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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전자는 ‘어떤’ 정보인가?

2.3.2 유전자 정보의 지향성

생물철학자들은 유전자가 다른 것들을 ‘표상’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표상의 내용은 그 유전자가 지닌 의미적 내용에 대응한다. 바꾸어 말하면, 넓은 의미에서 유전자와 같은 정보적 존재자는 반드시 무언가를 ‘ 지향 ’ 해야만 한다. 많은 생물학자와 철학자들이 새넌과 드레츠키의 정보 이론에 만족하지 못했던 이유는 해당 이론들이 유전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확히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가 무엇인가를 표상한다’는건 무슨 의미인가? 또 유전자는 무엇을 표상하는가? 언뜻 단순한 고분자물질에 지나지 않는 유전자가 지향적, 의미적 속성을 지닌다는 발상은 마치 세포나 유전자가 어떤 의지 혹은 의식을 가진다는 주장처럼 들린다. 이러한 직관을 가지는 이들에게 유전자가 지향성을 가진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일 뿐이다(Weber, 2005).

지향성은 주로 심리철학과 언어철학 분야에서 연구되어 온 개념이다. 어떻게 우리가 하나의 물체를 지시할 수 있는지는 오랫동안 심리철학의 큰 불가사의 중에 하나였다(Stalnaker, 1984). 하지만 여기서 화두에 오른 유전자의 지향성은 심리철학에서 다루는 그러한 종류의 지향성이 아니다. 생물학에서 이야기 되는 지향성은 의식적 존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의미론의 자연화를 시도했던 드레츠키나 밀리컨과 같은 학자들은 의식적 존재자를 상정하지 않은 지향성 개념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우리가 여기서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지향성은 이러한 자연화 된 지향성이다.

많은 학자들은 유전자가 표상하는 대상의 유력한 후보로서 개체의 표현형을 꼽았다(Smith, 2000). 도킨스는 어떤 표현형의 변형과 특정 유전자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호 관계가 발견된다면 우리는 이를 그 유전자가 해당 표현형을 표상한다고 받아들일 좋은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Dawkins, 1982).

유전자가 표현형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면 이러한 구도는 큰 문제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며 실제로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유전자가 표현형을 표상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인다(Wheeler, 2007).

위와 같은 지향적 관계에 근거하여 메이나드 스미스는 강한 유전자 중심론을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유전자는 자연선택에 의해 선택된, 생존과 번식을 위한 정보의 담지자이다. 유전자는 문자 그대로 표현형을 표상한다. 그가 말하는 유전자의 지향성은 유기체의 모든 발달과정을 포괄하며 생명현상의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Smith, 2000).

하지만 이러한 강한 유전자 중심적 주장에 대하여 많은 비판이 있었다.

비판가들은 유전자가 표현형을 표상한다는 주장이 지니는 유용성을 의심하며 애초에 과연 그러한 관계 설정이 가능한지에 대하여 의문을 표했다. 이제 그들의 주장을 차례대로 살펴보면서 메이나드 스미스의 목적의미론적 유전자 정보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해보자.

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은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기능과 그 기능을 나타내는 표현형과 대응 관계를 맺고 있는 유전형 사이에는 지향적인 관계가 형성된다고 본다. 비판자들은 이에 대하여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해왔다. 하나는 과연 유전자 정보가 표현형을 지향하는지 아니면 다른 대상(예: 단백질)을 표상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만일 유전자 정보가 표현형을 지향한다 하더라도 수많은 표현형 중 과연 어떤 표현형을 지향하는지 특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첫번째 문제는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의문이므로 우선 두 번째 문제부터 살펴보자.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기능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는가? 목적의미론은 정확히 무엇을 유전자의 기능으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지향성을 이야기 하지만 정작 그 지향성이 향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전자가 지향하는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일어났다.

이는 앞서 소개한 두 정보 이론은 수학적으로 정식화 되어 있었던 것과는 달리 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은 그러한 정식화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였다(Kumar, 2014). 예를 들어 풍뎅이의 껍질을 이루고 있는 외골격은 탈수를 막기 위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풍뎅이의 외골격이 가지는 의미는

‘탈수로부터의 보호’ 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Rosenberg & McShea, 2007).

하지만 이는 곤충이 외골격을 지니게 된 주된 이유가 아니라고도 볼 수 있다.

곤충의 외골격은 곤충의 내부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명확한 정식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우리는 외골격의 기능이 탈수 방지인지 장기 보호인지 구분할 방도가 없다.13

기능과 선택 사이의 관계는 이 보다 훨씬 더 복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산양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의 형태에 변화가 일어난 경우를 상상해보자. 이 경우 1. 헤모글로빈의 형태 변화는 2. 단위 호흡량의 증가로 이어지며 3. 그 결과 산양은 산소가 희박한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4. 여름에 더 질 좋은 풀을 섭취할 수 있으며 5.

산양의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6. 생존률과 번식률이 높아진다. 이처럼 하나의 표현형의 변화는 다양한 기능적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유전형과 기능 사이에는 일대다 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기능을 곧 표상의 대상으로 보는 목적의미론적 정보 이론에 의하면 하나의 유전형은 여러 가지 서로 다른 표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Neander, 1995).

