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영사접견 통보
자국민 보호는 영사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다.133) 영사의 접수국
내 자국민 보호 기능은 오래 전부터 접수국의 국내법, 관습 및 양자
조약을 통해 인정되어 왔으며,134) 영사의 기능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비엔나영사관계협약 제5조도 접수국 내 파견국 및 그 국민의 이익보
호를 가장 처음으로 언급하고 있다. 영사의 자국민 보호기능과 관련
해서 빈번하게 문제가 발생하는 분야로는 접수국 내에서 체포‧구금
된 자국민과 영사관원과의 통신‧접촉을 들 수 있다. 교통‧통신의
발전 및 국제거래의 심화로 해외여행자 수가 증가하고, 사업이나 학
업 등의 이유로 해외에 거주하는 인구도 급증하면서 영사접견권 보
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남북 간의 교 류‧협력이 재개 및 확대되어 북한에 출입하거나 상주하는 우리 측
인원이 증가하게 되면 북한 내 남한 인력에 대한 신변보호의 중요성
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비록 국가승인 문제 때문에 남북영사협
정을 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라도 영사보호 기능을
남북교류 재개 시 관련 합의서에 규정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남북은 이미 2004년에 체결한 출입‧체류합의서를 통해 북한에 출입 또는 체류하는 남한 주민의 신변안전문제를 규율한 바 있 다.135) 그러나 2009년 개성공단 내 현대아산 직원억류 사건 발생
133) Luke T. Lee and John Quigley, Consular Law and Practice, p. 116.
134) Ibid., p. 124; Mark A. Sammut, The Law of Consular Relations: An Overview (St Albans: XPL publishing, 2010), p. 48
135) 제10조 신변안전보장
1. 북측은 인원의 신체, 주거, 개인재산의 불가침권을 보장한다.
2. 북측은 인원이 지구에 적용되는 법질서를 위반하였을 경우 이를 중지시킨 후 조
당시 출입 및 체류합의서의 신변안전보장 조항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136) 구체성이 결여된 규정의 실효성 한계를 드러낸 바 있
다. 2004년 출입‧체류합의서에는 영사접견권과 관련된 내용이 구
체화되어 있지 않다. 북한 내에서 체포 또는 구금된 외국인에 대한
영사접견권 실태를 보아도 캐나다나 미국 국적의 억류자에게는 대 부분 영사접견이 인정된 반면 대한민국 국적의 억류자에게는 영사
접견이 인정된 경우가 전무하다.137) 이렇게 볼 때, 북한의 관할권
내에 있는 남한 주민의 경우 남북합의서 규정과 일반국제법 중 그 어떤 수단을 통해서도 실질적인 신변안전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음 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남북교류협력 재개 시 기존의 출입‧체
류합의서 개정을 통해서든 별도의 새로운 남북합의서 체결을 통해
서든 영사접견권의 제도적 보장이 이루어진다면 북한 내 우리 주민
에 대한 신변보호 수준이 크게 신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사접견권
의 제도화는 북한 내 남한 주민의 신변안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우
리 정부가 과거와 같이 북한의 입장표명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억류된 우리 측 인원을 직접 만나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등의 실질
사하고 대상자의 위반내용을 남측에 통보하며 위반정도에 따라 경고 또는 범칙 금을 부과하거나 남측 지역으로 추방한다. 다만 남과 북이 합의하는 엄중한 위반 행위에 대하여는 쌍방이 별도로 합의하여 처리한다.
3. 북측은 인원이 조사를 받는 동안 그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
4. 남측은 법질서를 위반하고 남측 지역으로 추방된 인원에 대하여 북측의 의견을 고려하여 조사, 처리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북측에 통보하며, 법질서위반행위의 재발방지에 필요한 대책을 세운다.
5. 남과 북은 인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인적 및 물질적 피해의 보상문제에 대하여 적극 협력하여 해결한다.
6. 외국인이 법질서를 위반하였을 경우에는 북측과 해당 국가 사이에 맺은 조약이 있을 경우 그에 따른다.
136) 북한은 2009년 3월 30일,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던 ㈜현대아산의 직원 한 명을
북한의 체제를 모독했다며 억류하였으며, 우리 정부의 접근도 불허하고 출입‧체류 합의서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만 밝히다가 136일 만에 억류되었던 유○○을 석 방하였다.
137) 이규창, “2017년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과 영사접견권,” pp. 2∼3.
