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3. 북한개발에 대한 탈 사회주의 체제전환의 함의
북한개발은 일반성과 아울러 분단체제와 북한 사회주의체제로부터 비롯 된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북한개발개념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몇 가지 차원에서 특징을 보인다. 우선 북한은 구조적인 위기에도 불구 하고 공업화가 상당부분 진전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도 이로부터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개도국의 개발 개념의 직접적 적용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분단체제에서 민족 간 특수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개발과 관련된 특수요인으로서 남한의 존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북한개발은 직간접적으로 남북관계에 영 향을 미치며, 통일을 지향하는 분단국가로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북한개발의 문제는 상당부분 남한의 문제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은 북한 개발의 이해에 있어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북한의 평가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북한은 사회주의체제이며, 따라서 북한 역시 사회주의체제가 가지는 일반적 특성과 근본적 모순으로부 터 자유롭지 못하다. 북한은 스탈린주의로 특성화되는 현실사회주의의 여정 을 걸어왔으며, 사회주의 공업화와 이에 부합하는 사회구조를 형성시켜 왔다. 이는 북한개발에 대한 저발전 개도국의 관점을 적용하기 어려운 중요한 이유 이며, 북한은 사회주의방식으로 어느 정도 근대화 및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 개도국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위기와 빈곤문
장 - 탈 사 회주 의 체제 전환 과 개발 제는 절대적 저발전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체제라는 구조
적 위기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개도국의 경험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체제의 개발개념은 절대적인 의미에서 지체된 개도 국의 발전문제 해소이며, 따라서 ‘발전을 위한 건설’의 개념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의 경우 체제위기의 원인이 근대화의 절대적 지체가 아닌 근대화의 방향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사회주의적 발전의 방향성 전환에 보다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점에서 탈 사회주의 체제전환국의 개발개념은 “발전을 위한 재개발”로 규정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개발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체제간 일반적 경험의 직접적 적용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북한개발의 이해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다. 한국사회와 지정학적 거리가 먼 나라와 북한의 차이는 바로 이 특수관계에 기인한다. 남북한은 통일을 전제로 한 단일민족간의 관계이며, 따라서 북한개발 개념의 성격 역시 이로부터 기인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개발의 방향성과 성과는 통일과정과 통일한국의 미래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북한개발은 북한 만의 문제가 아닌 통일한국의 국가발전전략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북한개발의 개념은 보다 복합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 같은 점에서 분단체제와 탈 사회주의 체제전환국의 개발 및 개발협력의 경험을 토대로 북한개발과 개발협력의 모델을 고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탈 사회주의 체제전환국들의 다양한 경험들은 시장체제가 아닌 사회주의체 제로서 공통성을 지니고 있는 북한에 의미있는 시사점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사회주의 공업국가라는 점에서 일정부분 사회주의적 방식의 근대화를 수행해 왔다. 북한의 위기 및 빈곤상황의 도래는 근대화의 지체가 아니라 사회주의적 방식의 근대화라는 발전의 방향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에서 일반적 저발전, 개도국과 차이를 보인다. 북한의 문제는 근대화의 지체 가 아닌 일정정도 진행된 사회주의적 근대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일종 의 ‘재개발’에 해당하며, 일반적 개도국의 경험을 북한에 직접적으로 적용하 기 어려운 이유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탈 사회주의체제에 적용되었 던 개발협력의 경험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즉 북한 과 다른 구 사회주의국가들의 경우 초기적 조건(initial conditions)이 다르기
개 발 이 론 현 황
때문이다. 사회주의적 공업화의 정도 및 사회주의제도의 이식정도 등 발전의 정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구 소련 및 동구권 등 사회주의 발전국가들과 다르며 중국과 베트 남 등 사회주의 저발전상태에서 개혁과 개방을 선택했던 국가들과도 다르다. 북한은 적어도 사회주의 중진국 수준의 공업화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사회 주의제도를 확고하게 정착시켜 놓았다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특히 중국과 베트남 등에 적용되었던 개발의 경험을 북한에 대해 직접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사회주의적 발전이 지 체된 상태에서 비 사회주의적 발전을 선택했으며, 개발전략도 이와 같은 맥 락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진전된 사회주의적 발전의 부담으로 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결국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보다 더 많은 정책적, 제도적 변화를 수반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이 개발을 위해 기존 구조 를 해체하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바람직 한 북한개발개념의 정립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모델의 설정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북한개발협력문제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진전이 있음으로 해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개발협력도 본격화 할 수 있는 전망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관련된 국제사회의 북한 개발협력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 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북한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 없이 개도국에 시행했던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경우라 고 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 북한 개발협력의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함과 아울러 북한의 특성에 맞는 개발협력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개발협력에 있어서 기존의 개발협력의 문제점의 해소 및 새로 운 관점의 적용이 필요하다. 북한위기의 근본원인은 경제적 차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주의체제 자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는 북한에 대한 개발협력이 경제개발을 위한 물적 투자를 넘어 사회주의체제라는 환경의 개선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포함해야 함을 의미한다. 사회주의체제의 제도, 문화, 사회적 관계 등의 근본적 개선을 위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며, 이 경우 시장화에 대한 북한의 정책적 전환은 무엇
장 - 탈 사 회주 의 체제 전환 과 개발 보다 중요한 선결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사회주의체제의 유지를 고
수하고 시장화를 위한 정책적 전환을 꺼려하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한다면 긴급구호성격을 벗어난 북한개발협력은 사실상 어려우며, 국제사회의 신뢰 를 확보하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대북지원에 있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동안 북한에 제공되 어온 긴급구호성 지원 및 인도적 지원은 북한의 체질개선이 아닌 단기적 사후처방이라는 점에서 원조중독성이라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최근 북한개발협력의 필요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지원 품목 의 대부분은 쌀과 비료, 그리고 일부 생필품관련 원자재라는 점이 이를 증명 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지원도 북한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북한정부 기구를 우회하여 국제기구가 직접 실시하는 방식을 선호함으로써, 결국 북한 정부와 사회의 문제해결능력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야기하 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개발협력은 북한정부와 사회의 자체적인 문제해결능력의 고양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발상이 전환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북한정부에 대한 설득과 아울러 신뢰관계형성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사회주의체제로서의 북한과 남북관계의 특성을 반영한 중장기적 관점의
‘북한개발협력 종합계획’의 작성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는 이미 남북관
계발전 기본계획에서 필요성이 인정되고 있는 바, 효율적이고 구체적인 계획 의 작성이 필요하다. 북한개발협력 종합계획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북한체 제의 특성, 통일과정에 대한 순기능 및 통일비용의 감소, 그리고 북한 개발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작성될 필요가 있다. 계획의 작성에 있어 시민사회와 효율적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국제기구의 의견 및 경험도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발 및 개발협력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매우 제한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발의 문제에 있어 어느 경우라도 이를 위한 당사국의 의지와 방향성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주의적 발전의 여부를 떠나 북한과 유사한 사회주의의 경험을 지닌 다양한 국가들에 있어서 공통된 특성은 개발지향성의 견지와 이를 위한 개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이다. 특히 개발에 대한 당사 국의 의지는 개발협력을 위한 국제협력에 있어 핵심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