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남북농업협력은 북한 농업의 개발전략과 연계해서 추진해 나가야한다. 북한의 농업생산기반 확충을 위해서 남한은 농자재 합작 생산과 북한의 농업생산기반시설 정비에 나서야 한다. 또한 농산물 계약재배, 합영농장 건설, 종합축산단지 조성 등을 통해 북한이 자급· 수출형 농업을 병행/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남북한 농업협력을 제3자가 참여하는 다자간 농업협력으로 확대하는 것도 필 요하다. 그러나 북한농업의 개발전략으로 제시된 농업생산책임제 도 입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조속한 정치적 결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 외에 직접적인 협력방안은 없는 것 같 다.
2. 농업생산기반 확충 협력
농기자재 부문에서 우선 시행되어야 한다. 비료, 농약, 제초제, 농기계,
농자재(비닐 등 영농자재) 등의 북한내 생산 및 공급 능력의 확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영농기자재 생산공장을 개·보수하여 재가동하 거나 신규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 기존설비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합작투자 방식을 통한 기존공장의 재가동과 시설 현대화가 적 합할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 농자재 산업의 시설 노후화, 생산기술의 낙후, 에너지 다소비 등 비효율적 생산구조를 감안하면 현대적 시설 을 갖춘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이 유리할 수 있다.
비료의 경우 우리는 국내에서 소비하고도 수출여력이 있을 만큼의 화학비료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당장 합작공장을 북한에 설립하는 것보다는 대북 비료 지원시기를 적절히 조정하면 지원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에는 복합비료 공장이 없으므로 현대화된 북 합비료 생산공장의 신설이 필요하다. 북한에서 제조되는 비료는 성분 함량이 낮고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점차 요소 등 성분함량이 높은 비 료나 복합비료에 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비료는 비종별로 지역 별 소요량을 파악한 다음 필요량을 적기적소에 공급할 수 있도록 기 존공장 개·보수 및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하도록 한다.
농약의 생산을 위해서는 농약의 원제는 남한에서 공급하도록 하고 완제품 합성공장을 북한에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은 생물농 약의 경우 남한보다 기술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의 자 본과 북한의 기술이 접목하는 생물농약 관련 합작투자 사업은 벤처기 업 형태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은 농기계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부품 부족으로 가동률이 매우 낮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 범용 농기계 부품을 지원하는 한편 농기계 산업의 대북 협력사업을 고려할 수 있다. 농기계는 계속해서 부품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농기계 합작사업은 사업의 지속성 면에
서도 바람직하다. 농기계는 생산시설이 자동화되어 가는 추세이므로 자동생산라인을 갖춘 조립공장을 북한지역에 신설하고 부품은 남한에 서 공급받는 방안이 적합할 것이다. 북한에서 우선 생산·공급되어야 할 합작 농기계는 이용률이 높은 답·작 겸용의 경운기, 방제기, 트랙 터 등이다. 농기계가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수리용 부품의 원 활한 수급이 생산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사전 점검정 비 및 이용기술을 교육하고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는 농기계 집결지 를 사전에 선정할 필요가 있다.
비닐은 향후 북한에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품목이지만 북 한은 원료 부족으로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기 존의 공장이 재가동될 수 있도록 원료를 공급해야 하고 장기적인 원 료공급 계약을 통해 합작생산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 경우 비닐의 생산에 필요한 최신기술을 전수하여 농업용 비닐제품의 품질 향상과 제품 다양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한다.
남북한 농자재 합작생산을 통해 우리의 농자재 공급체계를 북한에 접목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농기계의 경우에는 시·군별로 제조 회사별 대리점을 설립하여 공급하도록 하고, 도 단위에 종합부품 공 급센터를 만들어 부품공급의 원활화와 순회 서비스를 실시한다. 농기 계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사후봉사요원(북한 자체 인력을 교육, 현장 투입)을 확보하고 정기적으로 이들을 교육한다. 비료·농약의 경 우 남한에서와 같이 계통 구매하는 방식과 일반 소매상을 통하여 농 민에게 공급되는 방식을 모델로 북한 실정에 맞는 방식을 적용해 나 가도록 한다.
