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제통계가 아니면서도 북한경제를 분석하는 데 가장 결정적 인 영향을 미치는 통계는 아마도 인구통계일 것이다. 올바른 인구통계 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1인당 GDP와 같은 경제의 기초적 변수조차 확 정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의 인구통계는 앞서 검
토한 GDP통계나 무역통계와는 차별화되는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는 그에 대한 외부세계의 독립적인 추정통계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그것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현실적으 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의 통계청이나 UN통계국 등과 같은 외부기관이 북한의 인구와 관련된 추정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통계는 거의 대부분 북한의 인구통계에 그 기반을 두고, 이를 보다 정치화하거나 교정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 이다. 실제로 한국의 통계청과 UN통계국 등의 북한인구 추정통계는 1994년 실시된 북한의 센서스 데이터 및 이후의 관련통계들을 토대로 몇 가지 가정과 기법을 적용하여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앞 서의 GDP나 무역에서와 같이 외부기관이 독자적인 방법을 통해 생산 하는 추정통계는 인구분야의 경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의 인구통계에 대해 그간 의문이 제기 된 것이 사실이다. 앞의 제3장에서 언급했듯이 북한의 센서스 데이터는 물론 이후의 사망 및 출생과 같은 기본적인 인구통계에 대해서까지 의 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절에서는 북한의 인구통계에 대한 신뢰성 검증을 앞의 GDP와 무역통계에 대한 검증과는 약간 다른 차원에서 진행한다. 즉 현재 제기되고 있는 북한 인구통계에 대한 의문 점을 염두에 두면서, 그에 대한 외부 추정통계의 언급 없이 북한통계 자체의 신뢰성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가. 검증방법
이제까지 북한 인구통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였 지만, 그 내용은 대동소이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발표한 각종 인구통 계가 서로 정합적(consistent)이지 않기 때문에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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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다. 실제로 북한과 같이 폐쇄적인 사회의 인구추세는 여러 가지 항 등식에 의해 규정된다. 예를 들어, 북한에 인구의 유출입이 없다고 가정 할 경우, 특정 시기의 총인구변동은 오직 사망과 출생의 합으로서만 정 의된다. 또한 특정 연령의 인구는 그 이전 연령의 인구와 그들의 사망률 에 의해서만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만일 북한이 발표한 여러 가지 인구 통계가 이러한 항등식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판명되면, 그 통계는 신뢰성 이 없다고 판단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여기에서는 이러한 항등식을 이용하여 북한 인구통계의 신뢰성을 검증하도록 한다.
제2장의 <표 Ⅱ-16>은 1993년과 2002년 북한의 연령별 인구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표 Ⅱ-12>는 1993년에서 2002년까지의 북한의 사망률 통계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표 Ⅱ-16>에서의 2002년 현 재 북한의 15~65세의 인구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들은 1993년 현재 북한 에 이미 태어나 생존해 있었음에 틀림없다. 따라서 2002년 현재 북한의 15~65세의 인구규모는 단 두 가지의 요인에 의해 규정되었을 것인데, 하나는 1993년 현재의 (연령별) 인구구성이며 다른 하나는 1993∼2002년 까지의 사망률이다. 그러므로 만일 앞의 <표 Ⅱ-16>과 <표 Ⅱ-12>가 나타내는 북한의 인구통계가 옳다면, 우리는 <표 Ⅱ-16>의 1993년 인 구구성과 <표 Ⅱ-12>의 사망률 정보를 이용하여 2002년 현재 북한의
15~65세의 인구를 계산했을 때, 그 결과가 <표 Ⅱ-16>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치와 서로 맞아 떨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계산에는 여러 가지 가정이 들어가고, 그에 따른 기술적인 오차 역시 존재하므로, 양자 가 완전히 일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계산된 수치와 실 제로 공표된 수치는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서로 정합적이어야 할 것이 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는 <표 Ⅱ-16>과 <표 Ⅱ-12>에서 제시하 는 북한의 인구통계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이들 통계는 신뢰할 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이용해 이 글에서는 북한의 인구통계를 이용해 2002년 현재 북한의 15~65세 인구를 추계하고, 이렇게 추계한 수치가 실제로 공표된 수치와 얼마나 정합적인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북한 인구통계 의 신뢰성을 검증하도록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2002년 현재 북한의 15~65세 인구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추계한다.
[1] 1994년 실시된 1993년 말 현재의 인구센서스 데이터를 토대로 각 연령별 인구구성은 물론, 이들의 연령별 사망률을 계산한다.
[2] 이러한 연령별 사망률을 기준으로 하고, <표 Ⅱ-12>에 나타난 사 망률의 변화정보를 적용하여, 1993~2002년 기간 동안의 각 연도 연령별 사망률을 계산한다.
