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가. 융합교육의 요구와 필요성

우리나라 고등교육은 후기대중화(Post-massified) 단계에 이른 것으로 분류된다. 이 단계에서는 높은 수준의 등록금을 지불하는 학생들이 대학 의 주요 행위자가 되고 이들의 대학에서의 경험과 관심이 무엇인지에 관 심을 갖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Shin & Teichler, 2014). 우리나라는 이러한 흐름이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 흐름과 맞물려 양질의 교육을 통해 더 유능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 또한 맞물려 발생 하였다. 특히 1995년 5.31 교육개혁을 계기로 강조되어 온 기존 지식의 암기를 강조하는 교육현장의 실천이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으며(에듀인 뉴스, 2019), 지식과 실제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능력 및 태도가 결합 된 역량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어지기도 하였다 (이민정, 김수동, 2018).

이러한 흐름은 산업 구조가 본격적으로 재편됨에 따라 더욱 힘을 얻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과학기술의 유례없는 빠른 발전으로 인한 사회 전 반의 변혁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이전에 우리가 경험한 사회와 차이가 있 다(대통령직속4차산업혁명위원회, 2020).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에서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풍요 속 불안”으로 진단하고 그 불안감의 뿌 리를 일자리로 보고 있다. 특히 직업 이행의 직전 단계에 있는 고등교육 은 학생들의 일자리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 대학에서 양성한 인재와 실제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재 간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는 기업과 학생의 불만에 따라(중앙일보, 2014) 교육부는 산업 인력 수요 예측에 근거하여 대학 재정지원사업을 계획하는 등 사회적 수요에 적극 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교육부, 2015a). 그 과정에서 발생한 단일 학문 체

계를 뛰어넘는 교육에 대한 요구는 기존에 지속되어온 경직된 학사구조 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대학 내에서의 융합의 움직임을 촉구하였다.

이러한 혁신에 대한 요구가 최근 국내에서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이 미 1970년대에 OECD(1972)는 늘어나는 학제적 요구와 관련하여 학제적 활동의 기원을 과학의 발전, 학생의 요구, 전문적 훈련의 필요, 사회의 새로운 요구, 대학의 작동 및 행정 문제의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설명하 였다. 대표적인 학제적 연구자인 Klein & Newell(1997)은 여기에 몇 가 지를 추가하여 오늘날 사회에서는 교양 교육, 전문적 훈련, 사회·경제·기 술적 문제의 해결, 사회·정치·인식론적 비판, 교원 개발, 재정 감소, 새로 운 지식의 생산 등의 측면에서 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Klein & Newell, 1997). 이러한 필요성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시류 속에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융합적 연구 및 융합적 교육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추이이다.

이러한 외적인 동인 이외에도, 각 대학 자체적으로도 융합교육을 추진 할 필요성이 발생하였다. 먼저, 각종 출산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꾸준 히 낮아져온 출생률로 인하여 학령인구가 감소하였다. 그 과정에서 학생 을 충원하지 못하여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다(조선일 보, 2019).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특성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전략 으로써 융합적인 교육을 활용하였으며, 이러한 대학의 움직임은 특히 대 학 재정지원사업의 확대와 더불어 크게 확산되었다. 2010년 이후 교육부 를 중심으로 추진된 ACE 사업, CK 사업, PRIME 사업, CORE 사업 등 은 대학 특성화를 지원하고 대학과 취업 시장 간 연계성을 높이고자 노 력하는 대학 및 학과를 지원하였다. 우리나라 대학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은 현재 자체적인 수입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등록 금 인상이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 할 유인이 충분하였다. 추가적으로, 사회의 수요에 기반한 교육과정을 이 수한 학생들의 취업률이 높아지면 이는 다시 대학의 홍보에도 도움이 되 는 선순환의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여러 대학이 이러한 구조를 재생산 하고자 하였다.

이와 더불어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됨에 따라 블랙박스로 생각되던 대학교육의 실상이 외부에 공개되었다. 일부 대학에서는 부실 운영에 반발하며 등록금 환불 요구가 거세게 일어나는 등(조선일보, 2020b) 학생들이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주장 하는 흐름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학생들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 또한 대학이 종종 융합교육으로 귀결되는 양질의 교육, 사회의 수요에 부합하는 교육을 제공할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 융합교육의 개념과 분류

융합이란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쳐지 거나 그렇게 만드는 일”을 뜻한다(표준국어대사전, 2021). 실제로, 융합교 육이라는 이름으로 계획되는 전공교육은 두 개 이상의 학과를 결합한 교 육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융합은 학문, 예술, 산업을 아우르는 다 양한 분야에서 창의와 혁신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KIAT, 2010), 점점 더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학생들이 기존의 경직된 학 문 체계를 학습하는 것만으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 다는 문제의식하에 교육 분야에서의 융합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 다(Klein & Newell, 1997).

