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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는 마을 회의에서 결정된 규칙을 바탕으로 마을 주민들이 마 을 회의에서 의결된 계획에 따라 새마을운동에 참여하는지 감시하면서 마을 공동체의 합의사항을 어기고 무단으로 새마을운동에 불참하는 주민에게 자 체적 처벌을 가했다.

물론 구체적으로 명문화된 제도보다는 비공식적 의사소통이나 심리적 압 박을 통해 마을 주민들의 무임승차 시도를 막으려는 노력 또한 존재했다.

예컨대 새마을지도자가 연말 새마을운동 성과 보고에서 가구마다 새마을 사 업에 몇 번 출석했는지를 공지하고 이유 없이 새마을 사업에 참석하지 않는 가구에는 불이익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함으로써 새마을 사업에 빠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식이었다(김수경ㆍ최은봉 2005, 41). 한편 구성 원들의 호응과 참여 의지가 큰 사업부터 추진하고 새마을 사업의 효과가 가 시화된 연후에 다른 사업으로 새마을운동을 확장해 나감으로써 주민들의 참 여를 유도하려는 전략적 사고도 새마을운동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율 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박진환 1981, 141-142; 이현정 2012, 176;

육성으로 듣는 경제기적 편찬위원회 2015, 86). 이외에 마을 내 군중심리, 군대식 멘탈리티, 국가의 강권 등도 새마을운동에 협조하지 않는 주민들을 제재하고 마을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을 새마을 사업에 끌어들이는 기제로 활 용되었다(유병용 외 2001, 45-50; 윤충로 2014, 228).

하지만 새마을운동에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주민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 및 처벌은 주로 마을 차원의 유ㆍ무형적 제도를 통해 이뤄졌다. 새마을운동 에 협조하지 않는 주민을 적발하고 제재하기 위해 마을마다 다양한 감시 및 처벌 규칙이 만들어졌다. 마을공동체는 새마을 사업의 진행 상황과 성과를

일일이 확인한 뒤 마을 회의의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새마을운동에 참여 하지 않는 주민에 대해서는 마을 회의에서 사전에 정해진 제재를 부과했다 (이현정 2012, 136; 윤충로 2014, 237).

새마을운동 시기 마을공동체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된 무임승차 제재 수단은 벌금이었다. 모든 마을 주민이 참여하기로 결정된 마을 공동 사업에 참석하지 않은 주민에게는 벌금이 고지되었고 걷힌 벌금은 마을 공동 기금 으로 사용되었다. 주민들이 마을 공동 사업에 참여하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출석부, 사역부, 일지가 만들어졌고 각 개인의 노동량은 시간 단위로 기록 되었다. 마을 공동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주민에게 부과되는 벌금의 액수는 당시 하루 품삯을 기준으로 그 이상의 금액으로 산정되었기 때문에 주민들 이 마을 공동 부역에 “벌금 때문에라도 안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 조성되 었다는 점에서 벌금은 마을 주민들의 무임승차 동기를 억제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인 제재 수단이었다(유병용 외 2001, 86-87; 김혜진 2007, 63; 이현 정 2012, 145; 최인이 2014).

새마을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주민에게 벌금을 걷지 않는 마을에서도 마 을 공동 사업에 나오지 않는 주민에게 불참 횟수의 두 배에 해당하는 노역 을 부과하거나 마을 공동 사업에 출근한 횟수와 이듬해 모내기 순번을 연동 시키는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무임승차자를 처벌하기 위한 제재 조치를 갖 추고 있었다(이현정 2012, 167; 오유석ㆍ하재훈 2014, 117; 최인이 2014, 95). 무임승차자에 대한 제재 규칙이 마을 회의의 의결을 거쳐 명문화된 마 을도 있었지만 따돌림, 린치, 모욕 등 마을 주민들에 의한 우발적인 제재에 의해 새마을운동에 협조하지 않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는 마을 도 있었다(이현정 2012, 162-167; 오유석ㆍ하재훈 2014, 117). 어떤 마을 에서는 무임승차자에 대해 직접적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마을 공동 사 업에 참여하지 않은 주민의 경우 마을 주민들의 공동 작업으로 건설된 시설 을 이용하지 못하게끔 통제하거나 이용 요금을 내야만 사용할 수 있도록 조 치함으로써(윤충로 2014, 237; 권기돈 2016, 79) 새마을 사업을 통해 생산 되는 집단적 이익으로부터 무임승차자를 배제하고자 했다.