[3] 이렇게 계산된 연령별 사망률을 1993년의 연령별 인구구성에 적용
하여 2002년 현재 15~65세의 인구규모를 추계한다.
이러한 방법은 보통 조성법(component method)이라고 알려진 인구 추계방법으로서, 센서스 데이터를 기초로 다음 센서스까지의 인구변화 를 추적하는 데 주로 이용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구추계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하나는 1993년 현재 기준 센서스 데이터는 연령별 인구의 경우 軍 인구를 제외한 민간 인구 규모만을 제시하고 있는데 반해, 2002년 공표된 15~65세의 북한 인구는 軍 인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은 대규모 아사자를 동반한 기근현상을 경험하는데, 일반적으 로 기근이 발생하는 경우 사망률의 정도는 연령별로 차이가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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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는 점이다. 영양상태에 취약한 노약자나 어린이의 사망률이 상 대적으로 청장년층의 사망률 보다 더욱 빠르게 상승하는 것이다. 그런 데 앞의 <표 Ⅱ-12>는 이러한 기근시기의 전반적 사망률 현상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고 있지만, 그것의 연령별 편차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연령별 편차를 무시한 전반적 사망률 변화정 보만을 가지고 2002년 인구를 추계할 경우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발생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실질적인 추정을 진행한다.
[4] 먼저 북한 軍 인구의 연령구조로 볼 때, 1993년 현재 군에 소속된 인구 가 2002년까지 생존할 경우 그 연령대는 15~65세에 포함되는 것이 분 명하다. 따라서 ⓐ 일단은 센서스 데이터가 제공하는 1993년 현재 민간 인구에 연령별 사망률 변화를 적용하여 2002년의 인구를 추계한 후, 여 기에 더해 ⓑ 1993년 현재 북한이 밝히는 軍 인구 69만 명을 기준으로 동일 연령대의 평균 사망률을 구하고 여기에 2002년까지의 사망률 변화 를 적용하여 2002년까지 생존하는 인구규모를 추계하여, ⓒ 최종적으로 이 둘을 합하여 2002녀 현재 15~65세의 인구규모를 산출한다. [5] 또한 1993년 이후 2002년까지의 사망률 변화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가정한다. ⓐ 하나는 이 연령대의 최대 사망률로서, 이는 이 연령대 의 사망률이 <표 Ⅱ-12>에서 보이는 전반적인 북한 사망률과 동일 하게 상승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 다른 하나는 이 연령대의 최 소 사망률로서 이는 1993년 현재 이 연령대의 사망률이 <표 Ⅱ -12>에서 보이는 전반적인 북한 사망률의 상승현상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승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 연령대의 최대 사망률 가정을 도입하여 2002년의 인구를 추계하면 그 규모는 2002년 15~
65세의 인구규모가 도달할 수 있는 최소치가 될 것이며, 반대로 이 연령대의 최소 사망률 가정을 도입하여 추계하는 경우에는 2002년 15~65세의 인구규모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가 될 것이다.
만일 <표 Ⅱ-12>와 <표 Ⅱ-16>에서 제공하는 북한의 인구통계가 정합적이라면, 2002년 현재 공표된 15~65세의 북한인구는 위에서와 같이 [1]에서 [5]까지의 방법으로 추정되는 최대 및 최소 인구 사이에 놓여 있어야 할 것이다.
나. 검증결과 및 토론–북한 인구통계의 신뢰성
<표 Ⅳ-14>는 이상에서 추계한 2002년 현재 북한의 15~65세 인구 규모를 실제로 공표된 내용과 비교하고 있다. 우선 여기에서 추계된 2002년 현재 북한의 15~65세 인구규모 최소 추계치는 1,557만 명으로
<표 Ⅳ-14>에서 공표된 실제치인 1,620만 명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 다. 문제는 여기에서 추정된 최대 추계치 역시 1,571만 명으로 실제 인 구통계인 1,620만 명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미 언급했듯이 이러한 최대 추계치는 1993년 이후 북한의 관련 연령 대의 사망률이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는 비현실적인 가정 하에서 도출된 것이다. <표 Ⅳ-14>에서 보듯이 이 기간 중의 기근현상으로 인해 전반 적인 사망률의 상승현상이 일반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추계에 이용된 관련 연령대의 사망률은 전혀 상승하지 않았다는 비현실적 가정을 도입 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여기에서 추정된 최대치는 북한이 실제로 공표 한 수치보다도 월등히 높게 나왔어야 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 결과 는 북한의 실제 공표치 보다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당연한 말이지만, 이러한 결과는 앞의 <표 Ⅱ-12>와 <표 Ⅱ-16>에 나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