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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과 의미론적 요구 조건

3. 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의 대체 또는 수정

3.3 신호-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

3.3.3 신호-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과 의미론적 요구 조건

유전자가 신호 게임 이론의 방식에 따라 유전자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음을 받아들이면 각각의 유전자 부분은 신호를 주고 받는 프로토콜로서 기능한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메이나드 스미스의 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의 정의에 따르면 유전자의 기능은 특정 정보의 송수신이며 유전자가 표상하는 바는 다음 정보송신자에게 전달하는 신호이다. 이와 같은 정의는 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의 단점이었던 표상의 불확실성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유전자의 역할은 너무도 간단하고 확실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유전자가 주변 맥락에 따라 다른 신호를 송신한다 하더라도 그 유형(type)은 조건문의 형태(IF~THEN)로 고정된다.

오류가능성 역시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다. 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이 오류가능성을 보일 수 없었던 이유는 기능에 의지하여 설명한 유전자의 표상 내용이 명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위에서 보였듯이 신호-목적의미론적

정보는 유전자의 표상을 그 유전자가 유전자 네트워크 상에서 맡고 있는 역할로 고정한다. 그 역할의 내용은 조건문의 형태를 띤다. 이 조건문의 내용과 맡지 않는 상황이 일어난다면 이는 유전자 정보를 올바르게 전달하지 못한 오류이다. 예를 들어 전사 과정 중 핵산의 내용을 잘못 옮기는 실수가 이러한 오류에 해당한다.

해당 오류를 바로 잡는 기작의 존재는 유전자 정보가 답을 맞춰볼 수 있는 지향적 정보임을 뒷받침하는 근거이다(Goodman, 2002). 이는 베르그스트롬이나 쉐이가 언급한 과거에 부모 개체가 성공적으로 생존, 번식할 수 있었던 환경에 대한 정보와 현재 발생한 개체를 둘러 싼 현시적 환경 사이의 계통발생적 수준의 오류와는 달리 개체의 발생 과정 중 벌어지는 개체 발생 수준의 오류이다.

신호-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은 이에 더해 발생 과정 중의 시공간적 오류를 포착해낸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발생 과정은 적재적소에 알맞은 조직, 기관을 발현시켜야 온전한 하나의 개체를 탄생시킬 수 있다. 만일 더듬이가 있어야 하는 부위에 더듬이 대신 다리가 붙어 있는 파리가 태어난다면 이 개체는 오랫 동안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몸에 꼭 필요한 기관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시간에 올바른 위치에 놓이지 않는다면 단순한 종양에 그치고 만다.22 따라서 유전자는 언제 어디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한다. 물론 이러한 시공간적 정보 역시도 신호 게임을 통해 전달된다. 유전자는 단지 들어온 신호에 대하여 정해진 대로 대응할 뿐이지만 자연 선택된 전략은 단순한 신호의 전달만으로 복잡한 작업을 수행해낼 수 있게 해주며 이를 통해 유전자는 매우 섬세한 조작이 요구되는 발생 작업을 훌륭하게 수행해낸다. 더욱 놀라운 점은 발생 과정 중의 유전자 정보가 동시 다발적으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이는 유전자 배열의 일부를 잘라 순서를 바꾸더라도 정상적인 개체가 발현됨을 의미하며 실제로 염색체 안의 선형 배열을 뒤바꾸더라도 개체에 발생에는 영향을 미치지                                                                                                                

22 테라토마(Teratoma: 기형종양)는 심장, 폐, 위와 같은 장기의 초기 형태가 필요 하지 않

은 위치에서 발생하는 종양이다. 놀랍게도 이 종양은 초기 태아와 비슷한 형태로까지 발 전하기도 한다.

않는다. 만일 유전자 정보가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면 배열이 바뀔 때 마다 다른 결과물이 산출 될 것이다(Planer, 2014).23

기존의 유전자 정보 이론은 이러한 시공간적 정보가 어떻게 유전자에 부여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만 유전자가 어떤 식으로든 외부 환경을 참조하여 자신이 현재 그 위치에서 맡아야 할 역할을 수행한다 설명했을 뿐이다. 반면 신호-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은 네트워크 상의 전달 순서에 따라서 시공간적 정보가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전자는 신호 전달 전략 속에서 어떤 유전자와 신호를 주고 받을지 어떤 신호를 전달할지 그리고 신호 전달 네트워크 속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따라서 오류가능성 역시도 유전자가 표상하는 신호의 내용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속의 위치에 대한 시공간적 오류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하며 신호-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은 이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유전자의 배타성 또한 신호-목적의미론적 관점을 통해 포착할 수 있다. 유전자 네트워크는 비유전적 발생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유전자의 특정 부분을 전사하지 못하도록 표시하는 메틸화 반응 (methylation)과 DNA 가 뉴클레오솜 (염색체의 기본 단위)을 이루는 구조에 영향을 미침으로서 그 활동까지 조절하는 히스톤 조정(histone modification)을 들 수 있다. 유전자와 비유전적 발생 요인은 하나의 복합적인 네트워크를 이루며 따라서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역할 그 자체는 동등하다. 이 두 발생 요인의 차이는 네트워크에서 맡고 있는 역할의 다양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유전자는 네트워크에서 맡고 있는 기능을 기준으로 크게 구조 유전자와 조절 유전자로 나뉘어 진다. 구조 유전자의 기능은 오롯히 유전자만의 고유한 기능이다.

