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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구조와 문화 : 교과이론의 재조명

특정한 학자의 관점을 전기의 견해와 후기의 견해로 구획하여 파악하 는 것은 거의 학문적 관례가 되어 왔다 싶을 정도로 학자들 사이에 널 리 시도되고 있다. 브루너의 교육과정이론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는 자칫하면 전기의 견해와 후기의 견해를 서로 동떨어진 것으로 취급하여 그 사이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연속적 관련을 도외시 할 가능성이 있다. 브루너의 견해를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 것이 가능하 고 또 그 각각의 시기에 따라 그의 견해를 조명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견해를 전체적 맥락에서 파악하기 위한 설명의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할 뿐, 그 양자의 관련이 여전히 규명될 필요가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여하간 브루너의 전기 견해라고 하는 것은 그의 「교육의 과정」 (The Process of Education, 1960)에서 제시된 바 있는 ‘지식의 구조’ 이론 이다. 브루너가 언급하고 있는 지식의 구조의 의미를 밝히는 데에는 듀 이(John Dewey, 1859-1952) 이래로 교육학에서 꾸준히 이론적 관심사 가 되어 온 ‘논리와 심리’의 문제에 비추어 조명해 보는 것이 그 한 가 지 방도가 될 수 있다(박재문, 2003: 11). 논리와 심리의 문제는 브루너 의 지식의 구조 이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으며, 나아가 지식의 구 조 이론에 적용될 때에 좀 더 분명한 형태로 구체화된다(박재문, 2003;

박종덕, 2010: 160ff).

듀이의 교육이론에서 논리와 심리의 문제는 교육내용의 조직방식과 관련하여 취급되고 있다. 듀이는 「아동과 교육과정」(The Child and the Curriculum, 1902)에서 출발하여 「우리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How We Think, 1910)를 거쳐 「민주주의와 교육」(Democracy and Education, 1916)에 이르기까지 논리와 심리의 관련에 비추어 교육내 용의 조직방식을 밝히고 있다. 듀이의 이 세 가지 책은 논리와 심리의 구분이 정당히 존중되지 않은 채, 논리가 심리에 의해 대체되어 가는 순차적 과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에 상응하여 교육내용의 조직방식이 교과에서 생활로 바뀌어가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언급해 둘 것은 듀이가 논리와 심리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 은 전통적 교육에서 강조된 교과가 교육내용의 조직방식으로 타당한 것 인가에 관한 그의 문제의식 때문이라는 점이다. 듀이에 의하면 전통적 교육에서 교과는 완성된 ‘기성의 형태’로 학생에게 주어지며, 따라서 이 러한 교과는 교육을 받는 학습자의 흥미는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학 습자가 배워야 할 것으로만 강요되는 것일 뿐이다. 듀이의 이러한 비판 에서 논리와 심리는 각각 기성의 완성된 교과―논리―와 학습자의 흥미 를 반영하고 있는 교과―심리―에 상응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듀이는 이러한 의미에서의 교과의 논리를 인정하지 않으며, 그런 만큼 듀이가 점점 교과의 논리를 교과의 심리에 가까운 형태로 재해석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가능하다. 실지로 듀이는 전통적 교과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다음의 글에서 의도적으로 교과의 논리를 경험의 논리―‘경험 의 논리적 측면’―로 설명하고 있다. 이 점은 교과의 심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듀이는 교과의 심리를 경험의 심리―‘경험의 심리적 측 면’―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경험의 논리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을 서로 구분하고 양자를 관련 짓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전자는 교과 그 자체를 가리키며, 후자는 교과 가 아동과 관련되는 방법을 가리킨다. 경험의 심리적 측면을 기술하기 위 해서는 경험이 실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따라야 한다. 심리적 측면은 시 간 계열에 따라 실지로 거쳐 지나가는 단계로 표시되며 그 단계 중에는 잘 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도 있다. 여기에 비하여 논리적 측면 은 발달의 과정이 특정한 완성 단계에 도달해 있는 것을 나타낸다. 경험의 논리적 측면은 과정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결과만을 문제삼는 것으로 서, 도달된 결과를 그것에 도달하기까지 실지로 거쳐 온 단계로부터 분리 하여 요약하고 정리해 놓은 것이다(Dewey, 1956: 19).

듀이의 저작 중에서 「학교와 사회」(The School and Society, 1899) 와 함께 비교적 초기 저작이라고 볼 수 있는 「아동과 교육과정」(1902) 은 이후의 「우리는 어떻게 사고하는가」나 「민주주의와 교육」에서와는 달리 논리와 심리를 명확히 대비시키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듀이의 설 명은 그 단적인 예이다. 위의 설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듀이가 관심 을 두고 있는 논리와 심리의 대비는 곧, 경험의 논리와 심리의 대비이 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듀이에게 교과는 결코 학생의 경험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듀이에 관한 한, 교과의 논리와 심리는 경험의 논리와 심리와 다른 것이 아니다. 듀이에 의하면 교과의 논리는

‘교과 그 자체’를 뜻하는 것으로서, 아동의 경험의 ‘발달의 과정이 특정 한 완성 단계에 도달해 있는 것’을 가리킨다. 이에 비하여 교과의 심리 는 ‘교과가 아동과 관련되는 방법’을 뜻하는 것으로서, ‘경험이 실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가리킨다. 이 점에서 듀이가 언급하고 있는 교과의 논리와 심리는 각각 ‘전문가 또는 교사에게 이해되는 상태로서의 교과’

와 ‘아동 또는 학습자의 마음속에 발달되어 가는 과정의 교과’를 가리킨 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박재문, 2003: 55).