국내에서 융합교육을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 먼저 통 합 교육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맥락에서 주로 쓰여온 용어로 제4차 교육과정부터 활용되어 왔다(김재복, 2007). 곽병선(1981)는 기존의 학문 혹은 지식의 체계에 따라 교육내용을 분리하여 조직하던 것에서 벗어나 교과 간의 울타리를 고려하지 않고 각 교과의 지식을 학생들의 흥미나 문제, 제재 등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통합 교육으로 보았다. 김재 복(2000)도 유사한 맥락에서 통합 교육을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교과들을 분리하는 경계를 없애고 개별적으로 구분되는 교과가 사라지는 교육과정 조직의 접근법의 하나로 간주하였다. 기존의 의견을 종합한 이상갑(2001)은 통합 교육과정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지식

의 양이 급증하는 가운데 질 좋은 학습을 위하여 학습량을 적정량으로 축소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학술적으로는 교육과 정 통합 방법과 관련하여 Fogarty(1991), Drake(1993) 등이 논의를 발전 시켜왔다.

융합교육은 초중등 및 고등 맥락 모두에서 활발하게 쓰인다. 초중등 교육에서는 2011년 이래로 교육과학기술부(현재 교육부)의 주도하에 융 합인재교육(STEAM)이라는 명칭으로 특히 활발하게 시도 및 연구되고 있다(교육과학기술부, 2010). STEAM 교육은 미국에서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시작된 STEM 교육에 예술적 요소를 포함시킨 것이다(김 진수, 2011). STEAM 교육은 학생들의 문제해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으로 구체적인 문제 상황에서 학생들이 과학(Science), 기술 (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 수학(Mathematics) 등의 요 소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과학 기술분야에 대한 흥미 및 동기를 부여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2021). 더 나아가 백윤수 외(2011)는 우리나라의 실 정에 맞는 STEAM 교육의 방향으로 4C-STEAM 유형을 제시하기도 하 였다.

고등교육의 맥락에서 융합적인 교육은 필연적으로 학문 혹은 전공 간 의 결합의 형태를 보이며 연구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융합교육 이라는 용어가 언론 등을 통해 자주 노출된 것과 달리, 이를 유형화하는 등의 체계적인 논의가 깊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융합교육에 대한 학술 적인 논의는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학제성(interdisciplinarioty) 개념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학제성(學際性)은 “학문상의 연구가 다른 학문과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성질”을 뜻한다(표준국어대사전, 2021). 학제 간 연구의 특징을 규명한 Aboelela et al.(2006)에 따르면, 학제 간 연구는 두 개 이상의 구별되는 학문의 학자들이 집단으로 수행하는 연구로서, 여러 학문의 이론적 구조를 서로 연결하거나 통합한 결과로 나타나는 개 념적 모형에 기반하여 연구가 구성되며, 연구 설계 및 방법론의 측면에 서 여러 학문의 기술과 관점을 사용할 것이 요구되는 연구이다.

학제 간 연구 및 교육의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학제성의 유형을 분 류하고자 하는 시도도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OECD에서는 대학에서 이 루어지는 모든 교육과 연구를 학제성의 수준에 따라 단학문(discipline), 다학문(multidisciplinary), 다학문간(pluridisciplinary), 학제간 (interdisciplinary), 초학문(transdisciplinary)의 층위를 갖는 것으로 정리 하였다(OECD, 1972). 이를 표로 정리한 바는 아래 <표2-1>과 같다.

학제성 유형 교육

다학문

(Multidisciplinary) 통합을 시도하지 않은 분과(discipline)의 연속적 제시 다학문간

(Pluridisciplinary)

주제에 대한 학문적 통찰에 대한 비교‧대조가 이루어지 지만 여전히 통합되지는 않음

교차학문간 (Cross-disciplinary)

하나의 학문이 다른 학문의 특징적인 주제 문제에 적용 되어, 새로운 통찰력을 얻지만 양쪽 학문의 통합은 되 지 않으며, 새롭지만 더 크지는 않은 관점을 제공 학제간

(Interdisciplinary) 학문의 통찰력이 더 크고, 전체적인 관점으로 통합

<표 2-1> OECD(1972)의 학제성 유형(Newell, 1990에서 재인용)

지식의 기본단위가 학문이며 이것을 고유의 교육, 훈련, 절차 방법론 및 내용 측면에서의 배경을 가지고 있는 특정한 지식이라고 보았을 때, 다학문 접근은 명백한 연결성이 없는 두 학문을 연속적으로 제시하는 접 근을, 다학문간 접근은 대략적 관계가 있는 학문들이 비교와 대조의 과 정을 통해 함께 활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교차학문간 접근은 하나의 학 문이 다른 학문의 주제 혹은 문제에 적용되어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자 하는 접근이다. 다만 학제간 접근이 학문의 통찰력이 더 크고 전체적인 관점으로 통합되는 것에 비하여 교차학문 간 접근은 양쪽 학문의 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이후 Klein(1990)은 학제성의 유형을 도구적 학제성(instrumental interdisciplinarity), 인식론적 학제성(epistemological interdisciplinar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