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적 전공에서의 수업 경험 역시 앞서 언급된 교육과정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체 수업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 즉, 자체개설 교과목이 많 은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수업 경험이 주로 연합 전공 및 교수진 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반면에, 타 전공에서 제공하는 교과목을 중심으로 개설되어 있는 연합전공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수업 경험이 학
생들이 선택하는 교과목에 따라 상이하다. 아래에서는 연합전공에서의 수업 경험을 1) 그룹 단위 활동을 통한 학습 2) 수준에 따라 다른 수업 경험으로 분석하였다.
가. 그룹 단위 활동을 통한 학습
면담에 참여한 연합전공 학생들이 자주 언급한 수업 방식은 그룹 학 습을 통한 수업이다. 그중에서도 연합전공 내에 개설되어 있는 수업이 많은 A 전공과 C 전공의 경우, 학생들은 수업 내에서 있었던 경험 중 그룹 단위로 이루어졌던 활동들이 해당 수업의 중심이 되었다고 말하였 다. 먼저 A 전공의 경우 학생들은 “프로젝트가 거의 전부”라고 언급할 정도로 팀 학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새로운 걸 같이 만들어나갈 수 있는” 전공이다. A 전공과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에 따르면, 경영학에 서 하는 팀플은 “분업”인 반면에, 해당 연합전공에서의 팀플은 “협업”의 특성을 띈다.
“경영대도 팀플이… 솔직히 말해서 경영대도 팀플이 많다고는 하는데 경영대 도 팀플이 많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고, A 전공에 비해서, 그들이 하는 건 약 간 진짜 비즈니스적으로 약간 A, B, C, D 나눠서 PPT 만들어오면 그냥 합치 는 그런 수준인 거고, 그게 협업, 코어라고 생각하진 않고, A 연합전공은 협업 자체가 필수적인 것 같아요. 그거는 일을 분담해서 맡기는 거고, 이거는 같이 나아가야 되는 거여서.” (학생 U)
실제로, A 연합전공에서는 실제 문제 해결 등 현실에 밀접한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학생들 간 협력을 통해서 해결하는 방식의 수업을 개설하 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여러 어려움도 경험하나 기존 주전공에 서 쉽게 경험하지 못하던 수업 방식에 “재미”를 느끼고 많은 협업과 관 련된 많은 역량을 획득하였다고 언급하였다.
“거의 다 뭔가 구상해서 이렇게 만들고 이런 거다 보니까 그냥 다 같이 좀 아 이디어 공유하는 그런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그냥 다른 사람들
이랑 되게 편하게 뭐 의견 제시하고 이렇게 만들면 어떨까 하고 저렇게 하면 어떨까 이런 것들? 그런 거 자체가 저는 되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 R)
“예를 들어서 게임을 제작해본다는 게, 내가 그냥 혼자 할 수 있는 경험은 아 니잖아요? A 연합전공에서는 팀을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모아뒀 으니까 팀 프로젝트가 가능한 점인데, 그렇게 해서 뭔가 내가 구현할 수 있는 걸 만들어냈다, 라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학생 U)
C 전공의 경우에도 팀을 중심으로 한 수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해당 전공에서 다루는 주제가 실생활과 유리되지 않은 주제인 만 큼,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수업 이 많다. 수업은 팀을 통해 학생들이 제시된 문제 혹은 주제에 대해 탐 구할 수 있도록 하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학생들이 이제 연구 주제를 잡고 그 연구 주제에 대해서 소논문을 작성하는 형태의 텀 프로젝트가 일반적이었던 거 같구요, 연구 주제는 뭐 예를 들어서 이제 환경부의 일회용컵 규제와 관련돼서 소비자 인식이 어떠하고, 그 소비자 의 인식이 실제로 이제 환경부가 의도한 바와 맞게 진행되는지, 그래서 정책과 정합하는지를 연구하셨던 분들이 계시고…” (학생 Y)
“저는 ○○○○○ ○○○ ○○라는 수업에서 했던 팀 프로젝트인데 그 팀 프 로젝트가 이제 화장품 용기, 플라스틱 재활용 중에서도 화장품 용기와 관련해 서 진행한 프로젝트인데 … 아무래도 직접 방문을 하고 이렇게 직접 발로 뛰 는 그런 프로젝트여서 제 기억에 남았습니다.” (학생 Z)
특히 C 전공은 전공 자체의 학제적 성격에 더하여 특정 계열의 학생 들이 중점적으로 이수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전공 출신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속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다양한 관점을 경험할 수 있 었다.
