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사업의 협력적 거버넌스 과정에서 주민들의 자발적·비자발 적 이탈이 일어난 것은 근본적으로 주민집단을 수사학적으로 접근하고 그 내부에 존재하는 이질적 특성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의 기저에는 체화되어있던 기존의 정비사업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하여 주체들 간에 내재되어 있는 자원 불균형을 간과한 점, 비참여의 관행을 당연하게 여긴 점이 있다.
재개발사업으로 대표되는 정비사업은 지역 개발 후 토지 및 주택의 가치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토지등소유자를 그 주요 이해관계자로 한다. 때문에, 지역을 개발하는 사업에 있어 토지 및 주택 소유자가 자 연스럽게 지역의 주민으로 여겨져 오게 되었다. 또, 아직 시민사회의 역 량이 약하고, 거버넌스의 경험이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는 비참여의 관행 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풍토 또한 존재한다. 이는 주민의 의견을 모으 는 데에 있어 소위 목소리가 센 사람의 이야기만을 듣게 하고, 참여의 질에 대한 고려 없이 절대적인 참여자의 수에 집중하여 숫자 모으기에 치중하게 만든다. 도시재생사업은 애초에 그 비전과 목적이 지역의 사 회·경제·문화적인 종합적인 재생을 추구함에 있기 때문에 토지 및 주 택 소유자뿐만 아니라 세입자 및 활동가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재개발사업에서 도시재생사업으로의 변화는 패러다임의 변 화로서 기존의 재개발사업을 통해 습득된 협소한 주민에 대한 인식을 근 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치를 위한 역량은 갑자기 시민사회에 등장할 수는 없으며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는 더욱이 나올 수 없다. 이에 Siriani&Carmen (2009) 는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시민 조력자(civic enabler)로서 정부의 역할을 강 조한다. 협력적 거버넌스의 목표는 시민들을 자치를 이룩하는 과정에 참 여시키고, 계몽시키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때 정부 관료들은 스 스로를 시민 교육가(civic educator)로서 인식해야 하며 시민들이 참여의 과정에 속하고 시민 의식이 향상될 수 있도록 독려할 윤리적 책임 (ethically responsible)이 있다. 시민이 자치를 이룩할 능력을 가질만큼 계 몽되어 있지 않다면 그들로부터 권력을 도로 뺏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재량권에 대해 교육시키며 교육받은 시민들은 완전한 자치의 도달에 한 발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이때 행정은 협력적 거버넌스에서 시민들의 참 여 유인, 이해관계, 역량 등을 효과적으로 조정해야 할 임무가 있다.
Siriani&Carmen의 이러한 주장은 Ansell&Gash(2008)의 협력적 거버넌스 모델에서 촉진적 리더십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참여 과정에서 일어나는 주민들의 자발적 이탈은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 또, 모두의 의무적 참여를 강조하는 것도 무리이며 이것이 효과 적인지에 대한 단정도 어렵다. 그럼에도 도시재생사업의 비전을 달성하 기 위해서는 이탈이 일어나는 이유가 배제의 양상을 띤 것인지, 기존의 관행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해서인지 등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협력적 거버넌스의 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 해서는 협력의 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참여와 이탈의 양상을 살필 필요가 있다. 협력 과정으로 진입하는 초기 조건은 협력 과정에 참여하는 주민 들의 절대적인 수를 확보하고 증가시키는 데에 중요하며, 협력 과정 중 의 내외부 요인은 참여에 진입한 주체들을 대상으로 참여를 지속시킬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요하다. 따라서, 협력 단계로의 진입과 지속을 구분 하여 각각을 촉진시킬 수 있는 요인을 파악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선 참여의 진입 여부는 초기 조건이 영향을 끼친다. 초기조건에는 협력 및 갈등 경험, 참여 유인이 존재한다. 도시재생사업지는 지역 환경 이 쇠퇴한 곳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과거 재개발 추진의 역사가 있거 나 사회적 자본의 와해로 인해 공동체가 분열된 지역인 경우가 많다. 과 거 갈등의 경험은 협력과정으로 진입을 저해하는 요소이므로 사업 시행 전 공동체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갈등을 해소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전에 이러한 작업이 부족했을 시, 초기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주민들의 경우 재생사업 이후까지도 그 반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갈등의 골이 심화될 수도 있다. 또, 참여 유인의 경 우 기존의 갈등과 인지 부족으로 인한 무관심에 의해 야기되어 유인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재생사업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주민들이 대다수인데, 이들은 보통 초기의 교육이나 설명회를 통해 재생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게 되고 해당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서 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이익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특히 적극적인 포섭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주민 집단이 아닌 경우, 도시재생사업 자체를 인지하지 못해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때문에 행정은 설명회, 홍보, 갈등 해소 등의 노력을 통해 다 양한 주민들에게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노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
협력 과정으로 진입한 참여자들의 참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외부 요인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인들은 주민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으로 행정과 국가 차원의 도움이 있어야만 보완이 가능하 다. 창신숭인 사례에서는 참여의지가 있는 주민들도 투자할 시간이나 자 본, 권력 자원이 열등한 경우 비자발적으로 거버넌스 장을 떠나야하는 경우가 존재했다. 따라서 참여 의지가 있는 주민들이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제도적 설계로 효능감을 제고시키고 행정의 리더십을 통해 의도적 배제를 차단하고 불균형한 자원의 배분을 보완해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사업 활동 지원금을 지원한다거나 생업에 종사하는 주민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간 대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주민들은 거버넌스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해당 의제 혹은 사업에 있 어서 결과물 도출에 기여했다는 일차적인 결과를 얻는 것 이외에도 그 과정에서 얻은 무형의 시민의식과 능력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이차적 결과는 그들이 해당 사안과 관련된 과정이 종료된 이후에도 또 다른 의 제의 거버넌스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담론을 직접 만들어내는 등 파급효 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일회성적이지 않으며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해 나갈 기회를 준다. 이러한 성장의 기회가 특정 집단에게 편파적 이게 제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민 참여의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 고 주민 집단에 대한 더욱 섬세한 접근을 바탕으로 한 참여의 양과 질을 높이는 작업이 요구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