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있는 정책들에 대해 무관심한 모습이었으며 이에 따라 자발적으로 협 력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세 사는 사람인데. 관심이 없지. 집주인 하는대로 해야지. 되거 나 말거나 되면 좋고 안 되도 좋고.”
- 세입자 1 (창신 2동)
이렇게 협력 과정으로 이행할 수 있는 초기 조건이 만족되지 못한 뉴타운 찬성 가옥주와 일반 세입자들은 협력 과정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를 정리하면 [그림 8]과 같 다.
<그림 8> 창신숭인 주민 1차 이탈
3. 내외부 요인
에 더해 업무수행능력, 권력, 시간 및 자본 등의 측면에서 더 불리한 조 건이었다.
초기에 가옥주와 봉제인들은 모두 도시재생사업 관련 역량과 지식이 부족했다. 창신숭인 지역은 도시재생의 시범사업 성격을 띄었기에 참고 할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이 어떤 것인지, 어떤 역량을 요 구하는 것인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추후 주민들을 대 상으로 도시재생과 관련된 교육 및 설명회들이 지역에서 이뤄졌는데, 사 업 초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도시재생 관련 교육은 평일 근무 시간대 에 진행됐다.
예를 도시재생 공통과정은 도시재생사업과 창신숭인 지역에 대한 전 반적 이해를 위한 교육으로 시간은 수요일 16:00~19:00에 이루어졌으며 주민공모사업 연계교육인 공모사업 활동을 위한 강의와 컨설팅은 화요일 14:00~16:00에 이루어졌다. 주민협의체 연계교육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교육과 지역재생마을리더 교육으로 구분되며 주민협의체의 역할, 대화 법, 갈등관리 등의 내용으로 보통 목요일 18:00~19:30에 이루어졌다. 이 처럼 도시재생관련 교육들은 평일 오후 시간에 진행되어 상대적으로 시 간이 많은 가옥주들 위주로 참여하여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제 고하게 된다.
또한,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여 업무를 수행할 능력에 있어서도 가 옥주와 봉제인들 간의 불균형이 나타났다. 도시재생사업 참여를 위해 지 원 서류라든지, 회의록 작성, 지출 증빙 자료 제출 등 요구되는 문서 작 업이 많았다. 그런데 봉제인들은 대부분 학력이 고졸 이하로서 어릴 때 부터 봉제일을 해오던 기술 장인들이었다. 따라서 인터넷 활용이나 문서 작업 등은 그들에게 익숙치 않은 부분이었는데 이러한 분야의 능력 부족 은 그들이 도시재생사업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었다.
이러한 부분은 주민설명회에서도 주민들 의견으로 제시된 내용으로, 주 민설명회 자리에서도 ‘재생사업이나, 공모사업을 하는데 주민들이 많이 참여해달라고 하는데, 실제 공모사업을 해봤는데 사업계획서 작성이나
실행, 예산집행에 있어 어려움이 있어 좀 더 쉽게 참여해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7)
“우리 같은 사람은 어려서부터 오로지 일만 하고 한 사람이야. 뭐 서류를 한다거나 무엇을 사업을 어떻게 뺀다거나 하는 걸 모르잖아.
그러니까 서류 갖고 와라 하면 내가 어떻게 할 줄 알어. 그러니께 그것을 모르니까 말로만 하면 걔네가 서류해주면 좋지. 근데 그게 안 돼. 그러니까 어떻게 하냐.”
- 봉제인 2 (타지 거주, 창신 2동 근무)
한편 가옥주들에게 이러한 부분은 봉제인들에 비해 문제가 되지 않 았는데 이는 뉴타운 사업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의 경험이 도움이 되 었기 때문이다. 조직원들은 그 때의 경험을 통해 정책을 파악하고, 행정, 언론을 다루는 법을 길렀으며 논리력, 비판력, 이슈 파이팅의 역량 등이 크게 증가하였다. 또, 반대자들과의 논쟁과 협상 과정을 거치며 자기 방 어와 설득의 기술도 습득하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참여의 기술은 자기 주장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 하는 데에 핵심이라 할 수 있다.(윤주명, 1995) 뉴타운 반대 가옥주들은 앞선 일련의 경험을 통해 사업 과정에서 요구되는 행정적 절차에 효과적 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고, 행정을 대하는 방법에 능숙해져 공문을 요 청한다거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관에게 본인들의 요구 와 희망사항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였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사업이 또 다른 형태의 재개발이 아님을 확실시하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하더라도 개인의 재산권에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공문으로 확인해달 라는 요청을 하여 재산권 보장에 대한 공식적인 문서가 전달되기도 하였 다. 또, 주민들은 활성화계획 작성 당시 서울특별시가 주민 주도로 사업 을 진행한다고 설명해놓고 그와 다르게 주민들과 정보 공유를 회피하고 7) 2015년 8월 18일 주민설명회 질의응답 내용 중
있다고 느끼며 불만이 쌓였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주민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준비하기도 했다. 성명서 발표는 이루 어지지 않았지만, 이러한 움직임으로 서울특별시와의 면담을 통해 향후 서울특별시의 사업추진에 있어 확실한 태도 변화를 약속 받게 되었다.
