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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제도의 한시적 분리 운영 필요성

가. 남북한 소득격차와 통일비용

남북한 소득격차가 매우 큰 상태에서 정치적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통일한국은 독일과는 상당히 다른 방식의 경제·사회 통합을 추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동서독과 남북한의 소득비율 및 인구비율이 너무 많이 달라서 독일식 완전통합 정책은 통일한국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일 이전 동독의 구 매력 평가(Purchasing Power Parity: PPP) 기준 1인당 소득은 서독 의 50% 내외였던 데 비해, 현재 북한의 1인당 소득은 남한의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85) 또 동독 인구는 서독의 4분의 1에 불과했지만 북한 인구는 남한의 2분의 1이나 된다. 이런 차이를 고려 할 때 독일식 통합 방식을 선택할 경우 남한은 서독보다 훨씬 큰 통일 비용 부담을 져야 하며, 통일한국이 겪어야 할 사회적 혼란도 독일보 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독일식 완전통합 방식을 선택할 경우, 북한주민을 위한 사회복지 및 공공서비스 지출은 통일비용(남한에서 북한으로의 공공부문 이전지

85) 독일통일 경험이 남북한 통일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는 김석진, “독일통일 20년의 경제적 교훈과 시사점,” 󰡔KIET산업경제󰡕, 2010년 9월호 (산업연구원, 2010), pp.

53∼68. 통일 이전 동서독의 소득비율에 대해서는 문헌에 따라 크게 다른 수치들이

제시되지만, 통일 직전인 1989년 시점의 구매력 기준 1인당 소득 비율은 50% 내외였다는 추정치들이 가장 믿을 만하다. 통일 과정이 진행된 1990∼91년에 동독 경제는 크게 위축되었으며, 그 결과 1991년에 동독의 1인당 GDP는 서독의 3분의 1까지 떨어졌다가 그 후 빠르게 상승하였다. 관련 자료와 문헌에 대해서는 김석진, “독일통일 20년의 경제적 교훈과 시사점,” p. 65, 66의 각주 13번과 <표 5>의 자료 참조. 남북한 소득 비율은 한국은행의 북한 국민소득 추정치(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 <http://ecos.bok.

or.kr> 참조. 한국은행의 추정치는 북한의 비공식 사경제를 충분히 포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의 소득수준을 다소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독일의 경우 통일 후 매년 서 독 GDP의 4∼5%를 통일비용(서독에서 동독으로의 공공부문 이전지 출)으로 사용하였는데, 그 중 약 50%가 사회복지 지출이었으며, 여기 에 공공서비스 지출까지 합하면 70%를 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86) 통일비용에서 사회복지 지출이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통 일 후 단기간 내에 동서독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합하여 동독에도 서독 과 동등한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하였으며, 이에 따라 고소득 지역인 서 독에서 저소득 지역인 동독으로 대규모의 소득 재분배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87)

<표 Ⅲ-1>에서 알 수 있듯이 2015년 현재 대한민국 정부 예산에서 사회보장과 공공서비스(국방 제외) 지출을 합하면 전체 예산의 69.5%

가 되며, GDP 대비로는 16.5%가 된다. 따라서 통일 후 북한주민 1인당 사회보장 및 공공서비스 지출액을 남한과 동등한 수준으로 올린다면,88) 북한 인구가 남한의 절반 정도이므로 매년 남한 GDP의 8% 이상을 북

86) 독일 통일 후 20년간(1990∼2010) 통일비용 총액 중 사회복지 지출의 비중은 53%였으며,

‘사용 목적이 특정되지 않은 지원’이 22%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염명배·유일호, “독일과 우리

나라의 통일비용 및 통일재원 비교연구,” 󰡔재정학연구󰡕, 제4권 제2호 (한국재정학회, 2011), p. 190의 <표 3> 및 관련 설명 참조. ‘사용 목적이 특정되지 않은 지원’의 주요 부분은 공공 서비스 지출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87) 통일독일의 사회보장제도 통합에 대해서는 김영탁, 󰡔독일통일과 동독재건과정󰡕 (서 울: 한울아카데미, 1997), pp. 349∼376의 제9장과 임홍배 외, 󰡔기초자료로 본 독일

통일 20년󰡕 (서울: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1), 제3장 참조.

88) 이석과 김두얼은 이와 비슷한 가정에 따라 통일 이후 20년간의 가상적 복지 및 교육비용을 추계한 바 있다. 그들의 추계는 통일 이후 20년간 북한주민 1인당 복지 및 교육지출이 남한의 2008년 수준에서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있지만, 남한의 1인 당 복지 및 교육지출액은 계속 상승하고 있으므로, 통일 이후 북한의 1인당 복지 및 교육비용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점을 고려할 때 통일비용은 절대금액보다는 남한 GDP 대비 비율로 표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석·김두얼,

󰡔남북한 장기 경제추세 비교와 대북정책에의 시사점󰡕 (서울: 한국개발연구원, 2011), pp. 59∼61.

한주민을 위한 사회보장 및 공공서비스 지출로 사용해야 한다. 게다가 재정지출 외에 사회보험지출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더 올라가게 된다.

