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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전자는 ‘어떤’ 정보인가?

2.3.5 유전자 정보의 배타성

정도의 상관관계를 발견하더라도 이것이 정말로 생물화학적으로 이어진 인과적 관계인지,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가 표현형을 표상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아니면 유전적 무임승차의 경우처럼 단순한 상관관계에 지나지 않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필요로 한다(Jonathan Michael Kaplan, 2001). 그렇지 않는 한 이는 단순히 근거 없는 긍정론에 그치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유전자의 정보가 표상하는 범위를 단백질에 한정 짓는 차선책 또한 유전자가 지닌 정보만으로는 어떤 단백질을 표상할지 결정지을 수 없으므로 받아들일 만한 결론이 아니다.

유전자의 정보는 무엇을 표상하며 그러한 관계는 어떻게 오류가능성을 포섭하는가? 유전자의 정보를 올바르게 설명하는 이론은 이러한 오류가능성을 포섭하고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을까? 이는 유전자 결정론의 간단한 도식이 멘델 유전학과 같이 단순화된 자연 선택 시나리오에 너무나도 잘 부합했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유전자 중심 위주의 설명은 쉽게 이해될 수 있었기에 널리 파급되었고 세대 간 전달되는 유전 물질이 유전자뿐이라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 유전자 결정주의를 지지할 강한 심증을 제공했다(Jonathan Michael Kaplan, 2001).

우리에게 익숙한 유전자 프로그램 개념 또한 유전자의 역할을 중시하는 모형이다.

마치 인간 프로그래머가 자기 복제를 실행하는 프로그램을 짜듯이 자연선택이 만들어낸 자기 복제 프로그램이 유전자라는 입장이다. 염기체 덩어리에는 발생에 필요한 모든 지시들이 들어있다. 염색체는 언제 어떻게 심장을 형성하고, 중추신경시스템을 만들고, 항체 시스템, 그리고 나머지 모든 기관과 조직들을 언제 어디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로 가득 차 있다. 유전자 프로그램의 지시를 받은 세포 내 소기관들은 각자의 역할에 따라 기능하게 된다.

그러나 유전자 결정론과 마찬가지로 경험적 연구들은 유전자 프로그램 이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유전자 프로그램 이론의 흥망성쇄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은 예쁜꼬마선충의 발생 과정 도해 연구였다. 1974 년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예쁜꼬마선충의 모든 유전자 정보를 출판물의 형태로 정리해냈다. 1998 년에 종료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유전자 프로그램 가설에 대한 연구자들의 태도는 점점 확신에서 의심으로 바뀌어갔다. 연구 초기에 유전자 프로그램 개념은 선충의 발생과정을 밝혀낼 분석적 도구로서 활용되었다. 연구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단순 회귀 기능의 집합이 복잡한 발생과정을 만들어 낸다는 전제를 가지고 이러한 루틴 형식을 찾고자 시도했지만 그러한 회귀 구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연구자들은 점점 더 유전자 프로그램의 존재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종국에는 이를 낮은 수준에서는 여전히 분석적인 가치를 지니나 메커니즘을 분석하는데 있어서는 메타포 수준에 그친다 결론지었다(De Chadarevian, 1998).

스티렐니 또한 유전자 프로그램 이론의 실재성에 대하여 회의적인 관점을 취한다.

스티렐니는 뇌과학의 영역에서 이미 밝혀졌듯이 복잡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어떤 이산적인 정보 단위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18 유전학 일어나는 구조와 그 구조를 통해 일어나는 발생 과정의 이분법을 타파하고자 한 DST 진영의 주장이 옳고 그들이 말하는 대로 발생 과정이란 발생 구성 요소들의 역할을 분할할 수 없는 전체적 성격의 작업이라면 발생 과정의 구조가 복잡하고 예측가능하다는 사실이 반드시 이를 조작할 이산적인 정보 단위가 존재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는 어떤 이산적인 물리 시스템 구조가 정보를 읽고 쓰면서 발생 과정을 조정할 것이라는 유전자 프로그램 이론에 대하여 회의적이다(Sterelny, 2000).

유전자 프로그램은 실험적으로 도출된 가설인가, 휴리스틱한 원리일 뿐인가 아니면 실제로 유전자는 프로그램인가? 결국 유전자 프로그램의 실체가 존재하는지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그 아이디어가 실제 연구 방법으로 쓰이는지 유무와는 관계없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의 기능에 대한 경험 과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전자 프로그램 이론을 지지하는 측은 유전자 프로그램 이론이 지금까지 생물학에서 많은 발전을 가져오는데 공헌한 좋은 연구 방향임을 주장하고 있다. 반대측은 아직 너무나도 부족한 경험적 증거를 문제시하고 있다(Jonathan Michael Kaplan, 2001). 그리피스는 유전자 프로그램 이론에 대하여 과학 이론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문화적 광신에 가깝다고 보았다(P.

