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북한: 평화체제와 핵군축의 연계
북한의 핵정책과 평화체제에 대한 입장은 2016년 5월에 열린 제7차 당대회의 결정서에 잘 반영되어 있다. 북한은 제7차 당대회에서 ‘동방의 핵대국’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66) 북한은 보다 분명하게 핵보유국으로 서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게 6자회담은 더 이상 고려대 상이 아니다. 자신이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더 이상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회담은 그 사명을 다했다고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만약 6자회 담이 재개된다면 의제는 비핵화가 아니라 핵군축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 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통해 핵능력 고도 화에 주력해 나가고 있다. 이미 사회주의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규정 했고, 제7차 당대회를 통해 당 차원에서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공 식화했다. 김정은은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김일성·김정일주의에 따라 핵보유국, 주체의 핵강국”을 이룩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제건설과 핵무 력건설 병진노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66) 박영호,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새로운 접근,” 비교민주주의연구, 제12집 2호 (2016), p.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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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김정은은 이 노선이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나라 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번영하 는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가장 정당하고 혁명적인 로선”이라면 서 김정은 시대의 항구적 전략노선으로 공포했다.67)
제7차 당대회에서 결정된 북한의 대외정책 노선은 ‘자주, 평화, 친선’
이라는 전통적 구호 아래 어떠한 정세 변화나 주변관계 변화와 상관없이
“자주, 선군, 사회주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핵보유국의 지 위에 맞게” 대외관계를 발전시키며, “핵보유국의 지위를 견지하는 원칙 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의한 핵 전쟁위험을 자신의 핵억제 력으로 종식시킬 것이며 “지역과 세계 평화를 수호”하겠다는 공언도 했 다. 동시에 그동안 핵무기 개발 이유로 주장해온 미국의 “핵위협과 전횡 이 계속되는 한” 병진노선에 따라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 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확산방지의무를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 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거 북한과 적대 관계에 있었던 나라와도 북한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북한을 우호적으로 대하면 관계 개선과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표명하였다.68) 김정은은 미 국에게 “핵강국의 전열에 들어선 우리 공화국의 전략적 지위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보고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하고, “정 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를 철 수”할 것을 요구했다.69)
제7차 당대회의 사업총화보고와 결정서에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
67) “사업총화보고,” 로동신문, 2016.05.08.
68) “당대회 결정서,” 로동신문, 2016.05.08., 재인용: 박영호,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새로운 접근,” 비교민주주의연구제12집 2호(2016), p.132.
69) 로동신문, 2016.05.08.
Ⅲ. 비핵화-평화체제에 대한 주요국 입장 63 급이 없다. 대신에 핵보유국의 입장에서‘세계의 비핵화’를 주장했다. 북 한은 ʻ핵무력ʼ을 수령(최고지도자)의 위대성, 당의 혁명전통, 전략적 노선 등과 연결시켜 사업총화보고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 키워드로 설 정한 것이다. 결국 핵무기 없는 북한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며 ʻ비핵화ʼ는 곧 당의 선군혁명 전통과 수령의 위대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핵보유 국가로서의 ‘전략적 지위’ 주장을 통해
‘평화협정-핵군축’으로의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 지위 주장은 핵보유국 지위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기 위한 것으로 기존의 협상 프레임이었던 ‘비핵화-평화협정’에서 ‘평화협정-핵군축’
으로 협상프레임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70)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도 “대륙간탄도로켓트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면서, “시대착오적인 대조 선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내려야”한다고 요구했다. 나아가 “미국 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년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71)
북한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4대 대북정책 기조가 공개되자 이를 맹렬 히 비난했다. 북한은 미국이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 장에 대해 “그 누구의 인정이나 받자고 우리가 핵을 보유한 것이 아니다”
라며 “미국의 핵보유국 불인정은 실제상 우리 공화국이 더는 무시할 수 없는 핵 강국으로 떠올랐다는 것을 인정하는 완곡된 표현, 무언의 선언”
이라고 강변했다. 또한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 강화를 ‘궁여지책’이라 고 평가절하하면서 “우리에게는 그 어떤 제재와 압박도 통하지 않는다”
70) 홍민,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 분석: 지도이념 및 전략적 노선,” 북한의 제7차 당대회:
평가와 전망(통일연구원 제13차 KINU 통일포럼 자료집, 2016.05.16.), pp. 29~35.