그런데 듀이가 교과의 논리와 심리를 명확히 대비시키고자 했을 때 그의 의도는 교과의 논리와 심리 사이에는 모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히는 데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점은 ‘경험의 논리적 측면은 과정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결과만을 문제삼는 것으로서, 도달된 결 과를 그것에 도달하기까지 실지로 거쳐 온 단계로부터 분리하여 요약하 고 정리해 놓은 것이다’는 듀이의 말에 직접적으로 시사되어 있다. 듀이 의 이 말에서 교과의 논리와 심리는 ‘결과’와 ‘과정’의 용어로 설명되며 그 양자는 분리된 것으로 파악된다. 듀이에 의하면 교과의 논리는 ‘발달 의 과정이 특정한 완성 단계에 도달해 있는’ 교과로서, 시간 계열에 따 라 실지로 거쳐 가는 과정에 있는 교과―교과의 심리―와 분리된 상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교과의 논리는 학습자의 경험―교과의 심 리―과 관련을 맺지 못한 채, 학습자 바깥에서 이미 주어져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듀이의 견해이다.

듀이가 교과의 논리와 심리를 결과와 과정의 용어로 설명했을 때, 그 는 ‘결과’로서의 교과와 ‘과정’으로서의 교과를 각각 교과의 완성태와 현 실태를 뜻한다고 보았을지 모른다. 나아가 듀이는 교과의 완성태가 교과 의 현실태와 별도로 사전에 확립되어 있는 것이라고 간주했을 법하다.

그리하여 듀이의 비판은 그러한 의미에서의 교과의 완성태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듀이가 파악한 교과의 완성태는 교과의 현실태와 동일한 수준의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여 듀이가 언 급하고 있는 교과의 완성태는 또 하나의 교과의 현실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교과의 논리가 ‘전문가 또는 교사에게 이해되는 상태로서의 교 과’를 뜻하는 것이 될 때, 그러한 교과의 완성태는 ‘아동 또는 학습자의 마음속에 발달되어 가는 과정의 교과’와 조금도 다름없이 학습의 과정의

측면에서 교과를 파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만약 듀이가 교과 의 완성태의 진정한 성격을 충분히 밝히고자 하였다면 그 교과의 완성 태는 교과의 현실태와 차원을 달리하여 존재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마땅 하다. 말하자면 교과의 완성태는 교과의 이상태와 다르지 않는 것으로 서, 교과를 내면화하는 과정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되, 그 획득의 과정과 는 차원을 달리하는 표준이라고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하 참조.

이와 같이 교과의 심리와 함께 교과의 논리를 밝혀야 하는 것은 그 교과의 논리가 교과를 배우는 일의 성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교과를 배우는 일은 교과의 논리로 지칭되는, 교과학습의 표준적 의미에 비추어 설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듀이는 교과의 논리를 이와는 상이한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듀이 또한 ‘경험의 논리적 측면과 심리적 측면 을 서로 구분하고 양자를 관련짓는 것이 유용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유용성은, 종래의 교육에서 교과의 논리는 학습자의 경험과 유리된 것이라는 점을 비판하는 데에 있을 뿐이다. 듀이에 의하면, 교과의 논리 가 학습자의 경험과 유리된 것을 가리키는 한, 그러한 교과는 ‘학습자의 마음의 자발적 성향’을 이끌어낼 수 없다.

주제의 분할, 요소들의 정의, 요소들의 일반화, 체계적 요약 등의 기능 을 습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마음에는 더 이상 논리적 방법에 대한 훈련 을 보탤 필요가 없다. 그 논리적 방법을 훈련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러한 몇몇 기능들이 아직 갖추어져 있지 않다고 하여, 논리적 방법의 훈련은 전 문가의 마음이 정점에 도달한 것에서 시작하여야 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터 무니없는 것이다. 교과의 관점에서 본 논리적인 것은 목표, 즉 훈련의 종 착점일 뿐, 결코 출발점이 아니다. 한 가지 틀림없는 사실은, 마음은 어떤 발달 단계에 있는 것이든 그 자체로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 인 성향에 호소하고 자료를 다양한 수준에서 제시하는 것은 논리적 고려사 항을 온전하게 실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이다. 그러한 생각은 호기심, 추론, 실험, 검증이 이미 학생의 삶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