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김일성 시대의 수령제
(1) 이념적 원형으로서의 수령론
수령론의 체계화를 주도한 김정일은 “수령은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요구와 리해관계를 분석종합하여 하나로 통일시키는 중심인 동시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인민대중의 창조적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입니다”라고 정의하였다.5 통일의 중심체로서의 수령에 역점을 두 고 있다. 또한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은 “인민대중의 자주적인 요구와 리해관계를 분석종합하여 하나로 통일시키는 중심인 동시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인민대중의 창조적 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 으로 되는 분으로서 전당과 전체인민의 끝없는 존경과 흠모를 받고있 는 가장 위대한 령도자, 수령은 력사발전의 합법칙성과 시대의 절박한 요구, 로동계급의 력사적 임무, 계급적 적대세력의 호상관계와 혁명투 쟁이 진행되는 환경 그리고 혁명수행의 방도를 더 잘 알고 있으며 인 민대중의 리익을 가장 철저히 대표한다”라고 정의하였다.6 김정일이 밝힌 통일의 중심체로서의 수령에 추가하여 수령의 전지전능한 역량 과 인민의 이익대표성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북한의 한 연구자는 “로 동계급의 수령은 력사의 주체인 인민대중의 리익과 의사의 대표자이다.
인민대중의 근본리익과 지향, 혁명의 근본요구는 결코 인민대중 자신 에 의하여 스스로는 자각될 수 없다. 인민대중의 근본 리익과 요구는
5_김정일, “주체사상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당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과 의 담화, 7월 15일),” 김정일 선집 8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86), p. 19.
6_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편, 조선말대사전 1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92), p. 1831.
오직 로동계급의 수령만이 체현하고 대변할 수 있다. 로동계급의 수령 은 인민대중의 리익과 의사의 유일한 체현자, 대표자이며 따라서 인민 의 초고뇌수, 혁명의 최고뇌수로 된다”고 정의하였다.7 인민의 이익대 표성과 더불어 최고뇌수로서의 수령의 지위에 방점을 두었다.
이러한 수령에 대한 정의들은 김정일이 1982년 3월 31일 전국주체사 상 토론회에 보낸 논문인 “주체사상에 대하여”에서 ‘주체의 혁명관’으 로 정리된다.8 이 논문에서 김정일은 주체의 혁명관에서 핵을 이루는 것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라고 설명하였다. 북한은 혁명적 수령 관을 “로동계급의 혁명투쟁에서 수령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 대한 가장 올바른 견해와 관점이며 수령을 진심으로 높이 모시려는 립장과 자세”라고 정의하였다.9 여기서 말하는 ‘올바른 견해와 관점’이란 수령 이 인민대중의 최고뇌수·통일단결의 중심으로서 역사발전과 노동계급 의 혁명투쟁에서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고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 로 보는 관점과 견해라고 설명하였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혁명적 수령 관이란 혁명과 건설에서 차지하는 수령의 절대적 지위와 결정적 역할 을 존중하는 관점으로 요약된다. 이는 수령의 지위와 역할이 사실(fact) 또는 존재(sein)의 범주에서 가치(value) 또는 당위(sollen)의 영역으로 전이되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수령을 충성으로 높이 우러러 모셔야 한다는 입장과 자세”라는 행동과 규범의 수준으로까지 전이되었다.10
7_박일범, “지도와 대중의 결합은 인민대중이 력사의 주체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역할 을 다하기 위한 근본담보,” 사회과학, 1983년 1호, p. 41.
8_김정일, “주체사상에 대하여,”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의 문헌집 (평양: 조선로 도당출판사, 1992) 참조.
9_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편, 조선말대사전 2 (평양 : 사회과학출판사, 1992), p. 947.
10_김광인, “북한권력승계에 관한 연구,”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사학위논문, 1998), p.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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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혁명적 수령관의 논리만으로는 왜 수령이 통일단결의 중심 이고 수령에게 절대적으로 충성·복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 족하였다. 수령만이 역사발전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모든 인민들은 무 조건 수령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논리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일은 1986년 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 과의 담화 “주체사상교양에서 제기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하여”에서 이 른바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제기하였다. 이를 계기로 혁명적 수령관 은 새롭게 재구성되었다. 혁명적 수령관의 철학적 기초를 갖추게 된 것이다. 북한은 “주체의 혁명관을 세우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 먼저 혁명적 수령관을 세워야 합니다. 혁명적 수령관을 세우기 위하여서는 수령이 사회정치적 집단의 생명의 중심이라는 것을 옳게 인식하는 것 이 중요합니다”라고 명시하였다.11 여기에서 주체의 혁명관, 혁명적 수 령관, 사회정치적 생명체론 간의 논리적 연계성을 발견할 수 있다. 사 회정치적 생명체론이 주체의 혁명관과 혁명적 수령관의 철학적 기초 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의 등장 이전과 이후의 혁명적 수령관은 논리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1986년 7월 15일 김정일이 노동당 중앙위 책임일꾼들에게 행한 담화 “주체사상 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 지 문제에 대하여”라는 논문에서 처음로 제기되었다. 이에 앞서 김정
일이 1982년에 발표한 논문 “주체사상에 대하여”에서도 언급되고,
1974년 유일사상 체계확립 10대 원칙에서도 ‘정치적 생명’이라는 표
현이 등장하였지만, 논리성을 갖추지는 못하였다. 사회정치적 생명체
11_김정일, “주체의 혁명관을 튼튼히 세울데 대하여,” 근로자, 1988년 12호, p. 5.