나. 농업생산기반시설 정비
북한은 1995년과 1996년의 대홍수로 인해 수많은 농지가 유실되
거나 침수되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이 두 차례의 홍수로 농지 의 매몰 및 유실면적은 총 4만 9,921ha이고 침수면적은 66만
8,291ha에 이른다고 발표하였다. 이렇게 홍수피해가 큰 이유는
1995년의 경우 여름철 50일간(7.8~8.27)의 강수량이 733㎜로 연
강수량의 73% 이상이 집중되어 내렸기 때문이며, 지형적으로 산이 많고 하천의 경사가 급하여 홍수 유달시간이 짧은 데 기인한다. 그렇 지만 다락밭, 뙈기밭 조성으로 산사태 및 표토 유실로 토사가 하천에 퇴적되어 하천의 범람을 야기시켜 농경지의 침수, 유실 및 매몰의 피 해가 가중되었다. 강우 강도가 작은 1996년에도 홍수 피해가 큰 것
은 1995년도 홍수 피해의 복구가 미진했던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였
다.
농업생산기반시설을 개선할 경우 북한은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적시 물 공급으로 농업생산성을 제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수리관개시설은 대부분 1970년대 이전에 건설된 것으로 노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홍수로 피해를 입은 많은 시설물들 이 아직까지 완전히 복구되지 않고 있다. 관개혜택을 받는 146만ha
중 116만ha가 에너지 소비가 많은 양수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으나
대부분 양수시설이 노후화되어 교체가 필요한 실정이다.74) 용수로의 경우에도 통수단면유지를 위한 수초제거와 보수, 토사매몰, 부유물 제 거 등이 요구되지만 이러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북한 농업생산기반시설 정비를 위한 협력사업은 그 성격상 정부가
74) 또한 북한 전국 2만9,643개 양수장의 양수기 3만2,200개 및 양수 파이 프 950㎞의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성훈·심의섭 편저,
「사회주의와 북한의 농업」 (서울: 비봉출판사, 2002), p. 315.
중장기계획을 세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우선 식량증산에 시급을 요하 는 저수지와 양수장 복구를 1차 협력대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동시 에 홍수 등의 피해를 입은 농지의 복구(유실, 매몰된 농지로부터 모 래와 자갈 제거, 표토 유입, 제방 보강 등)를 실시해야 한다. 지형상 다단양수체계가 불가피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양수식을 점차적으로 중 력식 관계체계로 대체해 나갈 필요가 있다.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정비와 함께 산림복구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 다. 식량위기 이후에도 북한은 과도한 산림연료 채취, 경사지의 농지 이용에 따른 벌목, 젖염소 방목에 따른 산림 피해, 외화획득을 위한 벌채 등으로 산림 황폐화에 따른 환경적 폐해가 가중되고 있다.75) 이 같은 벌채와 산림황폐화가 지속된다면 산림의 홍수조절 능력이 약 화되어 결국 관개시설 확충과 같은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정비를 허사 로 만들게 된다.
북한 산림황폐지의 사방사업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 다. 1단계에서는 과거 홍수피해가 큰 지역으로 방치시 심한 토사유실 이 예상되는 지역, 2단계에서는 그간 홍수피해가 심한 지역으로 방치 되어 왔거나, 사방사업이 시행되지 않으면 농산물 생산이 위협받는 지역, 3단계로는 향후 피해가 예상되는 산림황폐지를 선정하여 연차 별 계획에 의해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북한지역 산림황폐지 복 구사업을 담당할 ‘남북한 산림녹화 사업단’을 설치하여 운영할 수 있 을 것이다.
75) 북한의 산림은 자연적 방식으로 23만ha가 유실되었고 벌목 후 11만ha 가 조림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는 등 총 45만ha가 조림대상지역이 다. 정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200만ha가 재조림되어야 하고 이 중 75만ha는 우선 복구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FAO/UNDP, Agricultural Recovery and Environment Protection Programe, 1998.
3. 자급·수출형 농업 구축 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