여기에 더해 진화적인 이유로 인해 만들어진 기능이라 하더라도 의미론적 표상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리는 걷기 위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으나 다리의 표상은 ‘걷기’가 아니며 효소는 촉매 역할을 하지만 효소가 촉매 역할을 지시하지는 않는다.14 분명 다리와 효소는 진화적으로 선택되어 개체의 적합도를

                                                                                                               

13기능을 특정하게 불가하다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기능들의 연언을 외골격의 역할로 보 는 방식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외부의 적으로부터 자 신을 보호 한다 & 다리와 날개를 지탱 한다 & 보호색을 발휘하여 엄폐하는데 도움이 된 다 & … & … ) 하지만 이러한 전략을 유전자에도 똑같이 적용할 경우 이번에는 오류 가 능성을 포착하기 어려워진다. 본래대로라면 유전자의 잘못된 정보가 기능한 것으로 여겨 져야 할 기형적 변화나 돌연변이가 일어난 경우라도 그것이 해당 유전자의 또 다른 기능 으로 여겨질 수 있으며 기능과 오작동을 구분할 근거를 댈 수 없기 때문이다.

14 목적의미론이 다리는 걷기 위해 자연선택 되었다는 식의 설명을 한다면 이러한 주장을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이것이 그들을 새넌의 정보 개념을 뛰어 넘는 의미론적 정보를 포함하는 정보의 소유자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Godfrey-Smith, 2007).

그렇다면 어째서 유전자만이 특별하게 취급되어야 하는가? 정보 제공자에 해당하는 유전자와 소비자로서 위치 지어지는 유기체의 표현형 사이에 정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은 한 유전자가 표현형을 표상한다는 주장의 정확한 의미 역시도 밝혀낼 수 없다.

반면 유전자가 단백질이라는 매개를 통해 생명 현상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백질은 생물체의 몸을 구성하고 그 기능의 대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생명의 물질이라 불린다. 유전자는 그러한 단백질의 대부분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더해서 몇 가지 다른 원자구조를 만들며 그러한 제작 과정에 헌신하는 동료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Godfrey-Smith, 2007).

DNA 는 A,T,G,C 의 네가지 블럭으로 이루어진 이중 나선모양의 사슬이다.

이 DNA 가 단백질을 생성하는 과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진다. 우선 DNA 사슬이 풀리고 이 중 한쪽 나선을 복제해 Pre-mRNA 가 만들어진다. 그 다음 주위 전사인자들에 의하여 중간에 끼어 있는 인트론이 탈락하고 엑손만을 재추합 하여 mRNA 를 완성한다. 이 과정을 전사라 한다.(원핵 생물의 경우에는 DNA 에서 바로 mRNA 가 전사된다) 형성된 mRNA 는 세포핵벽을 통과하여 세포핵 밖으로 나가게 되고 mRNA 의 염기서열에 대응하는 tRNA 와 접합해있는 아미노산이 차례대로 결합하여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를 복제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전체가 유전생물학의 중심 원리(센트럴 도그마)를 이루고 있다.

현재 DNA 의 역할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여기까지다.

DNA 는 자신의 정보로부터 만들어진 단백질의 추후 활동에 대해서는 어떠한 지침도 내려주지 않는다. 현대 생물학이 단백질의 활동 내역과 유전자 사이의

                                                                                                                                                                                                                                                                                                                              하는 이론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스티크만은 이러한 모호함이 목적의미론에 대한 공 격이 될 것이라 본다(Stegmann, 2005)

상관관계에 대하여 밝혀낸 바는 매우 미비하다. 하지만 정작 생명 활동의 가장 중요한 역할 대부분은 단백질이 담당하고 있다. 단백질은 생명체의 몸의 일부를 구성하며 효소, 호르몬 심지어 DNA 의 전사 과정에 참여하는 전사인자로서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명 활동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단백질의 기능과 구조에 대해서 어떠한 역할 지침도 내리지 못하는 유전자가 표현형을 결정한다 말할 수 있을까? 갓프릿 스미스는 센트럴 도그마를 넘어선 과정에까지 확장된 유전자의 지향성은 어떠한 경험적 증거에도 근거하지 않은 믿음에 불과하며 그러한 맹신은 생명 현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Godfrey-Smith, 2007).

따라서 목적의미론에 따르면 우리는 유전자 정보의 내용을 우리가 그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밝혀낸 전사 및 번역 과정의 일부에만 제한시켜야 한다. 무임승차의 예는 우리에게 역사적인 선택 여부를 가려낼 능력이 없는 한 선택 역시도 지향성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는 유전자가 적절한 환경 아래에서 변화가 일어났을 때 형질 x 도 변하는 그 때야 만이 유전자가 형질 x 를 지시한다고 말할 수 있다(Kitcher, 2001). 결국 어떤 형질 x 를 위한 유전자를 언급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자연 선택이 역사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이 성공하기란 매우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유전자가 표현 가능한 정보의 양을 고려한다면 (100 개의 핵산으로 이루어진 DNA 조각이 표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려 이다) 이러한 결론은 매우 소극적인 태도인 것으로 보인다. DNA 는 mRNA 로 전사되는 엑손과 그렇지 않은 인트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인간의 DNA 중 1.5%만이 단백질을 암호화 하고 있다고 추정 된다 (Jablonka et al., 2014).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시퀀스를 의마하는 DNA 부분은 전체 DNA 에 비해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기능하지 않는 DNA 는 어떠한 정보도 가지지 않는 것인가?

듀프레는 자연 선택이 이렇게 엄청난 낭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부정한다. 그는 DNA 의 쓸모없어 보이는 부분들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