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해외농업개발 공동진출
남북한의 농업협력사업이 반드시 한반도 지역내에 국한되어 추진될 이유는 없다. 남북한 모두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발 수입이 불 가피한 실정이고 특히 통일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의 곡물수요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발 생하는 세계식량 수급불안정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남북한이 공동 으로 참여하는 해외농업개발 공동진출이 필요하다.
이 방안은 우리의 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이 제3국에 공동 진출하여 농산물을 생산하는 합작투자 사업이다. 즉 우리의 자본으로 해외 특 정지역의 농지를 임차한 뒤 북한의 노동력과 우리의 농업관련기술을 결합하여 농장 또는 목장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선 지리적으로 가까 운 러시아 극동지역, 중국 동북3성을 중심으로 해외농장을 조성하고 활성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3국이 연계된 농업분야 프로 젝트에 남북한이 공동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해외농장은 통일 이후 한반도에 대한 식량공급기지로서의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경우에 따라서는 제3국에 수출도 가능하다. 북한과 인접지역에 해외농장을 개발하여 북한의 인력과 우리의 자본과 기술
을 결합하여 쌀을 생산·반입할 때 현재 세계무역기구(WTO)체제하에 서 우리가 반드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minimum market
access) 물량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83)
해외 합작영농사업의 후보지로는 남북한과 인접한 지역인 북방권
(중국, 러시아)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경우 러시아 극동지역
의 아무르, 하바로프스크, 연해주 등과 중국의 동북3성, 삼강평원 등 이 주요 대상 지역이다. 러시아와 중국 지역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 할 때 북한 인력의 송출에 있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북방권의 경우 부존자원이 풍부하고 토지가 비옥하며 동시에 수송거리가 짧다는 이 점도 있다.84) 특히 러시아 연해주, 우스리스크 지역은 과거 우리 선 조들이 벼농사를 재배하던 지역으로 철도 및 해상운송로가 확보되어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유리하다.
남미권(아르헨티나, 브라질)과 오세아니아권(오스트레일리아, 뉴질
랜드)도 해외농장 개발가능 후보지로 적합하다. 비록 남미권은 지리 적으로 먼 곳에 위치하고 있으나 국토의 대부분이 평원(특히 아르헨 티나)이기 때문에 목초(조사료) 개발 여건이 좋다. 오세아니아권에 속한 오스트레일리아는 국토가 넓고 청정환경 등 목축업에 유리한 지 역이다.
남북한의 해외농업 공동진출을 위해서는 과거 정부주도의 농업이민 방식에 의한 개발사례와 민간자본에 의한 해외 농업 직접투자 등의 사례를 분석하여 활용하도록 한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해외에서 벌이 는 사업인 만큼 북한의 사정을 감안한 현실적인 방안 수립이 중요하 다. 해외농업개발(해외농업 공동진출)에 있어서 정부주도의 개발보다 는 수익성에 바탕을 둔 민간주도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83) 김성훈·김치영, 「북한의 농업」 (서울: 비봉출판사, 1997), p. 231.
84) 연해주 자루비노항에서 부산까지는 약 2,500km(42시간 소요)로 수확 물의 수송과 판매에 유리하며 수확후 처리기술이 거의 불필요하다.
우선 민간 차원에서 추진 중에 있는 해외농장 개발사업에 북한 인력 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해외사업 현지국 및 북한 당국과 협의하도록 한 다.
비록 해외농장 개발사업의 주체가 민간이라 할지라도 이와 관련 정 부의 역할을 매우 크다. 북한 노동력 활용문제는 민간차원에서 다루 기 힘든 분야이므로 정부는 이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동시 에 해외농업 진출국에 대해서도 정부가 원만한 진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후원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부는 민간의 해외농장 개 발에 따른 각종 애로사항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차원에서 간 접적인 참여도 가능할 것이다.
민간차원의 해외농업개발과 관련하여 정부는 사전현지조사, 금융 및 통상협력 등 민간기업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개발대상지역에 대한 현지조사 및 진출업체에 대한 기술 지원과 현지 진출기업(단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민간기업이 진 출을 희망하는 지역에 대한 종자·종묘, 작물재배, 농업토목, 농기계, 수확 후 기술, 농장경영 등 부문에 대한 기술지원도 필요하다. 농어촌 진흥공사, 농촌진흥청 등 각계 전문가로 기술지원단을 구성하여 토양 조사, 생산기반조사, 작물재배 등에 대한 자문과 기술지원을 도모하고 이를 위해 해외농업기술지원을 확대하도록 한다.
남북공동 해외농장개발을 위한 현지진출기업이나 단체에 대한 투자 지원은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등 유관부서와 긴밀한 협조가 요구된 다. 재정경제부와 협의하여 대외경제개발협력기금(EDCF자금)의 해 외농업부문 지원을 확대하거나 외교통상부와의 협조하에 한국국제협 력단(KOICA)의 해외농업개발분야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방안을 마련 할 수도 있다.