71) “신년사,” 로동신문, 201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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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맞섰다. 이어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방침에
“애당초 한 주권국가를 대상으로 침략을 하느니 마느니, 정권을 교체하 느니 마느니 하는 따위를 공공연히 정책 기조로 정하는 자체가 얼마나 교만 방자하고 횡포 무도한 전횡인가”라고 반문했다. 북한과 최종적으로 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조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화 타령은 입에 는 꿀을 바르고 속에는 칼을 품고 짓는 삵의 웃음”이라고 비난했다.72)
북한의 로동신문도 “핵은 우리 공화국의 존엄과 힘의 절대적 상징이고 민족부픙의 억만년 담보”라며 “조선의 핵은 순간도 포기할 수 없고 억만 금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생명이며 최고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핵무기와 핵 타격 수단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북한의 의지라고 주장했다.73)
또한 북한은 자신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응한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 재 결의(대북제재 결의 2356호)에 대해 “악랄한 적대 행위로 준렬히 단 죄 규탄하며 전면 배격한다”고 주장하면서, 대북제재에 동참한 중국도 비난했다.74) 이후에도 북한은 “원수는 누구이고 벗은 누구냐”면서 중국 에 대한 불만은 노골적으로 표현했다.75) 북한은 한국전쟁 67주년인 25 일에는 “우리의 자위적 핵억제력은 결코 그 어떤 협상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괴뢰 호전광들의 북침 핵전쟁 도발책동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선제공격능력을 부단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76) 급기야 김정은 위원장은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 주장하
72) “北, ‘트럼프 4대 대북기조’에 첫 반응…“부끄러운 골동품”,” 연합뉴스, 2017.06.01.,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6/01/0200000000AKR2017 0601003000014.HTML?input=1195m> (검색일:2017.07.01.).
73) “조선의 핵은 평화 수호와 민족부흥의 절대적 상징이다,” 로동신문, 2017.06.03.
74) “북 외무성 “미·유엔 제재책동, 규탄·전면 배격”,” 연합뉴스, 2017.06.04., <http://
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6/04/0200000000AKR2017060406 1400014.HTML> (검색일: 2017.06.10.).
75) “정론: 조선 인민은 성명한다,” 로동신문, 2017.06.10.
76) “사설: 미제의 북침 핵전쟁 도발책동을 단호히 짓부셔버리자,” 로동신문, 2017.06.25.
Ⅲ. 비핵화-평화체제에 대한 주요국 입장 65 는 ‘화성-14’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나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 로켓을 협상탁(협상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77)
북한은 제6차 핵실험 이후 미국 주도로 채택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 재 결의 2375호에 대해 외무성 보도를 통해 이 결의를 전면 배격한다면 서 “우리가 선택한 길이 천만번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끝을 볼 때까 지 이 길을 변함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가다듬게 하는 계기로 되었다”고 주장했다.78)
현재 북한의 미국의 대북강경책과 핵 위협의 근원적 청산이라는 전제 조건을 본다면, 미국이 대북정책을 변경할 경우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이 제시하고 있는 핵 협상 조건이라 할 수 있는 핵동결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 간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궁극적인 북한의 비핵화는 현실적으로 더 어 려운 과제가 되었다.
나. 미국: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 핵확산 의혹 해소 등 북 핵문제의 해결 없이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 명하고,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기 이전에는 어떠한 협상도 불가하다는 소위 ‘전략적 인내’ 전략을 추구해 왔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과 수차례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감행했다. 그러 자 미국은 UN의 대북제재를 주도하여 대북 압박을 더욱 강화해 나갔다.
77) “김정은 ‘핵·미사일 협상 없다’ 공언…몸값 높이기?,” 연합뉴스, 2017.07.05., <http://
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7/05/0200000000AKR201707050726 00014.HTML?input=1195m> (검색일:2017.08.01.).
78) “북“제재결의 전면 배격…끝 볼때까지 더 빨리 가겠다”,” 연합뉴스, 2017.09.13., <ht 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9/13/0200000000AKR201709 13018751014.HTML?input=1195m> (검색일:2017.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