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영사접 견권을 규정하고 있는 비엔나영사관계협약 제36조를 분석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남과 북이 각각 체결한 양자 영사협정을 비교 분석하
여 향후 관련 남북합의서를 보완할 경우 영사접견권의 기능을 제도
화하기 위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1) 비엔나영사관계협약 제36조
비엔나영사관계협약 제36조는 영사의 자국민 보호 임무와 관련해 영사접견권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관습국제법으로 인정되어 온 내용을 성문화한 것이다.138) 협약 제36조는 총 2항으로 구성되
어 있으며, 제1항a호는 영사관원이 파견국 국민과 자유롭게 통신 및
접촉할 수 있고, 파견국 국민도 이와 동일하게 자국 영사관원과 자
유롭게 통신 및 접촉할 수 있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다음 제1항b
호에서는 파견국 국민이 접수국 당국에 의해 체포 또는 구금되는 경
우 접수국 당국의 통보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동조 b호는 파견
국 국민이 체포(arrested), 재판에 회부되기 전 구금 또는 유치(com mitted to prison or to custody pending trial), 기타의 방법으로 구속(detained)되는 경우 접수국 당국이 이에 대해 영사기관에 통보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엔나영사관계협약은 동 규정 에서 사용된 ‘체포’, ‘구금’, ‘유치’, ‘구속’ 등 용어의 정의에 대해서
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통상 국내법에서는 형사소송절차에 있어 각
단계에 따라 대응되는 용어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구분해
서 사용한다. 어떤 국가에서 체포(arrest)는 혐의가 있는 개인을 처 음으로 유치하는 단계에서 사용하고, 구속(detention)은 유치 후 개
138) ILC, Yearbook of the International Law Commission, Vol. I (1956), p. 253, para. 17.
인을 일정한 장소에 인치‧억류하는 단계에서 사용하는 것이 그 예 이다.139)
그러나 국가들의 실행을 보면 비엔나영사관계협약 이행에 있어 이들 용어를 이처럼 엄격히 구분하기보다는 동 조항이 규정된 의도
를 중심으로 해석해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국무부가 연
방정부와 주정부 및 기타 법집행 당국에 제공하는 영사접견 및 통보
가이드를 보면 비엔나영사관계협약은 파견국 국민이 어떤 형태로든
체포나 구속을 당할 경우에 해당 파견국 영사기관에 통보할 것을 규
정하고 있으나 동 규정의 목적이 파견국 국민이 자국 영사기관의 도 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교통법규위반 티 켓을 발부하기 위해서 또는 기타 다른 사유로 파견국 국민을 잠시
억류하고 있다가 티켓 발부 시 곧바로 풀어주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
국 국민이 자유롭게 영사기관과 통신할 수 있기 때문에 비엔나영사
관계협약상 통보가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 명하고 있다.140) 1992년 러시아-리투아니아 영사협정 제39조제6항 에서도 영사접견 및 통보가 요구되는 파견국 국민이 체포(arrest) 당한 상황의 의미에 대해 재판 전 사전 구속이나 형선고 후 구속수감 등의 경우를 포함해 어떠한 형태로든 자유를 박탈당하게 된 경우라 고 정의하고 있다.141)
국가들의 실행을 보면 접수국이 파견국 영사기관에 통보하는 가
장 보편적인 경우는 파견국 국민이 형사범죄 혐의로 체포된 경우이
139) Luke T. Lee and John Quigley, Consular Law and Practice, p. 151.
140) US Department of State, Consular Notification and Access-Instructions for Federal, State, and Other Officials Regarding Foreign Nationals in the United States and the Rights of Consular Officials to Assist Them (Office of the Legal Adviser and Bureau of Consular Affairs, 2018), pp. 16∼17.
141) Lithuania-Russian Federation: Consular Convention, Moscow, 8 Sept. 1992, UN Treaty Series, Vol. 1950, p. 281.
다. 그러나 통보 및 영사접견이 형사범죄와 관련된 경우에만 국한되 는 것은 아니며 파견국 국민이 출입국 등 이민법 문제로 이민 수용소 에 수감되어 있거나 정신적 질환으로 병원 등의 기관에 수감되어 있 는 경우142) 등에도 적용되고 있다. 또한 자의적 구금과 같이 반드시
접수국의 법 규정에 따른 구속이 아닌 경우에도 영사접견권 보장의
무는 지켜져야 한다.143)
한편, 협약 제36조제1항b호는 이 같은 파견국 영사기관에 대한 통 보가 파견국 국민이 요청하는 경우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단서조항 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1961년 ILC 초안에는 파견국 국민의 요청
이 있어야 접수국 당국이 파견국 영사기관에 이를 통보한다는 내용
이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체포되는 경우 파견국 국민
에게 영사접견권에 대해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 또한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초안을 보면 파견국 국민이 체포 또는 구속되는 경우
에는 무조건 접수국 당국이 이에 대해 파견국 영사기관에 통보해야
한다고만 규정이 되어 있었다.144) 비엔나 회의 당시 국가들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는데, 주로 무조건 통보는 접수국의 행정에 과도
한 부담이 된다는 의견과 체포된 파견국 당사자가 자국 영사기관에
알리길 원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통보를 규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145) 이에 체포당한 파견국 국민이
142) 정신적 질환으로 인한 수감의 예는 ILC의 1961년 코멘터리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ILC, Yearbook of the International Law Commission, Vol. II (1961), p. 113.
143) John Quigley, William J. Aceves, and S. Adele Shank, The Law of Consular Access: A documentary guide, pp. 33∼34.
144) 1961년 비엔나영사관계협약 초안 제36조제1항b호: The competent authorities shall, without undue delay, inform the competent consulate of the sending State, if within its district, a national of that State is committed to prison or to custody pending trial or is detained in any other manner. Any communications addressed to the consulate by the person in prison, custody or detention shall also be forwarded by the said authorities without undue de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