“저는 공대생인데, 공대에서는 팀 프로젝트를 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이제 이 전공에 들어오니까 팀 프로젝트가 거의 한 과목 당 하나씩 있더라고
요. 근데 아무래도 다 이제 전공 진입한 학생들이 다 ○○에 관심이 있는 학생 들이니까 ○○에 다양한 분야가 있기 때문에 되게 다른 사람들, 팀 프로젝트 하면서 다양한 주제와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어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학생 Z)
“자연과학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자연물이 있고 그거를 바라본 과학자가 있으 면, 그 과학자 시선으로 자연을 단방면적으로 바라보는데, 이제 실제로 그런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 공부하면서는 그렇게 하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아 니라 여러 개의 시선에서, 왜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할까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을 하고 좀 인터뷰를 해봐야 되고 하는 그런 점들이 제가 더 넓게 좀 세 상을 이해하게 됐던 그런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 Y)
다만, B 전공의 경우 학생들이 타 학과에서 제공하는 강의를 위주로 수강하기 때문에 연합전공 내에서의 수업 경험을 논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우연히 팀 프로젝트가 많은 수업에 참여하기 도, 그렇지 않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되었듯, 융합적 학습을 위해서는 통합적인 사고방식을 확 립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교수법이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Klein &
Newell, 1997). 그런 점에서 각 연합전공에서 자신의 주전공과 연합전공 에서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을 연결하는 경험을 하는 학생들의 경우 융합 교육의 교수법이 효과적으로 작용한 경우이다. 다만, 각 전공에서는 교수 법 및 교육과정과 관련된 별도의 조정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일부 학생들에게서만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도된 효과로 보기 어렵다.
나. 수준에 따라 다른 수업 경험
연합전공의 경우 일반적인 학과처럼 기초부터 심화에 이르는 계열적 인 교육과정이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각 학생의 주전공 및 사전지 식 수준에 따라 같은 수업에서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한다. 특히, 과목 선 택에 있어서 개인의 수준이 영향을 미치는 것 이상으로 동일 수업 내에 서도 이러한 특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자신의 주전공과 상이한 영역에 속해있는 계열의 과목을 수강할 때 특히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다른 과에서 오신 전공생들 보면 이미 충분히 선행 지식이라든지 다 선행학 습을 많이 하신 것 같고 다 기본이 되는 지식을 많이 갖고 계신 것 같은데 저 혼자만 거기에서 배우는 내용, 딱 수업에서 배운 내용만 가지고 아등바등 외워 서 하는 느낌이라서 이게 정말 알고 하는 게 아닌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 었어요.” (학생 V)
“상대적으로 저는 이제 수학이 공대 같은 경우에 기초 교양으로 들어야 하는 수업이 있다 보니까, 필수교양을 들었다고 가정을 하고 수업을 하시니까 아무 래도 조금, 그런 필수교양을 안 들었던 학생이다 보니까 조금 더 따라가기 어 려운 부분도 있었고…” (학생 W)
“제가 막 선배들한테 듣기로는 코딩을 아예 몰라도 돼요. 근데 어느 정도 알면 조금 팀플에서 너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거다, 약간 이렇게 말씀을 해주 셨거든요. 막 아는 만큼 보이고 막 그렇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 때문에 저도 약간 코딩 예습을 해보고 그랬거든요.” (학생 Q)
실제로, 연합전공은 일반적인 학과에서의 전공과정과 같은 수준의 계 열성을 띄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준차가 상당히 있는 것으로 보인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 과목이 별도로 존재한다기보다는 난이도 차 원에서 명백하게 구분되지 않는 여러 과목들을 이수하는 방식으로 교육 과정이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를 스스로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교수 A에 따르면 이러한 점은 다른 여러 연합전공도 공유하고 있는 특 성이다.
“연합전공이기 때문에 이쪽 학생들도 레인지가 되게 다양해서 그걸 좀 더 어 드벤스드 한 것까지 하고 싶은 학생들도 있는 반면에 지금 하고있는 것들도 너무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어서 그런 것들은 사실 좀 어려운 점이기는 하죠.
이건 모든 융합 전공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인데, 참 그러네요.” (교수 A)
다른 한편으로, 학생들이 각 연합전공에서 제공하는 모든 학과의 교 육과정에 준비가 되어 있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이는 융합적 교육과정의 내재적 특성으로도 볼 수 있다. 이렇듯 선행학습 수준에 따른 동일 수업
내 상이한 학습 경험은 학생마다 다른 학습 결과를 획득하는 결과를 낳 기도 한다.
“공통적으로는 잘 모르겠어요. 다들 약간 너무 자기가 관심 있는. 그 팀플을 해도 관심 있는 분야만 계속하다 보니까. 공통적으로 뭔가를 갖추는지는 잘 모 르겠어요.” (학생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