비유전적 발생 요인은 조절 유전자와 같은 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 둘은 그 역할의                                                                                                                

23 모든 유전자의 서열이 무의미하지는 않다. 대표적으로 Hox 유전자는 유전자의 위치에

맞추어 개체의 체절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경우이며 대부분의 유전자는 서열에 상관 없이 맡은 바 신호를 주고 받는다.

다양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비유전적 발생 요인들이 각자 고유한 기능을 지니는 것에 반해 조절 유전자는 기반(tRNA), 촉매(리보좀), 접합(snRNA, siRNA, miRNA), 열감지(HSR-1), 면역(CRISPRs)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조절 RNA 만 30 여가지에 육박하며 연구가 계속되면 더 많은 종류의 조절 방식이 밝혀지리라 기대되고 있다(P. Griffiths & Stotz, 2013).

이렇게 다양한 모든 기능들이 오로지 네 종류의 핵산으로 이루어진 유전자 정보에 따라서 발현된다는 점이 유전자를 다른 비유전적 발생 요인들에 비해 특별하게 만든다. 유전자가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물리적 구조나 화학적 특성과 같은 아날로그 특성에 따라서 결정되는 기능이 아니라 자연 선택된 디지털 코드 관계에 의해 주어진 기능이기 때문이다(Mattick 2004). 물론 자연선택은 비유전자적 발생 요인을 포함했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올바른 정보를 전달 할 수 있는 신호 전달 전략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 물리화학적 특성에 의해 그 역할이 고정되어 있는 비유전자적 발생 요인보다는 코드 관계를 통해 전략 수정에 있어서 훨씬 더 큰 자유도를 지니는 유전자 정보의 수정을 통해 효과적인 전략을 탐색했을 것이 틀림 없다.

마지막으로 정보 흐름의 비대칭성에 대하여 짦막하게 살펴보자. 기존의 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은 유전자는 표현형(또는 단백질)을 표상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유전자 정보의 흐름은 비대칭적이라 설명했다. 비록 신호- 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에서는 유전자 정보가 표상하는 대상을 표현형에서 조건문으로 대체했지만 설명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동일하다. 다음과 같은 간단한 예를 상상해보자. 어떤 유전자가 조건문 “만약 A 이거나 B 이다면 C 이다”

를 표상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우리는 이 유전자에 A 또는 B 단백질이 주어졌을 경우 C 단백질을 생성하리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C 단백질이라는 결과물이 주어졌을 때 그로부터 그 유전자가 A 또는 B 중 어떤 신호를 받았는지 결정할 수는 없다. 이 예시는 유전자 네트워크 사이에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 중 가장 단순한 경우이다. 이처럼 단순한 경우에서도 정보 흐름의

비대칭성이 나타나는데 어떻게 다대다 관계처럼 복잡한 네트워크에서 얻어진 결과물만을 가지고 과거 신호 정보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겠는가? 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신호-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 역시 정보 흐름의 비대칭성을 보일 수 있다.

결론  

지금까지 유전자 정보 개념을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았다. 우선 1 장에서 유전자 정보 개념이 발생학, 분자생물학, 정보학의 발전이 맞물려 등장하게된 역사적 배경을 소개했다.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유전자 정보 개념이 여러 학문 영역에서 많은 성과를 배출해내자 자연스레 생물학자와 생물철학자들이 유전자 정보 개념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생물철학자들은 유전자가 정보라 전제한 후 이러한 정보가 실재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모형 또는 메타포에 불과한지에 대하여 논쟁했다. 유전자 정보 개념에 대한 논쟁이 생산적인 유용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이러한 입장 중 유전자 정보는 실재하지 않으며 메타포로서도 그 가치가 떨어지거나 오히려 과학 이론을 발전을 방해한다는 부정적 평가를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유전자 정보 개념이 기능적 메타포로서 모형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 하여 이해할 수 있게 도우며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유전자를 둘러 싼 기작을 창조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전자에 대하여 반박했다. 유전자 정보 개념이 유전자 중심주의적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러한 편견 때문에 유전자 정보 모형의 유용성을 포기하기는 어려우며 인식의 문제는 계속해서 과도한 메타포의 확대 위험을 환기시켜서 해결 해야되는 문제라고 답했다. 과거 유전자 정보 개념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물론 과거에 잘못된 시도도 있었으나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유전자 조작 기술은 모두 유전자 정보 개념을 활용해 얻어진 수확이며 현재로서는 연구의 방향성이 잘못되어 있는지를 단언하기는 시기상조라 반박했다.

2 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유전자 정보가 어떤 성질을 가지는지 살펴보았다. 정보의 내용에 대해서 침묵하는 정량적 정보 이론은 유전자의 지향성, 오류가능성, 배타성을 나타낼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량적 정보 이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