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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심성: 고착화된 분쟁의 결과

III. 경제협력: 북한 기업 및 도시경제와의 접속

1. 분단 심성: 고착화된 분쟁의 결과

가. 분단의 사회적 맥락: 고착화된 갈등

갈등 연구자들은 다양한 갈등의 양태를 장기 갈등(protracted conflicts), 숙적 관계(enduring rivalries), 악성 갈등(malignant conflicts)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모든 갈등이 화해의 과정이 필요 한 것은 아니다. 타협으로 해결 가능한 이익을 놓고 벌이는 갈등은 화해의 과정이 필요 없다. 하지만 근저에 있는 원인을 제거해야만 해결이 가능한 인간의 욕구와 관련된 뿌리 깊은 갈등(deep-rooted conflict)은 화해가 필요한 갈등이다.141) 같은 맥락에서 Bar-Tal은 장기간에 걸쳐(최소한 20년 이상) 지속되고 광범위한 폭력을 수반하 는 집단 간 분쟁, 즉 갈등이 고착화된 경우(intractable conflict)에 만 화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142)

Bar-Tal이 제시하는 고착화된 갈등을 겪고 있는 사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143) 먼저 고착화된 갈등은 장기간, 최소한 한 세대 이 상 지속된다. 즉, 적어도 한 세대는 갈등의 문화 속에서 태어났으며 결과적으로 갈등의 문화 이외에 다른 현실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갈등이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은 분쟁의 당사자들이 반복되 는 대립을 경험하여, 그로 인한 반감과 적의가 점차 쌓여간다는 의

141) 다양한 갈등 유형의 특징은 John Wear Burton, Resolving Deep-Rooted Conflict:

A Handbook (Lanham, M.D.: University Press of America, 1987)을 참고하면 된다.

142) Daniel Bar‐Tal, “From Intractable Conflict through Conflict Resolution to Reconciliation: Psychological Analysis,” Political Psychology, vol. 21, no. 2 (2000), p. 355.

143) Daniel Bar-Tal and Eran Halperin, “The Psychology of Intractable Conflicts:

Eruption, Escalation, and Peacemaking,” in Oxford Handbook of Political Psychology, eds. Leonie Huddy, et al.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13), p. 924.

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고착화된 분쟁이 오래 지속되면 지속될수 록 사회 구성원들은 어쩔 수 없이 끝나지 않는 긴장감 속에서 적응하 며 살아가야 한다. 이는 갈등의 문화가 현상유지(status quo)로 작 동을 하게 된다는 의미이며, 갈등을 평화적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역 설적으로 폭력적으로 비쳐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고착화된 갈등의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갈등을 사 회의 근본적인 목표, 필요, 또는 집단의 존재와 생존에 필수불가결하 다고 여기기 때문에 갈등 그 자체를 완전체로 인식한다. 따라서 갈등 은 영토, 민족정체성, 국가의 지위, 경제, 종교, 또는 문화와 같은 다 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는 총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셋째, 고착화된 갈등은 폭력적이다. 고착화된 갈등의 문화의 구성 원들은 전면전, 국지전, 또는 테러리스트 공격에 휘말려 사망하고 부 상을 당한다. 이러한 폭력은 그 빈도와 강도만 달라질 뿐 오랜 기간 지속된다. 물리적인 폭력으로 인한 피해, 특히 인명손실은 사회 구성 원 전체에 엄청난 감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폭력의 결과로 발생 한 희생자에 대한 대우 및 보상, 물리적 폭력 재발방지 노력, 손실에 대한 복수 등은 사회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넷째, 고착화된 갈등은 제로섬(zero-sum) 성격을 지니고 있다.

갈등의 당사자들은 타협의 여지를 찾지 않고 상대방의 손실을 우리 의 이득, 반대로 우리의 손실은 상대방의 이득으로 인식한다. 고착 화된 분쟁은 윈-윈(win-win)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자신의 생존과 상대의 패배만을 고수하는 전면적인 분쟁이다. 갈등의 당사 자들은 자신의 욕구에만 몰두하고 자신의 목적만을 종용하면서 이 를 생존의 필수 요소로 인식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협상 특히 양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협상과 양보를 고려하는 구 성원은 자연적으로 사회에서 배제된다.