<그림 9> 창신숭인 주민 성명서
자료 : 서울특별시 (2018)
이에 더해, 주민협의체 대표들은 상대적으로 컴퓨터 활용이 능숙한 젊은 주민협의체 위원들에게 서류 작업 등을 일임하여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은 가옥주들이 기존에 보유한 금전, 시간 등의 자원들을 활용하여 주민협의체 대표직을 쟁취함으로써
추가적인 권력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권력을 통해 그들이 더욱 효율적 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데에 뒷받침하였다.
한편, 권력 자원에서의 불균형은 봉제인들로 하여금 본인들의 이익 을 추구하기 위해 집단적 목소리를 내면 가옥주들과 갈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게 만들었고, 또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지역 환경이 지나 치게 개선되어 임대료가 인상될 것을 걱정하게 하였다. 예컨대, 집 주인 과 갈등이 생기면 괜히 집값만 오른다며 봉제협동조합 회장을 주축으로 재생사업에 참여하는 봉제인들을 대거 데리고 나가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추가적으로 봉제인들의 경우 생계 유지만에도 요구되는 시간이 많았 기에 주민들의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인 참여가 요구되는 재생 사업에 참 여할 자본과 시간이 부족했다. 봉제 공장 일과 가족을 돌보는 일만으로 도 하루에 요구되는 시간이 많아서 그 외에 재생활동에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희생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열심히 재생사업 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가도 생업과 병행이 벅차다보니 중간에 재생사업 참여를 포기하고 나가는 활동을 중단하는 경우가 생겼다. 또, 초기에 봉 제업 종사자가 봉제인들이 배제될 것을 염려하여 창신 2동의 대표로 선 출되었으나 대표의 바쁜 일정으로 사퇴를 하게 된 상황도 있었다.(박사 유, 2020)
“내가 (봉제 일이랑 재생사업 같이 하려고) 거의 두세시간 잠을 잤다고 봐야 돼. 우리 가족들이 너무 지쳐. 지쳐 가지고 애 아빠는 나중에는 내가 밖에만 나간다고 해도 화를 내고. 이러는 거에요. (...) 나중에는 9월에 (마을 라디오 활동) 그만하게 된 계기가 뭐냐면. (...) 가족들이 미쳐가고 있더라고. 고3이었는데 딸이. 고3, 중3이었는데.
‘엄마 라디오 가지? 어휴.’ 이러고.”
- 봉제인 1 (창신 2동 거주 및 근무)
이와 대조적으로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한 가옥주들의 경우 은퇴자 등 시간이 여유로운 사람들이 많았으며, 잠시 가게 문을 닫고 참여 한다거 나 종업원에게 가게를 맡겨 두고 참여하는 등 시간 활용이 유동적이었 다. 실제로 주민협의체 대표 회의는 2주에 한번 금요일 오후 3시 경에 이루어졌는데, 협의체 대표들의 참석률이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평일 낮 시간 대에 이루어지는 회의에 봉제인들이 공장 문을 잠시 닫고 참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주민공동이용시설을 운영할 수 있 는 공간기획단도 마찬가지였는데, 창신 1동의 공간기획단원들의 경우 연 령대는 50대~70대이며, 대부분은 통장이나 부녀회 등 마을에서 활동을 해오던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이 다수였다.
“가옥주와 봉제인으로 구분을 하자면 아무래도 가옥주분들이 더 많이 참여를 하죠. 아무래도 시간이 없으면 참여가 어렵긴해요. 현실 적으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고. 주민참여의 한계는 본인의 시간이 나 여유가 있어야.”
- 가옥주 1 (창신 2동, 뉴타운 반대)
또, 보통 참여에 대해 공식적 요금이 부과되지는 않으나, 참여 활동 을 위한 회비, 회의비 및 교통비 등은 참여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 주민 협의체 대표들은 각 동별 협의체 회의를 주관했는데, 동 주민들의 참여 를 이끌어내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는 동 별 단합 대회라든지 식사 및 다과 시간 등을 가지며 참여를 독려하고 멤버십을 다져야하는 부분들이 존재했다. 이러한 대표들의 노력에 대해 초기에는 동 별 지원금이 약 40 만원정도 지원되었지만 이마저 이후에는 지급되지 않아 대표들의 사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였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마 음이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본력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대표직 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점이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