이처럼 새마을운동 시기 마을공동체는 자신은 새마을운동에 참여하지 않

는 가운데 다른 주민들의 노력으로 달성된 성과를 함께 누리려는 무임승차 자를 막기 위해 마을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감시 및 처벌 제도를 공들여 만들었고, 유ㆍ무형의 제도를 통해 무임승차자에게 실질적 불이익을 가할 수 있었던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처벌 또는 배제로 인한 불이익에 대한 두려 움 때문에라도 새마을운동에 참여했기 때문에 100%에 가까운 주민 참여율 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한편 무임승차자를 감시하고 처벌하는 제도는 마을 안에서 오랫동안 사 회적 규범으로 작용해 온 호혜성의 원리와 결합할 때 더욱 큰 효력을 발휘 할 수 있었다(이현정 2012, 147). 주민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호혜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일시적인 불편 또는 손해를 감수하고라 도 마을 회의의 결정 사항을 받아들였다. 개인적 이익만을 좇아 마을 차원 의 목표를 위해 주민 모두가 함께 행동하는 데서 이탈한다면 다른 주민들에 의해 보복과 불이익을 당하고 마을공동체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마을 일에 협조함으로써 마을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남아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을 포기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이현정 2012, 213). 이처럼 호혜성의 원리가 주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있 는 마을에서는 설령 명문화된 감시 및 제재 규칙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주민 들이 새마을운동에 자발적으로 협력하면서 마을 회의에서 각자에게 부과한 의무를 이행해 나갔다.

제 3 절 환경적ㆍ사회적 조건

1. ‘마을’의 다양성과 ‘새마을’의 다양성

새마을운동 시기 모든 마을공동체가 같은 환경과 상황 속에서 새마을운 동을 추진한 것은 아니었다. 마을공동체가 새마을운동을 추진하기 시작했을 때 마을공동체를 둘러싼 여건은 마을마다 제각기 달랐다. 당시 마을공동체 안에서 주민들이 살아가던 방식 또한 마을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다. 새마 을운동이 본격적으로 점화될 무렵 마을공동체는 제각기 다른 조건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새마을운동은 마을마다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었을 뿐 만 아니라 새마을운동의 결과에서도 마을에 따라 큰 편차가 나타났다. 마을 의 고유한 환경적ㆍ사회적 조건은 마을 주민들이 새마을운동을 추진해 나가 는 방식, 그리고 마을 안에서 전개된 새마을운동의 성과를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간 요인 또는 제약으로 작용했다.

박정희 시대 새마을운동은 농촌 전역에서 일제히 전개되었다. 하지만 새 마을운동이 모든 마을에서 단선적이고 일관된 방향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 다. 국가로부터 같은 지원이 내려왔다고 해서 모든 마을이 새마을운동에서 같은 결과를 거둔 것은 아니며, 같은 유인이나 정책도 마을에 따라 다른 효 과를 일으켰다(소진광 2007, 99). 이처럼 새마을운동의 전개 양상 및 결과 가 마을마다 크게 달랐다는 사실은 마을공동체의 특수한 역사, 환경, 상황 등이 새마을운동의 과정 및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병용 외 2001; 김수경ㆍ최은봉 2005, 46; 엄석진 2011a, 463; 이현정 2014, 160).

마을공동체를 둘러싼 환경적ㆍ사회적 조건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거나 통계 등 양적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생계 유지 방식, 마을의 지리적 환경, 생활수준, 마을공동체 내 권력 관계, 주민 대다수가 공유하는 집단적인 경험과 기억 등은 농민들 의 의식과 행위를 구속함으로써(유병용 외 2001, 37; 오유석 2003, 487) 새마을운동을 비롯한 마을공동체 안의 집합행동, 특히 집단적 목표를 향한 마을 주민들의 협력이 보다 어렵게 또는 더욱 수월하게 전개되도록 이끌었 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