다섯째, 고착화된 분쟁의 당사 사회 구성원들은 분쟁이 평화롭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지 않는다. 누구도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양 당사자 모두 분쟁은 지속되고 그 과정에서 폭력적인 대립 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한다. 결과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은 분쟁이 장기화를 대비하며, 이는 사회 전반의 적응과 변화를 통해 이루어 진다.

마지막으로, 고착화된 분쟁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 삶의 중 심을 차지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은 상시적으로, 끊임없이 분쟁에 관여하게 된다. 즉, 사회 구성원들은 개인 또는 집단적인 목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분쟁과 관련한 사고를 쉽게 대입하고 결정의 주요 요소로 고려한다. 고착화된 분쟁의 중심성은 공공 의제에서 얼 마나 부각되는지를 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언론, 리더십, 기타 사회 제도는 큰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고착화된 분쟁에 집착하는 모 습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고착화된 갈등 사회는 방대한 물자(i.e., 군수, 기술, 및 경제) 및 심리적 투자를 통해 성공적으로 상황에 대 처하고자 한다.

분단된 한반도는 고질적 갈등 사회의 특징을 전형적으로 보여주 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단이 ① 대규모 살육이라는 물리적 폭력을 수반하였고, ② 전쟁으로 굳어진 분단이 70년을 경과할 정도로 장기 화 되었고, ③ 분단으로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보고 상대를 타자화 (심지어 적대시)하는 문화를 내면화하고 있고, ④ 사회관계를 제로 섬 게임식으로 접근하며 사회적 갈등을 재생산하고 거기에 분단 상 황을 활용해왔다. 이는 분단이 물리적 폭력을 잠재하고 있는 동시에 구조적, 문화적 폭력까지 낳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를 통칭하여 ‘분

단폭력’이라는 개념까지 나올 정도이다.144)

144) 한반도 분단의 폭력성은 김병로·서보혁, 뺷분단 폭력 :한반도 군사화에 관한 평화학

남한의 사회적 맥락을 고착화된 갈등 문화의 맥락으로 정의내릴 수 있을까? 백낙청의 ‘분단체제론’은 분단이 70년 이상 지속되면서 한반도 주민들의 일상생활 뿌리를 내렸으며 상당수준의 자기 재생 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였다.145) 백낙청은 분단체제의 삶 은 일상적 분단의 삶이며 분단을 무반성적으로 받아들이는 삶이라 고 주장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이우영은 우리가 인식하고 있지 못하 지만 개인의 일상적 행위와 사고로부터 사회 전반 그리고 문화에 이 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분단구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 하였다146). 홍영표는 남한의 사회적 맥락을 냉전문화로 설명하며 북한에 대한 사회적 인식 그리고 미국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갈등을 주목하였다. 그는 한국사회의 갈등문화가 미국이나 북한에 대한 인 식이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을 표현하는 배타적 가치로 작동하였으 며, 이러한 문화가 한반도 문제와 미국 및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인식 의 형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까지 관용과 이해보다 는 이분법적 갈등과 불신의 가치를 확대시켰다고 평가하였다.147) 고착화된 갈등은 한국사회를 진단한 ‘분단체제론’, ‘분단구조론’, ‘냉

전문화론’이 제기한 ‘분단의 일상적 영향력’에 대한 총체적이고 체계

적인 분석의 틀을 제공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 고착화된 갈등사회의 마음

사회적 맥락은 개인과 사회에게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성

적 성찰뺸을 참고하면 된다.

145) 백낙청, 뺷흔들리는 분단체제뺸(서울: 창작과 비평, 1998), pp. 17~18.

146) 이우영, “제3장 새로운 통일담론의 필요성,” 뺷비교사회뺸, 통권 제4호 (2002), pp.

