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지역블록화와 동북아교류협력
1세계는 국제화 혹은 세계화라는 흐름 속에서 새롭게 재편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유럽은 1991년 12월 체결된 마스트리히트 조약 에서 따라 유럽연합(European Union)으로, 미주대륙은 1992년 8 월에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 Free Trade Agree- ment)에 따라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단일 경제체제로 재편되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1967년 이래 이 지역의 국가들이 동남아 시아국가연합, 즉 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을 결성하여 경제⋅문화발전과 과학기술, 식량・에너지, 안전보장 등에 대한 협력과 영향력을 증진시키고 있다. 예컨대 1983년 ASEAN 라운드에서 무역역조를 시정하기 위해 대일 수출품의 무관 세화와 관세 대폭 할인을 주장하여 이를 관철시킨 바가 있다. 또한 자체 내에서의 자유무역 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1992년에는 아세 안자유무역협정(ASEAN Free Trade Agreement:AFTA)을 체결하 였다.
아시아 태평양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해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 협력체(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가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중국, 대만, 홍콩과 아세안 회원국을 구성 멤버로 1989년 결성되어 역내 자유 무역화와 경제 협력을 위한 공 동사업 추진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지역협력체는 ASEM(Asia-Europe Meeting)이라 할 수 있다. 한⋅중⋅일 3개국 및 동남아의 아세안 회원국, 유럽연 합(EU) 등 모두 25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와 유럽 간의 정상회의가
1박진규, “동북아의 미래와 청소년의 역할” (2004년 11월), 국제심포지엄 발표내용에서 발췌한 것임.
바로 ASEM이다. ASEM은 식민지적 지배 관계의 단절 이래 아무런 연결고리를 갖지 못한 아시아와 유럽이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 함으로써 유럽-북미-아시아 간의 3각 지역협력체제의 기틀을 마련 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동북아협력체제의 구축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안보와 평화의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동북아 전체 의 치명적인 이해가 달린 북핵문제를 필두로 하여 양안 위기, 영토 분쟁, 동맹관계의 재조정 문제 등, 역내의 안보적 불안 요소들에 대한 평화적 해결방법이 공동체의 건설 과정에서 도출될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은 유럽과는 달리 지역적으로 방대하고 문화적 이질 성 때문에 한꺼번에 하나로 통합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견 해도 있다. 그래서 아시아는 서로 가까운 지역끼리 자연히 몇 개의 경제권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보는, 이른바 자연적 경제지역(Na- tional Economic Territories:NETS)의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그 NETS의 예로 남부 중화권(중국 남부 중심), 황해경제권(산동성과 한국 중심), 일본해경제권(러시아극동부 및 일본 북부 중심), 동아 시아경제권(ASEAN국가 중심) 등을 들고 있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두는 곳은 황해경제권으로 실제로 1992년 우리나라가 중국과 수교 한 이후 중국과 우리나라가 포함된 황해경제권은 교역이 한층 활발 해졌다
세계가 지역별로 블록화의 추세 속에서 동북아에서의 협력은 우 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경제적인 측면에서나 안보의 측면에서 필 연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협력 체제의 구축을 원한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유럽의 예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의도한다 해서 바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수년 혹 은 수십 년이 걸리는 과업이다. 예컨대 유럽연합의 실질적이 모태 가 되었던 로마조약(1957년)으로부터 유럽연합의 최종 결실의 형태
를 결정하게 된 마스트리히트조약(1991년)까지는 장장 30년이 넘게 걸렸다. 이런 측면에서 청소년교류는 협력 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과업으로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일단 협력 관계를 더욱 실질적인 협력 체제로 제고하는데도 중요하다 하겠다.
나. 동북아지역의 새로운 동반자관계 구축
2제1회 동북아청소년포럼(2004)에서 청소년교류의 중요성에 대해 제시된 다음의 내용은 최근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아주 시의 적절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첫째, 청소년들은 기존의 역사문제에 대해서 비교적 책임이 작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직접 경험한 세대나 전쟁의 후유증을 경험한 전후 직전세대의 경우, 아직도 상호간의 불신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1980년 이후에 출생한 청소년들의 경우 역사문제에 대해 감정적으로나 체험적으로 비교적 거리가 멀고 전쟁에 직접적 으로 가담한 적이 없기 때문에 상대국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매 우 비교적 적게 갖고 있다. 또한 이들 청소년세대는 자본주의와 공 산주의가 날카롭게 대립했던 과거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 난 매우 자유로운 사상과 행동양식을 지닌 세대이기도 하다. 이러 한 순수한 마음은 한・중・일 3국간이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하고 상 호간 신뢰를 회복하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데 큰 기 여를 할 것이다.
