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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닐로스 논증의 평가

Dalam dokumen 저작자표시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60-63)

굿셀의 문제제기가 완전히 성공적이라면 프레게주의에 대한 강력한 위협 으로 보였던 피닐로스의 논증은 불확실성에 근거한 비판에 불과한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굿셀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피닐로스의 사례 들이 조건적 공지칭의 지식의 이행성 실패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35) 우 선 결합 가설은 굿셀이 제시한 가정된 상황에 대해 유능한 언어사용자가 진지하게 고려할 가설이라고 할 수 없다. 이 가설은 단적으로도 우스꽝 스러울뿐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운 귀결을 가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12) 에서 ‘이영수 교수님’이 영수 씨와 이 교수님이라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부분전체론적 합을 지칭한다면 ‘너는 오늘 저녁에 이영수 교수님을 만나 게 될 거’라는 화자의 말은 언제 참이 되고 언제 참이 아니게 되는 것인 가? 영수 씨를 만나든 이 교수님을 만나든 부분전체론적 합을 이루는 구 성 요소 중 하나와 만나게 되므로 이영수 교수님을 만난 셈인 것인가?

결합 가설 하에서는 화자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하나의 지시체 가설은 이보다는 그럴듯한 대안이다. 특히 피닐로스 사 례가 발화된 상황이 1-표현이 2-표현보다 현저하게 맥락적으로 두드러 진(salient) 상황이라면 하나의 지시체 가설이 옳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 다. 예컨대 (11)에서 화자와 청자가 ‘샛별’이라고 불리는 행성을 단독 주 제로 계속해서 대화해오던 맥락이라면, 탐사선들을 당장 거기로 보냈다 고 했을 때 ‘샛별’과 ‘개밥바라기’가 서로 다른 대상을 가리킨다고 믿는 청자는 ‘거기’는 ‘샛별’과만 공지칭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청자 는 ‘거기’가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샛별’이 가리키는 대상 을 가리킨다고 생각할 것이며 탐사선들은 샛별로 보내졌다고 믿을 것이 다. (또한 화자가 샛별과 개밥바라기가 동일하다고 잘못 믿게 된 이유를 궁금해 할 것이다.)

그러나 피닐로스 사례가 발화되는 가능한 상황들 중에 하나의 지시체 가설이 그럴듯한 경우들이 있다고 해서 피닐로스의 논증이 부정되는 것

35) 르카나티 역시 이점을 인정하고 있다. Recanati (2012), pp.110-11.

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피닐로스의 논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조건적 공지칭의 지식의 이행성이 실패하는 반례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 이다. 그리고 하나의 지시체 가설이 그럴듯해보이는 상황들이 있는 것만 큼이나, 어떤 가능한 발화상황들에서는 지시체 없음 가설만이 피닐로스 사례들에 대한 합리적인 결론으로 보인다. 예컨대 (12)에서 1-표현 ‘영수 씨’와 2-표현 ‘이 교수님’ 사이에 맥락적 두드러짐에 차이가 없는데 두 표현이 서로 다른 사람을 가리킨다면, 1,2-표현 ‘이영수 교수님’은 둘 중 누구도 가리키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또 가장 분명한 사례로, (13)에서

‘샛별/개밥바라기’는 명백하게 ‘샛별’과 ‘개밥바라기’ 양쪽과 공지칭하려는 의도를 담기 위해 ‘/’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표현인 만큼, ‘샛별/개밥바라 기’가 다른 두 표현 중 어느 한쪽과만 공지칭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 렵다.

이처럼 구체적인 발화맥락까지 함께 고려했을 때, 피닐로스 사례들은 조건적 공지칭의 지식의 패턴이 비-이행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는 대법 공지칭이 이행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므로, 대법 공지칭에 대한 프레게주의 이론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그럼에도, 나는 굿셀이 피닐로스의 논증에 아무런 근거 없는 의 구심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닐로스의 논증에 대한 굿 셀의 비판의 핵심은, 문제의 표현들이 지칭에 성공한다면 반드시 공지칭 한다는 것을 유능한 언어사용자라고 해서 꼭 알겠느냐는 것이었다.36) 그 래서 굿셀은 동일성의 혼동이 있는 경우를 가정해서 그 경우 조건적 공 지칭의 지식이 있는 언어사용자라면 그중 무엇이 참인지 알아야만 하는 가설들이 실제로는 상당히 팽팽하게 경쟁하고 있으므로, 그 중 어느 가 설이 참이라는 지식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굿셀이 생각한대로 청자가 표현 간의 조건적 공지칭을 알아차리거나 가 정하는 것을 넘어 안다는 것은 상당히 강한 요구사항이다. 물론 유능한

36) “If one has to know which account of confused reference is correct in order to count as a competent language user, then competent language users would be a very rare species indeed.” Goodsell (2014), p.310.

언어사용자라면 조건적 공지칭이 성립하는 것을 알 수밖에 없을 만큼 맥 락적 근거가 풍부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처럼 풍부한 근거를 가지는 조건적 공지칭이 비-이행적으로 성립하는 사례를 상상할 수 있는 만큼, 피닐로스의 이행성-실패 논증이 성립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조건 적 공지칭의 지식’이 일반적으로 대법 공지칭의 좋은 기준인지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나는 ‘조건적 공지칭의 지식’이 대법 공지칭에 대한 지나치게 강한 기 준이라고 생각한다. 이어지는 장에서 나는 대법 공지칭에 대한 대안적 이론을 제시할 것이다. 조건적 공지칭의 지식보다 더 약한 기준으로 대 법 공지칭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일 것이며, 그러한 기준에 의존하 는 나의 이론이 대법 공지칭을, 나아가 프레게 퍼즐을 잘 설명할 수 있 음을 보일 것이다.

3장 전제와 대법 공지칭

Dalam dokumen 저작자표시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60-63)