한편 현지 해외농장개발 진출업체가 애로사항을 건의할 경우 정부
는 대상국과 협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양국간 상호투자보장 협정 체결 등 투자자들의 진출에 따른 위험부담을 경감시키고, 투자환 경 조성을 위한 외교노력 강화해야 한다. 개발수입물량이 국내에 반 입될 경우 국내의 사료업계 등 실수요자와의 연계가 원활히 이루어지 도록 주선하는 것도 정부가 관심을 두어야 할 부분이다.
나. 국제기구를 통한 협력
최근 국제기구는 북한의 농업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농업협력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국제기구는 북한 식량난의 근본적 해 결을 위해 식량지원 뿐만 아니라 비료, 종자, 기술 등 지원의 폭을 넓 히는 동시에 종합적인 대북 농업개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북 한은 주로 UNDP를 비롯한 유엔산하 국제기구로부터 영농기술이나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한편 우리의 직접적인 대북 농업협력사업은 정치·군사적인 제약요인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기구를 활용한 남북농업협력 추진을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도 현재 북한과 국제기구 사이에 진행중이거나 계획중인 사업에 적극 참 여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UNDP의 홍수피해 복구장비 지원사업, FAO의 농약지원사업 및 신탁기금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국제기구는 북한의 농업구조개선사업에 우리 정부가 동참할 것을 호 소한 바 있다.85) 북한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각종 농
85) UNDP과 FAO는 대북 이모작 지원 긴급호소에 한국 정부의 동참을 요청하였다. 북한의 이모작 확대사업 총사업비 2,800만달러 가운데 800만달러의 종자구입 문제는 북한 스스로 충당하고 나머지 1,953만달 러는 국제기구(UNDP과 FAO) 주도로 주요 공여국의 지원으로 전개 되었다.
업분야 개선사업에 대해 우리 정부는 주도적으로 국제기구를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식량지원 등 국제기구의 각종 대 북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편 초기 지원단계에서는 국제기구 자금 및 타국 자금과의 공동투 자가 가능한 신탁기금(Trust Fund)방식의 활용이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신탁기금방식으로 대북 농업지원을 할 경우 다음과 같은 장점 이 있기 때문에 특정지역의 남북한 시범농장 개발사업 등에 유용한 것으로 평가된다.86) 즉 자금의 사용처를 북한 농업개발에만 제한할 수 있고, 우리가 제공한 자금만으로 특정 사업을 추진할 수도 있으며, 사업에 필요한 자재 및 기술인력의 일부를 지정할 수 있다. 또한 사 전에 사업계획에 대해 우리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 문에 우리는 계획수립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다.
북한 농업생산기반 정비를 위해서는 국제기구를 활용한 간접적, 우 회적인 방법에서 나아가 한 차원 높은 남북농업협력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 본격지원 단계에서는 국제기구를 활용하되 주변국과의 공동분 담방식의 농업협력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 국제컨소시움 형태의 지원 방식을 통한 남북농업협력방안을 구상할 수 있다. 또한 북한 농업관 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국제기구와 함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우 선 비료, 농기계산업 등 낙후되었거나 긴급한 곳에 국제기구를 통해 투자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유사한 형태의 한반도 농업개발기구(Korean Agricultural Development Organization:
KADO)를 구성하여 북한 농업개발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식은 우리 정부의 대북 진출에 거부감을 보이는 북한의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동시에 우리 주도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86) 방한오, “영농 자재 지원 방안,” 「통일경제」 제40호 (1998.4), p. 32.
또한 북한 농업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국제기구 및 여러 국 가가 공동 분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국제기구 및 다른 국가 들의 활발한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재원의 대부분을 부담해야 할 것이다.
국제 비정부단체(NGOs)와 국내 비정부단체의 콘소시움을 통해 대 북 농업프로젝트 추진도 남북농업협력사업을 위한 적절한 접근 방법 이다.87) 이러한 협력방식은 외국 비정부단체로 하여금 대북 농업지 원용 각종 기자재를 국내에서 구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 국내 농업 관련 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유리한 조건으로 국제기 구를 통해 농업개발자금 및 차관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한다.88) 이런 지원과정에서 북한 농업의 총체적 실태와 중장기 복구
및 개발 계획을 COSOP(Country Strategic Opportunities
Paper)를 통해 검토할 수 있게 된다.
87) 머시코인터내셔널, 카터센타, 록펠러재단 등을 중심으로 한 미국내 비 정부단체와 한국내 비정부단체(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등)는 컨소 시움을 구성하여 북한에서 ‘봄보리 이모작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88) 예를 들면 북한이 국제기구 중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IFAD 자금(장기 15~40년, 저리 0.75%~3.4%) 등을 활용할 수 있도 록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