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하는 형태가 있다. 이익대표부란 제3국의 대사관에 자국 국민
의 이익보호를 위해 설치하는 것으로 주로 비자발급, 무역 및 투자
촉진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362) 예를 들면 스위스는 1980년 이후 이란에서 미국의 이익보호국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익대표부를 통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363) 미국-스웨덴 이익보호국 조약364)
도 미국은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 내에 이익대표부를 설립할 수
있으며,365) 스웨덴이 북한 내에서 미국의 이익보호국으로서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 필요할 경우에는 평양 주재 독일 이익대표부의 도움
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366)
이익보호국 제도를 남북관계에 적용할 경우 다음과 같은 법적 쟁 점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양자문제인 남북관계와 다자문제인 이
익보호국 제도의 공존이 가능한가의 여부이다. 다시 말해 현재 남북
한 사이에는 개성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되어 있는데 공동연락사무
소를 통한 남북관계와 국제법상의 다자제도인 이익보호국 제도의
병행이 가능한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스
웨덴 이익보호국 조약은 미국 연락사무소가 평양에 설치될 때까지 스웨덴이 이익보호국으로서의 책임을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
다.367) 북미 양자 간의 문제인 연락사무소 설치와 이익보호국 제도
의 병행을 불허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스웨덴 이익보호국 조약을
남북관계에 준용할 경우 현재 남북한 사이에는 개성공동연락사무소
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익보호국 제도의 적용은 불가하게 된
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락사무소(또는 상주대표부)와 이익보호국
제도의 병행 불가가 확립된 국제법상의 원칙 내지 국가들의 실행인
지의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영국-스웨덴 이익보호국 협정에는 그
와 같은 규정이 발견되지 않는다. 남북한 사이에는 연락사무소가 안
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남북한은
제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1992년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합의서
를 체결하였지만 실제 운영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 또한 2018년 설
치된 개성공동연락사무소의 경우에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인 2019년 3월 22일 북한은 상부의 지시로 개성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
방적으로 철수하였다.368) 이후 북한 측 공동연락사무소 인원이 사
367) Sweden will carry out its protecting power responsibilities only until the U. S.
Liaison Office is established in Pyongyang.
368) “북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철수 “상부 지시”,” 프레시안, 2019.3.22., <http://
www.pressian.com/news/article/?no=233811> (검색일: 2019.6.19.).
실상 전원 복귀하였다.369) 그러나 서호 공동연락사무소 신임 소장
이 2019년 6월 14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동연락사무소를 방문하
였지만 북측 소장이 나오지 않았고, 2019년 1월 25일 이후 개성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합의서에 규정되어 있는 소장회의370)가 개최되지 않고 있다.371) 향후 북미실무협상을 비롯한 북미관계의 진전에 따
라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가능성과 함께 정
치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공동연락사무소가 파행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
우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남측 인원의 신변보호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익보호국 제도의 활용은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
소할 수 있다. 그러나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운영상 어려움을 겪을 경우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보호를 위해서는 이익보호국 제도
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에 있는 남북한
사이에 국제법상의 제도, 즉 국가를 전제로 하는 이익보호국 제도의
적용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제기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상
반된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첫째, 남북한은 상호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분단국가로서 국제법상의 제도인 이익보호국 제도는 남
북관계에 적용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한반도와 유사
한 법적 관계에 놓여 있었던 구동서독 관계와 현재 중국-대만 간의
양안 관계에는 이익보호국 제도가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이
369) “북한, 개성 연락사무소 인원 사실상 전원 복귀,” 프레시안, 2019.3.29., <http:/
/www.pressian.com/news/article/?no=234621> (검색일: 2019.6.19.).
370)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 제4조제3항은 남북 쌍방은
연락사무소 소장회의를 매주 1회 진행하며 필요한 경우 더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371) “남북공동연락사무소서 벌어진 ‘반쪽 출근’,” 세계일보, 2019.6.14., <http://www.
