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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호구제도 및 합법 체류 외국인 대상 제도와의

이제까지 설명한 통일 이후 사회보장제도 운영방안은 지난 반세기 동안 중국에서 실시되어 온 ‘호구(戶口)제도’174)와 비슷한 점이 많다.

중국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수립한 1950년대 중후반부터 전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박탈하고 지역별로 사회보장 및 공공서비스제도를 분리 운영하는 호구제도를 실시하였으며, 1970년대 말에 시작된 개혁·

개방 이후에도 이 제도의 기본 골격을 계속 유지하였다.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모든 사회주의 나라에 공통적인 특징이지만 중국에서는 이 제도가 더욱 엄격하게 실행되었고 사회적 으로 더욱 큰 의미를 가졌다. 중국의 호구제도는 구조적으로 도시주민 과 농민을 차별하는 일종의 신분제도로서, 도시 주민에게는 교육, 의료 등 각종 사회보장과 주택, 취업 기회를 정부가 보장했지만, 농민에게는 거의 아무 것도 보장하지 않았다. 결국 사회주의 시절 중국은 1개의 정치적 주권 국가 내에 사회경제적으로 분리된 수십 개 지역 국가가 공존하고 있었으며, 각 지역 국가 내에서도 도시와 농촌이 분리되어 있는 느슨한 연방체제였다고 할 수 있다.

개혁·개방 이후 이런 체제는 큰 변화를 겪게 되어 지역 간 사회경제 통합이 크게 진전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중국정부는 호구제도의

174) 중국의 호구제도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는 한홍석, “중국의 호구제도와 지방주의,”

󰡔국제·지역 연구󰡕, 제6권 2호 (서울대학교, 1997), pp. 165∼187; Kam Wing Chan,

“The Chinese Hukou System at 5.0,” Eurasian Geography and Economics, vol.

50, no. 2 (2009), pp. 197∼221을 참조하고, 최근의 개혁 움직임에 대해서는 Kam Wing Chan and Will Buckingham, “Is China Abolishing the Hukou System?,”

The China Quarterly, vol. 195 (2008), pp. 582∼606 참조.

기본적 골격을 유지하고 단지 부분적인 변경만을 허용했다. 즉 1980년 대 중반부터 농민의 도시 거주를 합법화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 거주에 불과할 뿐이었고, 농민이 도시 호구(즉 공식적인 시민 자격)를 획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농촌에서 도시로 온 ‘농민공’은 도시 주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각종 사회적 혜택에서 배제된 채, 해당 도시 에서 일종의 외국인 또는 2등, 3등 시민 같은 존재로 살아야 했다. 농 민공들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도시의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웠고 도시의 학교들은 농민공의 자녀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연금을 비롯한 다른 사회보장제도도 지역별로 분리 운영되었으므로 도시 호구를 갖 지 못한 농민공들은 해당 도시의 복지제도에 참여할 수 없었다. 중국 이 이런 불평등한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은 도시와 농촌 간, 그 리고 지역 간 소득격차가 매우 커서 사회보장 및 공공서비스제도를 통 합 운영할 경우, 재정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남북한 통일 이후에 예상되는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통일 이후 남북한 사회보장제도 분리 운영방안은 분리 운영이라는 기본 원칙에서는 중국의 호구제도와 비슷하지만, 중국농민들에 비해 북한주민들에게 훨씬 더 큰 혜택을 부여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중 국의 농민들이 오랫동안 별다른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했던 데 비해, 이 연구의 제안에 따르면 통일 후 북한에 잔류하는 북한주민에게는 낮 은 수준이나마 남한식 사회보장제도에 따른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남 한으로 이주한 북한주민들에게도 도시로 이주한 중국의 농민들에 비 해 훨씬 더 큰 혜택이 주어진다. 중국 농민의 자녀들은 도시의 학교에 입학하기 어려웠지만, 이 연구의 제안에서는 남한으로 이주한 북한주민 자녀들은 공교육의 혜택을 받게 된다. 또 중국의 농민들은 도시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지만, 이 글에서는 남한으로 이주한 북한 주민들이 남한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며, 아울러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중국의 농민들은 사회보장과 공공서비스에서 큰 차별을 받았기 때 문에 청장년층만 도시로 이주하고 자녀들은 고향에 남아 이산가족이 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도시에서 취업해 일하고 있는 농민공들은 하류 노동자 취급을 받는 불리한 처지에 머물러야 했다. 이에 비해 이 연구 에서 제안한 제도에 따르면, 남한으로 이주한 북한주민들은 취업해 소 득을 벌 수 있는 한, 정상적인 가정생활과 생계유지가 가능하며, 주요 사회보장 및 공공서비스 혜택도 받을 수 있게 된다. 북한주민의 이주 를 억제하고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분야에서 남한주민 에 비해 불리한 제도를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 그 정도의 차별은 중국 의 호구제도에 비하면 훨씬 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 한국의 합법 체류 외국인 대상 제도와의 비교

한편 이 연구에서 제안한, 남한 이주 북한주민에 대한 제도는 현재 한국정부가 합법 체류 외국인에 대해 적용하는 제도175)와도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들(결혼이민자 및 난 민을 제외한 일반적인 경우)은 공공부조 혜택에서는 제외되지만 사회 보험에는 대체로 가입이 허용된다. 국민연금의 경우에는 한국과 해당 외국인의 본국 간 협정에 따라 한국 국민연금 가입이 허용되기도 하고 허용되지 않기도 하지만,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에서는

175) 김안나 외, 󰡔체류 외국인 등에 대한 사회복지정책 국제비교 및 향후 추진방향에 관한

연구󰡕 (서울: 법무부, 2012).

외국인들도 대체로 당연 가입 대상이 된다. 그 외의 추가적인 각종 사 회보장서비스는 공공부조의 성격이 강해서 외국인들에게는 대체로 제 공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의 자녀들은, 심지어 불법체류 외국 인의 자녀들까지도 원칙적으로는 공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불법체 류자 자녀들의 경우 적발 위험이나 사회적 차별 때문에 실제로는 학교 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정부가 공교육 혜택만큼은 기 본적 인권으로 인정하여 불법체류자 자녀까지도 포용한다는 점은 중 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합법 체류 외국인들에 대해, 남한국민의 경우보다는 범위가 좁은, 그 러면서도 비교적 관대한 사회보장 및 공공서비스제도를 적용하는 이 유는 남한으로 이주한 북한주민의 경우에 대해 앞에서 설명한 이유와 대체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 연구의 제안에 따르면, 통일 후 북한주민은 남한으로 자유롭게 이주할 수 있는 권리 를 갖게 되지만, 외국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 취업자 들에 비해 그들의 부양가족(배우자, 자녀 등)이 입국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게 되어 있다. 이 점에서 남한으로 이주한 북한주민에 대해 이 연 구에서 제안한 제도는 훨씬 더 관대한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