론에서는 사회정치적 생명체가 생명체의 활동을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으로서의 ‘최고뇌수(수령)’, ‘중추(당)’, 그리고 각 신체기관(인민대 중)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유기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위계구조를 갖고 있으며, 기능적 차별성을 인정하 고 있다. 최고뇌수인 수령이 중추인 당을 통하여 인민대중을 지도하는 위계구조로서 최고뇌수인 수령의 기능이 절대적이고 결정적이라는 논리체계다.
한편,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은 수령을 중심으로 개별적 사회정치적 존재인 개인들이 조직사상적으로 통일·단결하면 영원한 생명력을 지 닌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핵심논리다. 육 체적 생명은 부모로부터 받지만 사회정치적 생명은 생명의 뇌수인 수 령으로부터 받으며, 육체적 생명은 유한한 반면, 사회정치적 생명은 수령·당·대중이 통일체를 이룰 경우 영원하므로 육체적 생명보다 사 회정치적 생명이 더 소중하다는 전제논리에서 출발하지만, 수령을 중 심으로 당과 인민대중이 통일체를 이루어야 진정한 생명체를 갖는다 는 데 방점을 두었다. 개별적인 인민대중은 사회정치적 집단의 성원 이 되어야 비로소 영생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 이다. 이러한 수령·당·인민대중의 통일체는 혁명과 건설의 주체로 현 실화되었다.
(2) 제도적 원형으로서의 영도체계
북한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주체사 상의 철학적 원리에 기초하여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대중이며, 혁명과 건설을 추동하는 힘도 인민대중에게 있다”라는 사회역사적 원 리를 도출하였다. 그러면서 역사의 주체이자 사회발전의 원동력인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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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대중이 진정한 사회역사적 운동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 도와 대중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12 여기서 영도체계와 관 련한 핵심 키워드인 ‘지도와 대중의 결합’이 나온다. 지도의 주체는 수 령과 당이고, 그 대상은 인민대중이다. 그런데 혁명적 수령관에 기초하 여 절대적 지위를 갖고 결정적 역할을 행사하는 수령이 당의 최고뇌수 이고 통일단결의 중심이므로 당의 영도는 수령의 영도로 귀결된다. 그 리고 이러한 수령의 영도가 실현되는, 지도와 대중이 결합하는 효과적 인 공간이 바로 영도체계다.13 주체사상의 영도방법론에 따르면, 영도 체계는 지도와 대중을 결합시키는 것으로 당과 수령의 영도를 실현하 기 위한 조직과 기구들의 총체이며 당, 국가, 단체들로 구성된다.14 그 리고 영도체계 중에서 핵심은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이다. 수령의 유일적 영도체계란 “수령의 혁명사상을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하여 혁명과 건설을 수행하며 수령의 명령, 지시에 따라 전당, 전국, 전군이 하나와 같이 움직이게 하는 영도체계”를 말한다.15
수령의 영도체계는 3가지 영도체계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총비서 중심의 당영도체계 하에서 당은 노동계급의 전위조직으로서 혁명의 최고영도자인 수령의 사상과 영도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통일적으 로 조직지도한다. 당영도체계에서 수령은 당의 최고지도자인 총비서직 을 통해 영도력을 행사한다. 북한은 “당은 사회의 심장, 자주적인 사회 정치적 생명체의 중추로서 사회의 모든 성원들에게 수령의 혁명사상 의 정수를 주입하여 수령의 사상과 의도대로 온 사회를 혁명적으로, 공
12_김정일, “주체사상에 대하여,” p. 22.
13_김광인, “북한권력승계에 관한 연구,” p. 43.
14_철학사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85), p. 184.
15_김민·한봉서, 위대한 주체사상 총서 9: 령도체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85), p. 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