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IV. 절대와 상대의 사유에 따른 타이포그래피 구상

6) 전환(轉換, switch)

앞의 [작품 5]에서 보았듯 실재하지 않는 ‘나’를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로 부터 만들어진 상대적 존재들과 경쟁하며 살아가는 삶에서의 진정한 의미는 찾아 질 수 없다. 이는 거짓을 위한 거짓된 삶일 뿐이며, 따라서 오직 절대를 향한 삶으 로의 전환만이 우리의 삶의 진정한 의미가 될 수 있다.

본 [작품 6] ‘전환’은 [작품 5]에서 언급된 상대의 ‘나’가 아닌 진정한 ‘참 나’를 찾기 위한 인식의 전환에 대한 구현이다. 이러한 전환의 방법으로 노자는 무위(無 爲)를 이야기 하였다. 이는 언어적 사고가 없는 행위이며, 거짓 행위의 주체인 ‘나’ 를 배제한 행위이자, 절대의 행위이다. 또 다른 표현을 보면, 소크라테스의 ‘너 자 신을 알라’는 말의 너는 ‘상대의 너’가 아닌 ‘절대의 너’이다. 이는 우리가 ‘나’라고 믿고 있는 자신에 대한 관념의 전환을 말하며, 또한 ‘절대의 나’에 대한 통찰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가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을 안다’라고 표현한 ‘무지 의 지(知)’는 ‘개념적 나’의 부정을 통한 ‘진리의 나 즉 절대의 나’로의 전환을 뜻한 다. 본 [작품 5] ‘전환’은 이러한 상대 세상에 있는 우리의 관점의 전환에 대해 다 룬 작품이다. 즉 모든 상대의 것들을 바라봄에 상대의 것으로 바라보지 않고 문자 와 언어의 한계 밖에 있는 절대의 존재를 인식하며 그것을 찾기 위한 관점의 전환 을 의미한다.

티벳 불교에서는 경전이 든 통(경통, 마니차)을 한 바퀴 돌리면 경전을 한 번 읽 는 것과 같다 한다. 경전을 한번 읽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며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반면 경통을 손에 들고 한 바퀴 돌리는 일은 이해가 필 요 없는 단순한 행위이며 시간이 거의 소요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통을 한번 돌리 는 것이 경전을 한번 읽는 것과 같다는 말은 경전을 읽는 것은 문자적 이해의 영 역이며 이를 통해서는 절대에 다다를 수 없으므로 완벽한 절대의 이해는 일심(一 心)으로 경통을 돌리는 행(行)의 영역에 있음을 의미한다. 절대의 언어적 이해는 그 깊이가 아무리 깊다 할지라도 결국 언어적 이해에 그칠 뿐이며, 결국 수행의 영역이 뒤따라야 만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난 후 언어를 습득함과 동시에 상 대적 관점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므로 어느 순간 절대에 대한 깨달음의 갈구 가 있다 할지라도 지금까지의 삶의 탄성에 의한 상대적 시각은 바뀌지 않는다. 이

러한 탄성을 불교에서는 습(習)이라 한다. 그러므로 수행의 목적은 자신의 업(業) 으로부터 비롯된 습을 없애고, 절대를 절대로 바로 볼 수 있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상대적 언어로서는 실질을 설명할 수 없으므로 실질적 지식을 전달할 수 없다. 이러한 언어를 통한 지식의 한계를 노자는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 며,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가는 것’이라 하였으며 불교에서는 간화선이나 위빠사 나와 같은 깨달음의 수단으로 언어를 넘어선 체험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 서 [작품 6]은 언어적 사유와 지식을 통한 절대를 이해함의 한계적 표현이며, 그러 므로 언어의 해체를 통해 진정한 앎 즉 체험을 통한 앎으로의 전환의 표현이다. 마틴 부버는 이러한 행위를 ‘온 마음을 다한 적극적 동(動)’이라 하였으며 적극적 인 동을 통해 수동적인 정(靜)에 이를 수 있다 하였다. 즉 부버의 동은 수행이요, 정은 절대와의 하나 되는 체험이다. 그러므로 [작품 6]은 노자가 말한 도의 길이며 부버의 적극적 동(動)의 표현이다.

본 [작품 6]에서는 이러한 상대의 해체를 문자의 갈라진 형태로 표현해 보았다. 속박(fetter, restraint)이라는 단어가 써져 있는 알파벳이 갈라져 가는 상황을 구현 하여 언어의 해체를 통한 관념의 전환에 대해 표현하였다. 절대의 언어적 표현은 언어적 이해에 불과하다. 이는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으며 이는 달을 가 리키는 수단 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인식의 범위 밖의 절대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수행의 영역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수행의 결과로 인해 언어를 통한 상대적 영역의 해체가 이루어진다. 본 작품의 시각언어 구현의 구체적 사항은 [그림 89]와 같다.

[그림 89] 작품 [전환]의 시각언어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