segye.com/newsView/20190614504200> (검색일: 2019.6.19.).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둘째, 이와는 달리 남북관계에도 이익보호국
제도의 적용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익보호국 제도는 양자 차원인 남북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제3국이 개입되는 다자관계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우리가 이 보고
서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미국-스웨덴-북한 3국 간의 관계를
보면 미국과 북한은 외교관계 및 영사관계를 수립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미국은 스웨덴이라는 제3국과 조약을 체결하여 자국
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좀 더 확대하면 이익보호국 제도 자체가 외교관계나 영사관계가 수립되어 있지 않은 실체들 간에 제3국이 개
입하는 형태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논리는 한반도
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남북은 상호 국가
승인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교관계 및 영사관계가 수립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제3국과 이익보호국 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별
개의 문제에 속한다. 미승인국가 또는 분단국가들이 제3국을 이익 보호국으로 활용하는 것(우리의 경우 남한-북한-제3국) 그 자체가 국제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 같은 내용을 규
율하는 국제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분단국가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드문 이유에 기인한다. 아니면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이익보호국 제도를 분단국가에 적용하기 힘든 것인지의 여부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점이 존
재한다. 중요한 것은 법적인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남한
이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제3국과 이익보호국 조약을 체결하고 이를
북한이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가능한가의 여부
를 떠나 이익보호국 제도의 활용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
은 북한의 수용 여부이기 때문이다. 만일 남한-북한-제3국 간의 이
익보호국 관계가 성사된다면 이익보호국 제도가 분단국가에 적용된
첫 사례로 관련 국제법을 발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편, 이익보호국 제도의 활용 문제와는 별개로 제3국과의 협력
을 통한 국민의 신변안전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
와 관련된 사례로 북한에 억류되었던 호주 대학생 사례를 들 수 있
다. 북한에서 연락이 두절되었던 호주 대학생(알렉 시글리, Alek Sigley)이 2019년 7월 4일 석방되었다. 이 과정에서 제3국인 스웨덴
이 호주 대학생의 소재를 파악하고 안전하게 송환하기 위해 노력하
였다.372) 이 사례는 <표 Ⅴ-1>의 이익보호국 사례들과는 다르게 외 교관계가 수립되어 있는 북한과 다른 국가(호주) 간의 영사 사건 문 제에 제3국(스웨덴)이 개입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호주는 북한
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만373) 평양에 대사관을 두지 않고 서울 주
재 대사가 북한 대사직을 겸임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호주 정
부는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을 통해 자국민의 석방을 위
해 외교적인 노력을 하였다.374) 이 사례는 남북관계가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라는 점에서 국제법상의 제도인 이익보
호국의 적용 내지 활용이 어렵다면 제3국과의 협력을 통해 남측 인
원 석방을 비롯한 신변안전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 한다. 북한이 아닌 다른 국가에 억류되어 있는 우리 국민의 석방을 위해 제3국의 협력을 활용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
372) “北서 연락 끊겼던 호주 유학생 풀려나...무사히 中 도착(종합),” 연합뉴스, 2019.
7.4., <http://www.yna.co.kr/view/AKR20190704090651009?section=search>
(검색일: 2019.7.4.).
373) 호주와 북한은 1974년 7월 30일 수교하였고, 1975년 4월 북한에 호주 대사관을 설 치하였다. 이후 1975년 양국은 단교하였다가 2000년 5월 외교관계를 복원하였다.
외교부, “국가/지역 검색: 호주,” <http://www.mofa.go.kr/www.nation/m_3458 /view.do?seq=41> (검색일: 2019.9.21.).
374) “北서 연락 끊겼던 호주 유학생 풀려나...무사히 中 도착(종합),” 연합뉴스, 2019.7.4., <https://www.yna.co.kr/view/AKR20190704090651009> (검색일:
2019.7.4.).
다. 하나의 예를 들면, 2018년 7월 6일 리비아에서 무장세력에 납치
되었던 주○○이 피랍 315일 만인 2019년 5월 17일 석방되었다. 석
방 과정에서 제3국인 UAE 정부가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
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375)
4. 소결
본 장에서는 비엔나외교관계협약 제45조의 규정을 중심으로 이익
보호국 제도를 남북관계에 적용하는 시도를 하였다. 비엔나외교관
계협약 제45조는 파견국은 접수국이 수락할 수 있는 제3국에 자국
및 자국민의 이익보호를 위탁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2019년
9월 현재 30여 건의 이익보호국 제도가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되고 있다. 그러나 접수국의 동의 여부를 비롯한 이익보호국 선정
절차 및 이익보호국의 책임과 역할은 확립된 기준이 없는 것으로 보
인다. 이익보호국 관련 다수의 사례는 이익보호를 요청하는 국가(피
보호국)와 요청받는 국가(이익보호국)들이 조약을 체결하여 이익보
호국의 기능, 역할 등을 규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은 이익보호국 제도가 남북관계에 적용될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먼저 양자문제인 공동연락사무소와 다자문제인 이익보호국 제도의 병행이 가능한가의 여부를 살펴보았다. 미국-스 웨덴 이익보호국 조약 같은 일부 사례는 두 제도의 병행이 불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확립된 국가실행인지의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또한 남북관계에 있어 공동연락사무소의 운영이 어려울 수 있
375) “리비아 피랍 한국인 315일 만에 석방...靑 “UAE 지원 결정적(종합3보),” 연합뉴스, 2019.5.17., <http://www.yna.co.kr/view/AKR20190517031653001?section=
search> (검색일: 2019.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