E. Griffiths, 2001).

유전자 코드 개념은 유전자의 배타성을 주장하는 입장 중 가장 소박한 태도이다 DNA 가 RNA 를 매체로 하여 단백질을 생산한다는 개념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18 연결주의에 따르면 의식이 일어나는 구조와 그 구조를 통해 일어나는 현상의 경계를 흐

트러뜨리고 복잡한 결과를 연산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뉴런들 사이의 일련의 연결만으 로 충분하다.

매우 폭넓게 퍼져 있다.19 이들은 유전자만이 지니고 있는 의미론적 속성 또는 정보의 종류는 코딩이라고 주장한다. 유전자는 단백질 분자를 이루는 아미노산의 순서를 코딩 한다 (Godfrey-Smith, 2007). 갓프릿 스미스와 사카르는 유전자 정보의 내용은 단백질을 코딩하는 수준에서만 이야기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DNA 는 자연선택에 따라서 얻어진 약속에 따라서 아미노산의 순서를 코딩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전자와 단백질은 개체를 발생시키기 위한 도구이자 프로그램이다. 개체에 대한 자연 선택은 유전자에 쓰인 정보를 바꿔 쓰고 이는 주어진 환경에서 선택 받고 생존하기 위한 의미를 가진 정보가 된다. 유전자 프로그램 이론이 여러 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에 유전자가 단백질을 코딩한다는 코딩 이론에 대한 심각한 반대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유전자에 담긴 코딩 정보가 읽히기 위해서는 유전자 외의 다른 요소들 리보좀 tRNA 등 번역 매카니즘을 일임할 요소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전자만이 단백질을 코딩한다는 의미에서 유전자는 특별하다.

유전자의 배타성을 거부하는 DST 지지자들에 따르면 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은 유전자와 비유전적 요인들 간의 차이를 보일 수 없는 이론이다. 목적의미론적 접근에 따르면 어떤 표상적 정보가 담고 있는 내용은 그것이 완수해야 할 기능이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발생 과정에서 어떤 존재자가 적응적으로 유효한 기능을 수행한다면 이 존재자가 무엇이 되었든 이 역시 의미적 내용을 지닌다.

이러한 연유에서 스티렐니, 스미스 그리고 디킨슨은 발생 중에 고유한 기능을 실행하는 비유전자적 요소들도 유전자와 동등한 정도의 의미적 속성을 지닌다고 주장했다(Sterelny et al., 1996). 그들은 자연선택의 영향 하에 있는 발생 요인들을 확장시킴으로서 유전자만의 특별함을 부정한다. 이들에 따르면 유전자와 비유전적 요인은 모두 의미적 내용을 지니며 그 둘은 인과적으로 동등하다(Causal                                                                                                                

19 유전자 코딩 개념을 유전자 프로그램 개념과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단

백질-유전자 사이의 주형판( protein-template) 개념만을 유전자 코딩이라 칭하기로 한 다.

Parity theory). 예를 들어 DNA 에 접착된 메틸화 패턴은 자신이 둘러싼 DNA 조각은 결코 다른 세포로 전사되지 않게 만드는 기능을 가진다. 그리고 메틸화 패턴은 독립적인 복제계를 통해서 부모 세포에서 딸세포로 유전되며 생식 세포를 통하여 세대 간 전달까지 가능하다(P. E. Griffiths, 2001). 메이나드 스미스의 정의대로라면 메틸화 패턴 또한 유전자와 동등한 정도로 지향성을 가진다.

왜냐하면 메틸화 패턴 역시도 목적을 가지고 자연선택 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특정한 단백질 모양에만 반응하는 효소 등 세포 내에는 유전자 말고도 자연 선택을 통해 진화한 여러 소기관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주장은 인과 이론에 가해졌던 비판들과 일맥상통한다. 메이나드 스미스는

“만일 환경을 포함한 모든 비유전적 요인이 고정되어 있다면 유전자는 유기체의 표현형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Smith, 2000). 예를 들어 영양상태, 수면시간 등 모든 비유전적 요인이 동일하다면 유전자가 유기체의 골격을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위 진술에서 환경과 유전자를 교환하여 ‘ 만일 모든 유전적 요인이 동일하다면 영양상태, 수면시간 등 환경적 요인이 유기체의 골격을 결정한다.’

라고 진술하더라도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목적의미론적 방법을 통해서는 유전자의 배타성을 포착할 수 없다. 인과적 등가성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유전자는 유기체의 발생 과정에 대한 중요한 정보원이지만 마찬가지로 비유전적 요소 또한 같은 정도로 중요한 정보원이다. 따라서 인과적 정보뿐만이 아니라 목적의미론적 정보도 동등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DST 에 따르면 유전의 단위는 유전자가 아니며 하나의 생명 사이클 전체이다.

DST 는 유전자의 커다란 발전 가능성은 유전자에만 결부되어 있지 않으며 모든 유전 시스템이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해왔음을 지적한다. DST 는 유전자 중심주의는 비판하지만 단백질을 형성하는 주형판으로서의 유전자의 독특한 생물학적 역할, 발생 과정에서 유전자의 중심적 역할, 분자 수준에서의 바이스만 주의 (유전자를 통한 후천적 성질의 대물림을 부정하는)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또한 유전자 중심주의가 유전자 외적 요인의 대물림을 부정하고 있지 않음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