서는 조직 초기 설립 시기를 분석했기 때문에 역시 포함하지 않았다.
관람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여 문화 향유 접근성을 높이는 전략을 수립하 였다. 문예위설립TF팀에서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조직의 비전과 전략이 <수월성 (excellence) 높은 예술의 창작 → 최종적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 확대>로 전환되는 것을 적고 있다(그림2 참조).
이념(Mission) 예술을 통한 국민의 창조성 계발
및 삶의 질 향상
문화의 가치를 창조ㆍ확산하는 기초예술의 발원지
기본방향(Goal) 전략목표(Strategy Goal)
•예술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발함
•국민의 예술창작과 향수권리를 신장함
•세대간ㆍ계층간ㆍ지역간의 문화적 조화를 추구함
•예술가의 창작여건을 조성하고 예술가의 권익을 옹호함
•예술의 보급ㆍ확산을 통해 국민의 향수권리 신장함
•예술가ㆍ단체ㆍ문화시설ㆍ문화향수자 간 소통체계 구축을 통한 상호매개
기능을 강화함
이념(Mission)
재설정 이념(Mission)
예술을 통한 국민의 창조성 계발 및 삶의 질 향상
문화의 가치를 창조ㆍ확산하는 기초예술의 발원지
기본방향(Goal) 전략목표(Strategy Goal)
•예술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발함
•국민의 예술창작과 향수권리를 신장함
•세대간ㆍ계층간ㆍ지역간의 문화적 조화를 추구함
•예술가의 창작여건을 조성하고 예술가의 권익을 옹호함
•예술의 보급ㆍ확산을 통해 국민의 향수권리 신장함
•예술가ㆍ단체ㆍ문화시설ㆍ문화향수자 간 소통체계 구축을 통한 상호매개
기능을 강화함
이념(Mission)
재설정
< 그림2 > 문예위설립TF3차회의발제문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05a)
문예위는 설립 6개월째인 2006년 <ARKO VISION 2010>이라는 이름의 중장기 전략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이 계획에서도 문예위 설립 과정에서 보여준 예술인과 국민 모두의 인지문화적 제도환경을 고려하고 이들에게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예술을 통한 창의적인 사회(creativity), 성숙한 사회(enrichment), 열린 사회(diversity) 구현”이란 기조 아래 예술가의 창작 활동 을 통해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6: 13). 특히, 예술향유자는 수동적으로 예술 활동을 관람하고 서비스를 제공받 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슈머(prosumer, 생산자이자 소비자)의 개념을 적용하여 직접 예술을 창작하거나 장기적인 창작자로 거듭날 수 있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정리해보면, 예술가들이 전범이 되어 예술 창조의 생명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 리고(예술가의 인지문화적 제도환경) 이를 통해 전반적인 문화예술 생태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일반 대중의 인지문화적 제도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