76~83.

147) 횽용표, “평화문화와 지속가능한 평화,” 뺷문화와 정치뺸, 제5권 2호 (2018), pp.

17~18.

취해야 할 필요와 목표, 당면과제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지시한 다. 그렇다면 고착화된 갈등의 사회적 맥락이 집단과 개인에게 요구 하는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사회 구성원은 어떤 식으로는 엄중한 갈등 상황 속에서도 앎, 확실성, 안전성 확보, 긍정적인 정체성 등과 같이 고착화된 갈등 속에서 박탈될 수밖에 없는 심리적인 욕구를 충 족해야 한다. 욕구(예를 들어, 지식, 숙달, 긍정적인 정체성 등에 대 한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인간이 개인이자 사 회의 구성원으로서 적절히 기능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욕구들이다.

둘째, 고착화된 갈등 맥락의 개인은 폭력적 갈등 상황에서 수반되 는 긴장, 두려움, 기타 부정적인 심리학적 경험에 대처하는 법을 배 워야 한다. 고착화된 갈등의 사회는 장기간 폭력, 인명손실, 위협, 위 험, 높은 자원 수요, 역경 등과 같은 엄혹한 조건하에서 살아갈 수밖 에 없으며 이러한 조건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따라서 고 착화된 갈등과 관련된 사회가 직면하는 과제 중 하나는 개인과 집단 층위에서 긴장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심리적 기제를 개발하 는 것이다.

셋째, 고착화된 갈등 맥락 속에서의 개인은 라이벌 집단을 견뎌내 는 데 용이한 심리적 조건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개인 및 사회 층위 모두에서 적대적 집단과의 갈등이 심각한 상태로 장기간 유지되더 라도 이를 견딜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수반되는 모든 시련과 적응 사 항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심리적 기제일 수 있지만 적어도 패배하지는 않는 심리적 기제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개인과 사회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충성심, 기여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 인내, 개인적인 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려 는 상태, 결속력, 유대감, 사회 목표에 대한 집착, 결단력, 용기, 끈

기 등과 같은 심리적 체계를 발전, 장려한다.148)

요약하면 고착화된 갈등의 사회적 맥락은 개인에게 자아실현이 아닌 생존을 요구하며 고착화된 갈등 사회의 정치‧사회적 제도와 개인과 집단의 심리적 기제는 적응의 산물이며 나름 진화의 결과로 볼 수도 있다. 전술한 고착화된 사회의 특징, 그리고 후술할 고착화 된 갈등 맥락에서 살고 있는 개인의 심리적 특징이 생존을 위한 진화 의 결과라는 점은 평화문화, 화해문화의 조성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 하여야 한다. 분단의 맥락에서 본다면 갈등의 문화, 갈등의 심리의 전환은 70여 년 동안 자신과 사회를 생존하게 했던 핵심적 기제의 변경이며 이는 사회적으로는 갈등에서 상대에게 패배, 상대에게 정 복되는 것을 의미하며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 이 되기 때문이다.

(1) 집단적 기억

심리적 욕구, 스트레스 대처, 갈등에서의 승리라는 과제를 요구받 은 개인은 먼저 왜 자신이 이러한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종종 스트레스와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갈등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왜 분쟁이 일어났는지, 어느 쪽의 책임이 있는지, 상대 집단의 의도가 무엇인지 등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갈등에 대한 설명은 장기적으로 갈 등에 대한 집단적 기억으로 전이된다. 집단적인 기억은 과거의 재현 이자 사회 구성원들이 집단의 역사로 기억하는 것이며 집단의 존재 와 계속성에 대한 인식론적 바탕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149)

148) Daniel Bar-Tal, “Sociopsychological Foundations of Intractable Conflicts,”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vol. 50, no. 11 (2007), p. 1433.

149) Daniel Bar-Tal, “Collective Memory as Social Representations,” Papers on Social Representations, vol. 23, no. 1 (2014), pp. 5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