둘째, 청소년교류를 통해 한중일 3국을 이어주는 문화적 공감대 가 형성될 수 있다. 문화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주거나 공동체 의 식을 심어주는 매개이다. 가까운 사람은 같은 문화를 경험함으로써 더욱 친밀한 하나로 일체감을 갖게 되고 멀리 떨어져 지내는 사람
2차광선,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청소년의 역할” (2004), 제1회 동북 아 청소년 포럼 자료.
은 같은 문화를 경험하게 됨으로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을 갖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 문화의 주요 소비자이며 생산 자이기도 한 청소년들이 서로 교류하게 되면 한・중・일 3국간의 협 력강화에 있어서 큰 진전이 있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인적교류는 문화적 접변을 수반하면서 교류자간의 또 하 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특히 문화적 감수성이 예민하 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청소년들의 교류는 공동의 문화권을 형성하여 한・중・일 3국의 공동체 의식 증대에 기여할 것 이다. 이러한 문화적 형성의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일본 등, 아시 아 지역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한류 열풍 이 크게 불고 있는 북경, 상해, 동경에서는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상호간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본 대중문화가 한국에 진출한 것이 이미 10년 이상 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의 연예계에도 일본의 팝송과 연예인 이 진출하여 한국 청소년들 사이에 매니아 층이 생길 정도로 일본 문화의 파급효과는 크다. 한편 아직까지 중국의 대중문화는 한국과 일본 청소년들에게 큰 관심을 모으고 있진 않지만 중국의 문화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의 원류를 형성하고 있어 양국 청소년들에게 전 혀 낯설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셋째,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 때, 청소년교류는 앞으로 한・중・일 3국간의 미래관계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우선 청소 년의 연령층이 대다수 10대 후반에서 20대이며, 이 시기에 접하는 지식과 각종 활동은 자아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 시기는 기존의 왜곡된 상호간의 인식을 해소하고 현재성을 갖게 함으로 현 재의 한・중・일 3국의 참모습을 인식하게 하며 청소년 세대가 성장 하면서 각국 사회의 전반에 상호협력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긍 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다. 동북아 청소년교류 인프라구축의 기본원칙
3동북아지역의 국가들이 정부 및 민간단체 주도의 청소년교류와 협력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여 다양한 교류프로그램들을 지속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명제에 대한 상호합의 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첫째, 국가 간 청소년교류는 이제 더 이상 특정 국가와 참가자 청소년에게만 이익이 한정되는 활동이 아니라, 일정 지역과 국가의 모두 구성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공익성을 지닌 활동이다.
이는 유럽의 청소년 교류에서와 미국의 청소년 교류 모두에서 내 포하고 있는 가치지향성이라 할 수 있다. 교류 참가자 개인에게 경 험증대와 복지확대기회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교육활동과 마찬가지 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가져다주는 공익성이 큰 것이 교류활동이 다. 참가자 청소년들에게 참가비용을 크게 부가하지 않으려는 배려 들이 바로 이 점을 증명하고 있다.
둘째, 청소년교류는 사회통합적인 목적과 미래의 사회지도자를 양성하려는 두 가지의 큰 목적을 갖고 있다.
청소년교류를 통해 공동체가 요구하는 시민의식을 키우고 공동의 문화를 이해하도록 하며(특히 유럽 청소년교류의 경우), 내일의 지 도자가 갖춰야 할 소양을 갖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셋째, 청소년교류는 현재의 타당성과 아울러 미래의 가치를 축적 하는, 미래 부가가치 창조 활동이다.
청소년교류는 현재의 사회문제(사회갈등과 상대 문화에 대한 이 해부족 등)를 해결하는 간접적인 방법이자 미래의 바람직성(사회안 정과 평화의 유지)을 창조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받아들여지 고 있다.
3박진규, “동북아의 미래와 청소년의 역할” (2004년 11월), 국제심포지엄 발표내용에서 발췌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