또한 북한의 소득수준이 너무 낮아 북한주민 대다수가 통일한국에서 저소득층이 될 것이므로 북한에 남한과 동일한 사회보장제도와 동등한 급여 기준을 적용한다면, 북한주민 1인당 사회보장 지출은 남한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표 Ⅲ-1 대한민국 정부 예산(2015년)의 분야별 배분 현황

  분야 금액

(조원)

예산총액 대비 비중(%)

GDP 대비 비중(%)

투자성 재정지출

R&D 18.9 5.0 1.2

산업·중소기업·에너지 16.4 4.4 1.0

SOC 24.8 6.6 1.6 농림·수산·식품 19.3 5.1 1.2 사회보장

지출 보건·복지·노동 115.7 30.8 7.3

공공 서비스

지출  

교육 52.9 14.1 3.4 문화·체육·관광 6.1 1.6 0.4

환경 6.8 1.8 0.4

외교·통일 4.5 1.2 0.3 공공질서·안전 16.9 4.5 1.1 일반 지방행정 58.0 15.5 3.7 국방 지출 국방 37.5 10.0 2.4 총지출 375.4 100.0 23.8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15 대한민국 재정󰡕 (서울: 국회예산정책처, 2015), p. 329.

주: GDP 대비 비중은 IMF의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April 2015의

2015년 한국 GDP 전망치(1,578조 원)를 활용하여 계산.

사회보장제도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절대 빈곤층 에게 생계, 교육, 의료, 주거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를 북 한에 그대로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은행은 2014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GNI)을 연간 139만 원, 즉 월 11만 6천 원89)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금액 전체가 가계소득이라 하더라도 4인 가구 월 소득이 46만원 밖에 안 된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정하고 있는 2015년 4인 가구 최저생계비 166만 8천 원90)의 약 28%에 불과하다. 게다가 국방 비, 투자비 등 각종 지출을 제외하면 북한의 실제 가계소득은 국민소 득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따라서 남한의 현 제도를 북한에 그대로 적 용하면 북한주민 대부분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남한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130만 명 정도이며, 연간 기초 생활보장 예산은 10조 원에 가깝다.91) 따라서 북한주민 대다수가 기초 생활보장 수급자가 되고, 이들에게 남한과 동일한 기준의 급여를 제공 한다면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은 적어도 연간 수십조 원, 많게는 100조 원을 훌쩍 넘어갈 수도 있다. 즉 북한주민을 위한 기초생활보장 지출이 매년

남한 GDP의 10% 가까운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92)

이것 외에도 4대 사회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89) 한국은행, “2014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 󰡔한국은행 보도자료󰡕, 2015.7.17.

90) 보건복지부, 󰡔2015 국민기초생활보장사업 안내: 맞춤형 급여 운영방안󰡕 (세종: 보건 복지부, 2015), p. 467.

91) 2013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135만 명, 2014년 수급자는 133만 명이었다. 2015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9조 4,577억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2015 대한민국 재정󰡕 (서울: 국회예산정책처, 2015), pp. 299, 385 참조.

92) 최준욱, 󰡔남북 경제통합과 재정정책(Ⅰ)󰡕 (서울: 한국조세연구원, 2008), p. 40; 최준욱,

󰡔통일재원 조달방식에 대한 연구󰡕 (서울: 한국조세연구원, 2011), p. 55; 고영선, “남북통 일을 위한 재정조달,” 󰡔KDI 북한경제리뷰󰡕, 2012년 11월호 (한국개발연구원, 2012), p.

17에서 이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과 기초연금, 보육비 지원 등 여러 복지제도가 있고 공교육과 치안, 행 정 등 공공서비스 지출도 필요하다. 전력, 도로, 철도, 수자원, 도시 인 프라 등 각종 인프라 투자비용과 농업 및 산업 부문 지원 비용도 많이 들어갈 것이다. 북한주민에게 이런 모든 혜택을 남한주민과 동등한 수 준으로 베풀어 준다면, 남한에서 북한으로 이전되어야 할 재정지출 규 모, 즉 통일비용 규모는 매년 남한 GDP 대비 15%를 넘어갈 수 있고, 어쩌면 20%에 이를 수도 있다. 현재 대한민국 재정지출의 GDP 대비 비율은 24% 정도인데, 여기에 추가하여 통일비용을 이만큼 지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인구 고령화와 사회보장제도 확충에 따라 남한에서도 사회 보장지출이 계속 늘어나게 되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사회보 장위원회 재정추계소위원회에 의하면, 2013년 현재 GDP 대비 9.8%인 남한의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은 2020년 12.9%, 2030년 17.9%, 2040년

22.6%로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93) 이에 따라 남한의 국민부담

률도 2040년에는 지금보다 10% 포인트 이상 올라가 GDP 대비 4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경제발전으로 북한지역에서도 재정수입이 발생할 것이며 북한의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복지지출 소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 북한 소득 격차가 충분히 좁혀지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이므로,94) 독일식 완전통합 방식을 선택할 경우 통일 초기에서 중기에 이르는 상

93)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재정추계 소위원회), “중장기 사회보장 재정추계,” (제6차 사회 보장위원회 안건, 2014.1.28.), p. 5.

94) 통일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낙관적 가정을 전제하더라도 북한의 1인당 소득이 남한의 40%에 도달하기까지 20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전망 결과가 있다. 전홍택 편,

󰡔남북한 경제통합 연구: 북한경제의 한시적 분리 운영방안󰡕, pp. 47∼54; 김석진,

“경제 분야 통일편익 종합 및 정책적 시사점,” 조한범 외 편, 󰡔정치·사회·경제 분야

통일비용·편익 연구󰡕 (서울: 통일연구원, 2013), pp. 373∼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